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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관찰 :: 2016/09/26 00:06

사물을 관찰하다 보면
나의 관찰이 나만의 행위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뭔가를 관찰한다는 건
내가 관찰하려고 하는 그것이 나의 시선을 잡아 당겼다고도 볼 수 있어서이다.

시선은 던지는 것인 동시에
잡아당겨지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시선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인 동시에
나의 외부로부터 나를 향해 인입되는 인력이기도 하다.

관찰이 쌍방향성을 띤다면
결국 관찰은 피관찰과 동일한 개념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내가 무엇을 관찰하고 있다면
나는 동시에 무엇으로부터 관찰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나의 주의력이 미치는 범위가 넓지 않다 보니
나는 관찰을 하기 보다는 받는 빈도가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나를 향하는 시선은 무한대에 가깝고
나의 시선이 미치는 범위는 유한하다.

무한과 유한의 만남
무한의 유입과 유한의 유출

그런 연결 관계 속에서 나는 관찰을 하고 있는 것이고
나의 시선은 그런 극적인 관계망 속에서 뭔가 영역을 형성하게 되고 흐름을 낳게 된다.

관찰이란 무엇인가?

어떤 단어나 개념에 대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것의 사전적 의미가 대단히 피상적인 기술에 그치고 말뿐
사실상 그것의 의미는 대단히 깊은 곳에 비밀스러운 코드로 겹을 형성하며 숨겨져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남는 것은 질문 뿐이다. 아주 단순하고 무식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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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역설 :: 2013/06/12 00:02

10살인 딸내미랑 가끔 놀이터에서 달리기 놀이를 한다. 내가 딸내미보다 빠르기 때문에 딸내미와 일정 거리를 두고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거리를 많이 잡아주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가도 딸내미 따라잡기가 쉽지가 않다. 딸내미와 달리기 놀이를 하던 주말의 어느 날, 문득 '제논의 역설'이 생각 났다. ^^

제논의 역설

아킬레스는 거북이보다 1000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제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경주를 하는데 거북이가 느리므로 아킬레스보다 1000미터 앞에서 출발한다고 하자.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출발한 위치까지 오면, 그 동안 거북이는 1미터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 1미터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그 동안 거북이는 1/1000미터 나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1/1000미터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그 동안 거북이는 1/1000000미터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스가 앞서가는 거북이의 위치를 따라잡는 순간 거북이는 항상 앞서 나가 있다. 따라서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제논의 역설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결국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만나는 지점이 반드시 있을 텐데, 제논은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구간을 무한대로 나눠서 그 지점으로의 도달을 지연시키면서 아킬레스가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참 교묘하게도 논점을 회피하면서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이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한 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어떤 지점까지 이르는데 소요되는 시간. 우린 시간을 무심코 여기고 마냥 흘러가기만 하는 뭔가로 막연히 인지하는데, 시간을 분할하고 분할하면 시간은 무한소가 되어가고 어느덧 '순간'에 가까워지게 된다. 시간을 흘려만 보내지 말고 시간을 분할하는 놀이를 즐기게 되면 시간은 또 다른 양상으로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하게 된다. 우린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시간은 분명 무한소들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결국 시간이 모이고 모일 때 무한대의 시간을 형성하게 된다. 무한소, 유한, 무한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스케일 속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사고와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 걸까?

시간은 흘러가지만, 임의로 시간을 분할하고 아킬레스가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점을 스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무한대의 시간 속에선 인간은 한낱 무한소를 점유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고 무한소의 시간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무한대를 점유한 거대 존재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스케일을 갖고 있고 스케일 속을 유동하는 존재는 스케일의 한계를 절감하며 흘러간다. 하지만, 스케일을 의식하고 그것을 분할하고 조합하는 놀이를 즐길 수 있다면 제논의 역설은 한낱 말장난이 아닌 '순간'을 어렴풋이 응시하고 '영원'을 러프하게나마 조망하는 스케일 유연성을 갖춘 새로운 인간 존재를 구현하기 위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딸내미와 달리기 시합을 하러 나가야겠다. 딸내미를 따라가면서 딸내미를 섣불리 따라잡지 말고 딸내미에게 근접해 나가는 시간을 분할하고 그 시간을 촘촘히 내 마음 속에서 새롭게 구성하면서 시간의 무한소들을 내 의식의 수면 위로 호출해 보련다. 역설은 그 안에 의외의 비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 ^^





PS.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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