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해당되는 글 11건

유리 :: 2019/03/01 00:01

유리는 고체처럼 보인다.
그냥 그 자리에 그 형태로 그대로 존재하는 듯이 보인다.

수십억년이 지나면 어떨게 될까
유리가 엄청나게 긴 시간이 지난 후 흘러 내린다면

내가 살아가는 시간대는 과연 어느 정도의 사이즈인 건가
유리가 엄연히 흘러내리는 존재인데
내가 너무도 짧은 시간대 밖에 커버하지 못하는 관계로 유리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거라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인지...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이란 과연 어느 정도의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

유리와 나

그 구도 속에서 '나'란 존재는
순간처럼 나타났다 섬광처럼 사라지는 존재..

번쩍?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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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 2016/10/12 00:02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북라이프


이 책의 첫 문장이 대단히 흥미롭다.

바다에 최초의 원시 생물이 생겨난 뒤로 족히 35억년이 흐른 어느 7월의 토요일 늦은 저녁,..





그렇다.
오늘은 그냥 오늘이 아니다.
과거의 어느 날로부터 **의 시간이 흐른 그런 날이다.

시간 좌표 상의 한 점.
그 점에 위치한다는 것.

시간의 흐름 속을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수식할 수 있는 문장은 무한대가 될 것이다.

지금은 1392년 조선 건국으로부터 624년이 지난 10월의 어느 수요일 새벽이다.
이 날은 1392년으로부터 어떻게 흘러 흘러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나는 1392년엔 어떤 존재였고, 지금까지 어떤 시간의 흐름을 살아왔을까.
오늘은 624년 전의 어떤 변수의 영향을 받고 있을까. 또 오늘은 624년 전의 어느 상황을 투영하고 있을까. 오늘이 624년 전의 어느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을까.

오늘이 얼마나 많은 수식어로 규정될수 있는지 뜬금없이 인식하게 되는 지금 이 순간.
오늘의 의미가, 오늘에 이르게 했던 과거 시간의 흐름이, 오늘로부터 시작될 미래 시간의 흐름이..

오늘이, 지금이, 시간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걸 눈치채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감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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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감 :: 2016/09/28 00:08

시간의 흐름은 자로 잰 듯 흘러가지 않는다.

어떨 때는 억울할 정도로 시간이 훅 날라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좀처럼 흘러가지 않는 시간 속에서 극대화된 공간감을 맛보기도 한다.

공간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는 황당할 정도로 공간이 훅 바뀌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상황에선, 공간이 얼음처럼 멈춰버린 채 타임 익스프레스를 타고 질주하듯 시간이 훅 날라간 경험을 하기도.

순간은 시간적 개념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강력한 공간감으로 인해 순간이란 개념이 생겨난 것 같기도.

'순간'이란 인식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상황.

눈을 깜박이는 사이.
사물과 현상에 주어진 극소의 시간적 길이. 극대의 공간적 부피.

사물과 현상은 그저 흘러갈 뿐인데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서 사물과 현상에 렌즈를 갖다 대고 집중하게 되면
순간을 인식하게 된다.

입체로 구성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점과도 같은 상황을 맞이하면
순간감이 생성된다.

순간감이 결과가 아닌
원인 쪽에 포지셔닝하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순간감을 느끼는 케이스는 많지 않으니 말이다.
의식적으로 컨셉을 담아 순간감을 생성한다면
일상은 뭉개진 입체적 시공간과 한 점의 시공간이 리드미컬하게 리믹스된
멋진 플로우적 신세계로 변주될 수 있겠다.

순간감.

이 단어를 잊지만 않고 있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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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태깅 :: 2014/06/27 00:07

생각에 태깅을 하는 놀이를 즐긴다.
그 놀이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포스팅에 즉흥성이 부여되기 시작했다.

예전엔 포스팅을 하려면 어느 정도 각을 잡고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그것이 가능했는데
생각에 태그 키워드를 부여하고 태그 키워드의 군 속에서 생각을 유영시키는 놀이를 하다 보니
어떤 태그 키워드가 생각회로에 착상되었을 때 그 키워드가 다른 키워드와 부드럽게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문장으로 형상을 띠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생각에 태깅을 한다는 건,
- 길을 걷다가 건물에 내 생각을 붙이는 것.
- 밥을 먹다가 맛있는 반찬에 내가 느낀 미각을 부여하는 것.
-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문장,단어에 내가 받은 감흥을 부착하는 것.
- 드라마를 보다가 맘에 드는 장면에 나의 심상을 첨부하는 것.
- 웹을 서핑하다가 뭔가 팍 떠오르는 단상을 나의 생각회로에 플러그인하는 것.

생각에 태깅을 한다는 건,
- 나에게 건물이 태그 키워드를 부여하는 것.
- 나에게 밥 반찬이 자신을 발견하고 정의해줘서 고맙다고 감사 표의를 하는 것.
- 책 속에 숨어 있던 찬란한 저자 생각이 나에게 날아와 내 생각회로에 착상하는 것.
-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나를 알아봐 주는 것.
- 광활한 웹 우주를 떠돌던 행성 하나가 홀연히 나라는 우주 안으로 랜딩하는 것.

지금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순간,
모 커피 전문점에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생각에 태깅을 하는 건,
그 옛날 전설의 재즈 뮤지션들이 감행하던 재밍과 크게 다르지 않는 행위인 것 같다.

나는 태깅 뮤지션이다.  지금 이 순간. ^^



PS. 관련 포스트
오해와 재밍
복사기 vs. 재즈뮤지션
Jam Reading
나는 뮤지션이다.
재밍,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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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 :: 2014/01/10 00:00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시공아트(시공사)

의도적으로 연출된 사진도 아름답지만,
연출되지 않은 삶의 자연스런 단면들도 매우 아름다울 수 있다.

삶의 작은 단면들 속엔 일상이 살아 숨쉰다.
그 일상들은 무수히 많은 스냅샷들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생성하기도 하고 가지각색의 생각과 행동을 수놓으며 살아간다. 우린 무용수가 아니라서 포토그래퍼에게 멋진 상을 제공하진 못한다. 하지만 고도의 기획과 연출 없이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몸짓은 무수히 많은 스냅샷을 산출하고 있고 우린 그걸 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나의 24시간을 스냅샷으로 구성한다고 생각해 보자. 나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24시간 기계적 촬영으로 영상 프레임 안에 담아본다고 생각해 보자. 거기서 생성되는 한 장 한 장의 사진 속에 수많은 의미와 시간의 이력, 공간의 중첩이 표출되지 않겠는가?

단면엔 순간이 깃들어 있다.
순간이 주는 강렬한, 연약한, 차가운, 뜨거운, 신속한, 느긋한, 화려한, 소박한 느낌에 반해서 나는 블로깅을 하고 싶어했나 보다. 일상 속에서 속절없이 휘발되어 가는 단면 중에 일부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블로그에 포스트를 하나 둘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포스팅을 축적한다고 해서 포스팅을 하지 않는 것 대비 그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엄청난 양의 일상 단면들이 빠른 속도로 휘발되듯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일상 단면들이 나의 몸과 마음 속으로 인입되는 과정이 지금 이 순간도 반복되고 있으니까. 난 그 중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만 글로 옮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상 단면을 모조리 사진으로 담고 블로깅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일상이 무수히 많은 단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의 거대한 플로우 앞에서 작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나는 그저 거대한 시공간의 유영 속에서 순간을 살다 가는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을 잘 인지하고 소량의 단면이나마 나름의 감각을 통해 보듬어 주고 이윽고 놓아 보내는 것.

한 장의 사진 안에 하나의 단면이 담기듯, 하나의 포스트 안엔 내가 호흡하는 단면이 스며든다. 하나의 문장에도, 하나의 단어에도, 하나의 문자에도, 하나의 획에도 나의 일상은 단면이 되어 녹아 든다. 사진으로 일상을 포착하든, 블로깅으로 일상을 채집하든, 일상의 단면은 그것을 소중히 하는 자에게 기꺼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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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해체 :: 2013/09/09 00:09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스쳐 지나게 되는 홈쇼핑 채널에서 지금 당장 이걸 사지 않으면 큰 손해라도 입을 것 같은 협박에 가까운 멘트가 난사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홈쇼핑 사업에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가. 또한, 그렇게도 소중한 나 자신의 현재가 자본의 욕망에 의해 얼마나 속절없이 유린당할 수 있는 상황이 소용돌이 치듯 범람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마시고 바로 구입하세요."

홈쇼핑에서 하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흘리면 된다. 현재는 정말 소중한 것 맞다. 그래서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순간을 음미하고 순간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하지만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상품구입은 아니란 얘기다. 결코 지금 그 상품을 구입할 이유는 없다. 그 상품이 없어서 나에게 해가 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 그 순간을 넘기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게 된다.  이렇듯 상업주의는 대개 전반부는 너무나 맞는 얘기를, 후반부의 본론은 상업이기주의에 입각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흘려야 하는 메세지. 상업주의를 대할 때는 절반만 새겨 듣는 스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본은 항상 인간을 유혹한다. 유혹의 메세지는 달콤하다. 그 유혹의 메세지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고 절반은 맞는 전반부를 깔고 가기에 어리버리 유혹에 넘어가는 케이스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유혹의 구성은 나름 탄탄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약점 투성이지만 얼핏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제안이 매력적이어서 자세히 살펴보는 수고를 생략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유혹에 넘어가 버린 나 자신을 뒤늦게야 깨닫지만, 이미 저지른 나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서글픈 기제가 뒤따르게 된다. 견고한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유혹에 대한 대응은 유혹 거절, 유혹 수용의 양 극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혹의 제안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버리는 스탠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분기점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과 나를 소모시키려 하는 제안의 구분이다. 그렇게 하려면 유혹의 메세지를 조각조각 나의 취향에 맞게 해체하고 그 중에서 나에게 적절한 것만 선택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유혹을 해체하고 선택적 수용 태세로 대응하면 유혹을 당하면 당할수록 무기력해지기는 커녕 매우 강력한 생각과 행동의 어엿한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본의 유혹은 더 이상 나를 공격하고 전복시키는 파괴자가 아니라 나에게 유의미한 러닝과 선택적 거절의 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동반자로 수줍은 듯 포지셔닝하게 된다.

유혹을 해체해 보자. 원래 유혹의 의도는 나를 조각조각 해체하고 나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유린하는 것인데 오히려 그 해체 의도를 역으로 받아쳐보자.

즉, 유혹을 인간 취급해보자는 것이다.
나약한 인간봇처럼 말이다. ^^



PS. 관련 포스트
나를 찾아온 기적을 알아보기
현재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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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9/09 09: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상품구입은 아니란 얘기다. 결코 지금 그 상품을 구입할 이유는 없다. 그 상품이 없어서 나에게 해가 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 그 순간을 넘기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게 된다." 공감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9/09 19:34 | PERMALINK | EDIT/DEL

      상업주의 메세지도 잘 필터링해서 부분적으로 수용하다 보면 꽤 유익하게 다가오는 것이 제법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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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간을 의식하다. :: 2013/08/12 00:02

3초간
데이비드 폴레이 지음, 신예경 옮김/알키

책 제목이 매우 인상적이다. 책 제목 만으로도 뭔가를 전달 받는 느낌이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 초기 3초를 잘 보내면 전체적인 감정 선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3초를 감정의 파도에 훅 쓸리듯이 보내버리면 그 이후의 시간들은 보나마나 감정의 노예 상태에 불과할 것이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감정이 발생하는 초기 3초 간의 짧은 시간이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결정적인 프레임 설정이 이뤄지는 시간이고 한 번 프레임이 정해지면 인간은 온전히 그 프레임의 가이드를 충실히 따르는 순응적 봇으로 기능하게 된다.

사실상 초반에 많은 것이 결정되는 상황. 그럴 때는 시작점에 주의력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작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면 이미 게임이 끝나버린 상황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끝나는 게임. 육상 100미터 부문에 출전하는 스프린터의 마음가짐으로 감정 파도에 대처해야 한다.

시작점에서 게임이 끝나는 대표적 상황이 있다. 바로 '비교'이다. 세상에 태어나 유니크한 향취를 풍기며 살아가야 마땅한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복제본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애처로운 몸짓을 지속하는 상황. 비교를 시작하자마자 인간 존재 관점에서 loser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시작점 관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때 시작점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것.
'3초간'이란 책 제목에서 내가 되새겨야 할 교훈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 만으로도 이렇게 나름의 생각을 펼칠 수 있어서 참 좋다.
나에게 나름의 생각 시간을 부여해 준 책 제목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PS. 관련 포스트
초기조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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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순간 :: 2013/06/14 00:04

사람들은 흔히 최고의 순간을 꿈꾼다. 최고의 순간, 과연 그게 뭘까?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외부에서 주입된 것을 나의 희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특별함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 그 특별함이 나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나를 도구화시키는 어떤 거대함을 신봉하고 있다면 그 특별함을 내가 얻었을 때 나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순간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그것을 얻었을 때 거대한 허망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오진 않을까? ^^

속물적 특별함에 대한 강박을 살짝 떨쳐 버리고 '나'를 중심에 놓고 오직 나만의 관점에서 최고의 순간을 정의해 보자. 남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순간 말고 내가 나 혼자 즐겨라 할 수 있는 그런 순간 말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영위하는데 에너지를 온통 소비하지 말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해 보자. 그건 정말 매혹적이고 짜릿한 도피가 될 것이다.

속물적 시선에서 비껴난 삶을 가정해 보면, 최고의 순간은 얼마든지 내 맘대로 정의할 수 있는 환경을 상정할 수 있겠다. 아침 출근 길에 문득 예전에 너무나 즐겨 들었던 멋진 노래 구절이 떠올라서 그걸 흥얼거린다고 생각해 보자. 바로 그 순간은 오늘 아침에 맞이한 최고의 순간일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뭔가가 나의 뇌 속에 찾아와 나를 즐겁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겐 특별함 아니겠는가. 퇴근 길에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e-book을 읽다가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면, 그건 저녁 최고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은 일상 속을 살아간다. 일상은 특별함이 부재하는 시공간이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1개월 전과 같은 지금, 지금과 같은 1개월 후, 뭐 이런 식으로 쳇바퀴를 굴려가면서 무심코 시간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일상에 대한 인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특별함'에 대한 강박이 낳은 환상일 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온전히 타인의 시선에 맡기는 순간, 나의 인생은 자존이 아닌 타존의 삶이 된다. 타인의 시선이 이끄는 속에서 타인이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함을 스토킹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일상 속에서 수시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을 아무 것도 아니라 무시하게 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일상의 피로가 발생하고 그런 피로가 누적되면서 자존은 더욱 약해지기 마련이다. 충분히 자존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애써 부정하면서 오직 타인의 시선만을 바라보는 타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삶. 안타까운 것이다.

일상이란 이름의 보석이 나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돌부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어떤 하루에도 반드시 최고의 순간은 존재한다. 단, 그 감도의 높낮이가 있을 뿐이다. 매일 매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최고의 순간을 기억해보자. 감도의 높낮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일상 속에서 최고의 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고의 순간이 나를 찾아왔을 때 그것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말자. 그리고 그것을 기뻐하고 그것과 대화를 해보자. 하루 중 최고의 순간을 알아보고 그것을 간직하고 수시로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차곡차곡 모이면 어느덧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행복이 된다.

일상은 피로가 쌓이는 시공간이 아니다. 최고의 순간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찾기 시공간이며 그것을 찾았을 때의 희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거나 설명해 줄 수 없기에 나 자신에게 더욱 소중한 그런 축복의 장이다. 일상 속에서 피로를 쌓아갈 것인가, 일상 속에서 수줍어 하면서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는 최고의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쌓아갈 것인가. 이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자들의 선택과 결단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나를 찾아온 기적을 알아보는 것
현재는 행복이다.
바다가 읽어주는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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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역설 :: 2013/06/12 00:02

10살인 딸내미랑 가끔 놀이터에서 달리기 놀이를 한다. 내가 딸내미보다 빠르기 때문에 딸내미와 일정 거리를 두고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거리를 많이 잡아주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가도 딸내미 따라잡기가 쉽지가 않다. 딸내미와 달리기 놀이를 하던 주말의 어느 날, 문득 '제논의 역설'이 생각 났다. ^^

제논의 역설

아킬레스는 거북이보다 1000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제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경주를 하는데 거북이가 느리므로 아킬레스보다 1000미터 앞에서 출발한다고 하자.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출발한 위치까지 오면, 그 동안 거북이는 1미터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 1미터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그 동안 거북이는 1/1000미터 나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1/1000미터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그 동안 거북이는 1/1000000미터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스가 앞서가는 거북이의 위치를 따라잡는 순간 거북이는 항상 앞서 나가 있다. 따라서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제논의 역설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결국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만나는 지점이 반드시 있을 텐데, 제논은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구간을 무한대로 나눠서 그 지점으로의 도달을 지연시키면서 아킬레스가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참 교묘하게도 논점을 회피하면서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이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한 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어떤 지점까지 이르는데 소요되는 시간. 우린 시간을 무심코 여기고 마냥 흘러가기만 하는 뭔가로 막연히 인지하는데, 시간을 분할하고 분할하면 시간은 무한소가 되어가고 어느덧 '순간'에 가까워지게 된다. 시간을 흘려만 보내지 말고 시간을 분할하는 놀이를 즐기게 되면 시간은 또 다른 양상으로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하게 된다. 우린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시간은 분명 무한소들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결국 시간이 모이고 모일 때 무한대의 시간을 형성하게 된다. 무한소, 유한, 무한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스케일 속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사고와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 걸까?

시간은 흘러가지만, 임의로 시간을 분할하고 아킬레스가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점을 스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무한대의 시간 속에선 인간은 한낱 무한소를 점유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고 무한소의 시간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무한대를 점유한 거대 존재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스케일을 갖고 있고 스케일 속을 유동하는 존재는 스케일의 한계를 절감하며 흘러간다. 하지만, 스케일을 의식하고 그것을 분할하고 조합하는 놀이를 즐길 수 있다면 제논의 역설은 한낱 말장난이 아닌 '순간'을 어렴풋이 응시하고 '영원'을 러프하게나마 조망하는 스케일 유연성을 갖춘 새로운 인간 존재를 구현하기 위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딸내미와 달리기 시합을 하러 나가야겠다. 딸내미를 따라가면서 딸내미를 섣불리 따라잡지 말고 딸내미에게 근접해 나가는 시간을 분할하고 그 시간을 촘촘히 내 마음 속에서 새롭게 구성하면서 시간의 무한소들을 내 의식의 수면 위로 호출해 보련다. 역설은 그 안에 의외의 비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 ^^





PS. 관련 포스트
인간은 원자의 순간 조합에 불과하다.
몬티 홀 문제
마음 속 속임수 모듈 - Wason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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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행복이다. :: 2013/03/01 00:01

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
레지너 브릿 지음, 문수민 옮김/비즈니스북스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는 '행복'이다.

행복을 저 멀리 희미하게 존재하는 환상으로 뿌옇게 정의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끊임없이 비어 있는 것을 정의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한 헛된 몸짓을 지속하는 것은 '뇌'의 장난에 놀아나는 것이다. 지금의 의미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은 단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이 아니다.  지금은 과거의 모든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모든 시간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표출되는 섬광과도 같은 영원이다. 나의 온 인생이 고도로 압축된 현재가 지금 내 앞에 있는데 그런 현재를 직시하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바라본단 말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질문하지 않고
"나는 지금 어떤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즉,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떤 행복으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란 얘기다. 누굴 칭찬할 때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칭찬의 진정성이 살아나듯, 행복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행복의 진정성이 생성된다. 나의 현실을 어떤 행복으로 실감나게 정의할 수 있는가?

행복은 일확천금과도 같은 복권 당첨이거나 지루한 마라톤을 필사적으로 펼친 끝에 받는 포상이 아니다. 행복은 미래 어느 순간을 기약하고 언젠가 도래할 지도 모를 불확실한 혜택이 아닌 현재의 나를 긍정하고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일상의 에너지이다.

건강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니까 건강한 것이다.
성공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니까 성공한 것이다.

먼저 정할 것은 나만의 행복 현재의 모습이다.
그걸 정의하면 나만의 행복을 중심으로 나의 모든 일상이 '나만의 행복' 체계로 재구성된다.

행복에 관한 그 동안의 흐름을 바꾸는 순간
행복 현재의 신세계가 발현된다. ^^



PS. 관련 포스트
나는 Wendy님의 팬이다.
행복의 의식
나만의 핵심가치
행복, 그리고 졸업
행복, 내 마음의 초상화
정보의 분열, 행복과 욕심의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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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0:48 | DEL

    I have read so many Read & Lead - concerning the blogger lovers except this post is genuinely a good post, keep it up.

  • JamesMoon | 2013/04/07 08: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현재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4/07 09:42 | PERMALINK | EDIT/DEL

      "현재를 알아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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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원자의 순간 조합에 불과하다. :: 2011/02/21 00:01

인간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사실상 불멸의 존재이다.

불멸하는 원자들의 순간(?) 조합체로 잠깐 반짝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품과도 같은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



PS. 관련 포스트
Read & Lead의 블로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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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lla Park | 2012/05/17 07: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맞습니다, 맞고요.
    정확한 통찰 이해 지혜죠. 그 원자들이 순간적으로라도 조합한다는 것이 또 그냥 우연에 의해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원소로 해체된 몸을 다시금 몸으로 결집하게 하는 것은 어쩜 죽은 후까지도 버리지 못했던 기억들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의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품과 같지만 거품임을 인정할 때, 거품으로서 맞이하는 매 순간을 가장 숭고하게 전 인생으로 층변변화를 일으키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거품인 나를 거품으로 바라볼 때 나는 더 이상 거품으로서 쳇바퀴 도는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우주비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5/17 22:33 | PERMALINK | EDIT/DEL

      예.. 거품과 같지만 거품임을 인정한다는 것. 제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귀한 댓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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