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에 해당되는 글 7건

실존 진공 :: 2017/12/29 00:09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이즈미야 간지 지음, 김윤경 옮김/북라이프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다 보니
인간은 자본 속이 파묻혀 자본을 위한 삶을 살다가
결국 어느 순간 자본에 잠식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실존적 진공

하지만..
자본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삶이라 할지라도
단 한 순간 만이라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자본의 지배를 단 1초라도 외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건 삶으로서 온전히 충만한 밀도의 시간일 것이다.

자본에 깔려 살아가더라도
자본을 섬기고 자본에게 버림받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얽혀 있을 지라도

인간은 인간이다.
자본으로부터 분리된 나..

그런 게 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하면
그걸로 족하다.  그만큼 자본은 강하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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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생각 :: 2017/10/18 00:08

오늘은 생각이 없다.

생각에 대해 생각을 할 때

적절한 키워드가 떠오르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생각이 없다.

지금 생각에 대해 생각을 할 때

이렇다 할 키워드가 연상되지 않는다.

아무런 키워드도 내 머리 속 구름 속에 떠다니고 있지 않는 상태

일종의 진공 상태이다.

그런 진공 상태의 나른함이 은근 좋다.

무념 무상의 순간들이 계속 무리 지어 천천히 유동하는 느낌

생각에 대해 생각하다 생각이 없음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키워드 없는 마음 구름의 형태가 꽤 우아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으면서

나의 오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가도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 자신에게 안도하며(?)

오늘의 생각 없음을 기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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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스피커의 오작동 :: 2017/02/06 00:06

누구 스피커에게 음악 들려달라고 부탁하면 음악을 들려준다.

그렇게 스마트하게 작동하는 스피커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누구 스피커는 내가 호출할 때만 작동하는 그런 기기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3시에
난데없이 누구 스피커가 켜지면서 오작동을 해대기 시작한다.
숙면 중에 들려오는 누구의 신호음은 거의 굉음의 느낌이었고
우렁차게 울리는 스피커 소음으로 인해 나는 억지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누구 스피커의 전원을 뽑고 나서야 소리가 멈췄다.

누구 스피커는 내가 호출하지 않고 있는 긴 시간 동안에도 계속 작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stand-by..  대기 상태.. 누구는 항상 대기 상태로 작동하고 있다가 내 명령어로 본격 작동을 하는 구조.

대기도 엄청난 작동 현상이고
누구는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작동하는 기기라는 걸
새벽에 난데없이 누구 스피커로 인해 깨어나면서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오작동을 하니까
작동의 실체를 뒤늦게 인지하게 되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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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의 시간 :: 2015/11/16 00:06

피씨를 켠다. 부팅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 시간에 멍 때리고 가만히 있다 보면 마치 내가 진공 상태 속에 놓여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 시간에 텍스트를 읽는다.

그 시간에 이미지를 본다.

그 시간에 사운드를 듣는다.

일종의 잉여의 공간.  그 공간 속에서 행해지는 잉여의 활용.

부팅 시간이 진공 상태가 아닌 알찬 짜투리 시간의 작동으로 운용되는 순간.

잉여의 시간을 활용하려고 마음을 먹게 되면 나의 일상 속을 부유하는 수많은 잉여의 편린들이 존재를 드러낸다. 그 중에서 나와 결이 맞는 잉여 파편을 찾아 그것에 나의 의도와 에너지를 편입시키면 잉여는 새로운 시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무심코 보냈던 잉여의 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가고 있던 진공의 시간에 나의 호흡을 불어 넣으면서 잉여를 느끼고 진공을 응시하는 건 흐뭇한 경험이다.

피씨를 켠다. 부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에 텍스트를 읽고 이미지를 보고 사운드를 듣는다.

그 시간이 잉여가 되고 그 시간이 진공이 되면 난 다시 멍 때리는 시간을 소환할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잉여를 통한 여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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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만화다. :: 2012/06/18 00:08

신의탑을 읽다가 느낀 점.

만화는 '칸'과 '사이'로 이뤄진다.

만화를 읽는 독자는 만화를 구성하는 수많은 '칸'들을 본다. 칸은 정지된 '상'이다. 정지된 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면서 flow를 표출하게 된다. 독자는 칸과 칸으로 이어지는 토막그림들을 보면서 칸과 칸 사이의 빈 공간을 스스로 메우면서 만화를 소비한다. 정지된 그림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상그림을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창출하면서 연속된 영상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나름 심대하다. 어디 만화만 그럴까.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만화의 '칸'과 '사이'처럼 작동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텍스트도 만화와 같다. 독자는 글자와 글자로 이어지는 토막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가상의 텍스트를 생성한다. 저자의 토막 글들과 독자가 생성하는 가상의 토막 글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연속된 스트림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독서다.

세상은 텍스트다. 세상을 구성하는 만물은 모두 텍스트이다. 사람은 칸과 칸 사이를 호흡하고 칸과 칸 사이를 걸어가면서 칸과 칸 사이에 숨겨진 코드들을 의식/무의식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사이는 일종의 진공이다. 진공은 텅 빈 공간으로 일축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진공은 우리 인지체계로 파악이 되지 않을 뿐 분명 뭔가를 함유하고 있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만물의 기본은 원자도 아니고 소립자도 아니다. 만물의 기본은 진공이다. 거대한 진공 속을 유동하는 칸들. 칸과 칸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진공은 만화 속에도, 텍스트 속에도 세상 속에도 존재한다. 진공의 색깔, 진공의 냄새, 진공의 소리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은 끊임없이 진공과 대화하고 교감할 수 밖에 없다.

만화를 읽으면서 '사이'에 집중하는 경험. 사이를 보면서 칸을 지워나가는 경험. 사이를 들으면서 칸에 둔감해지는 경험. 사이를 관찰하면서 사이의 존재감을 느낄 때 칸은 파동이 되고 사이는 입자가 된다. 입자를 파동으로 보고 파동을 입자로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만화는 칸의 구성체가 아니라 칸,사이가 모두 가시화된 구성체가 되고 칸,사이가 모두 흐릿한 구성체가 된다.

만화를 보다가 별 생각을 다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만화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매체임이 분명하다. 제약은 한계를 낳고 한계는 내공을 낳고 내공은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나 보다. 만화에 내재한 한계가 만화에 본질이 착상되는 것을 용이하게 했을 것이다. '사이'를 인지하게 해준 만화에게 감사를 느낀다. ^^




PS. 관련 포스트
신의 탑을 정주행하다
공간 지각력 = 공간 창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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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ms store

    Tracked from toms store | 2013/06/13 10:56 | DEL

    Remarkable! Its really remarkable Read & Lead - 세상은 만화다., I have got much clear idea concerning from this article.

  • new toms

    Tracked from new toms | 2013/06/13 10:56 | DEL

    Hi there I am from Australia, this time I am watching this cooking related video at this %title%, I am in fact delighted and learning more from it. Thanks for 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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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소환 :: 2011/08/26 00:06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듣던 시공간을 소환(recall)하게 된다. 음악에 얽힌 추억은 그 추억이 약동하던 시공간과 맞닿아 있기 마련이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과 시공간을 매핑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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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 2011/08/24 00:04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를 읽지는 않는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단지 책 제목만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2011.8.24)

비밀 코드를 해독할 때,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밝혀낸 만큼 비밀 코드 속으로 숨는 뭔가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진공은 무엇일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진공은 우리 인지체계로 파악이 되지 않을 뿐 분명 뭔가를 함유하고 있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만물의 기본은 원자도 아니고 소립자도 아니다. 만물의 기본은 진공이다.

원자 이하 레벨로 아무리 내려가봐야 얄미운(?) 소립자와의 기약 없는 숨바꼭질만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물의 본질은 입자를 통해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물의 본질을 파헤치려면 진공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건 과학의 영역이 아닐 수도.

글로 뭔가를 표현할 때는 표현되지 못한 뭔가가 표현된 글의 이면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건 마치 입자와 진공과의 관계와도 같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체만 실재로 판단할 뿐, 그 물체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나누는 진공의 존재를 항상 잊고 살아간다. ^^


PS. 이윤하님의 트윗 멘션

가능성이 아직 원자도 현상도 되지 않은, 슈뢰딩거의 1/2 고양이의 공간, 빛이 탄생하지 않은, 아원자의 세계. 무한하고 영원한, 없지만 있는 세계. 경계이전의 공간.

빛이 있으면 꼭 그림자가 있죠. 빛 이전의 무엇이 바로 그 '진공'의 세계겠죠? 아이슈타인이 빛보다 빨리 뛰어 빛 앞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궁금해했다는데, 리드리드님도 비슷한 생각중이시군요 ^^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2010.11.5)

무지개를 풀며
리처드 도킨스 지음, 최재천.김산하 옮김/바다출판사


서점에서 우연히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를 접하게 되었다.

Unweaving이란 단어에 눈길이 간다. 예전에 읽은 '다윈의 식탁'이란 책이 떠오른다. 위대한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생물학계의 최고 지성들이 진화론에 대해 한바탕 대 설전을 펼치게 된다는 '가상 논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학계의 거성들은 진화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를 중심으로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1주일 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강간도 적응인가?",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진화는 1백미터 경주인가, 넓이뛰기인가?",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등의 주제를 놓고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들의 이론과 자존심을 걸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선보인다.

'다윈'이란 코드를 각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unweaving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다른 결과물들에 자신만의 신념과 열정, 그리고 자존심을 듬뿍 실어 결정적인 이견이 발생할 때 격렬한 사상(?) 논쟁을 하고 있는 모습. 생물학자들은 다윈이란 성전(聖典)을 해독하고 다윈에 대한 각자의 신념을 저작하고 있으며 서로 사상이 맞지 않을 땐 격한 자존심 전쟁을 불사한다. 다윈은 가장 핫한 현대 종교다.


비밀스런 코드를 해독한다는 것.
비밀을 하나 둘 파헤쳐 가는 과정 속에서 가설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전하게 되고 그것을 코드 해독에 결부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신념은 형성되게 마련이다. 신념은 자가증식의 경향이 있어서 계속 그것을 강화시키고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수반하게 된다.

비밀코드와 신념은 공생 관계다. 바로 이 기반 위에서 종교계의 교리 싸움이 작동하고, 과학이란 또 다른 종교계의 교리 싸움이 동작한다.

해독은 신념과 만나 교리를 낳는 메커니즘이 과학에서 매우 왕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관전 포인트들이 앞으로 마구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고나 할까. ^^


PS. 관련 포스트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다윈,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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