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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왜곡 :: 2016/01/04 00:04

인사이트, 통찰의 힘
김철수 지음/비즈니스북스

이 책의 서문에 인상적인 표현이 있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컴퓨터로 구성된 사무공간
그 작은 공간에서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고
또 한 편으론 엄청난 현실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간 자체가 왜곡이 되어 있다 보니
상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상상이 자칫 궤도를 이탈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왜곡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 왜곡된 공간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세상을 근사치로 환원/압축한 모델을 구성할 수 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모델을 우리는 견지하고 살아간다.
그 모델 자체도 엄청난 왜곡일 것이다.

결국 그 왜곡 속에 기회가 존재한다.
왜곡시켜 놓았기 때문에 상상으로 인한 증폭이 가능하다.

그래서 책상에 앉는다는 게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
이제야 알겠다.

책상에 앉는 순간, 엄청난 왜곡의 장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거기서 내가 전제한 왜곡의 프레임을 잘 이해하고
그 프레임으로 뭘 상상할 건지, 뭘 바라보고 뭘 이해할 건지
왜곡 프레임이란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그 공간은 매력이 살아 숨쉬는 상상 공간이 될 것이다.

책 서문을 통해 감동을 느껴보는 것도 참 오랜 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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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28 00:08

원자가 야구장이라면 원자핵은 야구공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원자의 속은 텅 비어 있다는 거다. 그럼 왜 우리는 원자들로 구성된 각종 사물을 텅 비어 있지 않다고 느끼는가?  우리는 미시 스케일이 아닌 거시 스케일 속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미시 세계를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텅 빈 원자들로 구성된 다양한 사물들을 마음껏 투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절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고 나의 몸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비어 있는 것을 비어 있는 것으로 못 느낀다.

뇌는 항상 가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좋아라 소비하며 살아간다. 뇌는 가상 현실 속을 살아간다. 뇌 입장에서 진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라서 어쩔 수 없이 진실을 적당히 왜곡하여 소비하기 좋은 상태로 가상화한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가상의 영역을 설정하고 그 안에 안주하면서 있는 것을 왜곡해서 보는 인간 인지 능력의 한계는 한 편으론 거대한 기회를 내포한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기회이다.

왜 뇌는 가상을 좋아할까?  뇌는 뭔가에 굶주려 있기 때문이다. 마치 야구장 안에 달랑 야구공 하나가 있는 모습처럼 뇌 속은 거대한 공허로 가득 차 있다. 뇌는 그 허함을 메우기 위해 수많은 가상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는 안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뭔가를 채워 넣지 않으면 '허(虛)'를 견디지 못한다.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 그대로 살면 될 것을.. 뇌는 왜 그렇게 비어 있음을 견디지 못할까? ^^

'허(虛)'를 채우려는 욕망에서 환상은 시작된다. 허를 그냥 두지 못하고 거기에 뭔가를 채우려고 하지만 허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결국 왜곡만 비대해져 갈 뿐이다.

우주는 허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허와 원소 사이의 공간을 왜곡으로 채우는 것은 원소의 욕망일까? 허의 관용일까? ^^ 허를 허로 인정하고 허를 섣불리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려 하지 않으면 겹겹이 나를 둘러 싼 환상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 텐데. 가상의 굴레를 벗고 실체(?)를 향한 수줍은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닐까? 

나를 구성하는 것이 허이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을 구성하는 것도 허이고 나와 내 주위 사이에 존재하는 것도 허이다. 세상은 허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직시하지 못하고 그것을 대체하는 왜곡된 뭔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허는 누가 챙기는가?  아무도 챙기지 않는 허를 이젠 슬슬 챙겨주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PS. 관련 포스트
뇌 속여먹기
가상,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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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 2012/05/18 00:08

왜곡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이해하기란 어렵다. 이해의 주체인 인간 자체가 컨텍스트 덩어리라서 그렇다. 이해했다는 건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해는 대상을 '나'만의 컨텍스트로 구성된 '나' 프레임 위에 투영시키는 행위이다. '이해'란 단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뭔가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인지 오류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나를 둘러 싼 모든 것은 결국 '나'의 투영에 불과한 것이다. '나'의 투영에서의 핵심은 '나'의 인지/통찰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이겠고, 그 수준이 본질에 맞닿아 있지 않는 한 이해했다는 생각과 안도 속에는 항상 오류 작동의 가능성이 잠재한다. 이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곡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다.
기억한다는 건, 거대한 시간 프레임 상을 흘러가는 수많은 이벤트 조각들 중에 뇌 입장에서 돌출요소로 판명될만한 것들만 추려서 컴팩트하게 저장하는 행위다. 여기서 거대한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건 사실 자기기만에 가깝다.
기억이 표피적인 돌출/자극 요소에 의해서만 쌓여가고 그런 메커니즘에 인간이 함몰된다면, 인간이 돌출/자극적 기억 창출 이벤트에만 몰입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기억이 경험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기억에 의해 지배당하는 경험은 길을 잃은 것이다. 기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낚시성 컨텐츠로만 기억 창고가 채워지기 쉬워서 그렇다. 기억 컨테이너 안에 무엇을 담을 건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저장되는 것만 저장되게 내버려두면 창고엔 기만 더미가 가득 찬다. 기억되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왜곡하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다.
표현한다는 건, 대상의 수많은 사실관계 중에서 표현하는 자의 인지 체계로 접수된 극히 일부 정보만 표현하는 자의 컨텍스트 체계 안에서 충분히 왜곡된 후에 밖으로 표출됨을 의미한다. 표현은 형식지와 암묵지를 동시에 생성한다. 표현하는 자는 명쾌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표현자의 착각일 뿐, 실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기 마련이다. 표현으로 인해 심연 속을 떠다니는 모호한 암호 체계는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다. 표현은 풀어헤치는 행위가 아니다. 조금 풀어헤치고 많이 감추는 행위다. 많은 것을 감추고 적은 것을 표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곡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PS. 관련 포스트
기억, 알고리즘
컨테이너, 알고리즘
담기와 담기기
투영,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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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기분좋은밤 | 2012/05/18 23: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항상 buckshot님의 글을 읽으면 뭔가 한글 적고싶은데 다 읽고나면 글의 깊이때문에 운만띄고맙니다~
    매번 주옥같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뭔가 창조하는일을 십수년하다보니 하늘아래 새것이 없다는것을 매번느끼고
    왜곡을 하면서 먼저 만든것이 이렇게 고민했구나도 새삼느끼면서 나중엔 어떻게 기우고 붙이느냐가 관건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술한잔하고 벅샷님 블로그보다가 새 포스팅읽고 일등기념으로 올립니다!^^ 편한한 주말되십시오!

    • BlogIcon buckshot | 2012/05/19 08:53 | PERMALINK | EDIT/DEL

      많이 모자란 글에 격려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먼저 만들어진 것의 고민을 이해한 만큼 창조의 깊이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주신 것을 보면서 생각의 열쇠를 찾은 느낌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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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알고리즘 :: 2009/10/23 00:03

2년 전에 강신주님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장자] 소통의 철학 (망각+연결=소통 → 도행지이성)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40호에서 강신주님의 선물과 인간의 허위의식 아티클을 인상 깊게 보았다.  역시 이번에도 '망각'이란 키워드가 등장한다.
선물을 받고 나면 답례로 그 선물의 액면가에 대응하는 선물을 고르는 게 일상적 관례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대부분의 선물은 사실 뇌물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프랑스 현대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을 주긴 하되, 선물을 줬다는 사실을 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물을 줬다는 사실을 잊으려는 우리의 의지만이 선물을 진정한 선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선물을 주고 난 후 선물에 대한 대가를 의식하는 순간, 선물은 당초의 취지를 상실한 채 냉냉한 등가 교환 마켓플레이스 상의 상품이 되어버린다는 것. 참으로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선물은 마음과 정성을 전달하는 것이기에 주고 난 후 뭔가를 받겠다는 생각이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면 선물은 뇌물로 형질 전환이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가격, 알고리즘에서 아래와 같이 적은 바 있다.

가격은 교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세상엔 교환 가능한 것들이 많다. 만물은 점점 Commodity스럽게 변해가기 마련이니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교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교환 가치를 계산하려고 하는 행위는 너무 오버스러운 것이다. 교환하기 싫은, 교환해선 안 되는, 교환하면 가치가 변해 버리는 그런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

자본주의 플랫폼 상에선 모든 것은 교환 중력장 속에 편입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지고 모든 것이 일정한 규칙과 맥락 속에서 교환 유통되는 현실 속에서 '선물'은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뇌물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타자와의 소통 시엔,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선입견에 대한 망각을 통해 나를 비우고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관'을 만들어가야 하듯이, 타자에 대한 선물 주기는 행여나 내가 가질 수 있는 선물에 대한 대가를 망각하고 나의 욕심을 비우고 타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관계의 심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통 시에 나를 망각하는 것도 선물 줄 때 나의 기대와 욕심을 망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통 시에 나를 기억하는 것, 선물 줄 때 나의 기대/욕심을 기억하는 것은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결국, 일상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타인에 대한 선물 주기 속에는 항상 실존적 딜레마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마음 속을 흐르게 된다.

기억과 망각.
기억을 망각하고 망각을 기억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존재감을 키워가고 존재감을 지워가는 것인가 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 알고리즘
[장자] 소통의 철학 (망각+연결=소통 → 도행지이성)
http://twitter.com/ReadLead/status/5494827737
사람은 남에게 공짜로 뭔가를 주기 힘들어 한다. 상대방에게 뭔가를 줄 땐, 상대방으로부터 뭔가를 바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호혜 기대감이 무너질 때, 선심은 복수로 전환된다. http://gatorlog.com/?p=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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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cataka | 2009/10/23 09: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벅샷님의 포스팅을 읽는 순간 떠오르는 글이 있어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얼마전 성당의 주보에 실렸던 글인데 남을 위해 수많은 봉사를 한 사람들이 죽음의 순간에 불행하다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말로 시작된 글이였습니다.

    ...전략... 신문에서‘성공적 삶을 위한 몇 가지 전략’쯤으로 기억되는 기사를 읽었는데, 제 가슴을 쿵! 하고 때린 대목이 있었습니다.‘ Give and give and…’다음에 이어지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저는 또 당연히 ‘Give’라고 생각했지요. ‘끊임없이 주고 또 주어라…!’ 헌데 이어진 단어는‘Forget’이었습니다.‘ 주고 또 주고 그리고…잊어라! ’ 이보다 지혜로운 조언이 있을까요? 또, 이보다 실천하기 힘든 말이 있을까요? ...후략...

    또한 예전에 읽었던 글 중 "최고의 도움은 내가 도와주고 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리는 도움이다" 라는 글과도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말씀하신대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체득하기만 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 일조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10/24 20:14 | PERMALINK | EDIT/DEL

      cataka님,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댓글이 아니라 또 하나의 포스트를 올려주신 것 같습니다.

      망각해야 할 것을 망각하고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는 것. 이것만 잘해도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고 또 주고 그리고.. 잊어라.. 참 귀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 BlogIcon 토댁 | 2009/10/23 11: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은 소통이란 글자가 꽂힙니다.
    왜냐면...
    저와 내남자만 2박3일 어디를 갑니다.
    애들 다 떼어 두고서...

    부부 서로가 서로에게만 집중하여 더욱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배움터에 갑니다.
    거참 내남자랑 다른 외계어를 쓰고 있어서 말이죰,,쿨럭!!
    디녀와서 이야기 해 드릴꼐욤.^^

    • BlogIcon buckshot | 2009/10/24 20:15 | PERMALINK | EDIT/DEL

      와.. 넘 멋지십니다. 정말 두 분께 아주 귀한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소통이란 주제는 평생을 두고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멋진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

  • BlogIcon 가이아 | 2009/10/23 13: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글을 읽으니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납니다. 기호학적 입장에서 자본주의를 정의하면: http://blog.naver.com/gaia92/120068516162

    • BlogIcon buckshot | 2009/10/24 20:20 | PERMALINK | EDIT/DEL

      가이아님, 귀한 글 링크 걸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 곱씹어 읽어 보게 되네요...

      자본주의가 관계 중간에 돈을 삽입하고 어느 순간 돈이 의미를 앗아가고 돈의 영향권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을 돈의 시각으로 균질화시키는 소외 과정은 지금 이 순간도 거대함을 더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돌연변이 기호 왜곡의 소외 현상을 직시만 할 수 있어도 좋겠습니다. 참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가르르 | 2009/10/26 03: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몇 년전, 학교에서 강신주 교수님의 교양 강의를 "장자..." 를 교재로 들었는데
    이 블로그에서 다시 이름을 뵙게되니 신기하네요..^^
    과문한탓에 당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가곤 했는데...^^

    선물과 망각, 소통과 기억에 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0/26 09:03 | PERMALINK | EDIT/DEL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란 책을 인상깊게 보았던 것이 포스팅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 BlogIcon mahabanya | 2009/12/28 16: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레퍼러로 네이버 메인이 자꾸 떠서 오픈캐스트 레퍼러를 따라가 봤더니 벅샷님^^;;
    감사합니다^^v

    주고나서는 잊기. 받고 나서는 잊지 않기.
    쉬운 듯 하지만 이게 '자본주의'에서는 orz
    주고나서 잊어도 곤란한 경우가 생기고, 받고 나서 잊지 않는 것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세상 만사 쉬운 일이 없지만 참...아..어...거시기합니다;ㅂ;

    • BlogIcon buckshot | 2009/12/29 08:52 | PERMALINK | EDIT/DEL

      오픈캐스트에 마하반야님글을 링크하는 것은 저의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허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

      말씀하신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망각의 미덕을 실천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억의 굴레라는 것이 인간 조건인 듯 싶어요. 그 디폴트 세팅과도 같은 굴레로부터 약간이나마 거리감을 유지하고픈 소망이 제게 있나 봅니다. 앞으로 계속 배워가며 살고 싶습니다. 마하반야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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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잠, 알고리즘 :: 2009/06/10 00:00

거잠(巨潛): 거대한 잠복


egoing님의 트위터에서 아래 문구를 인용해 본다.
시간의 물적 기반은 기억이다. 기억의 밀도가 낮아지면 시간의 밀도도 낮아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라진다. 비행기에서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맥락에 의해 경험이 쌓이고 왜곡되면서 기억이 형성된다. 기억은 과거 데이터의 단순 호출이 아니다. 현재/미래에 대한 믿음/예상을 반영한 과거의 재구성이다. 특정 과거시점을 어떤 시점, 어떤 맥락에서 회상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이 형성된다. 기억은 항상 시간과 함께 흘러가면서 맥락의 역동을 반영하면서 진동한다. 기억이 계속 인공적으로 재구성된다는 건 기억과 맞닿아 있는 시간도 인위적으로 재창조됨을 의미한다. 시간은 우주의 무한성을 불편해 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물이다.  시간은 지각과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모든 외부 자극을 충만하게 느끼고 반응하면 시간은 천천히 가는 것이고, 외부 자극에 대한 무의식/기계적 반응 메커니즘이 일상화될 경우, 시간은 빠르게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의 속도는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가 유입되는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을 수록 시간은 더디게 간다. 뇌가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감정을 갖고 주의를(attention)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를 호기심으로 가득 채우고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공급해 줄 수 있다면 노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 많으면 감정을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고 감정은 주의를 낳고 주의는 묵직한 시간의 밀도와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



대흠님의 네버엔딩스토리에서 아래 문구를 인용해 본다.

요즘 '내조의 여왕'이란 드라마에서 윤상현이 이 노래를 말 그대로 부활(?)을 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 노래에 빠지고 있다. 좋은 노래다.


기억에서 잊혀졌던 과거 속의 노래가 어떤 계기를 맞아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거대한 노래 아카이브 속에서 잠을 쿨쿨 자던 노래가 마법과도 같은 주문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시간 속에 묻혀 지내고 있던 아카이브 속 정보들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할 것이다.  음악, 책, 영화, 신문, 드라마, ....  흘러간 시간과 기억은 항상 주위를 맴돌고 표류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복은 약한 연결을 의미한다. 컨텐츠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단절되지 않고 흐릿하게나마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촉발작용에 의해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호기심이 많으면 감정을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고 감정은 주의를 낳고 주의는 기억/시간을 낳고 기억/시간은 거대한 잠재적 표류를 형성하게 된다. 컨텐츠 잠복 플랫폼에 호기심/감정/주의라는 촉매를 주입하면, 컨텐츠 아카이브 속에서 잠자고 있던 그 무엇은 새로운 의미를 띠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

개인 관점에서도 거대한 아카이브가 존재한다. 인간 자체가 거대한 아카이브이고, 인간이 생성해 내는 다양한 컨텐츠가 아카이브다.  내 개인적 관점에서도 잠복 플랫폼은 이미 존재한다.  Read & Lead 블로그는 2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600개를 상회하는 포스트가 쌓여 있다. 이걸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꺼내는가에 따라 다양한 의식화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buckshot ReadLead / buckshot

최근, 그 작업을 트위터로 살짝 해보고 있다.  2년 전 오늘의 포스트, 1년 전 오늘의 포스트, 6개월 전 오늘의 포스트, 1개월 전 오늘의 포스트를 트위터에 올린다. 과거 포스트를 올리면서 그 당시 생각을 회상하고 왜곡하고 재구성한다. 트위터를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만의 유니크한 용법은 거대한 잠복을 깨우는 플랫폼으로써의 트위터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깨우는 것이다. 내 안에 잠복하고 있는 거대한 무엇인가를 깨우는 것이다.

나는 웹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 알고리즘
검색, 알고리즘
리더십은 직원들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우는 것이다.
나는 I Like Chopin을 좋아한다.
시간,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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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ooo | 2009/06/10 11: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도 저에게 화두를 던져주시는군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6/10 20:09 | PERMALINK | EDIT/DEL

      '거대한 잠복'이란 주제는 앞으로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엘민 | 2009/06/10 11: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에 기억은 사라지는게 아니라 묻혀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그 기억이 살아나는 일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그런고로 뇌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함으로써 그 가능성의 한계를 넓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들곤 하는데, 제겐 독서과 블로깅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문득 드는 생각을 정리하여 웹상에 기록에 놓는 것도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어, 생각을 올릴려고 노력하지만 처음 시작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벅샷님같이 내공이 느껴지는 포스팅을 참 좋아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0 20:15 | PERMALINK | EDIT/DEL

      저도 엘민님과 거의 똑같은 생각입니다. 독서와 블로깅을 통해 생각을 생성하고 웹에 기록하는 DB 구축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작업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에서 오늘 포스팅을 했습니다. 아직 내공은 많이 약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댓글 주시고 힘을 주시는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

  • mari | 2009/06/10 13: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항상 교과서 처럼 벅샷님의 블로그에 들리면서 많이 많이 배웁니다. 오늘도 참 감동적인 포스트네요.. 컨텐츠를 많이 가진 회사의 기획자로서.. 컨텐츠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정말 멋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10 20:16 | PERMALINK | EDIT/DEL

      거대한 잠복 플랫폼 속에서 생각하고 글을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또 생각하고.. 이런 순환고리를 그려가는 생활이 참 즐겁습니다. 많이 부족한데도 mari님께서 격려해 주시니 넘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

  • BlogIcon 맑은독백 | 2009/06/11 11: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억과 시간의 밀도..
    거대한 잠복..

    나는 웹이다..
    아 오늘도 벅샷님 블로그에서
    기나긴 생각의 고리를 잡고 갑니다..
    저도 지난 아카이브를 어떻게 다시금 수면위로 올릴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1 19:55 | PERMALINK | EDIT/DEL

      맑은독백님과 전 아무래도 코드가 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

  • BlogIcon 모노피스 | 2009/06/11 14: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씀 잘 읽었습니다. 아카이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섦이 눈에 콕 들어왔습니다. ㅎㅎ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공부를 하게 되네요...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1 19:56 | PERMALINK | EDIT/DEL

      아직 많이 모자란 저이지만 모노피스님께서 격려해 주셔서 힘이 납니다. 계속 공부하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김형규 | 2009/06/11 22: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지난 몇 년동안 최면에 대해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면 상태에서, 사실은 고도의 몰입된 상태와 같은 상태에서 사람들은 정말 잊었던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뇌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뇌 세포의 단위인 뉴런은 가소성을 이야기 합니다. 이 가소성은 말랑말랑한 고무 찰흙처럼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형이 가능해서 기억도 말씀처럼 변경의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주제의 글 흥미롭게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06:20 | PERMALINK | EDIT/DEL

      최면과 몰입. 앞으로 서로 연관시키면서 공부를 해나가고 싶네요. 김형규님께서 저에게 중요한 키워드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제게 가장 값진 선물은 키워드 선물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 BlogIcon ego2sm | 2009/06/12 18: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나는 웹이다'란 마지막 문장이 왜 전 찡할까요...
    가끔 전 검색해서 제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 때마다 그냥 깜짝 깜짝 놀라며 '내가 나를 깨우는 구나' 싶기도하고...
    여러가지로 공감이 많이 가는 포스트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23:10 | PERMALINK | EDIT/DEL

      아.. 짧지만 힘을 준 문장이었는데 에고이즘님께서 알아주시네요.. 넘 고마워요. ^^

      아~ 저도 검색을 통해 제 포스트에 들어가면서 제 스스로를 깨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에고이즘님 댓글은 항상 저에게 큰 격려가 되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여~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6/30 16: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동안 릴레이 응답하느라 정신없었고, 근래는 일에 치여 살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오늘에게 이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시간의 물적 기반은 기억이다. 기억의 밀도가 낮아지면 시간의 밀도도 낮아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라진다.
    시간은 객관적으로 흐르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인식의 폭을 넓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I'm web.

    멋지십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30 23:06 | PERMALINK | EDIT/DEL

      "시간의 물적 기반은 기억이다. 기억의 밀도가 낮아지면 시간의 밀도도 낮아진다." egoing님의 명문입니다. 저는 그걸 인용했을 뿐이구요. ^^

      그냥 웹처럼 느끼고 웹처럼 살고 싶은 생각에 좀 무리한 표현을 했습니당~ 요번 릴레이에 고무풍선기린님 라인의 거대한 네트워킹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번 릴레이 흥행의 절반은 고무풍선기린님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습니다.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01 0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buckshot님의 하부 조직이므로
    무효... ^^;;

    • BlogIcon buckshot | 2009/07/01 08:17 | PERMALINK | EDIT/DEL

      상부보다 하부의 가치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는데 피라미드 네트워크의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찌질이 상부고 고무풍선기린님은 거대한 하부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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