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해당되는 글 5건

못남 :: 2018/04/30 00:00

내가 못났다는 걸 절감할 때
나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걸 인식할 때
나 자신을 부정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런 걸 회피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할 때가 편안하다.
어차피 나는 약점 투성이의 인간일 수 밖에 없고
그런 약점이 드러나는 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순간들이라는 걸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내가 되는 것 같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저 내게 있어선
모자란 나
무기력한 나
못난 나
라는 존재를 선명하게 응시하는 것

내가 누군지를 안다는 건
한없이 부족한 나를 안다는 것
그게 내가 배워가고 있는 나인 것 같다.

이건 내게 있어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 대한 진실이다.
진실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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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 2017/11/13 00:03

비행기를 타고 갖다가 이상기류를 만나서 비행기가 급강하를 하게 되면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1만미터 상공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압박감이 만만치가 않다.

근데 생각해보면
비행기가 내려 땅에 발이 닿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건 과연 적절할까?  그 땅이란 게 실은 그 하부에 텅빈 공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ㅋㅋ

허공 위에 붕 떠 있는 기분이란..
과연 허공 아닌 곳이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말이다. ㅎㅎ

허공 속을 떠다니는 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급강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항상 비행기 좌석 속 긴장감이 생활화 되어 있는 게 삶인가.

급강하가 일상이 되는 삶이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하고 매일 급강하를 한다면 그건 또 어떤 느낌일지.

비행 중 급강하
일상 속 급강하
무엇이 무엇을 향해 스페셜하지 않다면
급강하를 파도 타듯 잘 해내는 스킬도 이젠 필수 소양으로 떠오르는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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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 :: 2017/01/13 00:03

나의 생각이라 생각하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나의 생각이 아닌 외부로부터 주입된 생각인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일 수도 있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외부로부터 나를 향해 주입된다.
특히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폭증하는 정보를 관리해 주는 피드(FEED)라는 개념이 일상 속으로 침투하면서 더더욱 그런 현상이 심화된다.

내가 찾아서 나만의 생각 체계를 구성하고 정보의 깊이를 다져나가는 과정 속에서도 얼마든지 주입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마련인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나를 향해 정보가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주입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시간 속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주체가 되어 생각하기가 힘들다.
나는 내 자신이 생각의 주체가 되어 사고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나의 생각을 지배하는 정보들이 있는 것이고
나는 내 취향에 맞는 정보들로 내 주위를 꾸민다.
내 주위에 있는 내 취향의 정보들은 스스로 나의 생각 체계를 구성하고
나의 사고 흐름을 지배한다.

그렇게 통제당하는 나의 뇌는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정보 시스템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걸 나 자신의 것이라 은연 중에 믿게 된다.

결국 내 자신이 스스로 생각을 생산하지 못하고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전문화된, 정제된, 권위있는, 믿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그런 정보들이 온통 나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흐름이 탄생한 것이다.

그게 FEED이다.
피드는 내 자신이라는 존재는 엷어지고 나를 통제하는 외부 기제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표상하는
2017년 1월 현재의 정보 플로우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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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과 편의성 :: 2017/01/11 00:01

스케일링도 하고 치아 점검도 할 겸해서 몇 년 만에 치과에 갔다.

치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로선
의사가 하는 얘기에 대해서 토를 달 수가 없었고
그냥 의사의 얘기대로 나의 치아를 맡길 수 밖에 없았다.

완벽한 무기력함인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전문화의 향연이며 거기서 우러나오는 편안함

무기력하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편리함이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편리함에 끌리게 되어 있다.
편리하면 편리한 쪽으로 기울게 되어 있고
그렇게 기울어진 필드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계속 기울기가 유도하는 낮은, 편안한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특히 전문화에서 비롯된 무기력함은
권위에 대한 존중, 아니 복종에 근거하고 있는지라
더욱 더 편의성과 맞물리면서 위력을 더하게 된다.

위력적인 무기력함의 세계

그렇게 치아 점검, 관리, 치료의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거기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날 하루 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시간을 치과에서 보냈다.
그 기간 동안에 철저히 무기력한 신체가 되어 멍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렇게 흘러가는 무기력의 시간.
내가 의도한 무기력이 아니라 나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무기력
내가 의도한 무기력은 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력함이겠으나
나에게 주입되는 무기력은 내 외부의 강력함과 비견되는 나의 왜소함을 극명히 드러내는 시공간.

그런데..
치과에서만 무기력이 주입되는 건 아닐 듯 하다.

결국 포트폴리오의 문제다.
나에게 주입되는 무기력의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으니
나는 어떻게든 내가 의도하는 무기력의 시간을 늘려갈 수 밖에 없다.
누가 누구의 무기력을 주도하는 가??   ㅋㅋ



PS. 관련 포스트
힘있는 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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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무기력 :: 2016/11/07 00:07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문학동네

단편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양희.
첨에 읽었을 땐 양희라는 사람은 왜 이리 삶에 무기력한 태도로 초지일관하는가?란 질문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은 듯한, 삶에 아무런 의욕도 바람도 갖고 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시선.
저렇게 산다는 건 도대체 뭘까란 의문이 지속되면서 소설을 읽었다.

다 읽고 난 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양희라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유니크한 태도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왜 기억에 남는 것일까.

왜 소설 속 그 사람에 주목하게 되는 걸까.

가공의 인물일 뿐인데.

다시 한 번 소설을 읽는다.

앞으로도 종종 이 소설을 또 읽을 것 같은 예감.

양희의 초연한 듯한 시선 속에서, 무기력한 몸짓을 보면서
난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그럼 양희처럼 하는 것 말고 삶에 대한 태도로 더 좋은 게 있기는 한걸까?

대놓고 무기력의 포지션을 취해버리니까 그게 멋져 보이는 것 같다.
그건 이미 무기력이 아닌 상태.
힘있게 무기력의 스탠스를 취하는 것.
나약함을 인정할 때 강함이 배어나오는 역설.

게다가 그렇게 무기력을 연기하는(?) 소설 속 인물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가 힘을 얻기까지 한다면.
그건 무기력의 힘.

기력과 무기력의 경계는 모호한 것이고
그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기력과 무기력을 오가는 동적 평형감.

소설에서 느껴지는 매력.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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