'휘발'에 해당되는 글 14건

글댓글 :: 2017/09/22 00:02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이나 나름의 답변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시간과 함께 글을 읽었을 당시의 느낌이 휘발되어 사라져 간다.

그럼 그렇게 사라진 글에 대한 생각, 느낌이
말 그대로의 느낌이 되어 안개처럼 주위를 맴돌게 되는데
주위를 맴도는 것도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느낌이 올라왔을 떄 바로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마치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과 같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바로 메모하는 것도 여간 귀찮지 않다.
귀찮기도 하고 그렇게 느낌을 구체적으로 적는 게 과연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메모하기와 흘려보내기 사이의 중간 정도의 상태가 좋은데
그 중간 상태를 취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여튼 뭔가를 접하고 반응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글에 대한 답(댓글)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사라지는 대로 둘 건지
그걸 어떻게든 붙잡으려 애를 쓸 건지

글답을, 글댓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건가

그것이 문제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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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휘발.. :: 2016/05/06 00:06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포스팅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포스팅을 하면 웹 어딘가에 내가 쓴 글이 저장되는 거라고 여겼었다.
웹에 저장소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나의 생각이 아카이빙되는 거라 짐작했었다.

글을 쓴다고
저장한다고
저장된다고
어렴풋이 감각했던
그것들이 이제 블로깅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인 지금.

흐릿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블로그라는 아카이빙 공간에서
난 뭔가를 쓰고 저장한다고 하지만
실은 어딘가에 뭔가를 저장한다는 생각만이 존재한다는 것.

나머지는 나의 의도에 연결된 부차적인 정보일 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블로깅을 하고자 하는 의도.. 그것을 발현하고 있는 것. 그 자체.

나의 의도만 명확한 것이고
나머지는 저장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아카이브란 포장을 한 허상이라는 것.

그걸 알아가는 것 같다.
10년이 되어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난 블로그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리게 되는 것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는 결국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셈이고
그런 미약한 이해 속에서 난 흐릿하게나마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직 나의 이해가 얕고 나의 정의가 투박하지만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
지금의 내 블로그는
이제 모두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고
그런 사실을 내가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인지
그리고 여전한 나의 의도

그런 것들 자체가 나의 블로그란 생각이 든다.
그럼 웹 상에서 아카이브의 형태를 띠고 존재하는 나의 블로그. 물리적 블로그.
그건 무엇일까.

그건 허상이다. 그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느 날 나의 블로그가 갑자기 송두리째 웹 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바로 내일 그럴 수 있다. 1년 후에 그럴 수 있다. 수십년 후에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

어느 경우에나
나의 블로그는 우주 속 시공간 상의 점들로 존재할 뿐
웹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내 블로그는 존재 유무가 중요하지 않다.
그건 이미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다.

존재하는 건
나의 의도, 나의 정체성에 대한 나의 이해
부족한 이해를 통해 써내려가는 나에 대한 내가 그리는 자화상
그리고 그것 모두를 품고 있는 어떤 흐름..
그게 내 블로그..

난 그걸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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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거 | 2016/05/07 1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10년 동안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6/05/07 21:10 | PERMALINK | EDIT/DEL

      아거님, 오랜만입니다. :)
      아거님같이 멋진 블로깅을 하고 싶었는데, 그냥 연명에 급급한 블로깅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처음 블로깅 시작할 때의 예상보단 꽤 오래 지속을 한 듯 합니다. 그것에 만족하려구요.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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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 :: 2016/05/04 00:04

영화는 필름에 담겨 있다.
재생이 가능하다.
영화의 촬영시점과 영화의 상영시점 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연극은 담을 수 없다.
실시간으로 플레이된다.
연극은 촬영이 곧 상영이고, 상영이 곧 촬영이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에 주목하다 보면

저장과 휘발이란 개념에 시선을 던지게 된다.

저장은 무엇일까.
저장의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이야기는 과연 저장이 되는 것일까.

휘발은 무엇일까.
휘발의 속성을 띠고 시연되는 이야기는 과연 휘발이 되긴 하는 것일까.

저장소에 저장이 된다는 것
공기 속으로 휘발된다는 것

저장은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휘발은 없어졌다고 믿어도 결국 어떤 시공간적 계기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소화되는 실상일 뿐
저장도 휘발도.. 그런 건 원래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불과할 수도..

저장과 휘발..
그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그 긴장을 이해해 나가면
저장에 대해서, 휘발에 대해서 좀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연극과 영화.
나에게 영감을 주는 두가지 포맷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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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ket :: 2015/08/10 00:00

포켓이란 앱을 즐겨 사용한다.

예전엔 저장 용도로 사용했었다.
지금 당장 읽을 여유가 없으니 일단 저장을 해두면 나중에 읽을 기회가 오겠지.
그런 생각으로 포켓을 활용했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내용을 읽을 여유가 없다고 포켓 버튼을 누르진 않는다.
오히려 안 누른다.

지금은
내용을 다 읽고 내용이 마음에 들면 포켓 버튼을 누르고 담는다.
즉, 미쳐 읽지 못한 내용을 담아 놓고 나중에 읽자는 것이 아니라
다 읽은 내용에 만족을 했을 때 일종의 Like 버튼을 누르는 셈이다.

단, 페이스북의 Like와 다른 점은
포켓의 Like는 아카이빙형 좋아요이고 페이스북의 Like는 타임라인형 휘발성 좋아요란 점이다.

결국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은 이제 페이스북 DB에 쌓이지 않고
포켓 DB에 쌓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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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04 00:04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에선 메세지가 휘발된다. 뭔가 열심히 글을 적어서 올리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텍스트는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기계적인 전진 스텝의 기조 하에서 fade out의 수순을 밟아나간다. 글을 올리는 순간, 등장과 함께 퇴장의 기운이 가득한 타임라인 상에서 하염없이 유동하는 텍스트의 모습. 마치 신진대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의 반복 속에서 동적 평형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겠으며 텍스트 자체보다 텍스트의 흐름에 더 큰 매혹을 느낄 수도 있는 포맷이라 볼 수도 있겠다.

반면 블로그는 먹고 싸고 싼걸 다시 먹고 싸고 싼걸 다시 먹고. 뭐 이런 식의 순환적인 모습의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텍스트가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태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카이빙이 된다. 무심코 부여한 태그가 나중에 우연한 계기로 소환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준다. 또한 예전에 적었던 글이 태그 키워드를 계기로 기억의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휘발되지 않고 뭔가 축적되는 느낌. 트위터/페북/카톡에서 절대 해줄 수 없는 큰 뭔가를 해주고 있는 느낌.  내가 쓴 글을 나도 망각하게 하는 트위터/페북/카톡과는 달리 내가 쓴 글을 돌아보게 만드는 블로그라는 구조. 상당히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끊임없이 나를 관통해 나가면서 나를 파이프라인으로 만드는 타임라인형 서비스.

근데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

내가 싼 걸 내가 또 먹는 시스템이다.

자체 피드백 시스템.

이게 얼핏 보면 별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가만 생각해 보면 살짝 기가 막힌 것이다.

휘발형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그것과 대비되는 특성을 지닌 블로그의 가치를 새삼 인지하게 되어 너무 다행스럽다. 모두가 즐겨 사용하는 대중적 플랫폼에 결핍된 뭔가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대안적 플랫폼. 항상 미래는 과거 속에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블로그이다. 되새김질이란 행위가 가면 갈수록 희소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되새김질은 성찰과 연결된다. 되새김질이 희소한 가치가 되어가듯 성찰도 역시 그러하다. 끝없는 전진형 서사 속을 살아가는 사람과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현재란 이름의 장을 가꿔 나가는 사람.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에선 메세지가 휘발된다.

블로그에선 메세지가 순환(循環)된다.

블로깅을 하면서 '환(環)'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환(環)의 묘미를 알아갈 시간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



PS. 관련 포스트
배설 타자
가치 생태계
진화와 죽음, 일각과 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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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와 메멘토 :: 2013/02/04 00:04

스마트폰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좋은 도구이다. 길을 가면서 잠깐 볼 수도 있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잠깐 볼 수도 있고, 화장실에서 볼 수도 있고, 거의 어디서든지 스마트폰을 꺼내 토막 시간을 활용하여 뭔가를 보고 즐기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짜투리 시간과 스마트폰과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해 함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스마트폰이란 도구를 통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비즈니스가 스마트폰이란 도구를 앞세워 인간의 시간을 온통 짜투리 시간의 집합체로 전락시켜 버리는 것일까?

물론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내 옆에서 항상 나의 손길을 기다려 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유저의 짜투리 시간을 공략하여 비즈니스적인 성취를 열망하는 사업자들이 득실거린다는 건 유저에게 그닥 기분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나의 시간이 짜투리 단위로 토막화되고 그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짜투리 시간들과 합쳐져서 거대한 공룡의 입으로 던져지는 상황. 만약 나의 시간 중에 스마트폰에 의해서 짜투리 유린을 당하는 시간의 비중이 늘고 있다면 그렇게 유린된 짜투리 시간은 나의 시간이 아니라 사업자에 의해 몰개성화된 시간인 것이고 그렇게 몰개성화된 시간이 거대하게 축적되어 비즈니스적 가치만 드높이고 정작 그 시간을 투입한 각 개인의 상황은 피폐해져 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메멘토'를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전직 보험 수사관인 주인공이,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인해 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가 되어 자신의 이름, 아내를 잃은 사실, 범인의 이름만을 기억한 채 범인을 추적한다는 얘기다. 주인공은 기억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항상 메모를 하면서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을 힘겹게 이어가게 된다. 자신이 묵은 호텔, 방문한 장소, 만난 사람과 그에 대한 정보 등을 항상 메모하게 되고 심지어 몸에 문신까지 하게 된다. 주인공은 휘발성 메모리를 복구하고 구조화하기 위해 항상 퍼즐게임의 늪에 빠져 있고 그의 주위를 맴도는 사람들은 어느 사람 하나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 기억은 변조되고 도대체 무슨 기억이 진짜인지 가물가물해지면서 당초 확실하다고 믿었던 기억마저도 흔들리는 총체적 자아 위기를 맞게 된다.

스마트폰이 열어가는 모바일 세상. 그 세상 속에서 짜투리 시간을 유린당하는 유저들은 적어도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만큼은 어엿한 메멘토 상황에 깔끔하게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모바일 비즈니스는 집요하게 유저의 짜투리 시간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유리한 쪽으로 전용하기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런 거대한 공격 앞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잠식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지력을 갖추지 않고 무심코 자신의 짜투리 시간을 휘발시키다간 꼼짝없이 메멘토 모드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짜투리 시간. 별 것 아닌 듯하여 막 써버리고 그 의미조차 인지되지 않는 시간. 그 시간 속에 깃들어 있는 묵직한 의미를 우린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짜투리 시간이 나면 짜투리화되어 가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짜투리 시간의 전부를 스마트폰 매만지는데 바치면 나는 더욱 짜투리화되어 갈 뿐이다. 짜투리화된 시간들. 그건 내가 아니라 휘발된 나에 불과하다. 뭐 휘발을 사랑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




PS. 관련 포스트
접근성의 객체, 빼앗기는 시간
극세관심
기억과 자아 사이
방해
누가 지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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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3/02/04 01: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짜투리 시간 만큼이나 짜투리 관계도 문제라고 말하고 싶어요. SNS와 모바일 메신저로 극파편화된 사람 사귐 패턴, 심지어 사랑까지 좌우하게 되어 있는 이 시스템이 진짜 인간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것인지, 벅샷님처럼 전 요즘 너무 의심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2/04 09:46 | PERMALINK | EDIT/DEL

      새로운 도구의 성장은 도구 예속화의 우려와 함께 도구 응시를 통한 자아 성찰이란 기회를 함께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도구와 한데 엉켜 짜투리 인간이 되기 보단 도구를 도구로 바라보면서 도구에 비친 나의 모습을 응시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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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안다는 것 (知道) :: 2012/02/06 00:06

리스타트 핑!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웅진윙스


길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리스타트 핑에서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길을 잃는 것이다. 나의 길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길을 잃는 것이다. 길을 잃어야 등대를 발견할 수 있다.

길을 잃는다는 것과 길을 찾는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길을 찾기 위한 강력한 준비 과정인 것이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길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서 길을 잃어버리는 과정 속에서 결국 '나'를 찾게 되는 과정이 삶의 여행이고 그 과정 속에 행복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길을 알고 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냥 알려진 길, 정해진 길을 기계적으로 묵묵히 따라간다는 의미 아닐까?

길을 안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인간에겐 안도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도감에 취한 나머지 기계적으로 짜여진 경로나 계획표를 무미건조하게 답습하는 것이 길을 안다는 생각 아니 착각의 본질이 아닐까?  그렇다면 길을 안다는 것은 창의력과 혁신의 반대편의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길을 잃은 상태에서 나만의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한 길을 가면서도 끊임없이 나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길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부식되기 시작한다. 발견된 그 순간에만 찬란한 의미가 있을 뿐 반복적 이동 경로로 굳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길은 안내자/나침반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길가는 자의 창의력을 고갈시키고 혁신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방해자로서 기능하게 된다.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진부의 늪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은 앎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굴의 대상인 것이다. 知道(길을 안다)란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될 말이다. 知道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빠져 나와서 길 잃은 자의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길 잃은 자의 마인드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知道의 함정에 깊이 빠지지 않는 자세다. ^^


PS. 관련 포스트
실도,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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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2/02/06 10: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떤 죽은 철학자는 존재의 본질에 이르는 여정을 "숲길(Holzweg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는데, "길 잃은 존재"는 또 새로운 통찰력이네요. 중고등학교 이후 대학교, 또 그 이후 공무원 시험 등, 일련의 만들어진 울타리 속에 전 청년기 혹은 평생을 머물며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우리 시민들이 한 번쯤 숙고해볼만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07 21:02 | PERMALINK | EDIT/DEL

      항상 저를 일깨우는 댓글을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지금 제 마음 속엔 숲길이 펼쳐지고 있답니다. ^^

  • BlogIcon 통통이21 | 2012/02/07 15: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길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길을 잃어야 한다는 말..요즘 이래저래 복잡한 일이 많은데 마음에 콱 와닿는 구절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07 21:03 | PERMALINK | EDIT/DEL

      실도 속에서 구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길'이란 단어의 소중함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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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와 망각, 그리고 기억 :: 2012/02/03 00:03

학창시절엔 암기력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원리를 몰라도 암기만 잘하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 수 있으니 수많은 학생들이 암기에 집착하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학창시절에 멋모르고 했던 암기 행위의 영향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암기는 정보를 대하는 하나의 태도라서 그렇다. 정보의 의미를 깊게 파헤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명기했다가 재생하는 암기 행위.

암기는 매우 치명적인 창의력 파괴활동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스런 정보의 유출입과 정보 간 연결이 창의력 작동의 토대인데 억지로 정보를 어딘가에 붙들어 맨다는 것은 정보 자체의 유연성과 정보의 유동성을 모두 구속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암기를 위한 노력이 가열차게 전개될수록 창의력을 유지하기 위한 반작용도 치열하게 일어나게 된다. 망각은 정보 유연성/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 플로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대부분의 시간이 화폐화된다. 화폐화된 시간은 망각보다는 암기를 선호한다. 돈의 흐름을 끊임없이 이어가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실행만이 화폐화된 시간의 무의미한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화폐화 되어가는 만큼 망각에 대한 거부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망각은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었거나 기존 정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그걸 억지로 막기 위해 메모를 하거나 얼럿으로 리마인드하는 것은 기계적인 반응 메커니즘에 스스로를 붙들어 매는 행위이다. 화폐화된 시간이 지배하는 곳에서 살기 위해 메모/리마인드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지만 기계적 반응 메커니즘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에 푹 젖어 사는 태도에 대해선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기억과 암기를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기억과 망각을 연결시켜야 한다.

기억은 정보의 끊임없는 편집을 의미한다. 동일한 과거의 사건이라도 그것을 다시 호출하는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기억의 내용은 끊임없이 달라진다. 동일한 정보가 박제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것은 사고 흐름을 방해하는 암초와 같은 작용을 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저장이라기 보다는 동적 편집에 가까운 개념이다 . 그래서 기억은 암기와는 다른 DNA를 갖고 있는 것이고 오히려 망각과 밀접한 포지셔닝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화폐화된 시간 속에서 불가피한 암기를 하면서도 나의 기억과 창의력이 맹목적인 암기로 인해 교란을 당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그것을 분명히 인지하면 할수록 암기와 망각 간의 절묘한 균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그 균형 속에서 나의 기억, 정체성, 창의력은 선명한 존재감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창궐하면서 암기 에이전트 기능이 발전해 나갈수록, 망각 관리 능력은 점점 더 희소성과 소중함을 더해갈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복사기 vs. 재즈뮤지션
기억, 알고리즘
망각,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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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net :: 2012/01/06 00:06

휘발되기 쉬운 생각을 종이나 스마트폰에 적는 것은 분명 효율을 높이는 행위다. 하지만, 휘발되기 쉬운 생각을 머리(?) 속 가상 종이/스마트폰에 적는 것은 효율 제고를 넘어 생각 프레임 자체를 혁신시킬 수 있는 행위다. 인간은 항상 새로운 도구를 고안해왔다. 하지만 도구는 인간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인간을 소외시켜왔다. 도구를 외연화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제 도구를 내연화시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뇌(?) 안에 구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디바이스에서 스마트의 주체는 누구인가? 스마트디바이스 사용자? 결코 아니다. 스마트디바이스의 주체는 디바이스 자체다. 디바이스가 스마트해져서 사람을 디바이스의 종속물로 전락시키는 것이 스마트디바이스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도구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가고 도구를 사용하는 자가 도구의 수단이 되어가는 것이 스마트디바이스가 전개하는 새로운 양상이다.

휘발되는 것이 싫어서 기록을 하고 망각하는 것이 두려워서 리마인드를 당하는 것. 휘발을 기피하고 망각을 회피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자세일까? 어디서 어디로 휘발되는 것이고 누가 무엇을 망각하는 것일까? 스마트디바이스가 주고 있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이 인터넷이고 나 자신이 스마트디바이스가 되면 안될까? 이미 내 안엔 인터넷 부럽지 않은 고도의 신경회로가 존재하고 내 몸은 그 어떤 디바이스보다도 더욱 스마트하다. 그것을 내 자신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스마트도구의 힘을 빌려 스마트해진다는 착각을 하는 동안 도구로부터의 소외 현상은 더욱 심각해져만 갈 뿐이다.

나의 외연에 인터넷이, 스마트디바이스가 맘대로 존재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내 자신의 사고회로가 인터넷이 되어야 하고 내 몸과 마음의 작동회로가 스마트해져야 한다. 결국 도구 진화의 종착역은 인간 자체일 수 밖에 없다. 문명의 진화, 도구의 진화는 결코 고도화가 아니다. 그저 랜덤 주사위 놀이가 자아내는 수평적 변화일 뿐이다. 아니, 수직강하일 수도 있다. ^^




PS. 관련 포스트
지뇌,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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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데굴대굴 | 2012/01/06 18: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동안 만날 수 있는 정보가 '나 밖의 자료'였음에 반해,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나의 자료'로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전에는 내가 가야하는 맛집의 위치를 찾았다면,
    이제는 내 주변의 맛집으로 바뀐 것이죠.

    이런 변화는 (이게 과연 스마트인지도 의문 스럽지만)
    스마트한 도구의 힘을 빌어 스마트해지는게 아니라,

    머리 속에 불필요한 것을 스마트한 도구에 밀어넣음으로써
    내 머리 속의 공간을 확보하고 보다 바르게 생각하는게
    스마트 디바이스를 접하는 바른 사용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1/07 10:55 | PERMALINK | EDIT/DEL

      데굴대굴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면서 도구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스마트 디바이스는 저에게 큰 메세지를 주고 있는 셈입니다.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

  • Wendy | 2012/01/11 15: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외연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 때에 이 포스팅의 발견이 곧 '오아시스'가 되어주네요. 스마트 디바이스가 진정 내게 일말의 스마트함을 안겨줄 것만 같았었는데, 종속되어가는 이 느낌을 이제는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하모니를 이루도록 잘 지휘하는, 더 나아가 나의 브레인 속에서 회로들과 시냅스들을 잘 관리하여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만들어야겠단 당찬 다짐도 더불어 해봅니다. 자극받고 숑숑 달려다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2/01/11 20:08 | PERMALINK | EDIT/DEL

      Wendy님께서 제 블로그에 보내주시는 관심이 저에게 진정 스마트해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계신답니다. 넘 감사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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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의 환상, 강연과 약연 :: 2011/07/15 00:05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휘발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세상 전체가 휘발 플랫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휘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휘발은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직접적인 연결이 끊어졌을 뿐이다. 만물은 그저 존재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존재와 존재 사이의 연결 고리의 강도만 세졌다 약해졌다 하는 진동의 양태만 달라질 뿐이다.

휘발은 올바른 표현이 아닐 수 있다.
휘발보다는 약연(약한 연결)이 올바른 표현일 수 있다.  나의 의식적 기억이 휘발되었다고 느끼는 정보는 나와의 연결이 약해졌을 뿐 휘발된 것이 아니다. 그 정보와 나를 잇는 연결 고리가 다소 약화된 것 뿐이다. 약화된 연결고리는 어떤 기회를 통해 다시 강한 연결이 촉발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연결이다.
나와 나를 둘러 싼 외부(?)가 나와 어떤 연결을 맺고 있는지에 포커스해야 한다.  나를 대상과 이어주는 강연(강한연결)과 약연(약한연결)이 나를 형성하고 나를 만들어 간다. 나를 계발하는 것은 나의 강연과 약연을 계발하는 것이다.

휘발(?)은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온다.
휘발되었다고 서운해 할 필요가 없다. 약연은 때가 되면 강연이 되기 마련이다. 무수한 약연들은 의식 관점에선 휘발이지만 무의식 관점에선 거대한 잠복을 의미한다. 거대한 빙산과도 같은 약연 덩어리들에 적절한 자극을 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뿐이다. 적절한 자극이 가해지면 거대한 잠복의 빙산 속에서 강연은 재생되기 시작한다.

저장에 대한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저장한다는 개념 자체에 오류가 숨어 있다. 정보는 저장이 아닌 접속의 대상이다. 저장하려고 애쓰는 것은 근원적 엔트로피에 대한 헛된 저항이다.  저장이란 무리한 개념보다는 연결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약연'이란 이름의 거대한 빙산은 우아한 성장을 지속한다. 약연은 언젠가 강연이 되고 강연은 약연이 된다. 강연은 강연대로 가치가 있고 약연은 약연대로 매력이 있다. 세상 전체가 연결 플랫폼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
휘발, 알고리즘
거잠, 알고리즘
딜리셔스, 아카이빙, 엔트로피
휘발의 흐름, 흐름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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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ms store

    Tracked from toms store | 2013/06/13 11:07 | DEL

    Appreciation to my father who stated to me regarding this web site, this web site Read & Lead - 저장의 환상, 강연과 약연 is really awes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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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아카이빙, 엔트로피 :: 2010/12/20 00:00

대표적 소셜 북마킹 서비스였던 딜리셔스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실 딜리셔스는 웹 2.0이란 단어가 폭발적 거품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도 그닥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는 아니었다. 그저 소수 유저들의 온라인 북마킹 서비스로 포지셔닝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딜리셔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서비스를 종료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좀 서운하긴 하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가 종료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어도 그닥 백업할 마음은 잘 안 생긴다. 어차피 웹엔 정보가 널렸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나름 확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딜리셔스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을 다 잃는다고 해도 딱히 아쉬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딜리셔스에 저장해 높은 정보들을 나중에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정보의 생성과 휘발이 폭주하는 웹에서 딜리셔스는 참 힘들었을 것 같다.


딜리셔스를 잘 사용하려면 정보의 아카이빙을 꾸준히 하고 그것을 참조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아카이빙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한 나머지 자칫 지칠 수가 있는 것이다. 막상 열심히 아카이빙을 하고 난 후엔 기력이 소진되어(?^^) 저장해둔 정보를 나중에 활발하게 조회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나름 소비하게 될 경우, 책을 읽다가 지친 나머지 책을 읽고 난 후에 무기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인위적인 개인화 서비스에 한계가 있듯이, 인위적인 아카이빙엔 분명 한계가 있다. 아카이빙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카이빙한 정보를 나중에 다시 참조하는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런 사용자 플로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딜리셔스는 아카이빙에 너무 많은 인위적 노력이 수반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사용자 플로우를 제공해도 뜰까 말까인데 말이다. 그만큼 웹에서의 정보 생성-소멸 프로세스는 아카이빙 서비스로 컨트롤하기엔 넘 압도적이다.

자연스런 아카이빙이 진정한 아카이빙이다. 저장한다는 의식적 노력이 없어도 어딘가에 저장되고, 저장해 둔 정보를 나중에 참조한다는 의식적 노력 없이도 정보를 자연스럽게 다시 소환할 수 있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이 제공되어야 아카이빙 서비스는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딜리셔스는 웹의 휘발성이란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서비스이고 트위터는 웹의 휘발성이란 엔트로피에 편승하는 서비스이다. 자고로 엔트로피 같은 초강력 알고리즘에겐 왠만하면 개기지 않고 편승하는 것이 다치지 않는 길이다.

고전하는 딜리셔스의 모습을 보면서 웹의 휘발성이란 거대한 엔트로피에 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몸짓이 가능하기 위한 요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딜리셔스의 한계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대중적 아카이빙 서비스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 ^^




PS. 관련 포스트
휘발, 알고리즘
울겨, 알고리즘
한RSS + 마가린 + 레몬펜 = 스크랩 컨버전스?
언제부턴가 한RSS에서 메타 블로그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한RSS vs 나루
검색에 관한 단상 (http://mars.egloos.com/3520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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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Playing | 2010/12/20 15: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
    햘.. 없어지면 안되는데 ;; 딜리셔스라는 사이트가 멋진 사이트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킁.. 저는 딜리셔스를 모방한 국내 '마가린'을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매번 서버 점검할 때마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하길래.. 한번은 공지없이 몇 일 안되는 경우가 있어서 '수익구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쭤봤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깨진 독에 물 채우기' 처럼 사비로 하시더군요
    너무 걱정이 된다고 말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딜리셔스로 옮기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 _~;; 물론 아마 딜리셔스 같은 안전한 백업 사이트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 거겠지만, 원조 사이트가 흔들리는 걸 알게되니 걱정은 되긴 하네욤

    P.S 즐겨찾기 백업해야겠네욤 !!
    그런데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저에게 '마가린'은 꽤 편한 사이트라서 없으면 단 하루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큼 중독되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2/21 07:42 | PERMALINK | EDIT/DEL

      3년 전에 딜리셔스/마가린과 한RSS를 융합한 서비스의 등장을 고대했던 포스트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http://read-lead.com/blog/511

      그 당시엔 참 즐겨 사용했던 서비스인데. ^^ 앞으로 더욱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싶은데 웹의 물결은 왠지 다른 방향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토댁 | 2010/12/21 08: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올해 울지 않으셨나요?
    산타 할배가 우리 buckshot님의 주소를 묻던대요.^^

    올해도 열심히 달리신 buckshot님!
    행복한 마무리 하시고
    내년 지향은 뭘까 궁금해 집니당, 히히

    건강조심하세요~~~~^^

    엉뚱댓글여왕. 토댁올림~~~히히

    • BlogIcon buckshot | 2010/12/21 09:39 | PERMALINK | EDIT/DEL

      토댁님~ 멋진 연말 보내고 계시져? 토댁님의 에너지가 블로고스피어를 쩌렁쩌렁 울렸던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지향은 내년에도 기정지세입니당~ 기정지세 3년차라고 할 수 있지용~ 즐거운 한 주 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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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된 거품 위에서 본질이 시작된다. :: 2010/12/01 00:01

요즘 트위터가 인기다.
트위터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블로거들의 활동이 뜸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블로그는 이대로 계속 하향세를 보일 것인가?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멘텀을 잃은 플랫폼은 아무래도 사용자 주목의 중심에서 멀어져 가게 될 것이다. 트위터는 블로그보다 포스팅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가 훨씬 적다. 그다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도 툭툭 짧은 문장을 잽을 던지듯 올릴 수 있는 트위터에 익숙해지다 보면 상대적으로 조직화된(?) 수고를 해야 하는 블로그에 손이 덜 가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블로그란 서비스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의 얘기고,
개인 관점에선 블로그의 가치에 대해 새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나'를 인식하고 '나'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종의 셀프 브랜딩 플랫폼이다.
트래픽과 주목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온전히 나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그것을 차분하게 적어나가는 마음 아카이빙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블로그만큼 그것에 어울리는 툴은 없다. 가벼운 정보의 속도감 있는 유통에 포커스가 맞춰진 트위터에선 차분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을 닦아 나가는 자기계발의 과정에 집중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블로그가 한창 주목을 받던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블로그에 집중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소셜 네트워크에 온갖 관심이 집중되면 될수록 '소셜'엔 거품이 끼게 될 수 밖에 없다. 그 거품은 한 개인의 발전과는 괴리감 있는 비즈니스 차원의 드라이브와 밀접한 관련을 맺게 마련이고.

블로그에 거품이 있기는 했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블로그에 끼어 있던 거품은 이제 많이 꺼진 상태다. 거품이 꺼진 곳에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시작된다. 블로깅을 통해 1인 미디어를 화려하게 운영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번다는 거품적 허상에서 벗어나 개인 성찰, 생각 아카이빙을 통한 자기계발 플랫폼으로서의 블로깅에 의미를 두기 시작할 때, 블로그의 본질적 가치에 닿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거품이 휘발된 바로 그 지점에서 본질은 시작된다.
본질은 거품이 걷혀야 그 모습을 분명히 드러낸다.
Fad로서의 블로깅은 끝났다. 이제 자기성찰로서의 블로깅을 시작할 때이다. ^^



PS. 관련 포스트
트위터와 블로그는 상충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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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를 위해 블로깅을 하나

    Tracked from Inuit Blogged | 2010/12/08 21:47 | DEL

    어제 댓글로 나눈 대화부터 소개. 사실, 짧은 몇단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담론이 밑받침된 이야기입니다. 사라진 블로거들 먼저 해묵은 논쟁부터. 블로거가 무엇일까요. 자원봉사 글쟁..

  • 블로그야 너 죽었니?

    Tracked from Channy's Blog | 2010/12/09 15:48 | DEL

    근 한달이 넘게 잠수를 타다가 다시 몇 자씩 끌적이고 있다. 가끔 블로깅을 왜 자주 하지 않느냐 물어 보시는 분들이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느라 블로그를 등한시 하는 건 아닌가 물어 ..

  • No.190 | 2010/12/01 08: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제나 좋은 글귀로 감동을 주셨는데, 오늘은 너무 가슴에 와 닳는 말씀인거 같습니다.
    소셜 붐이 일어나고, 너도나도 소셜로 빠져든지금 휘발성 데이터와 생각이 없는 글로 넘쳐나는 소셜은
    개인들의 관계가 끊나는 시점에서 거품이 빠질거라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기쁨맘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블로그를 작성할 때인거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2/01 22:08 | PERMALINK | EDIT/DEL

      격려의 댓글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요즘 따라 블로그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넘 좋아요~ ^^

  • 초하수 | 2010/12/02 15: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블로그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일기라고나 할까요?
    정보공유의 목적도 있겠지만 주인장 말씀대로 자신을 성찰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는 일기와 그 역할이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2/04 09:47 | PERMALINK | EDIT/DEL

      예, 공유하는 일기란 표현에 공감이 갑니다. 자신의 성찰 과정을 아카이빙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거기에 블로깅의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 BlogIcon 토댁 | 2010/12/02 23: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빼꼼~~~^^
    잘 계시는지요?^^ ;;;

    블러그는 특히 twitter 나 facebook을 하는 농민들에게는 기본요소라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자기도 빠져보기도 하지만.
    결국 탄탄히 기반을 다져야할 것을 블러그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슴에 반성의 손을 얹고...;;

    뻬꼼 인사 남기고 휘리릭~~~갑니다.
    토댁이 없어 심시하셨쬼.ㅋ

    • BlogIcon buckshot | 2010/12/04 09:48 | PERMALINK | EDIT/DEL

      예, 블로그가 기반이 되면서 다른 툴을 접목/발전시켜 나가는 것. 저의 지향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

  • BlogIcon inuit | 2010/12/08 21: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지내시지요? ^^
    요즘은 어떤게 가장 재미나신가요?

    • BlogIcon buckshot | 2010/12/11 15:44 | PERMALINK | EDIT/DEL

      예, inuit님도 잘 지내시죠? ^^
      전 요즘 블로그와 트위터를 오가는 재미로 삽니다~

  • BlogIcon everfree | 2010/12/13 16: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좋은 얘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점 느끼고 돌아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0/12/13 19:29 | PERMALINK | EDIT/DEL

      격려해 주시는 댓글이 제게 너무나 큰 힘이 됩니다. 넘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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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의 흐름, 흐름의 연결 :: 2010/07/09 00:09

트위터는 시간과 기억이 흐르는 공간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생각을 띄워 보내며 기억(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건 기억의 지반이 약해서 시간이 속절없이 붕괴함을 의미한다. 트윗은 시간이 붕괴하지 않고 흐르게 해준다. 트윗하면서 업데이트를 자주 못해 아쉬워할 필요 전혀없다. 업데이트 주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업데이트란 개념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의 흐름 자체를 느끼는 것.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은 과연 흐르는 것일까? 인간의 측정/지배 욕망 때문에 시간이란 개념이 생긴 것일 뿐, 시간은 인간이 끊임없이 생성해 내는 '그저 생생한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인간 자신일지도 모른다.

정이현님의 독백이 대화가 되는 경이로움에서 아래 문장을 인상 깊게 읽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지금도 가끔 트위터에 글을 쓰곤 한다. ‘유난히 우울한 날이다’ 따위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장을 쓰면서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아무라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어쩌면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개인의 단자화가 심해질수록 우리의 고독은 더 깊어져 갈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 우리를 열광하게 하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넘어서는 또 다른 시스템이 만들어질 게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그 옛날 PC통신이 나에게 해주었듯이 사람이라는 섬과 섬을 연결해 준다면,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만의 독백이 문득 대화가 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의 기적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독백이 문득 대화가 되는 경이로운 순간...

트위터에 생각을 글로 옮겨 놓으면 그 글은 타임라인에 잠깐 머물렀다가 이내 휘발된다. 휘발된 트윗 글은 웹 어딘가에 존재하게 되고, 내 마음 속 어딘 가에도 잠복하게 된다. 기억에서 잊혀졌던 과거 속의 노래가 어떤 계기를 맞아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거대한 노래 아카이브 속에서 잠을 쿨쿨 자던 노래가 마법과도 같은 주문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시간 속에 묻혀 지내고 있던 아카이브 속 정보들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할 것이다.  음악, 책, 영화, 신문, 드라마, ....  흘러간 시간과 기억은 항상 주위를 맴돌고 표류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복은 약한 연결을 의미한다. 트윗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단절되지 않고 흐릿하게나마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촉발작용에 의해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트윗 글은 휘발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론 어딘가에 잠복되어 있는 것이고, 그 잠복은 타인과의 연결 가능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나 자신과의 극적인 연결을 암시하기 마련이다.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예전에 올렸던 트윗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변이된 의미로, 반복된 의미로 피드백되어 돌아오는 Tweet-Back(트윗백) 경험을 하게 된다.

휘발된다는 것, 흐른다는 것은 연결의 증폭 가능성을 의미한다. 트윗을 하면서 '휘발'이란 단어에 주목하게 되었고, 휘발/잠복이 흐름을 자극하고 흐름이 다시 휘발/잠복으로 이어지면서 생각 연결이 강화되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게 되었다.

난 트윗을 통해 적지 않은 글들을 웹에 잠복시킨다. 그 잠복이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은 나에게 흥미와 설레임을 선사한다. 휘발이 흐름을 낳고 흐름이 연결로 돌아온다. 그게 트윗백 알고리즘이다. ^^




PS. 관련 포스트
시간, 알고리즘
휘발, 알고리즘
댓글, 알고리즘
거잠, 알고리즘
한확, 알고리즘
트윗, 알고리즘
[문화칼럼/정이현]독백이 대화가 되는 경이로움
전략,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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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ynamic | 2010/07/16 10: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인간 자신일지도 모른다.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일치하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10/07/17 10:17 | PERMALINK | EDIT/DEL

      인간, 시간, 공간에 대한 생각을 요즘 즐기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주제라서 생각 정리는 잘 되지 않고 있으나 인간-시간-공간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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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 알고리즘 :: 2009/11/16 00:06

10월31일(토)에 트위터의 휘발성에 대한 트윗 대화를 잠깐 나눈 적이 있다.  (맨 밑에서부터 읽어야 함)






트위터를 사용한지 6개월 정도가 된 것 같다.  일정 규모 이상의 follow를 하게 될 경우, 트위터의 강력한 휘발성을 실감하게 된다.  수백명을 follow하다 보니 타임라인 상에 트윗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체감하게 될 정도로 텍스트들이 마구 날라 다니는 느낌이다. 

트위터의 휘발성은 트위터의 강력한 시공간 압축에서 기인한다.
블로그의 경우, 일정한 컨텐츠를 작성해서 웹에 올리기 위해서는 대개의 경우, 구조화된 사고를 수반하게 된다. (물론 트위터와 유사한 단문 형식의 컨텐츠를 올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반면에 트위터는 잠깐 떠오른 토막 생각도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올릴 수가 있다.  정보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Read & Lead 블로그에 올리는 글의 빈도는 주 3회인데 반해, ReadLead 트위터에 올리는 글의 빈도는 주 100~200회 정도이다.  글 하나에 들어가는 시간이 매우 짧다. 시간차원의 압축으로 인해 트위터 상의 글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게 된다. 글 하나의 생산에 소요되는 리소스도, 소비에 소요되는 비용도 모두 작다.

트위터는 공간 차원의 압축성도 매우 뛰어나다. 
글 하나의 사이즈(140자 이내)도 매우 작을 뿐더러 글 하나가 갖고 있는 관계성(링크)도 매우 약하다. 트윗 하나 하나는 거의 웹 상에서 외딴 초소형 섬처럼 극소 독립 노드로 포지셔닝하게 마련이다. 시간차원의 압축으로 인해 타임라인 상에서 순간적인 생성과 순간적 소멸이 전개되는 동시에 공간차원의 압축까지 가미되다 보니 트위터 글은 웹의 시공간 좌표계에서 먼지처럼 한 순간 흩뿌려졌다가 한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프로세스를 특화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의 휘발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해 보이긴 하다. Follow 네트워크와 RT / Favorites / Reply 등의 Viral / Voting / Archiving / Communication 활동을 잘 조합하면 현재의 휘발성을 살짝 달래는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트위터의 유니크한 강력한 시공간 압축성에서 기인한 휘발성은 트위터만의 매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Archive-Rank-Search-Retrieve의 정보 구조화가 메타적인 가치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트위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소 시공간 노드'로써의 정보 탄생/소멸 흐름은 정보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보여진다.  그 동안 큼지막한(?^^) 시공간 점유를 자랑하던 정보 노드들만 접해오다 극소 시공간 점유 정보 노드들을 새롭게 접하면서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정보의 진짜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트위터 타임라인이 너무 역동적이어서 중요할 수도 있는 정보가 순식간에 타임라인에 떴다가 사라져 버리니 트위터는 정보 캡쳐 타이밍의 이슈가 심각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보는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한 개인이 점유할 수 있는 시공간의 크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보는 내가 캡쳐하지 못하는 수많은 시공간 속을 나 모르게 자유롭게 횡행하다 사라져 버리지 않던가?

또한, 타임라인에 뜰 때 정보를 캡쳐해도 그 정보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블로그에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놓아도 그것을 다시 꺼내서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출되지 않거나 주목하지 않는 정보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트위터는 일상적인 정보의 덧없는 생성/소멸 흐름을 시공간 압축을 통해 극명하게 가시화했을 뿐, 정보는 원래 덧없는 것일지도.

어쨌든 오늘 예전의 트위터 대화를 휘발시키지 않고 나름 저장을 해보았다.  휘발에 대한 주제를 휘발시키지 않으려고 비휘발성 공간에 저장을 한 셈이다. ^^  하지만 그렇다고 휘발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정보는 원래 강한 휘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고, 인간은 항상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속절없이 생성/소멸시키고 있는 가공할 휘발 플랫폼인 것이다.



PS. 관련 포스트
거잠,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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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박재욱.VC. | 2009/11/16 11: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트위터 포스팅을 이렇게 분석하고 재정의하니 색다르네요. 정보의 휘발성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오래도록 휘발되지 않을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너무 잘 봤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11/17 09:40 | PERMALINK | EDIT/DEL

      오래도록 휘발되지 않을 컨텐츠는 결국 휘발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보의 본질인 휘발을 얼마나 잘 관통할 수 있는가에 정보의 영속성 발현이 좌우되지 않을까 하는 역설적 생각이 오늘 아침에 살짝 듭니다. 박재욱.VC.님은 언제나 저에게 영감을 주시고 계세요. 넘 감사합니다.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11/16 11: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런 점 때문에 일상적으로 트위터에 상주 하지 않는한
    흐름에서 벗어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 거의 발행하는 글 안내 수준으로만 사용하고 있죠.

    • BlogIcon buckshot | 2009/11/17 09:42 | PERMALINK | EDIT/DEL

      요즘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유기적으로 조합해서 포스팅을 하는 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트위터와 블로그가 유기적으로 엮일 수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좋은 관계가 성립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데굴대굴 | 2009/11/17 11: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보가 증발하는게 아니라 데이터가 증발하는걸로 보이는데요? ^^

    • BlogIcon buckshot | 2009/11/18 09:24 | PERMALINK | EDIT/DEL

      데이터도 정보의 일종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데굴대굴 | 2009/11/18 10:58 | PERMALINK | EDIT/DEL

      정보와 데이터는 비슷한거 같으면서 다릅니다. 공학이나 사전적 의미에서 차이가 나는데요..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 기본적인 자료의 하나하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정보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의도나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죠.

      즉, 정보는 누군가에 의해 (어떤 의도나 뜻을 가지고) 가공된 데이터를 말합니다. 정보는 사람의 뜻이나 의도가 들어간 만큼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정보가 되지 못한 데이터는 단순한 데이터 또는 쓰레기 데이터로 남을 뿐,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영향을 미친다면 오히려 나쁜 영향 -머리를 아프게 한다거나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거나- 을 미치겠죠)

    • BlogIcon buckshot | 2009/11/18 13:14 | PERMALINK | EDIT/DEL

      예, 컴퓨터 용어 관점에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용어 관점에선 정보를 메타 데이터라고 부를 수 있겠구요. 전 메타 데이터이든, 데이터이든 모두 휘발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휘발성은 존재 자체의 휘발성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attention 관점에서의 휘발성을 의미합니다. 세상에 소멸되는 데이터는 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인간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허상적 개념일 뿐, 정말로 존재하는 것은 과거/현재/미래가 아니라 이들이 하나로 합쳐진 시공간일 터이고 그 시공간 상에 데이터는 어딘가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 마킹하고 있을 겁니다. 모든 데이터는 소멸되지 않고 시공간 좌표 상의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당~ ^^

  • BlogIcon ego2sm | 2009/11/17 14: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보는 원래 덧없는 것.
    트위터 팔로잉 수를 줄이던가..해야지
    정보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트윗 한 2틀만 안해도 다 안 읽게 된다는.....)
    전, 그래도 포털의 횡포(?)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요.
    비록 블로그는 네이버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너무 오랜만에 벅샷님 포스트들 읽고 가요^^

    • BlogIcon buckshot | 2009/11/18 09:25 | PERMALINK | EDIT/DEL

      트위터를 하면서 정보의 덧없음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덧없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에고이즘님께서 오랜만에 댓글 주시니 블로그가 화사해지는 느낌입니다. ^^

  • BlogIcon inuit | 2009/11/19 23: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 정리 포스팅을 한층 멋진 통찰과 함께 써주셨군요. 정보의 덧없음으로 정보의 본질을 규정하는부분은 독특해서 재미납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11/20 09:48 | PERMALINK | EDIT/DEL

      inuit님의 트윗을 그대로 옮겨 놓고 약간 말을 덧붙인 것 밖에 없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사실상 inuit님께서 써주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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