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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알고리즘 :: 2009/02/02 00:02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아래와 같이 얘기한다. "오늘날 가시 경제에서 세계 화폐 경제의 연간 총생산액은 50조 달러에 이른다. 흔히들 이것을 지구상에서 해마다 창출되는 경제적인 총 가치로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물품과 서비스, 경험을 통해 생산하는 액수가 연간 50조 달러가 아니라 100조 달러에 이른다면 어떻겠는가? 50조 달러 이외에 비공식적인 50조 달러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보이지 않는 50조 달러를 찾는 일이 앞으로 우리가 다루게 될 주제이다." 이윤창출을 위해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에 기반한 왕성한 거래가 일어나는 화폐 경제. 판매/교환을 위해서라기 보단 자신의 사용/만족을 위해 제품/서비스/경험을 생산하는 프로슈머들이 이끄는 비화폐 경제. 앨빈 토플러는 경제학자들이 계량화/모델화가 용이한 화폐 경제에만 매달리는 현상에 비판을 가하면서 비화폐 경제에서의 무보수 프로슈밍 활동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추적/측정하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본격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작업이 그리 쉽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 작업이 의미가 있는 작업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댄 애리얼리는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위가 처가에 방문해서 장모님께서 정성껏 마련해 주신 음식을 맛있게 먹은 뒤에 "장모님, 이 모든 요리에 담아주신 장모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얼마 드리면 될까요? 500달러면 될까요? 아뇨, 잠깐만요, 400달러는 드려야겠죠?" 순간 장모님 얼굴이 흑색으로 변하면서 분위기는 급속 냉각되고 만다.... 세상엔 두 가지 컨텍스트가 존재한다고 한다. 사회규범이 우세한 경우와 시장규칙이 우세한 경우. 장모님이 사위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사회규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에다 시장규칙을 들이대면서 장모님께 돈을 지불하려고 하면 그야말로 확 깨는 것이다. 즉, 어떤 제품/서비스/경험에 가격을 매길 것인가 아닌가는 그것이 사회규범에 속한 것인가 시장규칙에 속한 것인가에 따라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모든 것을 가격으로 환산하려는 시도는 결국 사회규범이란 장벽과 마주치게 된다. 사회규범이 지배하는 context에선 어설프게 매긴 가격이 0원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온정적인 무보수 노동(대표적 예: 육아/가정교육), 개인의 만족을 위한 열정과 몰입을 수반하는 다양한 무보수 노동은 가격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가치의 의미가 급퇴색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은 돈 한 푼 나오지 않는 무보수 노동이다. 여기엔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노동을 교환가치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하면 참 민망한 결과가 나온다. Read & Lead 블로그에 애드센스 광고를 붙이면 광고수익이 얼마나 나올까? 아마 버스/지하철 요금도 안 나올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노동은 가격(교환가치)으로 해석하고자 하면 참 답이 안 나온다. 이건 그냥 자기 만족이다. 나름 흐뭇한 자기 만족을 느끼며 하고 있는 이 행위를 갑자기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면 얼마나 민망한 결과가 나오겠는가? ^^ 앨빈 토플러는 비화폐 경제에 대한 무지와 무계량화를 크게 아쉬워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화폐 경제가 유발한 어설픈 계량화의 비약에 더 주목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화폐 경제에 편입되지 않은 비화폐 경제에서 행해지는 무보수 활동들을 차원이 다른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 보고 새로운 의미 발견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놀이, 알고리즘과 같은 포스트를 앞으로도 종종 써볼 생각이다. 이미 심하게 자본화된 행위를 비자본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화폐스럽지 않은 행위가 화폐 기반의 계량화 속으로 어색하게 편입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무엇을 잃어가는 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화폐로 환원시키면 보기엔 시원할 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넘 많다. 가격은 교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세상엔 교환 가능한 것들이 많다. 만물은 점점 Commodity스럽게 변해가기 마련이니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교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교환 가치를 계산하려고 하는 행위는 너무 오버스러운 것이다. 교환하기 싫은, 교환해선 안되는, 교환하면 가치가 변해 버리는 그런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 PS. 앨빈 토플러의 프로슈머 경제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내게 강한 지적 자극을 준다. 앞으로도 그가 제시한 '프로슈밍'이란 키워드에 대해 면밀한 관찰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비화폐 경제는 원래부터 거대한 규모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고 오히려 화폐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관전 포인트는 "비화폐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고 "화폐 경제가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 것인가?", "화폐 경제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 하고 비화폐 경제와 어떤 방식으로 공진화를 해나가야 하는가?"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동기부여와 가치 체계를 갖고 있는 양대 경제가 어떤 방식의 포지셔닝을 각각 취하고 서로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관찰과 포스팅을 간헐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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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과 라테 사이 :: 2008/11/07 00:07'Starbucks Identity - Commoditization과의 전쟁'에 대해 80님께서 댓글을 주셨는데 80님도 거의 동시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소재로 [Iconic Brand] Nothing Lasts Forever를 올리셨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80님의 포스트를 재미있게 읽었다. 80님의 멋진 포스트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품질/사이즈/재료/중량을 통해 빅맥 가격을 지수로 승화시켰던 것처럼 스타벅스도 전 세계에 복제된 스타벅스 유통망을 기반으로 스타벅스 가격을 지수로 승격시키고 이젠 경제 위기까지 스타벅스 유통의 복제도로 설명하는 단계에 이른다. 빅맥지수와 스타벅스지수는 가히 세계화 시대의 대표적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 음.. 여기서 한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는 자사의 상품이란 렌즈를 통해 전 세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부여한다.. 이거..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리더십은 결국 리더 자신만의 렌즈로 상황을 통찰하고, 언어화하고, 변화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모든 상황은 다차원적 요소들이 중첩된 맥락의 복합체인 경우가 많다. 리더는 어떤 상황을 맞이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사고 프레임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상황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걸 follower들에게 긴장감 있고 지향성 넘치는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한다. 맥도널드가 빅맥 가격으로, 스타벅스가 라테 가격으로 전 세계 경제상황을 묘사하는 것처럼, 리더는 자신의 내공 가격으로 상황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묘사는 설명력과 설득력으로 전달된다. 격물치지님의 멋진 포스트 서평 #4_손자병법을 다시 한 번 환기해 본다. ![]()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이야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확 뒤집는 사람..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혁명가로 부른다. 리더십의 궁극은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 아니던가... ^^ 빅맥지수와 라테지수를 보면서 세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절단/채취하고 그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런 리더십은 리더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들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일상 속을 살아가는 소시민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 숨어 있고 내 안에 숨어 있는 디테일의 힘을 느끼고 그걸 밖으로 끄집어 내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다 보면 빅맥지수와 라테지수가 부럽지 않은 '나만의 지수'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잠자고 있는 혁명 깨우기를 지향하는 삶은 아름다움 그 자체일 것 같고..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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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 개미집단의 창발성 :: 2007/11/23 07:58
개미는 지구상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번성한 종이다. 지구상에서 차지하는 면적에서 인간과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반면, 개미는 자연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살아간다. 개미에겐 인간과 같은 진화된 뇌 연산 능력이 없다. 개미는 개별적으론 매우 저급한 수준의 행동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개미가 지구상에서 이토록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었을까? 한 마리의 개미는 매우 제한된 시야를 갖고 있고 페로몬이라는 半화학물질을 분비하며 다른 개미들과 의사소통한다. 개미들 간의 의사소통은 자기 일을 인식하고 페로몬 흔적을 쫓아가고 위험을 알리고 사체를 치우는 등의 단순한 어휘로 이뤄진다. 개미들은 페로몬의 증감을 감지해서 어느 길에서 냄새가 더 강해지는지를 인식하면서 먹이 운반로를 형성한다. 개미가 먹이를 찾아 일렬로 행진하는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먹이 위치에 대한 페로몬 교환이 먹이에 가까운 곳에 확률적으로 높게 분포하기 때문이다. ![]() 스티븐 존슨의 이머전스에 자주 등장하는 개미 전문가 데보라 고든은 개미는 다른 개미와의 무작위적인 만남에 기초한 행동을 함으로써 개미집단의 전체 규모를 알려주는 통계학적 표본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개미는 특정 시간에 얼마나 많은 개미가 먹이를 조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개미가 둥지 짓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하루 동안 이동하는 중에 자신과 다른 일을 하는 개미들을 얼마나 많이 마주쳤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리의 개미가 갖고 있는 국지적 능력은 보잘 것 없지만 이 능력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떤 확률적 분포를 형성하게 될 때는 매우 지능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고 결국 이런 국지적인 피드백 커뮤니케이션이 개미 세계를 지배하는 분권적 질서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계 내에서 행위자들이 매우 단순한 룰에 기반하여 움직이고 행위자들 간의 무작위적인 미시적 상호작용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날 경우 미시적 패턴과는 전혀 다른 거시적 패턴이 생겨나는 것을 스티븐 존슨은 emergence(창발)라고 표현했는데 창발성은 복잡계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하위수준에 없는 특성이 상위수준에서 bottom-up으로 창발하는 자기조직화 현상은 그동안 top-down에 의한 인위조직화 현상으로만 세계를 이해해 왔던 과거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양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자기조직화 현상을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특정 계의 미래 거동을 예측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탐색하는 노력들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복잡계의 특성을 갖고 있는 현실 계는 매우 많다. 생태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기업조직도 복잡계로 간주할 수 있고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발생하는 WEB도 복잡계이다. 복잡계는 아직 완성된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기존 시각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좋은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분의 합은 전체'라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커버할 수 없는 다양한 현실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복잡계 이론은 분명 유용한 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원주의를 통해 전체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왔다면 앞으로는 복잡계이론을 통해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갈 필요가 있을 것이고 두 관점의 조합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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