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37건

질문을 받는 힘 :: 2018/05/07 00:07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경식 옮김/비즈니스북스

거대 플랫폼은
무수히 많은 질문을 수용하는 플랫폼이다.

무지막지하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각종 질의들..
어떤 플랫폼은 그걸 검색이란 필터로 받아내고
어떤 플랫폼은 그걸 소셜네트웍이란 필터로 받아내고
어떤 플랫폼은 그걸 상거래란 필터로 받아내고
어떤 플랫폼은 그걸 디바이스란 필터로 받아낸다.

여튼 거대 플랫폼은 거대한 질문이 꿈틀대는 공간이다.

질문이 모이면 그 힘은 막대해진다.

질문만한 에너지도 없다.
질문 에너지가 모여들고 파워를 생성하는
질문 발전소

이건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를 둘러 싼 질문이 도대체 몇 개인가?
하나도 없는가?  그렇다면 전력은 0이다.

무수히 많은가?  단지 많은 게 아니라 그 질문이 계속 에너지 형태로 순환하는가?
그렇다면 인간도 질문 발전소의 위상에 이를 수 있다.

한 인간이
거대한 플랫폼의 아성에
감히 도전할 수 있다.

질문을 받는 힘이 커지고 또 커진다면
받는 힘..  그것만큼 큰 힘이 또 어디 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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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Black Ager | 2018/05/07 0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도 감탄하고 갑니다! 따님은 이제 어린이 아니시겠죠? ㅎㅎ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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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 :: 2017/07/24 00:04

사진 찍을 때 말고
그냥 일상 속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포즈
어떤 포즈를 취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포즈가 어떤 마음 흐름을 낳는지

포즈를 취한다는 건
사진 외의 영역에서 오히려 파워풀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을텐데

사진 잘 찍히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마음 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포즈

그걸 의도하게 되면
포즈 드리븐 에너지 생성이 가능하겠다

포즈는 취하는 것이고
취함은 얻음이니
포즈를 취한다는 건 포즈와 연결될 수 있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얻으려 하는 행위

포즈를 취한다
포토제닉한 사진 말고..
무엇을 위한 포즈를 취할 것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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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감 :: 2016/09/28 00:08

시간의 흐름은 자로 잰 듯 흘러가지 않는다.

어떨 때는 억울할 정도로 시간이 훅 날라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좀처럼 흘러가지 않는 시간 속에서 극대화된 공간감을 맛보기도 한다.

공간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는 황당할 정도로 공간이 훅 바뀌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상황에선, 공간이 얼음처럼 멈춰버린 채 타임 익스프레스를 타고 질주하듯 시간이 훅 날라간 경험을 하기도.

순간은 시간적 개념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강력한 공간감으로 인해 순간이란 개념이 생겨난 것 같기도.

'순간'이란 인식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상황.

눈을 깜박이는 사이.
사물과 현상에 주어진 극소의 시간적 길이. 극대의 공간적 부피.

사물과 현상은 그저 흘러갈 뿐인데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서 사물과 현상에 렌즈를 갖다 대고 집중하게 되면
순간을 인식하게 된다.

입체로 구성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점과도 같은 상황을 맞이하면
순간감이 생성된다.

순간감이 결과가 아닌
원인 쪽에 포지셔닝하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순간감을 느끼는 케이스는 많지 않으니 말이다.
의식적으로 컨셉을 담아 순간감을 생성한다면
일상은 뭉개진 입체적 시공간과 한 점의 시공간이 리드미컬하게 리믹스된
멋진 플로우적 신세계로 변주될 수 있겠다.

순간감.

이 단어를 잊지만 않고 있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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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화 :: 2016/08/24 00:04

이미 주어진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임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것.
그건 분명 '합리화'로 규정될 수 있는 것.

그런데 생각을 좀 해보면
합리화는 꽤 매력적인 사고 흐름일 수도 있겠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간다.
뭐가 맞는 것인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 예측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철저히 논리적인 흐름을 따라 가장 최적의 길을 최고의 정확도로 설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유연함이 정확도를, 합리화의 스킬과 열정이 결과를 낳는 최적의 길일 수 있다.
이미 주어진 것들, 구속의 틀로 다가오는 압박을 오히려 즐겨낼 수 있다면..

합리화의 프레임을 일시적으로 미봉책 정도의 느낌이 아니라
거기에 강렬한 의도를 더하고 에너지를 부여해서
제대로 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선택을 연결시킨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우발'. '우연'의 에너지.
우연과 우발에 대응하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는 '유연'일 것이다.

합리화, 유연에 에너지가 더해지면
그 응축된 연합세력이 스스로 논리를 구축하게 되고
그렇게 우발적으로 형성된 논리는 그 어떤 과학적, 전략적, 논리적 사고 판단의 흐름도 압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연출할 수 있다.

합리화..  대단히 매력적인 스킬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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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 :: 2016/05/13 00:03

입자가 만물을 구성한다면
입자는 물질이기만 한 것일까

생각은 입자가 아닌지
생각이 입자라면, 형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인지

형태를 물질적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면
나의 생각은 어떤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나의 생각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나의 몸을 구성하는 입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의 생각 흐름이 하나의 소설이라면
내 몸의 흐름이 또 하나의 소설이라면
그 두 소설을 연작소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작가적 관점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는지

그렇다면
내 생각의 건강과
내 몸의 건강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내 마음의 병과
내 몸의 질환 사이엔 어떤 긴장이 존재하는지

나를 구성하는 형태적, 비형태적 입자들을
모두 망라하고 포괄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나의 의식은 어디까지로 규정될 수 있는지
내 의식이 흘러갈 때 내 몸은 어떻게 공명하는지

이런 질문들이 내 안에서 생성될 때
내 안에선 어떤 변화가 시작되는 건지

이 모든 것이 궁금하고
이것들은 모두 답변되기 어려운 미지의 비밀과도 같은 신비함으로
오늘 이 순간에도
내일 어떤 순간에도
과거의 어떤 시점에도
우아하게 스며든 채
그렇게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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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 2014/08/11 00:01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홀름 프리베 지음, 배명자 옮김/비즈니스북스


손자병법 허실편과 병세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夫兵形象水, 水之形避高而趨下, 兵之形, 避實而擊虛, 水因地而制流 兵敵而制勝. 군대의 형세는 물의 형상을 닮아야 한다. 물의 형세는 높은 곳을 피하여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간다. 군대의 형세도 적의 강점을 피하고 적의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 물이 땅의 형태에 따라 자연스런 흐름을 만들듯이 군대 또한 적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승리를 만든다. [from 虛實(허실)편]

故善戰人之勢, 如轉圓石於千之山者,
. 전쟁을 잘하는 사람의 싸움의 세는 마치 둥근 돌을 천 길이 되는 급경사의 산에서 굴러 내려가게 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곧 세다. [from 兵勢(병세)편]

거운 바위를 낑낑거리며 들어올릴 때는 Strength를 사용하는 것이며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에서 굴리는 것은 Force(勢,세)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모든 것은 시간,공간,인간이 만들어내는 조합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속을 살아간다.
나는 어떤 타이밍에 어느 곳에 있을 것인가?

조급하게 일을 벌이면 쓸데 없는 일을 난사하게 되고.
서둘러서 어디론가 가고자 하면 엉뚱한 곳에 내동댕이쳐진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정지.
기다림.
뭔가 무기력이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정지와 기다림은 고도의 포지셔닝 전략을 품고 있는 단어들이다.

언제 멈추고 언제 움직일 것인가?
어느 타이밍까지 기다릴 것인가?

형세를 판단하고
바위를 가장 역동적으로 굴릴 수 있는 지점과 타이밍을 정의한 것.

정지와 기다림.
강력한 에너지 축적을 위한 정지, 거대한 에너지 분출을 위한 기다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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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ndy | 2014/08/12 22: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에너지 축적임을 믿고 더디고 느린 듯 멈춘 듯하여도 그 분출을 위한 기다림을 하면 좋을텐데....정말 탁월하신 글 앞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제 실체로 인하여 반성되고 숙연해지네요;; strength and force!! 명심하겠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4/08/13 22:04 | PERMALINK | EDIT/DEL

      아닙니다. 웬디님께서 저보다 훨씬 더 에너지 응축을 잘 하고 계실거에요. 아무래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보다 말이 앞서는 경향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거라서요. 글을 적는 만큼 부담도 커지는 듯 합니다. ^^ ㅠ.ㅠ

  • rodge | 2014/08/18 12: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처음 부분을 읽다가...어? 벌써 년말인가? 했습니다. ^^;
    어릴때 만화로 손자병법을 본 이후, 저 문구 때문에 멋지다며,
    매년 손자병법을 다시 정독해야지 다짐했는데...ㅠㅠ

    • BlogIcon buckshot | 2014/08/18 19:53 | PERMALINK | EDIT/DEL

      앗, 제가 혼선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
      손자병법을 정독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부 문구라도 계속 떠올리면서 자세를 가다듬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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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의 잠재 :: 2014/04/21 00:01

루틴이란 무엇인가?

루틴에서 연상되는 의미는 일상, 반복, 지루이다. 
반복되는 지루함.
그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용과 무용 관점에서 루틴을 생각해 보면 의미가 명확해진다.
무용(?)한 것들이 많아야 유용의 의미가 생생해진다.  쓸모 있는 것들만 향유하고 싶어하지만, 실은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이  쓸모 있음을 가능케 한다. 쓸모 없음이 쓸모의 원천이다.

반복과 새로움은 동전의 양면이다. 반복이 싫다는 건 새로움을 갈망한다는 것인데, 반복에서 벗어나고 싶을 수록 반복의 감미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이 깊이를 더해갈수록 반복에 대한 반작용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반복의 기반이 탄탄하게 구축될 때 새로움의 탄생이 용이해진다. 문제는 반복이 새로움을 잉태시키는 생성판임에도 불구하고 반복에서 단지 벗어나고자 하는 단순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

반복을 벗어남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새로움을 끊임없이 암시하고 가이드해주는 멘토라고 여겨야 한다. 혁신은 반복에서 쌓인 에너지를 먹고 살아간다. 반복과 지루함이 뿜어내는 세. 그것이 자연스럽게 창의와 혁신으로 이어지는 흐름. 주파수를 반복 자체에 맞추지 말고 반복과 반복 사이에 잠재하는 에너지에 민감해져야 한다.

존재 못지 않은 극적 매력을 갖고 있는 '잠재'. 

루틴 속에서 지루해하면 루틴의 진가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뭔가 고정된 기반이 있어야 그 기반 위에 뭔가를 세울 수 있다. 루틴은 일종의 지반이다.  혁신의 기저엔 반복이 잠재한다. 반복의 지속에 설레일 수 있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반복이 흐르는 것.

안정은 변화의 시작점, 지루함은 재미의 원천.

루틴의 잠재. 그것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과 그것에 둔감한 것 간의 간극.

나를 휘감고 있는 루틴을 얼마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가.
루틴의 잠재를 존재로 여기고 대화할 수 있는가.
루틴에서 발산되는 에너지.  그걸 에너지로 인지할 수 있고 그 에너지를 계속 흡입할 수 있으면 된다. ^^




PS. 관련 포스트
잡 크래프팅
루틴,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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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 2013/07/12 00:02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앤서니 그랜트 & 앨리슨 리 지음, 정지현 옮김/비즈니스북스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강력한 것 중의 하나는 '감사'이다.

뭔가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능력이다.

감사의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의 에너지원을 가동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이고, 감사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삶의 명확한 지향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수시로 감사할 수 있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원리를 총체적으로 통찰하고 있음이다.

언제나 감사할 수 있다는 것
삶의 순간들이 흘러가는 경로에서 감사가 생성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면, 흘러가는 시간들의 의미를 날카롭게 채취하면서 감사의 건수를 떠올리게 된다. 감정이 제멋대로 날뛰기 보다는 잘 정돈된 감사의 패턴에 길들여진 채 감사 친화적인 감정 양태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기존의 1차원적인 감정들을 지긋이 눌러주면서 고차원적 감정 진화의 행보가 시작된다. 감사에 기반한 감정 곡선. 원시시대 친화적인 생존지향적 감정 모드에서 진일보한 감정 시스템으로의 진입.

무엇에나 감사할 수 있다는 것
기쁨,슬픔,분노,우울,쾌락,수치 등의 다양한 감정 반응들이 한낱 유아적이고 치기 어린 시스템에 불과하고 그것을 응시하면서 가만히 아기 이름 부르듯 불러주면 감정은 순하고 어리버리한 양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면 무엇에나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을 아기 다루듯 할 수 있게 되면 어떠한 경우에 직면하더라도 감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좀처럼 감사하지 못한다는 건, 아기와도 같은 감정에 휘둘리는 완전 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아기 다루듯 하지 못하는 한 평생을 '완전 아기'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감사는 선택이라기 보다는 필수에 가까운 덕목이다. 감사하는 역량이 떨어지면 결국 불평,불만,불안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기 쉬우니 말이다. 뭐, 감사 이외의 강력한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으면 다행이겠으나 감사하지 못하는 자가 과연 다른 유형의 삶의 태도에서 어떤 강력함을 보일 지는 살짝 미지수이겠다.

일단 '감사'라는 단어에 관심부터 가져야 한다. 관심을 쎄게 가져야 '감사'에 대한 프레임이 생겨나고 '감사' 관점에서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감사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거나 글로 적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블로그에 감사를 제목으로 한 포스트를 올리는 것. 삶을 대하는 강력한 태도를 체화시키는 중요한 의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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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타자 :: 2013/04/17 00:07

글쓰기는 일종의 배설이다. 블로깅을 통한 글쓰기를 6년 넘게 하다 보니 배설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배설한 글이 단지 나의 글이 아닌 나로부터 탄생한 새로운 생명체가 아닐까?"란 생각도 가끔 드는 것 같다. 사실 사람의 몸으로부터 나온 배설물은 이미 사람과는 다른 궤를 가는 것이니 나로부터 나온 글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또 하나의 주체이자 또 다른 객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배설은 뭔가를 버리면서 나를 바꿔 나가는 행위이다. 나는 배설한 만큼 변화한다.  

내가 배설한 글은 배설 당시만큼은 분명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그 생각은 배설과 함께 나로부터 분리가 된 것이다. 즉, 글을 적을 당시의 내 생각이 A라고 해도 그 글 자체가 갖고 있는 다중성 때문에 배설된 글은 시간이 흘렀을 때 A 자체가 아닌 확장된 A로 변모할 수도 있고 A와는 사뭇 다른 양상의 B로 변신할 수도 있다. 일단 내 손에서 떠난 글은 나의 온전한 통제권 안에 있지 않으므로 더 이상 내가 그 글의 온전한 주인이라고 보긴 어렵다. 내 안의 생각과 배설된 생각은 분명 다른 상황에 놓인 다른 존재이다.

1년 전에 배설한 글을 읽을 때의 느낌은 참 묘하다. 1년이 지난 시점의 '나'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 변화를 거쳤고 1년 전에 배설된 그 글도 1년이 지나면서 나름의 숙성과정을 거쳤다. 처음에 내 안에서 하나인 듯 뭉개져 있던 두 존재가 어느 순간 분리의 과정을 거치고 1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발생하는 흐뭇한 반가움과 묘한 긴장감. 일종의 배설된 타자와의 재회를 경험하는 순간.

배설 타자는 1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일종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나도 1년의 시간을 겪으면서 나름의 생각 진화를 했고. 나는 배설 타자와를 1년 만에 다시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 동안에 바뀐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대화를 전개한다.  그렇게 하는 과정 속에서 1년 전의 생각은 1년 후의 배설타자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고 1년 전의 생각은 배설타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흐름 속에서 나와 배설타자는 모종의 동료 의식을 갖고 서로를 바라보다 다시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된다. 2년 후든 5년 후든 10년 후든 나는 배설타자와 다시 만날 것이고 그 때 우리는 서로 축적한 경험을 조곤조곤 나누게 될 것이다.

블로깅을 하면서 수많은 생각을 배설하고 그 배설물들이 웹 상을 유영하면서 배설 타자로 살아가고 그 중의 일부는 나를 찾아와 나와 대화하고 나는 그 배설 타자의 생각을 흡입하고. 이는 일종의 생각 에너지 순환인 셈이다. 블로깅을 하면서 생각 에너지를 순환시키고 그 순환의 흐름 속에서 나를 살찌우는 셀프 러닝 과정을 지속적으로 밟아나가는 이 느낌이 참 좋다. ^^





PS. 관련 포스트
정보 배설
생태계에 대한 환상
가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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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ms sale

    Tracked from toms sale | 2013/06/13 10:49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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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과 수용 :: 2013/03/18 00:08

우린 뭔가를 소망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한다.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고 향상된 실력으로 그것을 얻기를 갈망한다. 뭔가를 바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멋지다. 하지만, 노력/실력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운빨로 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노력하면 그만큼 성과가 나오는 분야는, 아주 쉽다. 내가 원하는 만큼 노력하면 결과가 나오므로 나는 내가 노력한 만큼 얻게 된다. 결과가 너무 자명하므로 결과가 나의 노력을 말해주는 것이고 나는 결과를 보면서 나의 노력의 크기를 알 수 있게 된다. 결과를 놓고 고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며, 오로지 그런 결과를 낳은 나의 노력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평가하면 된다. 아주 쉬운 게임이다.

노력/실력으로 되기 보다 운빨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 역시 아주 쉽다. 내가 원한다고,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노력을 아무리 많이 해도 운빨이 없어서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과와 노력 간의 상관관계가 희박하다 보니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에 대해 나를 칭찬하거나 꾸짖기가 어렵다. 역시 결과를 놓고 고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며, 오로지 그런 결과를 나은 운빨의 힘을 인정하고 운빨의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역시 아주 쉬운 게임이다.

노력/실력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나의 노력과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하고, 운빨로 되는 것에 대해선 운빨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노력/실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인데 운빨을 논하고
운빨로 되는 것인데 노력/실력을 운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노력/실력과 운빨의 작용 정도가 명확하게 갈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둘 중에 무엇이 더 강하게 작용하게 되는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감을 가져갈 수 있다. 운빨의 영역에선 철저하게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걸 잘 못하면 쓸데없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묵직한 선물로 받게 되고, 그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일삼게 된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진다. 복잡도가 높아진다는 건 노력/실력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운빨로 되는 것의 비중이 올라감을 의미한다. 운빨의 영역이 확장될 수록 세상을 살아가는 각 개인들의 수용성이 중요해진다. 운빨로 되는 것에 대해 쓸데 없는 미련을 갖고 자신이나 남을 탓하는 것은 부질 없는 행위다. 운빨의 영역에선 받아들이는 능력이 삶의 품질을 좌우한다.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얼마나 운빨의 힘을 인정하는가에 의해 삶에 대응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삶의 효율이 증대된다. 운빨의 영역에서 에너지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가급적 에너지를 노력/실력의 영역에 집중시켜야 한다. 노력/실력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그 영역에서 놀게 해야 한다.

운빨의 세력이 거대해질수록, 노력/실력의 영역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그곳만 찾아 다니며 그곳에서만 주로 활동할 수 있는 예리함을 견지해야 한다. 운빨의 영역에 어쩔 수 없이 놓이게 된다면 그곳에선 최대한 쿨하게 살아야 한다. 결과에 대해 딴지를 걸지 않는 쿨함. 운빨의 영역에서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덕목이다.  운빨에 불평/불만으로 맞서지 말고 수용력으로 맞서자. ^^





PS. 관련 포스트
강남스타일, 바이러스
직관해도 될 것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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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ndy | 2013/03/24 23: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결과에 대해 딴지를 걸지 않는 쿨함", "운빨 수용력"
    격하게 즉각적인 공감과 깨달음을 얻어갑니다! ^^ Read & Lead '어록집' 내지는 '용어집'을 내심이 어떨지...(강추 ㅎㅎ) 후훗^^. 묵혀왓던 꿈(?)을 거창하게 '도전'이라 표현하며 꿈틀대고 있는데, 노력/실력 및 운빨에 대한 분별의 기준을 제시해주시니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매우 참고가 됩니다. 역시, 미소가 지어지네요!

    • BlogIcon buckshot | 2013/03/25 09:50 | PERMALINK | EDIT/DEL

      '운'만 제대로 이해해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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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무상, 새옹지마, 시지프스의 신화 :: 2012/07/30 00:00

인생무상, 새옹지마, 시지프스의 신화..
뭔가 무기력하고 허망하고 부질없음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무상에서 강한 긍정의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다.
새옹지마에서 역동하는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창조의 에너지를 배울 수 있다.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일생이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간다는 의미다. 이는 헤라클레이스토스가 말한 만물유전(Everything Flows)와 일맥상통한다.  만물이 흘러간다는 것은 너무도 투명한 현실에 대한 판단이다. 그게 왜 덧없고 부질없음의 무기력감으로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만물의 본질이 '흐름'과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인생무상이란 단어에서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이 무상함을 인정하면 인생의 무상함에 대응하는 올바른 자세가 형성된다. 세상에 대한 고정된 상, 고정된 기대, 고정된 사고, 고정된 행동을 버리고 유연한 세계관, 나와 세상에 대한 유연한 기대, 유연한 사고, 유연한 행동을 습관화시킬 수 있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에 집중할 때 '인생무상'은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한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옛날 중국 북쪽 변방 사는 노인 기르던 오랑캐 으로 달아나 낙심하였는데, 얼마 준마 데리고 와서 노인 좋아하였다. 이후 노인 아들 말을 타다가 에서 떨어져 절름발이 되어 다시 낙담하지만, 때문 아들 전쟁 나가지 않고 목숨 구하게 되어 노인 다시 기뻐하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이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단기적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닥 의미가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새옹지마'도 은근 무기력함과 대충 살아도 됨을 내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옹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은 삶의 진리에 가까운 깨달음이다. 성공이 실패의 원인이 되고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단편적 인과 관계가 영속할 것이라 착각하지 말라는 교훈의 긍정적 에너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인과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어떤 인과라도 기회와 위기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기정지세를 새옹지마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시지프스의 신화
신의 권위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무거운 돌덩이를 산꼭대기로 끝없이 굴려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자의 에피소드에서 참 지겹고 힘들겠다란 느낌을 받고 거기서 일보도 전진하지 못한다면 시지프스의 신화가 주는 중요한 배움거리를 외면하는 것이다. 시지프스는 엄청난 양의 위치/운동 에너지를 생성하는 역동적 활동을 영원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역동적 에너지 창조의 화신. 그게 시지프스의 정체성이다. 시지프스의 신화를 떠올릴 때마다 에너지 창조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인생무상. 인생의 역동성은 새옹과 시지프스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했고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인생 통찰 수업을 받고 있다. 인생이 무상해서 나는 즐겁다. ^^





PS. 관련 포스트
생성과 소멸
시지프스의 링 - 영속발전의 플랫폼 (發展 & 發電) ::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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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분 :: 2012/06/29 00:09

존 맥스웰 리더의 조건 
존 맥스웰 지음, 전형철 옮김/비즈니스북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에 어떤 식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냐는 것이다.
다음의 지시사항을 따르면 도움이 될 것이다. 
1. 집중력의 70%는 장점에 둔다.
2. 집중력의 25%는 새로운 일에 둔다.
3. 집중력의 5%는 자신의 약점에 둔다.


난 위의 배분율 자체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꼭 그렇게 해야 유능한 리더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위에 규정된 배분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배분을 하는 습관 자체를 들이는 것이다. 뭔가를 배분한다는 것은 시간을 투자하는 대상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 중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작업을 일상화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규정하지 않으면 배분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듯이 아무런 앵글 없이 결과를 수동적으로 맞이하게 된다.

저자 맥스웰은 시간 배분의 비중을 '장점>새로운일>약점'으로 배정했으나 그건 맥스웰의 방식일 뿐이다. 그걸 어설프게 따라해선 안된다. 누군가가 자신 만의 배경,성품,경험을 통해 체득한 방식을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방식인 양 따라 해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좀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배움을 가져가야 한다. 저자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나에게도 동일한 의미와 비중으로 중요함을 띠게 될 것이라고 믿을 필요는 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나의 시간 배분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는 나 자신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인 것이다. 내가 시간을 투여하는 대상들의 리스트를 잘 추출하고 그것 들 중에서 내가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할 것들을 스스로 규정하는 것.

이 책의 일부 문구를 통해 '배분'이란 단어를 좀더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와 독자 간의 관계에 있어서 독자가 저자의 텍스트 중에서 어느 레벨까지 배움으로 수용하고 어느 레벨은 수용을 보류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도 보다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뭔가를 리스트업하고 그 중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중요한 것에 대한 시간투자 비중을 정하는 것. 삶의 앵글을 선명하게 가져가기 위한 중요한 선행 작업이다. '배분'하고 또 '배분'하자. ^^



PS. 관련 포스트
리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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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0:50 | DEL

    When I saw this site Read & Lead - 배분 having remarkable featured YouTube movies, I decided to watch out these all movies.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2/06/29 0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유명한 기독교계 '리더십 코치' 잔-씨-맥스웰 님이군요! 복음을 전해야 할 목사가 왜 이런 걸로나 떴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동기부여 장르를 읽을 때 가장 짜증나는 대목이 별 시덥잖은 주제를 가지고 모두가 따라야 한다는 듯한 룰을 제시하는 경우인데, 벅샷님의 이번 포스팅에서 왠지 그런 맥락의 갈등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와는 친분이 있으시더라도 최소한 저 목사님은 멀리 하시는게... ^^; 농담이구요~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요!

    (센스 있게 맞팔해주신 거 감사 인사 드리기도 전에 팔로우 한도 초과로 계정 급정지당했었답니다. 지금은 복구됐지만 정말 WTF이었어요. ㅎㅎ 역시 벅샷님 짱이구요,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2/06/30 11:29 | PERMALINK | EDIT/DEL

      예, '룰'을 어설프게 제시하고 그 '룰'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모습은 경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올려주신 글들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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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 2012/04/27 00:07

많은 것들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이동한다.  그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너도 나도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적응'이란 단어의 위상은 예전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모두가 고속 주행하고 있을 때 아무리 빠르게 달린다 한들 티가 나기란 매우 어렵다. 절벽으로 돌진하는 레밍들의 무리 속에서 유니크한 레밍의 모습을 찾기 어렵듯이. 거대한 commodity 군상들의 돌진 속에서 쉽게 차별화될 수 있으려면?  여기서 차별화의 의미는 남을 앞선다는 관점 보다는 내가 나 스스로를 알아본다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떼소비를 즐길 때, 차별화된 소비를 하면 그것으로 나를 식별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의 나는 내가 거부한 me-too의 합이다. 남들이 다 소비하는 것 중에 내가 소비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나를 강력하게 규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모든 상품/서비스는 그 안에 특유의 논리를 담고 있다.  특정 상품/서비스가 대유행되고 있을 때 그 상품/서비스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상품/서비스에 내재된 특유의 논리와 심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고속,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 자신을 식별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모두가 움직이고 있을 때 나만 멈춰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모두가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를 하고 있을 때 나 혼자 블로깅을 하고 있다면 그건 충분한 식별 요건이 된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나 혼자 피쳐폰을 당당히 사용하는 것도 분명한 자신 만의 스탠스 선언에 해당한다. 중요한 건 어떤 희소한 공간에 내가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느냐이다.

한 자리에 계속 머문다는 것은 에너지의 축적이다. 한 자리에서 뭔가를 계속한다는 것을 적응력의 부족이나 일상의 지루함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변하기 마련이다. 한 자리에 머무는 이유를 잘 정의하는 순간, 속절없는 변화의 허상은 더욱 명확해지고 commodity화 되어가는 밋밋한 인간 군상들의 무리 속에서 내가 나를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식별자를 획득하게 된다.

블로깅의 인기가 시들해진 지금, 오히려 블로깅은 내게 더욱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이 자리에 여전히 남아 즐기는 블로깅은 예전보다 더욱 분명하게 나 자신이 식별되는 가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나는 오늘도 제자리에 머무르며 커피향 가득한 블로깅을 통해 나 자신을 또렷이 식별한다.

변화 속에서 무엇이 변화에서 뒤쳐지고 있는지, 고속 플로우 속에서 무엇이 저속 또는 정지 상태에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무턱대고 변화하고 무작정 빨리 달려가는 레밍 플랫폼 속에서 나 자신을 식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변화와 속도는 항상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메세지를 외면하고 변화와 속도 자체에만 매달리면 절벽으로 질주하는 레밍과 똑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



PS. 관련 포스트
변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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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하는가? :: 2012/03/09 00:09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8.0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자리에 앉아 계신 분께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란 책을 읽고 계시길래 살짝 훔쳐 보았다.
곁눈질하면서 보다 보니 책 내용을 읽기 보다는 흥미로운 단어 2개가 눈에 띄었다.
협상.. 그리고 감정.. ^^

의사결정은 이성보다 감정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성은 결코 감정의 상위 개념이 아니다.  감정은 이성의 기저에서 이성을 좌지우지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은 감정이 이미 내린 결정을 이성이 뒷북 치듯이 수습하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잘 포장해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한 인간은 그가 표출하고 응축하는 감정의 합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그가 산출한 감정으로 규정된다. 감정은 인간의 아이덴티티를 직조한다. 좋아하는 것은 대개 강점으로 연결되고 싫어하는 것은 대개 약점으로 연결된다. 의사결정은 대개 좋아하는 것과 강점에 기반한 모습으로 내려지기 쉽고, 싫어하는 것과 약점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내려지기 쉽다.

협상은 의사결정자와 의사결정자 간의 대화이다. 서로 각자가 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양 쪽이 원하는 결론이 상충되거나 어긋나기 일쑤이고 그것을 푸는 과정에선 필히 상대방의 감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사결정에 감정은 반드시 개입된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논리적으로만 협상을 이끌어가려고 하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협상은 논리와 논리 간의 교섭이라기 보다는 감정과 감정 간의 통신이라고 봐야 한다. 협상은 감정 터치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방법론을 고민하기 전에 '원한다'의 의미를 먼저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원한다'는 것은 감정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뭔가를 원한다는 것은 뭔가에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단 원함의 기저에 감정이 도사리고 있음에 주목해야서 한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란 책을 곁눈질하면서 얻게 된 질문,
'왜 원하는가?' '무엇이 나의 원함을 자극하는가?'

원함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들여다 보자.
원하는 것을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 원하는 것 중의 일부는 쓰잘머리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원함의 노하우를 키울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감정과 마찬가지로 원함도 역시 관찰과 응시의 영역인 것이다.  세상에 관찰에 당해낼 장사는 없다. 응시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 활동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감정,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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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1:19 | DEL

    Hello, I log on to your blogs daily Read & Lead -. Your writing style is witty, keep up the good work!

  • toms shoes

    Tracked from toms shoes | 2013/06/13 11:19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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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고구마77 | 2012/03/09 12: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하용조 목사님의 설교중에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었슴다
    '집착'하는 행동의 기저에 깔린 감정이 '결핍'이라는 얘기였어요.
    어찌보면 원한다는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집착이라는 행동으로 표출되는것인데
    그런면에서 원한다는 감정이란 결핍감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3/10 11:16 | PERMALINK | EDIT/DEL

      결국 내 감정과 의도의 근원을 추적하다 보면 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덕분에 오늘도 중요한 배움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PS. 오늘 알려주신 '결핍'이란 단어를 태그에 추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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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에너지 관리 :: 2011/09/16 00:06

조직은 에너지가 순환하는 시스템이다.

조직 내에 불안 에너지가 유통될 수도 있고 생산 에너지가 흘러 다닐 수도  있다.

조직은 생존을 지향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안을 생성하게 된다.

리더십은 불안에 대한 대응력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불안을 그대로 포워드하거나 심지어 증폭시키는 것은 리더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리더는 '불안' 에너지를 '생산'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리더십은 일종의 에너지 관리다.  ^^



PS. 관련 포스트
존재와 불안
의도
가치 생태계
[허준-동의보감-신형장부도] 기는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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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1/09/16 18: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리더다우신 안목이신 것 같아요... ㅎ buckshot님 추석 평안히 보내셨지요? 저는 오늘 '신검'을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나라는 조직의 점점 커져가는 불안을 어떻게 생산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예요. 행복하고 풍성한 가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1/09/17 19:33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추석 잘 보내셨죠? ^^ 저도 잘 보냈습니다~ 신검을 받으실 수 있는 젊음이 부럽습니다. 불안과 생산 사이를 절묘한 균형감으로 곡예하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BlogIcon 똥꼬아빠 | 2011/09/18 16: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간에 대한 평등과 성과에 대한 차등! 받는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무척이나 껄쩍찌근합니다.
    짧은글 한참 보았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09/18 19:48 | PERMALINK | EDIT/DEL

      헉. 내일 포스트가 평가에 대한 얘긴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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