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에 해당되는 글 10건

지난시간들 :: 2019/04/12 00:02

지난 시간들이 하나 둘 살아나게 되면
어느덧 그 시간 속에 들어가 그 시간을 살게 된다. 짧게라도.
그렇게 과거 속으로 여행자가 되어 그 시간을 살아가던 내 자신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그 시간을 되새긴다.
당시엔 모르고 넘어갔던 것들을 팩트 기반으로 재인식하게 되고 달라진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지난 시간들을 복기하고 있는 나는 말 그대로 시간 여행자..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으며 유영하듯 난 시간여행을 한다.
그렇게 여행하는 나. 마흔을 넘어 쉰이 된 나.
50이 된 나.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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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복싱 경기 :: 2017/11/10 00:00

80년대 복싱경기를 유튜브로 본다.

그 옛날 치열했던 복싱 강자들 간의 자존심을 건 격전들 속에서 그 옛날을 살던 내 자신의 흔적을 느낀다.  그 시간을 살았던 나. 내가 보았던 복싱 경기들. 그 당시에 그것들은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그 당시 그것들은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 당시에 그것 말고 다른 것을 봤더라면, 다른 것을 했더라면 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유튜브로 80년대 복싱경기를 보다가 유튜브가 추천하는 유사 컨텐츠의 스트리밍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유튜브는 계속 그 당시 내가 경험했을 법한, 경험하지 않았어도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계속 들이댄다. 그게 나의 취향 선상을 넘나들며 부드럽게 제안해 들어오기에 부담없이 계속 클릭이 이어지면서 스트리밍은 계속된다.

스트리밍의 지속..

중간에 끊기가 애매할 정도로 컨텐츠 제안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렇게 유튜브에게 통제당하는 동시에 난 80년대로 시간 이동을 한 셈이고 그렇게 이동된 시간은 나에게 훈훈한 온기 아닌 온기 속에서, 아련한 추억 아닌 추억 속에서 당시의 나를 재현해 낸다.

80년대 복싱경기는 다름 아닌 80년대의 나를 소환하는 일종의 주문과도 같은 도구.

그 도구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면서 난 언제든 원하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 덕분에..

유튜브는 타임머신인가?

80년대 복싱경기 동영상 스트리밍 속을 헤매며 난 유튜브 타임머신의 영향력 지수를 계속 높여주고 있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는 유튜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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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 2017/04/19 00:00

문학동네 86호 (2016년 봄)
2016년 봄을 머금고 있는 문학동네

문학동네 86호를 통해
난 2016년 봄을 읽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이지만
문학동네 86호는
2016년 봄을 생생하게 살려낸 채
내 앞으로 이동시켜 놓는다.

그렇게 현현(顯現)되어 나타난 2016년의 봄
기적과도 같은 시간들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나는 지금 문학동네 86호를 읽고 있다.
지금은 2016년의 어느 봄날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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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 2017/01/02 00:02

2017년 새해를 맞이하는 첫 번째 포스트이다.

2017년의 첫 번째 포스트를 적으면서 생각은 문득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던 시점을 향한다.

내 블로그의 최초 포스트는 바로 아래 글이다.

나는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2006년 12월4일)


처음 뭔가를 시작할 때는 강한 필요와 동기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처음에 가졌던 동기와 이유는 점점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목적 자체를 잊어 버리고 행위 자체에만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된다.  블로깅을 시작한지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초심을 되짚어 보고 초심을 되찾거나 초심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나의 최초 포스트를 다시 읽어 보면서 나의 첫 마음과 대화를 나눠 본다.

기원을 방문하고 기원과 대화하는 행위 속에서 나는 뿌리를 확인한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내 블로깅의 기원은 2006년 12월이다. 기원으로 돌아가 앞으로의 블로깅을 위한 에너지를 얻는 오늘이 즐겁다.  블로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행하게 된 행복의 의식(ritual)인 셈이다.

기원은 미래이다. 나는 매년 최초 포스팅을 통해 미래를 방문한다. 나의 블로그 기원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욱 먼 미래가 되어갈 것이고, 난 그렇게 멀어져 가는 나만의 미래를 서슴없이 찾아 나서는 설레임 가득한 여행자인 것이다. 그 미래는 과거의 특정 시점에 고정되어 있으면서도 내가 방문할 때마다 특유의 색깔과 향기를 발산하는 변화무쌍한 시공간 상의 점이고 선이며 면인 동시에 소중한 입체가 되어준다. 난 과거를 미래로 변주하고 미래를 과거로 조형하는 시공간 공작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인간을 빠른 속도로 소외시켜 나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렇게 지극히 소박한 놀이를 지속해 나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새해의 나와
2017년 새해의 내가
대화를 한다.

10년 전의 나: 어떻게 10년 간 지속했어?
지금의 나: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다 보니까 10년 동안 흘러왔네 그려. ㅎㅎ
10년 전의 나: 10년 해보니까 어때?
지금의 나: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하면 할 수록 모르겠어.
10년 전의 나: 재미있네.
지금의 나: ㅎㅎ

시간 여행, 공간 여행..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여기 블로그에선. :)




PS. 관련 포스
기쁜 존재 (2016.1.1)
소박한 놀이 (2015.1.1)
나만의 미래 (2014.1.1)
행복의 의식 (2013.1.2)
내 블로깅의 처음을 방문하다. (2012.1.2)
뿌리를 확인하는 의식 (2011.1.3)
첨맘, 알고리즘 (2010.1.1)
기원, 알고리즘 (2009.1.2)
Machiavelli for Our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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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 :: 2016/09/09 00:09

돈을 쓰고
비행기나 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은 너무 협소하게 정의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여행 중이다.

한 자리에 앉아서 여행을 한다.
공간은 고정되어 있다.
여행의 기본 전제 조건인 공간 이동이란 개념을 일단 허물어 놓고 여행을 시작한다.

공간 이동이 아니라
시간 이동을 한다. 나는 지금 여기서.

공간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나는 시간을 이동한다.

시간 이동은 타임머신 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이동은 타인이 정의해 놓은 프레임 속에서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가 시간이동의 요건과 양태를 정의하면 된다.
시간은 그런 것이다. 누가 정의해 주는 것이 아닌
바로 내가 느끼고 내가 살아나가는 흐름이 시간이다.

내가 정의한 시간이라면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움직일 수 있다.

나는 지금 2016년을 살고 있고
시간적 위치를 옮겨 본다. 2016년에서 2006년으로..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던 그 지점으로..
2006년 9월의 나.  블로깅을 시작하기 전의 나.

그 시절의 나를 찾아가서 말을 걸어본다.
지금의, 2016년의 나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냐고..

2006년으로 이동해서 2016년의 나를 예상해 본다.
과연 나는 10년 후의 나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었을까.

2006년의 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섣불리 하지 못한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보니 예측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잠깐 생각을 해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2006년의 나는 지금 시간 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10년 후인 2016년으로 날아가서 그 지점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2006년의 나를 바라보면서
2016년의 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2006년의 나는, 그 시절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2006년의 내가 내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2016년의 내가 2006년의 마음을 먼저 맞춰보고 싶어졌다.

분명한 건..
난 이런 식의 여행을 20년 전에 꿈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2016년의 나는, 10년이 지난 2006년의 나는
알지 못할 설레임에 빠져 뭔가를 적고 싶은 기운을 끊임없이 느끼고 있었고
그 기운은  결국 우리 둘을 서로 만나게 했고
둘은 대화를 하게 되었고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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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콘 :: 2015/04/13 00:03

어느 날 TV 리모콘을 잃어버렸다.

도저히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리모콘 없이 TV를 켜고 리모콘 없이 채널을 돌리게 되었다.

정말 불편하다.
이젠 TV 채널을 함부로 돌릴 수가 없다.
한 번 선택한 채널을 뚝심 있게 봐야 한다. 채널 한 번 바꾸려면 너무 번거로우니까.

리모콘이 없으니까 리모컨으로 TV를 보는 게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알게 된다.
채널을 휙휙 돌리기 어렵게 되다 보니 TV를 시청하는 방식이 20~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다.

그렇게 몇 주의 시간이 흘러갔다.

이젠 리모콘이 더 이상 그립지 않다.
80~90년대 스타일로 TV를 본다. 그 경험. 은근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리모콘을 찾게 된다면
아마 새로운 세상을 접한 듯한 경험의 변화를 맛보게 될 것이다.
순식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20~30년을 훌쩍 뛰어넘게 되겠지

문명의 이기가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 있는 상황 속에서
때로는 하나 정도 선택해서 그것을 생활 속에서 지우는 놀이를 해보면
매우 제한적이긴 하나 제법 생생한 타임슬립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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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이다. :: 2013/08/19 00:09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어느 결정적 순간에 변화를 가하고 그 변화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참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매력적 환상이 아닐 수 없다.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되는 지점으로 돌아가서 그 곳의 결을 바꾼다니 말이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또한,
과거로 돌아가 과거 상황을 변형시키는 기적과도 같은 행위를
현실적인 방법으로 소화해 보면 얼마나 신선하고 재미있을까?

음..
이렇게 가정을 해보자.
현재를 과거(A)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을 현재(B)라고 설정해 보자. 그리고 A 시점에서 갈림길을 맞이하게 될 때, 그것이 B 시점의 내 모습을 일정 부분 형성하게 될 것임을 잘 인지하고 A 시점에서의 내 행동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으로 이끌어 보자.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로부터 과거를 찾아온 시간여행자의 태도를 습득해 보자.  

이건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어쩌면 이게 보다 유효한 현실인지도 모른다. 현재에 모든 의미가 숨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를 그냥 흘러가는 가벼운 시간 정도로 치부하고 그것을 어리버리 흘려 보내는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면 현재에 부여한 의미의 희박함으로 인해 결국 시간의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는 안타까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현재란 단어에는 수만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과거'이다. 현재는 과거이다. 현재를 과거로 규정하는 순간, 나는 현재라는 급류 속을 휘말리며 살아가는 무기력한 로봇이 아닌 미래의 어느 순간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과거로 사뿐 내려 앉은 시간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를 과거로 규정한다는 것은 미래 어느 시점의 나의 모습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내가 경험해 온 시간의 궤적을 통찰하면서 향후의 내 모습을 프로젝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를 과거로 정의하는 순간, 나는 전혀 다른 맥락 속을 살아가는 존재로 심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여행이란,
'현재'를 얼마나 의미 있게 바라보고 '현재'에 어느 정도까지의 기적을 부여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경험의 깊이가 좌우되는 놀이인 것 같다. '현재'를 다루는 능력이 시간여행의 양상을 정의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세상은 나눠지는 것이겠고.

현재를 과거로 간주하고 미래로부터의 과거 여행을 즐겨보자. 이렇게 설레는 여행이 또 어디 있을까? 이런 여행을 수시로 즐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를 그저 화살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시간의 흐름 정도로 간주하고 현재를 대하는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얼마나 서글픈 것일까?

현재는 과거이다.
미래는 현재이다.
그리고 나는 미래로부터 과거로 훅 날아온 시간여행자이다.
이건 상상도 설정도 아닌 마법과도 같은 '사실' 그 자체이다. ^^



PS. 관련 포스트
현재는 행복이다.
시간 속의 나
역주행을 통한 시간놀이
쓰기, 잊기, 읽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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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이현석 | 2013/08/19 01: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로부터 과거를 찾아온 시간여행자의 태도. 미래의 자서전이나 미래의 이력서를 오늘 쓰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볼 수 있겠지요? 예전에 생각은 해봤지만 실천은 못했었는데, buckshot님 덕분에 다시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8/19 09:37 | PERMALINK | EDIT/DEL

      기억 뿐만 아니라 시간도 끊임없는 편집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기억편집, 시간편집은 인간의 평생 놀이감인 것 같아요. ^^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8/19 09: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많네요. 1,2년 전만 하더라도 매사에 시간이 아까워 발을 동동 구르고 머리속과 뱃속을 터질듯이 채우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요즘은 또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시간을 아깝게 날려 보낼 때가 많은데요, 이러한 시간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마음가짐에 대해 한번 언급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8/19 09:52 | PERMALINK | EDIT/DEL

      일상 속 시간, 일상을 벗어난 시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균형점을 지속적으로 튜닝해나가는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고 양 쪽의 균형이 잘 잡힐 수도 있고 다양한 양태를 보이게 될 것 같은데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시간은 의미있게 흘러가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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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을 통한 시간놀이 :: 2013/07/17 00:07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간다. 시간은 뒤로 흘러가지 않는다.

'신의탑'이란 만화 때문에 정주행을 몸소 실천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주행을 마치고 나니까 많은 분량을 한꺼번에 읽는 재미는 사라지게 되었고 이젠 매주 월요일에 업데이트되는 작은 분량의 만화를 읽고 아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한참 정주행의 드라이브감을 느끼던 시절이 그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역주행을 시도하게 되었다. 만화를 거꾸로 보는 것이다. 1회,2회,3회,,, 가 아닌 79회, 78회, 77회,, 이런 식으로..  그렇게 읽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함을 느낀다. 자꾸 과거를 변형시키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예전에 읽은 내용이니 어렴풋이 이전 장면이 잔상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77회 이전에 탄생한 바 있는 76회의 스토리를 내 맘대로 변형시켜 보는 만화 조작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내 맘대로 스토리를 변형시키다 보면 어느새 만화는 저자가 깔아놓은 궤도를 저만치 이탈하면서 안드로메다를 향한 장정을 시작하게 된다. 역주행을 하면서 과거를 변형시키는 작업을 하다 보면 현재까지 바뀌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토리라인이 붕괴되면서 어느덧 만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더 이상 만화를 저자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닫힌 스토리라인이 아닌 독자가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오픈된 다차원 스토리 큐브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내맡긴 채 시간의 횡포 속에서 무기력하게 이리저리 휩쓸리는 삶은 그닥 재미가 없다. 나를 일종의 만화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현재의 나를 만화 99회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98회, 97회, 96회,, 이런 식으로 역주행을 해보자. 그러다가 나름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되는 X회에서 멈춰보자. 그리고 그 상황에서 X회의 만화 내용을 수정해 보자. 그리고 나서 다시 현재로 복귀하면 현재의 나는 X회에서 변형을 가한 '역주행 & 편집' 놀이에 의해 살짝 영향을(?) 받게 된다. 즉,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지난 회의 만화들을 쭉 리뷰하면서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 X회를 수정하고 그를 통해 현재의 나를 재구성하는 놀이를 시도하는 것이다. '나'라는 대본, '나'라는 만화는, 한 번 그리기 시작하면 특정 경로를 이탈하지 못하고 단선적인 행로의 제약에 갇히기 쉽다. 그런 무기력한 존재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즐거운 다차원 일탈 놀이의 주인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란 반문도 가능하지만, 이런 놀이를 직접 해보면 이게 개소리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뇌는 그렇게 스마트하지 않아서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주입하면 처음엔 저항을 하다가도 어느덧 그 상상의 매력에 도취되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병신 같은 상태에 스스로 빠져드는 나약한 판단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뇌의 병맛 판단력에 수시로 휘둘리면서 정작 나를 설레게 할 수 있는 이런 스펙타클한 놀이를 왜 주저해야 하는가? ^^

나는 한 편의 영화이고 만화이고 대본이다.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은 시간과 대화하고 공간과 협의하면서 수시로 진동에 진동을 거듭하고 유동에 유동을 반복한다. 우리 뇌에 집요하게 주입되고 있는 단선적 시간의 흐름. 그건 굴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변혁의 놀이를 시도하는 것은 유전자가 리드하는 로봇과도 같은 인간 삶에 있어 싱그러운 돌파구를 열어가는 행위이다. 신의탑을 정주행하다가 문득 역주행을 하게 되었고 역주행을 하다가 문득 배움이 생겼다. 시간을 살아가는 것은 시간에 휩쓸리지 않고 시간을 갖고 노는 것이라는 걸. 시간을 갖고 논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나의 취향대로 설계하고 편집하는 흥겨운 놀이들의 축적이고 그것들이 축적되면서 현재의 나, 과거의 나, 미래의 나는 끊임없이 서로 대화하고 협의하는 '시간 희롱'의 희열을 맞보게 된다는 것을..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간다. 시간은 뒤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을 갖고 놀 수가 있다. 왜? 뇌가 병신이라서. ^^





PS. 관련 포스트
점, 선, 면, 입체, 그리고..
쓰기, 잊기, 읽기, 그리고..
시간 속의 나
역산, 알고리즘
신의 탑을 정주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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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7/17 09: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스스로 생각했을 때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이렇게 정리된 글로 보니 새롭게 다가오네요.

  • rodge | 2013/07/22 16: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에 한번 벅샷님 블로그 정주행 했던때가 생각나네요.
    마치 시를 읽는 듯한 함축적이고 통찰력 가득한 문장들속에 넋을 잃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블로그 역주행까진 필요없겠죠? ㅋㅋ

    • BlogIcon buckshot | 2013/07/22 19:29 | PERMALINK | EDIT/DEL

      헉. 정주행만으로도 넘 감사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정주행이라니요..

      너무 과하게 시간을 내주셔서 읽어주시니 그저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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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의 나 :: 2012/11/19 00:09

SF 영화에선, 주인공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일을 변형시키고 그것이 현재에도 영향을 주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흔하게 발생한다.

그런 사건을 '나'를 중심으로 상상해 보면 어떨까?

나는 과거 어느 순간의 나를 방문한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관찰하고 과거의 나의 행동을 쭉 따라가다가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서 과거의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을 지우고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과거의 나에게 주입한다. 과거의 나는 기존에 입력되어 있던 패턴 체계에 입각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 셈이고 그 행동을 통해 과거의 나는 패턴에 의해 예상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면서 새로운 패턴을 몸에 익히게 되고 그렇게 익히게 된 패턴은 기존의 나를 새로운 나로 바꾼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나는 현재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과거의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을 살짝 접으면 만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출퇴근을 위해 지나다니는 길에서도 내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도 내가 종종 가는 이마트 매장에서도 내가 가끔 가는 영화관에서도 내가 가끔 지나다니는 도심의 한복판에서도 가능하다. 나는 시공간 속에 좌표를 찍으면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존재이고 내가 궤적을 남겼던 공간을 다시 곱씹으면서 과거의 나의 행보를 리뷰할 수 있고 미래의 나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 과거,현재,미래의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에 의해 소환이 가능하고 거기에 나의 의도를 심어 재구성까지도 시도할 수 있다.

공간 속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일직선 상을 질주하는 단방향 경로로만 이해하지 말고 얼마든지 구부러지고 휘어질 수 있는 유연한 입체 구조라고 생각해 보자. 내가 경험했던 10년 전의 시공간을 휘발된 무엇으로 생각하지 말고 항상 내 옆에 존재하고 내가 소환시켜 주길 기다리고 있는 나의 그림자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과거의 나, 미래의 나를 수시로 만나서 대화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나'라는 패턴 집합에 새로운 패턴을 더할 수 있게 하는 identity growth platform이라고 생각해 보자.

과거의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을 복원하고 그 안에 스며있는 의미를 해석하고 필요하면 그것을 변주시키는 과정 속에서 과거의 나를 다시 직조해 보자. 또한, 이대로 패턴이 진행될 경우 예상되는 미래의 나를 직접 찾아가서 만나고 미래의 나와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미래의 나를 새로운 형태로 축조해 보자. 현재의 나는 할 일이 많다. 그저 현재라고 명명되는 순간의 흐름 속을 무뇌아처럼 흘러가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과거의 나와 만나고 미래의 나를 방문하는 접속감을 지속하면서 '나'를 변주하고 '나'를 구성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나로 인해 시공간은 다시 변형되는 그런 순환의 장.

나의 블로그는 내게 있어서 일종의 시간여행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나는 블로깅을 통해 과거의 나와 만나고 미래의 나와 만난다. 블로그는 나를 현재의 나에 머물지 않게 하고 과거,현재,미래가 한데 모여서 서로 대화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반응을 끌어내는 me-communication 시공간이다. 블로깅을 통한 시간여행과 그를 통한 나의 과거,미래,현재의 변화를 즐기는 모습. 인지하면 인지할수록 참으로 매력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



PS. 관련 포스트
쓰기, 잊기, 읽기, 그리고..
시간,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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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2/11/19 18: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벅샷님, 본문과는 상관 없지만 궁금했었는데요, 페북은 안 하시는 건가요~?

    • BlogIcon buckshot | 2012/11/19 19:47 | PERMALINK | EDIT/DEL

      예, 페북을 할까 고민한 적은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블로그와 트위터만 하는 것이 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페북은 안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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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잊기, 읽기, 그리고.. :: 2012/08/20 00:00

나는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 바로 글을 발행하지 않고 1개월 후 예약발행을 걸어놓는다.

그리고 나서 그 글을 잊는다.

1개월 후 예약발행된 글이 실제 발행되었을 때 그 글을 다시 읽어본다.

어찌 보면 1개월 전에 올린 포스트를 다시 읽어보는 것과 그닥 다를 게 없는데

이상하게도 1개월 후에 발행된 글을 읽을 때의 기분은 묘하다.

현재의 내가 1개월 전의 나를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과거의 내가 1개월 후의 나를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미래로 타임슬립한 느낌과 과거로 타임슬립한 느낌이 묘하게 중첩되는 듯한.

시간을 여행한다는 것. SF나 판타지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망각했던 나를, 망각했던 나의 생각을 이동된, 시공간 좌표 상에서 다시 만나는 것.

뭔가를 쓴다는 것은 나의 분신을 생성하는 것.

쓴 것을 잊는 것은 나의 분신을 어딘가에 송신하는 것.

쓰고 잊은 것을 읽는 것은 송신했던 나의 분신을 수신하는 것.

쓰고 잊고 읽다 보면 시간여행의 메커니즘을 살포시 엿보게 된다. ^^



PS. 관련 포스트
점, 선, 면, 입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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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2/08/20 10: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변화에 민감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예약' 기능을 써본지가 오래된 것 같네요.
    '쓰고 잊는다'는 행위를 매일 하고 있지만, 블로그를 통해 재확인하는 과정은 즐거운 것 같습니다.
    원노트에 잠들어 있던 글들을 하나씩 꺼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8/20 21:56 | PERMALINK | EDIT/DEL

      자신과의 대화에 블로그만큼 좋은 툴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하면 할수록 그 맛을 느끼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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