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에 해당되는 글 20건

압박 :: 2017/05/22 00:02

포텐셜
데이브 알레드 지음, 이은경 옮김/비즈니스북스

압박감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 주는 책이다.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는 팁들이 나열되고 있다.

압박감을 낳게 하는 불안감을 직시하고
그 불안과 대화하면서 압박감을 컨트롤하는 흐름

언어가 가진 마력(?)을 잘 레버리지해서
수단과 목적 간에 내재한 긴장감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압박을 다루는 스킬은 향상이 가능해진다.

왜 불안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압박감은 유들유들해진다.

그리고 불안을 형상화하고 주물럭거리는 언어 활용에 의해
압박감은 놀이감이 되어간다.

압박을 갖고 노는 법
불안을 연주하는 법

이 책은
작곡에 관한
연주에 관한
그런 책이다.

음악이다.
세상살이는.

내가 나도 모르게 작곡해낸(?) 불안이란 곡을
압박감이란 악기를 가지고
나만의 언어로 연주하는 것

그게 Pressure Principle이다.  나만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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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에서의 노트북 타이핑 :: 2017/03/15 00:05

커피전문점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타이핑을 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커피향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고
커피가 있는 공간에서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올려지고
노트북이 열려지고
노트북의 키보드를 타이핑하고

이건 완벽한 플로우이다.

커피향을 따라 생각이 흐르고
음악을 따라 단상이 스쳐 오르고
커피를 머금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테이블 위의 노트북
노트북 위의 키보드 위에서
나의 손가락은 뇌의 행복한 운동을 대변하듯이
어디론가 타이핑의 궤적을 이동시킨다.

그 궤적을 따라
커피향이 흐르고
음악이 지나가면서
커피향 가득한 눈가, 귓가, 입가를 따라
나의 생각은 작은 행복감으로 가득한 춤을 춘다.

이런 시간들
이런 공간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비가격, 무가격의 경지이다. :)

자본의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비자본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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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기 :: 2016/09/23 00:03

앞을 본다. 뒤를 볼 수는 없다.
위를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하고 아래를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보기는 시야의 제한을 따른다.

앞을 듣는다. 옆을 듣는다. 뒤를 듣는다. 위를 듣는다. 아래를 듣는다.
듣기는 전방위적이다.

시각과 청각의 커버리지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하면..

보기를 달리 들을 수 있고
듣기를 달리 볼 수 있을 듯

보기에서 놓친 뒷 세상.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보기가 감지하지 못했던 세상을 지각할 수 있다. 앞에 미래가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착각할 뿐, 실은 미래가 앞이 아닌 뒤에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

모든 좌표로부터의 신호음이 한 방에 청각기관으로 몰려들기에 듣기는 현혹의 감각기관이다. 현혹으로 가득찬, 그래서 위험하고 그렇기에 매력적인.. 어디로부터의 소리인지, 왜 그 소리가 들려오는지 시각화하고 구조화하지 못해서 더욱 모호한.. 듣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그 흐름에 보기를 개입시키면 또 다른 양상의 전개가 가능하다.

듣보기를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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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어 :: 2016/09/12 00:02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블로깅을 하고 있다.

그런데, 1시간 넘게 전혀 들리지 않던 음악이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다.
분명 커피 전문점에서 음악은 1시간 넘게 플레이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이 있었으니..
Shazam으로 확인해 보니

AIM
From a seaside town

처음 듣는 건데
매우 익숙하게 들려온다.

귀에 잘 감기는 느낌.

'인이어'란 단어를 이럴 때 쓰는 건 아닌 듯 한데.

여튼 나는 지금 '인이어'를 당했다.  귀 속으로 뭔가 파고 들어왔고 난 그것에 반응하고 있는 중.

느닷없이 내 귀에 뭔가 들어왔다는 건
그것과 내가 어떻게든 연결이 된 것이고
난 그 연결에 대해 지금 생각해 보고 있는 것이고

그런 연결이 일어나는 지점은
일종의 좌표값을 형성하게 되고
난 그 좌표를 중심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그 좌표를 떠나 어디론가 이동할 때도 그 좌표는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다시 그 위치로 돌아왔을 땐 나는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in ear. :)

귀는 우주
우주 속으로 들어온 한 줄기 선율. 그것도 우주.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 이뤄지는 좌표. 그건 점과도 같은 우주.

점에서 시작해서 선으로
선에서 더 나아가서 면으로
면이 모이고 합쳐져서 입체로
입체가 서로 만나고 대화하면 하나의 점으로
점은 다시 시작을 시작해서 선으로.
선은 어디론가 정처없이 흘러가며 면으로
면은 자신에 대해 각성하며 입체로
입체는 자신보다 더 큰, 자신을 삼킬 수 있는 거대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하나의 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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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균형 :: 2016/09/02 00:02

자전거를 즐겨 탄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이고
종종 넘어지기도 한다.

첫 번째로 넘어졌을 때 왼쪽 손목에 무리가 왔고
계속 왼쪽 손목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아직 왼쪽 손목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또 넘어졌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쇼핑백을 자전거 오른쪽 핸들에 걸어둔 채 달리는데
자꾸 큰 쇼핑백이 자전거 바퀴를 건드리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급경사에서 급하게 내려가다 쇼핑백이 자꾸 신경을 건드려서 거기에 손을 자꾸 대다가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첫 번째로 넘어졌을 때보다 더 크게 넘어졌고
이번에도 왼쪽 손목에 크게 무리가 왔다.
게다가 이번엔 얼굴까지 땅에 박는 바람에 얼굴에도 상처가 났다.

자전거를 탈 때
자전거 타다가 넘어질 때
균형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일상적 흐름 속에서 균형의 연속성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균형의 불연속성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연속과 불연속을 오가면서
균형에 대한 배움과 생각은 더욱 구체성을 띠게 된다.

나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균형을 추구하고 균형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되는 균형과 불균형의 관계 속에서 나는 오늘도 무의식적 균형 속을 다이내믹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균형이란 무엇인가.
나는 균형과 현재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앞으로 나와 균형과의 관계는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 것인가?

이 모든 것들이
자전거에서 파생된 질문이다.

이러니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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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 2016/08/26 00:06

뮤직을 플레이한다.
동영상을 플레이한다.

플레이.
그냥 멍 때리면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본다.

응시하다.
경청하다.

플레이.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음악을 흘려 듣는다. 배경음악처럼.
동영상을 보면서 동영상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상을 떠올린다. 배경영상처럼.

플레이에는 이중적 지향이 깃들어 있다.

플레이를 할 때
묻게 된다.
누가 무엇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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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대화 :: 2016/04/29 00:09

카페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들리지 않는 대화 속에서 읽혀지는 뭔가가 있다.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람 간 대화의 모습만이 유일한 단서가 될 뿐
나머지는 모두 내가 채워야 하는 여백 많은 캔버스인 것이다.

모든 정황이 포착될 수 있다면 그걸 묘사하면 된다.
묘사의 깊이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제한된 상황만이 나에게 재료로 주어진다면
나는 밑바닥부터 플롯을 짜야 하고 캐릭터를 내 의도대로 정의해야 하는 소설가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그 어떤 대화도 소설의 한 장면이 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scene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긴장감을 견지한 채,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관찰한다.

명품을 자꾸 쳐다봐야 명품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생성되듯이
대화를 자꾸 쳐다보면 대화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만들어진다.

대화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보면 대화가 읽혀진다.
들렸다면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묘사를 위한 정보만 많아졌을 듯.

하지만 대화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감각기관이 본격 작동하게 된다.
대화를 그저 보게 되는 것이고, 보다 보면 대화를 읽게 될 수 밖에 없다.

대화를 읽는다는 건
대화를 작성하는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표면적으로만 다르게 보일 뿐
본질적으로 유사한 결을 띠고 있는 행위다.

대화를 읽는다.
대화가 더욱 들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 시각과 독각은 더욱 첨예해진다.
캐릭터는 스스로 살아움직이는, 대화를 둘러 싼 공기가 자연스럽게 플롯이 되는..

대화가 들리지 않을 때
나의 소박한 창작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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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정체 :: 2016/04/22 00:02

어떤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고민을 거듭한다.
그렇지만, 어려운 주제라서 생각의 진전이 없다.
그래서 정체 상태에 놓였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정체 상태에 놓여있지는 않다.
모든 것은 계속 움직이다.

특정 주제를 향한 내 생각은 계속 움직인다.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걸 내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분명 어제와 오늘의 생각이 같은 것 같은데.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사실은 진전이 있는 것이다.

그 미세한 변화
어제와 오늘의 다름
1시간 전과 지금의 다름
10분 전과 바로 지금의 다름

그 작은 틈입을 인지하는 것
그게 생각의 진전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생각은 계속 나아간다.
결코 멈춘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척을 인지하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가져야 한다.
그건 매일 튜닝해야 한다.

생각을 한다는 건
생각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는
날카로운 감각기관을 계속 깨어있게 하는 것이다.

반복과 정체 속에서 마이크로 무브먼트를 찾아내고
거기서 큰 증폭의 단서를 꺼낼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은 감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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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dge | 2016/05/03 18: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개인적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6/05/03 22:20 | PERMALINK | EDIT/DEL

      생각의 진전 없음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기 위해 적은 글입니다. 댓글 주셔서 더욱 힘을 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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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의 수단 :: 2016/01/25 00:05

사람은 세상을 감각기관으로 인지한다.
눈으로 형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피부로 촉감을 느낀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느끼면서 존재를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사물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느낄까.

내가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종이책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지금 마시고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내가 지금 존재하는 공간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시간은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우주는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그런 존재와 사물들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그런 방식들이 다변화된 채 펼쳐지고 있는 세상만사 속에서
나는 타 존재와 사물들의 세상 인지 틀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세상을 인지하는 수많은 틀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낮은 지금.
나는 앞으로 내가 갖고 있는 틀 외의 다른 세상 인지 프레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그 이해가 성장하게 되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나는 결국 나를 알 수 있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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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공간감 :: 2015/08/19 00:09

종이책을 읽는 것과 대비해서 전자책을 읽을 때 아쉬운 점은 위치 감각이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지를 인지할 수가 있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때 내가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느끼면서 가게 마련인데 전자책을 읽다 보니 종이책을 읽을 때의 나의 심리적 기제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독서할 때 일종의 가상 직선주로를 상정하고 그 길을 따라 가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글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e북을 읽다 보면 그런 현장감(?)이 낮은 상태에 놓인 채 글을 읽게 된다. 그런 느낌이 올 때마다 종이책이 그리워진다. 종이책에서 느끼는 감각을 이북에서도 느끼고 싶은데..

하지만..
전자책을 읽으면서 종이책을 그리워함과 동시에
전자책 만의 공간감에 대해서도 어설프게 뭔가를 익혀 나가는 느낌이다.
종이책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감이 형성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e공간감.
종이책은 손에 잡히는 직관적인 물적 촉감을 통해 독서의 진도율을 파악하게 되지만,
전자책은 그게 어렵다 보니 다른 차원의 감각이 만들어진다.
매우 좁은 공간에 띄워진 적은 분량의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을 은연 중에 몸에 붙여나가게 되는 듯 하다. 내가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뭔가 텍스트 상에서 묻어나오는 여러 가지 기운을 통해서 대략적인 나의 위치를 파악해 보게 된다. 위치를 파악하려는 본능이 터프한 상황에 맞게 튜닝되면서 나름의 포지션 센싱을 수행해 나가는 흐름.

전자책은 새로운 세상이다.
그 세상에선 그 곳에 적합한 감각기관이 필요하다.
전자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감각기관의 예를 갖추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는 일은
새로운 감각기제의 장착을 수반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오가며
나의 감각기관을 교란스럽게 튜닝하는 작업이 나름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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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커피 :: 2014/05/28 00:08

4월19일 토요일에 이사를 했다.  인터넷 뱅킹 한도 문제로 인해 급하게 동대문 두타에 있는 우리은행에 갔다. 오전 11시부터 문을 여는데 여유있게 9시30분 경에 도착해서 1시간 반 동안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근처의 커피 전문점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놓고 노트북을 켜놓고 정보 소비를 하기 시작한다. 두타에 간 적이 언제였던지. 90년대 후반에 간 이후로 언제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두타는 나에게 완전 새로운 공간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 지하의 커피 전문점에서 제공해 주는 아메리카노. 여느 아메리카노보다 조금 더 맛있었다. 향긋한 커피향과 내가 즐겨 쓰는 노트북. 그리고 새로운 공간.

우연히 진입한 시공간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행위가 꽤 감미롭다. 우연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우발적인 계기에 의해 새로운 시공간의 틈새를 밀치며 '나'란 존재를 틈입시키는 행위는 내 안에 새로운 감각세포를 생성시킨다.  우연은 감각을 꽃피우고 감각은 우연을 소환한다. 우연한 계기로 생소한 커피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그 커피향이 지금도 내 안에 잔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연은 결국 필연으로 귀결된다. 계획되지 않은 랜덤 선택의 결과는 인상적인 감각의 축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우연으로 인한 다양한 결과들이 참신한 직조물로 형상을 띠게 되면 우연은 필연이 되어 또 다른 우연을 소망하게 된다.

우연히 마신 커피.
그 커피맛을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우연이 나를 발견해줄 것만 같아서 설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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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ll :: 2014/03/26 00:06

스냅
매튜 헤르텐슈타인 지음, 강혜정 옮김/비즈니스북스


만물은 흘러간다.
흘러간다는 것은 뭔가를 향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뇌는 흘러간다.
뇌에 접수되는 무수한 정보 신호들은 뇌 속에서 조합되어 의미 있는 가공 정보를 만들어낸다.
나는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해도 무의식 레벨에서 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예측하고 대응하려고 한다.

이 책의 원제가 'The Tell'인데 참 맘에 든다.
만물은 스토리텔링의 주체이다. 무엇이든 자신 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가는 감각기관이 얼마나 열려 있는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나로부터 발산되는 '이야기'부터 들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걸 전혀 못 알아들을 수 있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의외로 난해하다.  스토리텔링은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반해 스토리청취는 희소한 상황.  스토리에 관한 한 수요와 공급은 철저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만물은 진동한다
만물은 존재한다.
존재는 진동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존재 자체가 이야기다 .
존재로 살아가면서 존재로부터 발산되는 이야기를 스스로 감지해야 한다.

편의상 협소하게 정의된 '이야기', '감각'의 범주를 나만의 스타일로 얼마나 넓힐 수 있는가?

세상 자체가 THE TELL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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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소환 :: 2014/03/24 00:04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특정 감각이 소환된다. 
어떤 봄 내음은 유사한 내음을 맡던 시절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봄에 즐겨 듣던 어떤 음악이 떠오르면 봄이 오지 않았는데도 몸은 이미 다가온 봄을 만끽하게 된다. 

머리 속에 지난 겨울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그 장면에 동참했던 빛의 세기, 바람의 흐름, 공기 냄새, 시각적 느낌, 그 당시 몸의 컨디션 등이 일시에 재조합되면서 시공간이 특정 좌표를 향해 시뮬레이션스럽게 직조된다.

감각은 시공간 상의 노드들을 이어주는 링크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감각을 소환한다는 건 시간과 시간을 잇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스토리 텔링 행위이다.
스토리가 말을 할 수 있게 연출을 해주는 거다.
스토리는 항상 도처에 잠복해 있다.
잠재되어 있는 스토리 텔링의 기운을 뭔가가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감각 소환은 뭔가가 말하게 판을 깔아주는 행위다. 
만물은 말을 한다.
말을 하게 만드는 길목에 서서 말이 탄생하도록 지원하는 것.

오늘도 나는 특정 감각이 소환되는 현장에 있다.
그렇게 소환되는 감각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 과정 속에서 또 하나의 말은 탄생한다.   ^^



PS. 관련 포스트

그림자
귀로 기억하기 

문자
감각재귀

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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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4/03/25 07: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새벽의 찬 내음. 비온 뒤의 깨끗한 공기를 좋아합니다. 그리운 냄새를 맡으면 잘 소환(?)되는 것 같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14/03/25 08:48 | PERMALINK | EDIT/DEL

      저도 새벽내음 좋아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느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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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2014/01/06 00:06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살아있는 사람은 계속 심장이 뛴다. 심장이 뛰는 것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심장이 뛰는 것을 알고 있고 심장이 뛰고 있어서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는 것을 인지할 때 건강한 심장이란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받게 된다. 직접적으로 실체를 지각하지 않아도 실체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신호를 통해 실체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일종의 그림자 효과라고나 할까.

'시각'은 보이는 것만을 감지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고 지각하는 것도 시각의 역할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시각 기관이다. 시각 기관을 올바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선 보이는 것에만 시각 기관이 경도되지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 기관은 느끼고 있다. 문제는 시각 기관으로 접수되는 보이는 것에 대한 신호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신호를 차별대우하려고 하는 인간 본능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이다. 마치 달콤한 것만 받아 먹으려고 하는 미각 본능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만 접수하려고 하는 시각 본능과의 긴장 관계를 형성할 줄 알아야 한다.

MRI, CTI 영상은 실체는 아니다. 영상에 대한 해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의 해독이어서 그걸 마치 실체와도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뿐 영상과 해독 사이엔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그림자를 보면서 실체를 추정하는 놀이를 뇌가 넘 즐기다 보니 뇌의 농간 때문에 실체와 해독을 구분 못하는 상황은 인간의 삶 전체에 걸쳐서 자행되기 마련이다.

결국 감각 기관은 해석을 하는 것이고 실체는 별도로 인식 너머에 존재한다. 실체를 보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인간은 항상 그림자를 보면서 실체를 매우 부정확하게 추정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그런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추정의 중첩 속에서 판타지는 확대 재생산을 거듭한다.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 암호와 해독.  인간은?

암호가 난무하고 해독이 뒤따라 횡행한다. 세상은 온통 암호들로 뒤덮여 있고 해석의 메세지로 자욱하다. 암호는 원천 메세지이고 해독은 2차 메세지이다. 우린 1차 메세지와 2차 메세지 간의 관계 속을 살아간다.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은 암호와 해독인데 그것은 서로 완전 잘못 연결되기도 하고 축소 또는 확대적 왜곡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암호와 해독이 존재할 때, 인간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일까? 인간은 그저 암호와 해독이 꾸고 있는 '꿈'에 불과한 것 아닐까? ^^

그림자를 보면서 실체를 추정하는 작업은 사지선다형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문제를 때려 맞추는 것보다 훨씬 난해하다. 그래서 아예 해독이라 생각하지 않고 실체 자체라고 오인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게 실체일 수는 없다.  난해한 암호 문장을 접하면서 그 암호 속에 담겨진 메세지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해독의 실마리를 찾아 떠나는 인지 여행. 그건 그림자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또한, 그림자를 실체가 아닌 암호문으로 바르게 응시하는 지혜로운 시선도 인간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겠다.  그걸 잘 하는 인간은 '존재'가 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이겠고, 그게 잘 안되는 인간은 존재라기 보다는 암호와 해독 사이를 부유하는 한낱 '꿈'에 불과한 무엇일 수 있겠다. ^^




PS. 관련 포스트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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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기억하기 :: 2013/01/21 00:01

브랜드는 눈이 아니라 귀로 먼저 기억시켜라

재미있는 내용의 포스트이다.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것 못지 않게 청각적 인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귀로 기억한다는 것.
시각적 자극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청각의 소중함을 지켜나감을 의미한다.

눈으로 기억하기
귀로 기억하기
손으로 기억하기
발로 기억하기
배로 기억하기

기억의 수단은 참으로 많다.
진동을 느끼고 울림을 감지하며 촉감을 소환하면서
기억은 감각기관 속으로 체화된다.

감각기관은 기억을 담는 컨테이너이다.
기억은 감각기관에 담기는 컨텐츠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기억되는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은 필연적으로 감각재귀 메커니즘을 타게 되어 있다.

새까만 공간 속에서 보이는 것들.
소음 가득한 공간 속에서 들리는 것들.
닿지 않는 것을 촉으로 느끼는 것.
밟히지 않는 것을 발로 느끼는 것.

기억을 감각하고
감각을 기억한다.

감각기억 vs. 기억감각

감각과 기억 사이에 내가 존재한다. ^^




PS. 관련 포스트
감각재귀
찜질방, 온도와 소음
무음, 알고리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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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ndy | 2013/01/21 09: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출근길에 커피로 인하여 시각 및 후각적 컨텐츠만 담았는데, '청각적 인지'를 통한 기억이라...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새롭네요! ^^ 아침 출근길에 흥얼거렸던 음악은 청각적 컨텐츠이겠지요? 늘 새롭고 재미난 관점과 주제로 포스팅을 해주시니, 저의 잠들어 있는 감각기관들이 깨어나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드려요! 한 주간도 승리하시길!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13/01/21 20:06 | PERMALINK | EDIT/DEL

      wendy님의 댓글은 언제나 제 생각을 일깨워주시곤 합니다. 댓글 보내주시는 만큼 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BlogIcon Playing | 2013/01/23 23: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글을 보면 제가 조금 이상해진 거 같아요
    느껴집니다... 무언가 제가 놓치고 있는 그것이 '기억'이라는 보금자리에 안주하려고만 하는 제 반쪽임을 ...;;

    어쩌면 지금의 반쪽과 놓치고 있는 반쪽이라는 느낌도 또다른 내 편한세상속 이야기같지만 그래도 느껴집니다 크하하 ;;

    • BlogIcon buckshot | 2013/01/24 20:55 | PERMALINK | EDIT/DEL

      제가 너무 횡설수설하면서 혼란을 드린 것 같네요. 저도 잘 모르면서 적은 내용이라서 그냥 가볍게 흘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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