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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동선 :: 2018/12/10 00:00

나의 움직임을 24시간 내내 트래킹하면서
내 몸의 궤적을 쭉 따라갈 수 있다면
나의 동선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근데 굳이 추적하지 않더라도
내 몸의 동선은 도식화가 어렵지 않다.
뻔하니까
내가 움직이는 궤적은 큰 틀 안에서 큰 변동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거기서 나의 의도가 발현되기 쉽지가 않다.
의도라기 보단 대부분 정황에 의해 동선이 형성된다.

하지만
마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음엔 의도가 스며 있고
의도가 구체화되면
마음은 의도의 가이드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마음 속에서만 작동되는 의도가 있다면
마음의 동선은 다이내믹하게 궤적을 스스로 그려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동선
2018년 12월10일..
지금의 내 마음은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동선을 형성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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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 :: 2018/06/06 00:06

카카오택시를 연다.
택시를 호출하고
택시가 잡힌다.
택시번호 4자리가 보인다.

그건 마치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데려다 주는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일회용 비밀번호와도 같다.

OTP (One Time Password)

카카오택시는
내게 있어
물리적 동선 상에서 입력하는 OTP이다.

택시 문을 열 수 있게 해주는 OTP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게 해주는 OTP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그걸 실행하는 게 쉽진 않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 속 카카오택시 앱을 구동시키고
앱 화면에 뜬 OTP를 바라본다.

OTP 칸을 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Read &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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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폰 :: 2016/09/19 00:09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다.

그 안에 뭐가 있길래 걸어가면서까지 폰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걸까.

그게 나침반인가.  그걸 따라 가고 있는 건가.
아님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너무 기계적이라서 그걸 외면하기 위해 폰을 쳐다보고 있는 건가.

폰 밖 세상을 걸어가면서
폰 속 세상을 응시한다면
그건 어떤 세상을 살아가는 자의 자세일까.

난 어느 세상에 속해 있는 걸까.
폰 밖과 폰 안의 경계선 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두 세상 간의 경계가 없다면
두 세상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면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위를 내가 걷고 있는 거라면

폰 걷기란 행동은
걷기 폰이란 디바이스는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기계적인 이동 경로만 명확할 뿐
진짜 내가 흘러가고 있는 동선은 너무나 불투명해진 것 같다.

걷기 폰은 계속 나에게 뭔가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 같은데
정작 난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폰 걷기를 얼만큼 더 해야 그걸 알아챌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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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서사, 졸음 :: 2013/02/15 00:05

지난 주말에 영화 베를린을 봤다. 도입부를 경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해서 코를 골며 퍼자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꿈까지 꾸다가 영화 중반부 즈음에 이르러 계속되는 액션 굉음에 그만 잠이 깨버렸고 구체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충 감으로 영화 관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잠을 푹 자면 피로도 풀리고 끊어진 스토리를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재미가 있긴 하다. ^^

예전에도 영화 보다가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잔 적이 꽤 되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익숙한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나는 왜 영화를 보면서 잘 조는 것일까?  영화관 의자가 너무 편안해서 그런가?  극장 안이 어둡고 따스해서 그런가?

서사를 느끼지 못할 때 그런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멋진 허구적 서사를 기대하곤 하는데, 영화의 서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매력적인 서사는 멋진 장면들을 무작정 늘어 놓는다고 생겨나지 않는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야 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제각기 쉽게 간파 당하지 않는 역동적인 서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뻔한 프레임, 빤히 들여다 보이는 패턴 내에서 로봇처럼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장면과 장면 간 빈틈의 부재 속에서 건조한 동선 주행만을 반복하게 되면 나는 급격한 졸음의 침공을 받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베를린은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긴 하다. 흥미로운 서사가 보이진 않았으나 씬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진 스텝으로 일관하는 씬 흐름에 부합하는 사운드도 잘 들려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고 영화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발걸음은 제법 경쾌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는 서사보다는 질주형 전진 스텝과 액션의 동선, 배우들 간의 포스 충돌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영화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화면/사운드 전개에서 이미 이 영화가 서사엔 그닥 신경 쓰지 않고 잘 짜놓은 액션 동선 상의 강력한 질주로 일관할 것이라는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전달 받고 졸음이 스르륵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영화의 서사는 결국 관객 마음 속 서사와의 밀당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관객의 마음은 영화를 보면서 나름의 서사를 예상하고 기대한다. 그 기대치에 부합하는 서사의 매력도를 확보할 수 있어야 관객이 영화의 서사를 따라오게 되는 건데 베를린은 나를 끌어당길 수 있는 서사를 확보하진 못한 것 같다.

사람의 서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영화의 서사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서사에 대해서도 함 평가를 내려보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서사적 매력을 갖춘 사람인가? 아님 그닥 흥미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루함/졸음을 유발하는 서사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해진 액션의 동선 위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인가?

자신 만의 서사가 없는 인간은 마치 좀비와도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주입된) 욕망을 갖고 균질하게 정량화/상품화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좀비스런 몸짓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만의 서사를 써내려 간다는 것은 난이도 높지만 보람이 매우 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베를린을 보다가 졸면서 꿈 속에서 나만의 서사를 써내려가다 쾅쾅거리는 소음으로 깨어나 액션 씬의 수려함에 잠시 나만의 서사를 잊고 영화의 이미지를 감상한다. 이미지는 순간이고 서사는 지속된다. 잠깐 잠깐 이미지를 맛 보는 건 좋다. 하지만 항상 작동하고 있는 '나'라는 이름의 서사를 시종일관 잊고 있으면 안 된다. 세기의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우주적 스케일을 갖고 있는 '나' 서사의 매력도를 잘 챙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나' 서사를 나의 맘 속에서 상영하다가 그만 확 졸아버릴 수 있다. 그건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잘 짜여진 액션 동선 위를 로봇처럼 질주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멋있어 보일 뿐이다.  영화는 서사 대신 오직 액션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내러티브를 내려 놓고 주구장창 스타일에만 전념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차마 그럴 수 없는 것 아닐까?  아무리 로봇스런 액션 동선이 멋있어(?) 보여도 내 인생의 시나리오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참치 캔의 상태로 무심하게 방치하는 건 넘 비루하지 않을까? ^^




PS. 관련 포스트
경쟁 노예: 이기고 웃는 노예, 지고 우는 노예
세상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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