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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과 남아있는 것 :: 2016/12/16 00:06

소설을 읽는다.
소설을 읽어나가면
읽은 분량과 읽지 않은 분량 간의 경계선이 계속 이동하게 된다.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
그 둘 간의 경계

그 경계선에서 두 영역 간의 관계가 발생한다.

내가 읽은 내용과
내가 읽지 않은 내용이
서로 대화를 한다.

내가 설치한 무대 위에서
두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는 구도

그건 내가 연출한 연극 무대

그저 소설을 읽어나가면 되는
독특한 연극 연출의 상황

두 주인공은 경계선 상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들을 인지하고 규정하게 된다.

그런 흐름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면서
나는 계속 소설읽기를 진척시킨다.

소설 읽기가 중단되면
경계선은 이동을 멈춘다.

하지만 이동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대화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는 계속 진행된다.

어디서 경계선이 형성된다고 해도 (첫문장이든, 첫장이든, 중간이든, 마지막장이든, 마지막 문장이든(
경계선은 곧 대화다.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경계선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보게 된다.

그건 소설에 적혀있는 태생적 스토리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이다.

그 세계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서인지
나는 오늘도 계속 경계선을 이동시키거나,
중단된 경계선 위에 물끄러미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내가 읽은 영역과 남아 있는 영역 간의 대화를 경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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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이야기 :: 2016/12/12 00:02

소설을 읽는다는 건 잔여 분량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첫 문장을 읽을 때
첫 장을 넘길 때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때
이야기의 흐름이 최고조에 이를 때
마지막 장을 앞두고 있을 때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소설을 읽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잔여분량은 재구성된다.

내가 소설 속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내가 읽지 않은, 남아 있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새롭게 직조된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이야기 구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작가에 의해 씌어진 것이지만
소설이 독자들의 손에 넘겨지는 순간
그 이야기는 각각의 독자들에 의해 그들만의 흐름으로 구성되고 진행된다.

남아있는 이야기.
남아있다는 그 자체가 매력적이다.

내가 읽는 소설들은
작가가 짜놓은 생성 틀 속에서 모두 각자의 태생적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고
내가 독자로서 수놓는 읽기 틀 속에서 잔여 이야기가 계속 동적으로 생성된다.

내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투입해서 읽어낸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공존할 때
나의 관심을 충분히 받은 내용도,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내용은 모두 각각의 이야기로 생성되고 흘러간다.

다 읽은 소설과 다 읽지 않은 소설. 첫 문장만 읽고 중단한 소설.  마지막 문장만 읽고 더 읽지 않은 소설.
그렇게 소설과 내가 상호작용한 방식 자체가 이야기인 것이고 내가 개입해서 내 의식 속에 명징하게 들어온 내용과 내 의식 주변을 맴돌거나 아예 의식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한 내용들은 모두 나의 개입 양상에 의해 짜여진 새로운 스토리이다.

남아있는 이야기..
그건 내가 소설을 대하는, 읽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재탄생될 수 있는 것이기에
소설을 읽는다는 건 참 매력적인 경험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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