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해당되는 글 54건

하다보니.. :: 2017/10/20 00:00

리얼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정말 엄청난 촬영 시간을 들여서 일단 거의 모든 장면들을 다 찍어 놓은 다음
나중에 그것을 다시 돌려보면서 방송에 내보낼 것만 추리는 엄청난 필터링 작업과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잘 조합해내는 편집까지..

정말 엄청난 노가다 작업이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첨부터 모든 것을 기획하고 요소들을 통제하면서 결과물을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니라
결과물을 구성할 만한 요소들을 최대한 생성한 후에
그 요소들을 보면서 될 만한, 내보낼 만한 것들을 추리고 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의도하고 싶은 것이 나중에야 드러나는 흐름..

하고 싶은 것을 처음부터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알 수도 없는, 알 필요도 없는..
그런 무기력한 기획/생산 구조라니. ㅋㅋ

하지만 그런 흐름도 나름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최초에 모든 것을 기획하고 통제하면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성장 흐름과 궤를 달리할 수 있으니까..
만들면서 새롭게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구속하면서 지켜내는 최초의 기획의도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ㅎㅎ

리얼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구조물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기획 의도가 드러나고 의도했던 결과물이 계속 변수를 머금은 채 형상을 갖춰나가는 과정..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란 말에서 무기력감을 느끼기 보단
그게 "한다"라는 것이 실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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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 2017/06/07 00:07

어떤 주제에 대해서 "모두가 ***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란 질문을 받게 될 경우, 모두가 동의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반대되는 반응을 보이기가 의외로 쉽지가 않다.

무의식적으로 '모두'라는 암묵적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편의상 '모두' 뒤에 숨는 것

그렇게 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판단을 보류시키는
내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발현되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그만큼
'모두'의 힘은 강하다.

한편으론
모두에 저항하면
모두를 거스르는 흐름을 즐기게 되면
나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내가 누군지 알게될 확률이 상승한다
나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모두 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모두 속에 갇히지 않고
모두와 내가 어떻게 다른지
내가 왜 모두를 거스르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결국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트랙 위에 올라타게 된다

모두가 갖고 있는 매력
그 매력에 거역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두를 거부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차근차근 모색하는 놀이를 즐겨야 한다.

모두의 매력이
모두를 거역하게 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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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 2017/06/05 00:05

저절로 두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정돈된 구조는 무질서한 모습으로 흘러간다,

저절로 두면
엔트로피는 그저 증가한다.

저절로의 역방향을 의도하고
저절로 두면 되기 마련인 그런 모습의 반대 양상을 이끌어 내려고 할 때
나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나의 의도는 무엇인가
나는 세상의 어떤 엔트로피 플로우에 저항하는가
내가 거스르고자 하는 엔트로피 흐름
그게 나를 누구로, 무엇으로 만들어 간다.

그런데 그 흐름이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면
그건 나의 정체성이 아닌
나의 소외

의도하지 않은 지점에서 엔트로피에 저항하고 있다면
그건 헛된 몸짓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저절로가 낫다.

나를 규정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그런 흐름과 동떨어진 곳에서 엔트로피 줄이기에 열일을 하고 있다면
그 흐름엔 제동이 걸릴 필요가 있겠다

저절로에 주목하면서
내가 바꾸고 싶은 저절로 플로우가 과연 무엇인지
그게 정말 내가 원했던 흐름인지
아니면 외부로부터의 강압인지
그걸 분별하는 눈이 생겨날 떄
세상의 수많은 저절로와 내가 규정한 안티-저절로 간의 균형이 생겨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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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 덤 뮤 직.. 나는 나구나.. :: 2017/04/07 00:07

그냥 무심코 포스트 하나를 적었다.
포스트의 제목은 '랜 덤 뮤 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2년 전에 이미 동일한 제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네..

이런..
나는 결국 나
나는 어쩔 수 없는 나구나란 걸
아래 포스트를 보면서, 2년 전과 동일한 제목의 포스팅을 하려 했던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느낀다.

나는 나다.. ㅋㅋㅋ



--------------------

랜 덤 뮤 직 :: 2015/01/30 00:00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다 보면,
자꾸 내가 선택한 음악만 반복해서 듣게 되고 그게 지겨워지는데.

그래서 새로운 노래 뭐 없나 하고 찾아보곤 하는데
딱히 잘 찾아지지도 않고.

뭐 추천 기능이 있긴 한데 그닥 맘에 들진 않고.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음악을 듣다가 지겨워질 듯 하면 그것을 재깍 인지하고
나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뭔가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 주고
그것이 적중하는지 아닌지를 민감하게 판단해서
계속 나에 대한 음악 추천 적중도를 높여 나가는 것.

그렇게 나에 대한 음악 취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난 뒤엔,
물 흐르듯 내가 원할 것 같은 음악들로 플레이 리스트를 알아서 작성해 주고
지속적으로 그것을 업데이트 하는 것.

그런 서비스가 나오면 좋을 텐데
현실은 참 답답하다.

오늘도 뮤직 사이트에서 플레이 리스트를 띄워 놓고 음악을 듣는데
영 아니다. 지겹다. 새로운 게 듣고 싶다. 근데 그게 뭔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기존의 플레이 목록을 깡그리 다 지웠다.
그리고 그냥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 놓고 듣는다.

난 음악이 좋다. 그래서 음악이 지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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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와 정체성 :: 2017/04/05 00:05

진부하다는 건 당연한 거다.

진부하다는 건 기계적으로 반복된다는 건데
그럴 수 밖에 없다.
그건 정체성에 가까운 거라서 그렇다.

'나'는 정체성과 관련한 부문에서 진부한 경향을 보인다.
변화를 주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는 영역이 있다.
그건 바로 '나'여서 그렇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의 정체성에 밀접한 부분에선 난 진부해진다.

진부하다는 걸 굳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본질은 잘 변하지 않는다.
정체성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진부함은 '나'로선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개념이다.

필연적으로
나는
진부하다.

그 진부함을 피하려 해도 결국 나의 원초적 진부함과 마주하게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어느 영역에서 진부하냐는 것이다.
내가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진부해지는가를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특히 나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진부해지는 영역..
그 지점에 나의 정체성이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진부함을 폄하하고 비웃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진부함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
평생을 공부해도 잘 알기 어려운 게 나 자신인데
나를 알게 해주는 진부함이라니.. 감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 진부함의 지점에서
새로움의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음을 감지하면 된다.

진부할수록
변하지 않을수록
그 지점을 준거로 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혁신은
항상 기준점을, 원점을 필요로 한다.
변하지 않는 게 있어야 변화를 꿈꿀 수 있고
진부함이 있어야 혁신의 탄생 근거가 생긴다.

결국 진부는 변화와 혁신을 낳는다.
선명하게 파악된 진부는 명확하게 설정된 변화와 혁신을 예고한다.

그래서 진부함이 곧 변화이고
진부함이 곧 혁신인 것이다.

진부함은 부끄럽게 여기기는 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움의 대상이어야 한다.  ㅋㅋ



PS. 관련 포스트
기억과 차이, 그리고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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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문장 :: 2017/03/24 00:04

블로그를 10년 넘게 하면서
이미 꿈을 이뤘지만 ㅎㅎ
(블로깅 10년 넘게 하는 게 꿈이었음)

하나 조그맣게 또아리를 틀게 된 꿈 하나가 더 있다.

단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

그리고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아도 매력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왜냐면

그 꿈을 향해 완보를 하는 느낌
그 느낌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렇다.

꿈은 목적지, 종착역이 아니라
꿈을 향해 산책하는 과정 그 자체니까 ㅋㅋ


단 하나의 문장
난 과연 살면서 그걸 만들어낼 수 있을까
소박하지만, 나만 적을 수 있는 그런 글
난 그걸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어도 좋은
아니 할 수 없으니까 좋은
할 수 있다면 좋은
할 수 있다는 가정 만으로도 설레는

꿈은 그런 것 아닐까
일종의 꽃놀이패
어느 쪽으로 귀결되어도 기쁜
그게 꿈이고 행복일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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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중 :: 2017/03/22 00:02

기적의 집중력
모리 겐지로 지음, 정지영 옮김/비즈니스북스

집중은 나는 누구인가를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지향하는지, 나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집중의 주체가 집중의 DNA를 구성한다.

제대로 집중한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발현하기 위해 집중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선명해지고 내가 집중하는 대상은 또 다른 내가 되어간다.

집중
객체로 빼지 말고
'나와 집중'
'나의 집중'
이렇게 발음해야 한다.

결국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대상을 향해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이 집중이니까.

살아가면서
단 한 순간이라도
집중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살아낸 것이다. ㅋㅋ



PS. 관련 포스트
집중,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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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 2017/02/10 00:00

경계라는 개념은 참 흥미롭다.

경계가 있어서 그 안에 갇히고
경계가 있어서 갇혀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계선을 넘고
경계선을 넘나들다 보면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인지하고
희미해진 경계선을 바라보며 그건 그냥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경계선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변모하게 되고

경계를 만들고
경계를 넘나들고
경계를 허물고
또 새로운 경계를 만들고
또 넘나들고
또 허물고

이렇게 반복되는 흐름 속에서
경계는 더욱 경계라는 역할에
도구적으로 충실해질 수 있게 된다.

경계라는 도구
경계라는 편의성
에 구속을 받는 동시에
그것은 도전을 받아야 한다.

구속과 도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그 속에서 경계라는 개념의 매력도는 상승한다.

경계..
오늘 나를 둘러 싼 경계는 어떤 모습인지
내가 갇혀 있는 경계선
내가 넘나드는 경계선
내가 지워나가는 경계선

그 모든 선들은
내가 누군지 편의성 있게 알려주는 정체성 포인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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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폰 :: 2016/10/26 00:06

파리바게뜨(일명 '파바')에 들어갔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줄이 길다.
할 수 없이 긴 줄 뒤에 늘어선다.

줄을 서있는 상황 속에서
문득 앞에 서있는 사람의 폰을 무심코 보게 된다.
폰에 떠 있는 바코드를 본다.
저 바코드를 카운터에 내밀면 바코드 리더기로 읽혀지겠지.

폰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뭔가 기능을 작동시키는 흐름으로 가는 듯 하다.
폰은 기능 마법사인가..

폰 안에 뜬 바코드
폰 안에는 항상 뭐가 떠 있다.
항상 뭐가 떠 있다. 항상 그걸 보니까 항상 뭔가가 떠 있다.
항상 그걸 본다면, 수시로 그걸 들여다 본다면..

그렇게 사람의 시선과 관심과 주의력을 흠뻑 흡수하고 있다면..

도대체 폰은 무엇인가.

폰은 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어떤 관계일까.
폰과 폰의 사용자를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어느 쪽의 정체성이 더 선명할까.

이미 폰에 그 사용자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면
이미 폰은 사용자 자체가 아닐까.

폰이 폰 사용자보다 더 선명한 정체성을 품고 있다면..

그 지경이 되도록
폰이 그 지경을 해내도록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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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 2016/05/09 00:09

눈에 보이는 공간을 살아가고
감각에 느껴지는 시간 속을 쫓기듯 흘러가다 보면
인간은 명시적인 공간과 시간만 현존하는 것이라 느끼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존재로서 갖춰야 할 존재의 감각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공간과, 감각기관에 선명하게 드러난 시간은
인간이 아닌 자본을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인간으로부터 최대한 이익을 추출하기 위해
공간과 시간을 최대한 자본 환원이 가능한 상태로 포장하기 마련이다.

그런 자본적 프레임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고 그 속에 젖어들다 보면
정작 인간은 자신의 프레임을 상실한 채 어디론가 어리둥절한 상태로 계속 흘러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존재감의 상실이다.
존재의 감각이 어디로 사라졌을까에 대해서 반추해봐야 한다.

존재는 의도가 있어야 존재 감각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지향하는 것이 과연 나의 것인지.
그건 내가 아닌 자본의 욕망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반드시 분석해 봐야 한다.

지금의 나.
자본에 의해 얼마나 잠식 당했는지 명징하게 이해하기 되면

나의 의도가 뭔지
그게 존재하기는 한 것인지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완전한 무지에 가까운 상태는 아닌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럼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이 얼마나 자본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의도
이해
시공간
시공간 상의 내 위치

지금 보이는 공간, 지금 느끼는 시간. 그런 건 의미가 없다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
느껴지지 않는 시간의 흐름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니, 답하지 못하더라도 그 질문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블로깅을 한다. 물리적 웹 공간이 아닌
내 마음 속에.. :)

중요한 질문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만큼
인간으로서 비참한 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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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휘발.. :: 2016/05/06 00:06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포스팅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포스팅을 하면 웹 어딘가에 내가 쓴 글이 저장되는 거라고 여겼었다.
웹에 저장소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나의 생각이 아카이빙되는 거라 짐작했었다.

글을 쓴다고
저장한다고
저장된다고
어렴풋이 감각했던
그것들이 이제 블로깅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인 지금.

흐릿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블로그라는 아카이빙 공간에서
난 뭔가를 쓰고 저장한다고 하지만
실은 어딘가에 뭔가를 저장한다는 생각만이 존재한다는 것.

나머지는 나의 의도에 연결된 부차적인 정보일 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블로깅을 하고자 하는 의도.. 그것을 발현하고 있는 것. 그 자체.

나의 의도만 명확한 것이고
나머지는 저장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아카이브란 포장을 한 허상이라는 것.

그걸 알아가는 것 같다.
10년이 되어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난 블로그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리게 되는 것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는 결국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셈이고
그런 미약한 이해 속에서 난 흐릿하게나마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직 나의 이해가 얕고 나의 정의가 투박하지만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
지금의 내 블로그는
이제 모두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고
그런 사실을 내가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인지
그리고 여전한 나의 의도

그런 것들 자체가 나의 블로그란 생각이 든다.
그럼 웹 상에서 아카이브의 형태를 띠고 존재하는 나의 블로그. 물리적 블로그.
그건 무엇일까.

그건 허상이다. 그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느 날 나의 블로그가 갑자기 송두리째 웹 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바로 내일 그럴 수 있다. 1년 후에 그럴 수 있다. 수십년 후에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

어느 경우에나
나의 블로그는 우주 속 시공간 상의 점들로 존재할 뿐
웹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내 블로그는 존재 유무가 중요하지 않다.
그건 이미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다.

존재하는 건
나의 의도, 나의 정체성에 대한 나의 이해
부족한 이해를 통해 써내려가는 나에 대한 내가 그리는 자화상
그리고 그것 모두를 품고 있는 어떤 흐름..
그게 내 블로그..

난 그걸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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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거 | 2016/05/07 1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10년 동안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6/05/07 21:10 | PERMALINK | EDIT/DEL

      아거님, 오랜만입니다. :)
      아거님같이 멋진 블로깅을 하고 싶었는데, 그냥 연명에 급급한 블로깅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처음 블로깅 시작할 때의 예상보단 꽤 오래 지속을 한 듯 합니다. 그것에 만족하려구요.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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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와 운동 :: 2016/01/29 00:09

청소하는 건 지겨운 일이다.
몸을 불편하게 움직이면서 무미건조한 행위를 반복해야 하니까.
난 청소가 싫다.

그런데..
청소를 하면서 반복하게 되는 행위.
행위 속에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를 살펴보면.

그건 현대사회에서 희소해질 수 밖에 없는
운동을 의미한다.

청소는 운동이다.

청소를 청소라 이름 붙여서 그게 지겨워진 거지
청소를 운동이라 바꿔 부르면 그건 다른 행위가 된다.

피트니스 클럽에 돈까지 갖다 바치면서 운동을 하는 세상인데.
왜 집에서 돈 한 푼 안들이고 우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청소라는 불편한 네이밍으로 폄하해야 하는 걸까.

운동인데 말이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하는 운동에 비해 하나도 꿀릴 게 없는 고급진 운동인데 말이다.

앞으로 '청소'는 내게 있어 '운동'이다.

앞으로 그걸 자주 못해서 안달이 날 게다. 나는. 아마. :)




PS. 관련 포스트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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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의 수단 :: 2016/01/25 00:05

사람은 세상을 감각기관으로 인지한다.
눈으로 형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피부로 촉감을 느낀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느끼면서 존재를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사물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느낄까.

내가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종이책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지금 마시고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내가 지금 존재하는 공간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시간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우주는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그런 존재와 사물들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그런 방식들이 다변화된 채 펼쳐지고 있는 세상만사 속에서
나는 타 존재와 사물들의 세상 인지 틀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세상을 인지하는 수많은 틀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낮은 지금.
나는 앞으로 내가 갖고 있는 틀 외의 다른 세상 인지 프레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그 이해가 성장하게 되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나는 결국 나를 알 수 있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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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지속 :: 2015/11/25 00:05

반복을 지속하면
지속을 반복하면
존재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반복 없이 존재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까
지속 없이 존재는 존재할 수 있을까

반복과 지속이 없는 존재는 뭘까

존재는 왜 반복하는 걸까
존재는 왜 지속되는 걸까
왜 존재는 계속 존재하려 하는가

존재의 동력은 뭘까

존재는 존재가 아닌 걸 확인하게 되는 순간을 두려워하는 걸까

존재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존재인가

이 모든 질문 바깥엔 누가 있는가
나는 안에 있는가

나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이런 몽롱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몽롱함은 더욱 명료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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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 2015/11/13 00:03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변지영 지음/비즈니스북스


이 책에서 매우 맘에 드는 문장이 있다.

'삶은 자신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만난 보람이 있다.

벗어나기 힘든 것을 직시하는 순간

그런 시간을 만나게 해준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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