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 해당되는 글 8건

영화와 연극 :: 2016/05/04 00:04

영화는 필름에 담겨 있다.
재생이 가능하다.
영화의 촬영시점과 영화의 상영시점 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연극은 담을 수 없다.
실시간으로 플레이된다.
연극은 촬영이 곧 상영이고, 상영이 곧 촬영이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에 주목하다 보면

저장과 휘발이란 개념에 시선을 던지게 된다.

저장은 무엇일까.
저장의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이야기는 과연 저장이 되는 것일까.

휘발은 무엇일까.
휘발의 속성을 띠고 시연되는 이야기는 과연 휘발이 되긴 하는 것일까.

저장소에 저장이 된다는 것
공기 속으로 휘발된다는 것

저장은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휘발은 없어졌다고 믿어도 결국 어떤 시공간적 계기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소화되는 실상일 뿐
저장도 휘발도.. 그런 건 원래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불과할 수도..

저장과 휘발..
그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그 긴장을 이해해 나가면
저장에 대해서, 휘발에 대해서 좀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연극과 영화.
나에게 영감을 주는 두가지 포맷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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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 2014/10/13 00:03

아래 경기를 1987년에 봤을 때 받은 인상이 원체 강렬해서인지 요즘도 가끔 돌려보곤 한다. 또 봐도 놀랍다. 천하의 마빈 헤글러와 12라운드를 함께 어우러져 보낼 수 있다니. 슈거레이 레너드의 현란한 스텝은 봐도 또 봐도 놀랍다. 1987년에 생중계로 경기를 봤을 때는 주먹의 흐름을 보는 데에만 신경을 집중시켰던 반면에 요즘은 풋워크를 보는 재미가 새록새록 생겨난다. 정말 대단한 스텝이구나란 생각.

생각도 이런 스텝을 밟을 수 있을까. 이런 스텝으로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은 얼마나 플로우향 가득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스텝을 통해 리듬을 만들어내고 생성된 리듬 속에서 주먹이 뻗어 나오는 흐름. 나는 복싱은 할 줄 모르지만, 레너드의 경기를 볼 때마다 복싱과도 같은 씽킹을 문득 전개하고 싶어진다. ^^


Marvin Hagler vs Sugar Ray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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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odaeg | 2014/10/14 20: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지내시죠?
    요즘 제가 아마 오춘기 중인듯 .....
    기술센터 블러그 수업 왔다가 인사 남겨요.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 BlogIcon buckshot | 2014/10/16 09:21 | PERMALINK | EDIT/DEL

      토댁님, 오랫만이네요. 요즘도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네요. 저도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토댁님 블로그에 종종 포스팅도 해주세요. ^^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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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만의 9월16일 :: 2014/01/03 00:03

작년 가을에 하루 휴가를 내고 집에 있었던 적이 있다.  

온종일 소설과 시를 읽었다.

다양한 작가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흠뻑 감상했다.

커피를 곁들였고 빵 한 조각을 초대했다.

하루가 나른하게 흐르는 흐뭇 속에서 이야기와 커피가 어우러졌고 빵을 흡입하고 텍스트를 소비했다.

충만을 온전히 인지하는 순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음악이 플레이되는 순간

내 주위의 공기가 나에게 착한 듯 집중하기 시작한다.

텍스트

커피, 빵

음악

편안함 속에 존재하는 나

2013년 9월16일은 나에게 '포만'으로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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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자체가 이유이다. :: 2013/11/01 00:01

***한다면 난 행복할거야.

모순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엔 이유가 없는 거다.

이유를 대는 순간 휘발되는 게 행복이라서 그렇다.

행복을 인과의 과에서 인으로 포지션 이동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행복을 머나먼 곳에 존재하는 파랑새로 단정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내가 호흡하고 있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인 것으로 간주해 보자. 행복을 파랑새처럼 여긴다면 지금 내가 가질 수 없는 뭔가를 행복으로 규정하게 되고 현재의 나의 상태를 다양한 관점에서 '결핍'으로 형상화하게 된다. 왜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 나 자신을 어설프게 정의된 행복 때문에 자꾸 모자람이란 이름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그렇게 나의 모습을 낮추면서 얻어낸 행복의 상이 결국 나 자신을 갈증으로 휘감을 것이고 나는 그로 인해 끝없는 행복 추구의 여정을 밟아 나가야 할텐데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또한, 그렇게 해서 행복에 준하는 뭔가를 얻어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행복한 것인가? 그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허함 가득한 행복허상 놀이를 한 것이다. 행복 앞에 뭔가가 선행하면서 이유가 되는 구도를 전제하기 보단, 행복 앞에 아무 것도 없고 오직 행복 자체가 존재하고 행복에서 파생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집중을 해보자. 그럼 행복 앞에 뭔가가 원인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행복 자체가 이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리고 행복 자체가 원인이 되면서 이유로서의 행복을 다양한 양상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을 인과의 과에서 인으로 포지션 이동시킬 때 행복은 허상에서 실재로 변이한다.

어설픈 이유를 없애는 순간 실체가 명확해지는 게 행복이라서 그렇다.

행복 자체가 이유인 것이다.

모순을 보정할 때 행복허상 놀이는 종료된다.

난 어떤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그것으로부터 어떤 결과가 파생되는가? ^^




PS. 관련 포스트
존재는 이유다.
현재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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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정의하다. :: 2013/07/15 00:05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늦잠형 인간이다. 그래서 새벽 시간대에 깨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 정도, 아주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새벽 시간대에 마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새벽 시간대의 공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뭐랄까.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이 고요히 흐른다고나 할까.

새벽을 그닥 많이 경험하지 못해서 새벽에 대해 말한다는 게 오버일 수는 있으나, 짐작건대 하루 중에 가장 강력한 기가 흐르는 시간대는 아마 새벽일 것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기운이 흐르는 새벽 시간대를 자신을 위한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새벽을 자신의 시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의 여부는 자기 계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나는 새벽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새벽 시간에 그저 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그럼 나는 중요한 시공간을 무심코 흘려 보내는 둔한 존재로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벽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나'라는 존재가 범용품이 아닌 존재의 이유를 발산하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를 좌우할 수 있으니 그 시간에 깨어 있어서 의식의 흐름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한 건 맞다.
하지만 '새벽'은 꼭 물리적 시간대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의 과거와 미래가 온전히 '나'라는 존재를 향해 모여드는 순간들이 흐름으로 생성되는 시공간을 나만의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느 시간대, 어느 공간대이든 상관은 없다고 본다.

모든 존재는 자신 만의 결을 갖고 있고, 자신 만의 결을 따라 흐른다. 나는 아침형 인간과 사뭇 먼 DNA를 지닌 채 태어났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는 게 매우 고통스럽다. 타고난 체질이 아침형이 아닌 사람은 새벽을 만날 기회를 절대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만의 새벽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숙제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나만의 결을 따라 흐르는 시공간이 나에게 새벽과도 같은 공기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그 시공간은 나에게 분명 새벽이라 일컬어져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블로깅을 할 때 '새벽'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블로그와 나 사이엔 묘한 기운이 흐른다. 새벽을 자주 만나는 새벽인들이 접하게 되는 느낌과 내가 체험하고 있는 기운은 그닥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추정해 본다. 블로깅을 하고 있는 나. 그런 내 주위를 따라 흐르는 공기, 그리고 그 공기와 함께 호흡하는 나. 주위에 형성되는 어떤 장. 그건 분명 '새벽'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는..
결국 모든 존재는 자신 만의 '새벽'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 지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뉠 뿐이다. 나는 블로깅을 통해 나만의 새벽을 생성하고 그것을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 새벽이여, 그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



PS. 관련 포스트
시간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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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7/15 1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크세븐 블로그 포스팅할 때는 매일같이 새벽을 맞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침엔 좀 늦게 일어나게 되지만, 고요하고 집중이 잘되는 새벽은 블로거에게 최적인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인터넷 속도도 좀 더 빠르구요 ^^)

    • BlogIcon buckshot | 2013/07/15 19:20 | PERMALINK | EDIT/DEL

      아.. 저도 물리적인 새벽 시간대를 향유하고 싶은데 체질이 말을 안 듣네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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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에게 배우는 리듬 :: 2011/05/09 00:09

어제 파퀴아오 vs. 모슬리 경기를 보았다.

미구엘 코토를 박살낸 마가리토를 사정없이 두들겨 팬 모슬리였기에
마가리토를 KO로 제압하지 못한 파퀴아오가 모슬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했지만
역시 경기는 3회에 모슬리를 다운시킨 파퀴아오의 압도적 리드로 시종일관 흘러갔다.
모슬리가 넘 도망 다니고 파퀴아오가 나름 조심하는 스탠스여서 결국 경기는 판정으로 끝났다.

어제 경기를 보면서 드는 생각.

파퀴아오는 리듬을 장악하고 있다.
상대방을 어정쩡한 스탠스로 옭아매고 자신만의 스텝과 펀치의 흐름으로 공기를 지배하는 모습.


생각을 파동에 비유한다면,
파동의 리듬이 공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매니 파퀴아오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생각 재료도 파동이요, 나의 생각도 파동이다.
생각 재료의 흐름을 나의 리듬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생각 재료는 나의 생각 프레임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나만의 리듬감으로 공기를 부유하는 생각 재료들을
날카롭게 베어낼 수 있는 생각 발전소가 되어야 한다. ^^




PS. 관련 포스트
튓잼, 알고리즘
조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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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ent Book의 시대 :: 2010/09/10 00:00

모든 것이 웹이 되어 가고 있듯이, 모든 것이 책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책은 종이책/전자책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얘기하면 할 수록, 책은 특정 포맷을 박차고 나와 공기를 가득 채울 것이다.

TED 강연을 통해서도, 잘 쓰여진 퀄리티 기사에서도, 지인의 촌철살인 같은 멘트 한 방을 통해서도, 고민해서 만든 프로페셔널의 자료 속에서도, 포스 넘치는 블로그 포스트에서도, 묵직한 트윗 단문 속에서도, 나는 책을 읽게 된다.

슈퍼스타 K 시즌 2를 빛내주고 있는 2명의 실력자인 김지수와 장재인. 이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멋진 책 1권을 읽은 것과도 같은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들인 노력은 저자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통찰 가득한 책을 내놓는 것과 그닥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책은 더 이상 종이책/전자책의 포맷 안에 갇혀 있지 않다. 물리적 시공간을 부유하고 버추얼 시공간을 가득 메우는 책. 이 세상 전체가 내겐 서점이다. 책이 공기와도 같이 여기저기 부유하는 시대.

우린 Ambient Book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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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레인스멜 | 2010/09/10 09: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Ambient Book 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기록 매체 입장에서도 많은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 주체가 사람이든 미디어 이든 바짝 긴장해야 할 듯 하기도 합니다.

    전인민의(?) 작가화 가 실현될까요 흐흐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_ _ ) 꾸벅

    • BlogIcon buckshot | 2010/09/10 22:27 | PERMALINK | EDIT/DEL

      전인민의 작가화, 책의 유동화. 정말 잼있는 세상이 온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토댁 | 2010/09/12 00: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쩐지 배 깔고 누웠다가 요기를 오고 싶어지더라니깐요,
    이 글을 읽고 싶엇던 것이군요. ㅎㅎ

    요즘은 펫북속에서도 140 자 트윗에서도
    지혜와 연륜을 익힙니다.

    제 친구 모든 분들께 감사를..
    그리고 우리 buckshot 님께도
    감솨를..^^

    • BlogIcon buckshot | 2010/09/12 18:37 | PERMALINK | EDIT/DEL

      우린 통찰이 날라다니는 시대를 사는 것 같습니다. 참 좋은 것 같아요. 즐거운 일욜 저녁 시간 되세요~ 항상 토댁님 글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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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알고리즘 :: 2009/12/25 00:05

디지털 네이티브
Grown Up Digital: How The Net Generation Is Chaning Your World
돈 탭스콧 저/이진원
‘위키노믹스’ ‘프로슈머’ ‘디지털 캐피털’ 등 다양한 개념을 지구촌에 널리 퍼뜨리며 디지털 구루로 인정받아온 돈 탭스콧이 성인이 된 넷세대에 관한 심층 연구보고서로 향후 50년을 지배할 강력하고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의 실체를 파헤치는 책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넷 세대에게 인터넷은 냉장고와 같다. 그들은 냉장고의 사용법을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다. 냉장고는 그저 그들 생활의 일부에 불과하다. 넷 세대 아이들은 기술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기술에 자연스럽게 '동화'된 반면, 성인인 우리는 기술을 '수용'해야만 했다. 수용은 동화와 다르고 훨씬 더 복잡한 학습 과정의 일종이다. 아이들은 동화됨으로써 기술을 그들이 처한 환경의 일부로 간주했으며 다른 모든 것들과 같이 흡수했다. 많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다는 건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술에 동화된다는 것과 기술을 수용하는 것은 뇌의 작동 자체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  기술에 동화되면, 기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그냥 공기를 호흡하듯 기술을 대하고 기술 속에서 기술을 기술이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기술을 수용한다는 것은 기술을 진지하게 의식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이질적인 뭔가로 규정하고 이물질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듯 단단히 긴장하고 기술을 습득함을 의미한다.


이 책은 원제가 Grown Up Digital인데 이를 디지털 네이티브로 정말 기가 막히게 의역을 했다. 제목만으로 어떤 책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그런 네이밍이다. ^^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사람이 네이티브 스키커와 얼굴 마주 보고 영어를 구사하려고 하면 정말 뇌가 빠개지는 듯한 부하를 느끼게 마련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영어를 우리말로 간신히 해석하고 나서 거기에 대한 우리말 대응을 준비해서 그걸 영어로 번역(컨버팅)하는 작업의 지난함이란.. ^^

디지털 네이티브, 영어 네이티브, 기술 네이티브, 트렌드 네이티브, 디자인 네이티브, 교육 네이이티브..  디지털, 영어, 기술, 트렌드, 디자인, 교육.. 모두 네이티브가 네이티브 아닌 자들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것들이다.


트렌드 소외, 기술 소외

트렌드/기술을 의식하고 따라가는 행위 자체가 트렌드/기술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징후이다. 트렌드/기술에 동화된 사람들은 그것을 공기와 같이 여긴다. 동화되지 못한 채 수용/추종을 위해 에너지를 지속 소비하는 것. 그게 소외의 본질이다.

애플 추종, 애플 증후군 (디자인 소외)
유니타스 브랜드 10호에서 기억나는 커멘트 하나가 있다. "디자인 경영특집을 준비하면서 첫번째 조건은 애플 말고 다른 것을 찾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 모델로 항상 거론된 브랜드가 애플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다운 증후군과 비슷한 브랜드 유전병이 애플 증후군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애플의 디자인 스타일에 대해서 존경과 경의를 보내왔는데, 최근 상황은 오마주를 넘어선 것 같다."

경쟁의 주객전도에 의한 교육 소외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다분히 Commodity적인 경쟁 과열로 이어지는 모습은 좀 그렇다.  아이들에 대한 한글 교육, 영어 교육, 한자 교육, 악기 교육,...  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뒤쳐지는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측정 용이한 분야들이다. 측정이 용이하고 자랑하기 쉬운 보편적인 Commodity적인 학습 영역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고 과열 경쟁을 통해 앞서 나가는 자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  그건 아이들의 인생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엄마들만의 경쟁이 아닐지..


디지털을 공기와 같이 호흡하고 디지털을 의식하지 않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디지털 비 네이티브를 소외시킨다.  디자인에 미치고 디자인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애플은 수많은 애플빠 기업들을 소외시킨다.  교육에 미치고 교육에 인생을 걸고 자식들을 소모적인 학습 경쟁에 밀어 넣는 학부모들은 교육 네이티브가 되어 자식들을 철저히 소외시킨다.

네이티브가 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타고 나던가 미치던가 해야 하니 말이다. 재수 좋던가 미치광이가 되던가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소외의 트랙에 올라타야 하는 현실이 정말 밉당~ ^^



PS. 관련 포스트
경쟁, 알고리즘
기억,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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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데굴대굴 | 2009/12/25 17: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애플 추종, 애플 증후군을 넘기위해 아이폰을 탈옥했습.... ;;
    (확실히 기본 앱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없는 것을 뛰어넘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건 놀라움의 산물이죠)

    • BlogIcon buckshot | 2009/12/25 18:54 | PERMALINK | EDIT/DEL

      음,,, 저도 갑자기 탈옥이 땡기기 시작하네요.. 어쩌죠..

  • BlogIcon login | 2009/12/26 12: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소유하고자 할수록 소외되는거군요

    • BlogIcon buckshot | 2009/12/26 12:52 | PERMALINK | EDIT/DEL

      예, 뼈아픈 지적이십니다. 애시당초 소유란 개념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고, 그것을 실재라 생각하고 계속 추구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소외가 발생하고 소외가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소유라는 환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외가 만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굴레라고 생각하구요.

  • BlogIcon 반재봉 | 2009/12/28 16: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네이티브가 되지 못한다면(혹은 되지 않겠다라면), 그에 편승할 줄 아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발만 담근다는 느낌일까요... 벅샷님의 포스팅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_ _ )꾸벅

    • BlogIcon buckshot | 2009/12/29 08:41 | PERMALINK | EDIT/DEL

      예, 말씀하신 것처럼 네이티브와 소외 사이 어딘가에 멋지게 포지셔닝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거기서 창의와 혁신이 샘솟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드네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 의미있는 스탠스라 생각합니다. 거리감의 조절능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applecat | 2009/12/29 09: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 진짜 기가막힌 제목이네요. 문득 저는 '디지털 네이티브'일까 고민하게끔 하네요 ㅡㅡ;

    • BlogIcon buckshot | 2009/12/29 09:22 | PERMALINK | EDIT/DEL

      applecat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에서 반재봉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네이티브와 소외 사이를 넘나들면서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감각이 점점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랄께요~ ^^

  • BlogIcon ZIRO | 2010/02/20 15: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책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란 단어를 보고 검색하여 이곳까지 들어왔습니다. 유익한 게시물들이 정말 많고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post를 스크랩 해가도 되겠습니까? 여기는 댓글마저 영감을 주는참 괜찮은 블로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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