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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알고리즘 :: 2009/06/17 00:07

호기(好奇) -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함

"뇌를 호기심으로 가득 채우고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공급해 줄 수 있다면 노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브레인 룰스
존 메디나 지음, 정재승 감수/프런티어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스'를 다 읽었다. 요즘 곧잘 유독
을 못하곤 한다. ^^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머리 속에 남는 건 저자의 엄마가 넘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뿐이다. 존 메디나의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래와 같다.

난 4살 때 공룡에 꽂혔다. 그런데 엄만 마치 내가 그러길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그날 우리 집을 쥐라기 시대로 만들어 버렸다. 공룡 그림들이 벽에 걸렸고, 바닥과 소파엔 공룡 책들이 널렸다. 엄만 저녁식사를 '공룡 음식'처럼 준비하기도 했고, 나와 몇 시간씩 공룡 소리를 내며 웃고 떠들기도 했다. 어느 날, 별안간 난 공룡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유치원 친구 하나가 우주선과 우주에 꽂혔기 때문이다. 역시 엄만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맘이 바뀜과 동시에 우리 집은 공룡 시대에서 우주 시대로 변했다. 공룡 포스커가 붙어 있던 자리에 별 그림이 걸렸다. 욕실엔 작은 위성 그림들이 붙었다. 엄마는 심지어 감자칩 봉지에서 '우주 동전'을 찾아주기까지 했고, 나는 그걸 모두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내내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었다. 내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가지면 엄마는 집을 올림푸스산으로 바꿔주었다. 내 맘이 기하학으로 옮아가면 집은 유클리드 세계로 변모했다. 14살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내가 무신론자라고 선언했다. 신앙심 깊은 엄마는 놀랍게도 이렇게 말했다. "야~ 괜찮다~(개콘 변기수 말투)" 마치 내가 어제 감자칩이 먹기 싫어졌다고 말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 다음 날 엄만 내 손에 한 권의 책을 꼭 쥐여주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니체라는 사람이고, 이 책 제목은 '우상의 황혼'이야. 무신론자가 되려면 최고의 무신론자가 되렴. 재미있게 읽어랑~!"


존 메디나의 호기심이 엄마의 지원 속에서 마음껏 흘러 다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저런 파격적인 호기심 장려 정책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아마 평생을 호기심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끼고 관심을 기울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얻는 기쁨. 호기심은
증식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호기심은 호기심을 낳고 호기심을 통해 새롭게 얻은 발견은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이는 거의 중독에 가까운 메커니즘이다. 외적 보상이 아닌 내적 보상이 강하게 작용하는 자발적 만족 메커니즘.. 평생 지속되는 호기심은 평생을 지탱하는 동력원이다.


우리나라에도 인상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꼬날님 포스트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아빠는 몇 가지를 습관화하고 생활화함으로써 독서하는 환경과 습관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렸을 때 살던 저희 동네에는 '세기 문구사'라는 서점이 있었는데요. 저와 제 동생은 항상 아무 때나 세기 문구에 들러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이든 가져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세기문구에 들르셔서 저희 가족이 읽은 책을 정산하셨죠. 책의 장르는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만화책도 읽을 수 있었고, 보물섬이나 소년 중앙 같은 월간 잡지도 OK~  

숙제나 질문을 언제나 책과 사전을 찾아서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집에는 책이 무척 많았지만, 각종 사전과 백과사전, 심지어는 화집들까지 꾸준히 구비해 놓으셨습니다.  질문을 할 때 마다 가서 적당한 자료를 찾아 내고 스스로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그 땐 사실 그게 너무 싫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좋은 방법이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는 책을 다 읽으시면 맨 뒷 장에 Sign과 함께 날짜를 적어 놓곤 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게 왜 그렇게 멋져 보이던지요?  언제인가부터 저도 아빠 Sign 밑에 제 Sign과 다 읽은 날짜를 적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Sign 남기는 재미에 책을 읽었던 것도 같네요. ㅋㅋ   몇 년 뒤 부터는 3살 아래의 동생도 제 Sign 아래에 자기 Sign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빠는 점점 더 제게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해 주셨을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아빠가 지금의 제 나이였을 때를 돌아 보아도 그렇습니다. 아빠는 지금의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존재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은 인생을 에너제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내적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존 메디나와 꼬날님은 그걸 선물 받은 것 같다. 그런 선물을 받지 못했거나 받았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엔 할 수 없다. 스스로 그걸 만들어 내야 한다.  왜?  왜 만들어야 하냐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희귀사건이며 놀랍도록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다. 초 거대 행성에 묻어 있는 한 점 먼지를 생각해 보라. 그 먼지 한 점이 인간이 태어난 확률과 같다. 거대 행성은 그 반대의 확률을 상징한다. 저택을 선물로 받아놓고 감사하기는커녕 욕실에 때가 낄지 모른다고 짱내는 찌질이가 되지 말라. 잊지 말아야 사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검은 백조라는 사실이다.



'인간' 자체가 놀라운 현상이고 기적과도 같은 확률의 벽을 뚫고 탄생한 존재들이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에 의해 생성된 수많은 이벤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거대한 자연이 둘러 싸고 있다.  이런 맥락을 살아가면서 호기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부모로부터 호기심을 가꿔나가는 습관을 선물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그걸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뭔가가 용솟음칠 때, 그걸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내가 늙지 않을 수 있는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호기심.. 어린아이들이나 갖는 치기 어린 특성이라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호기심이 발동할 때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나의 호기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호기심의 원천을 파고 들어야 한다. 그 안에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숨어 있다.  호기심.. 그건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동력원이다.  있지도 않은 호기심을 억지로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라 당근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잠들어 버린 호기심을 깨우지 않고 세월을 흘려 보내는 없도록 하자는 얘기다. 

지금 호기심은 바로 내 안에서 '거대한 잠복'을 하고 있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 알고리즘
거잠,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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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epay | 2009/06/17 05: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나중에 꼬날님 아부지처럼 문방구에 우리 애들이 책보러 오면 그냥 가져가게 하라고 말해놔야겠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17 06:47 | PERMALINK | EDIT/DEL

      저는 오프라인 거점은 물론이요, 온라인 거점도 마련해볼 생각입니다. 책에 관한 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무한 리필을 해줘야될 것 같아요~ ^^

  • BlogIcon ego2sm | 2009/06/17 09: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수요일 아침
    아 포스트는 더욱 미래의 저희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싶다,의 결정판(?)인 것 같네됴.
    억지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 누리는 기쁨.
    비단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생활의 발견'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7 11:06 | PERMALINK | EDIT/DEL

      좋은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이제 전 나일 넘 많이 먹었으니 호기심을 스스로 생산하는 훈련을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이채 | 2009/06/17 10: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완전 멋지신 부모님들이네요. 전 나중에 두가지 방법 모두 활용해야겠는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6/17 11:07 | PERMALINK | EDIT/DEL

      예.. 저도 두가지 방법을 다 고려해야 겠다고 맘 먹고 있습니다. ^^

  • BlogIcon 꼬날 | 2009/06/17 10: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꼬날입니다. 어릴 적의 경험들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용기를 주고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내적 동력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 자체가 놀라움이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희귀사건, 인생은 이벤트의 연속이라는 말씀들도 그렇구요. 어제 TV에 노홍철이 나와서 '오늘만 날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말이죠. 정말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신나게! :-)

    • BlogIcon buckshot | 2009/06/17 11:09 | PERMALINK | EDIT/DEL

      꼬날님 덕분에 포스트 하나를 통으로 얻었습니다. 넘 감사합니다. 소중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의식하며 살겠습니다. ^^

  • 저련 | 2009/06/18 03: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자기도 다 소화한게 아니면서) 아마도 칸트를 읽히다가 애를 미치게 만들 그런 못된 부모가 될 듯 하다는.. ㅋㅋ

  • BlogIcon erfile | 2009/07/17 10: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메디나의 어머니 쵝오인데요.
    저희 아버지도 제가 보고싶은 책 목록을 써서 드리면
    단골 서점에 가서 한번에 몇십권씩 책을 사서 주시곤 했었어요.
    아버지 개인 책 도장(이걸 뭐라고 하더라..)을 만들어서
    본인의 책에 찍으시곤 했는데
    저도 그게 부러워서 지우개로 도장파서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브레인 룰스 꼭 읽어야겠어요. ㄱ ㅅ ㄱ ㅅ

    • BlogIcon buckshot | 2009/07/18 09:43 | PERMALINK | EDIT/DEL

      erfile님 아버님도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

  • 츠바사 | 2010/11/11 10: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서점에서 저도 브레인 룰스 보고 구입하려했는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편인데 사회생활하면서 억누르고(?) 살아야 했던 1인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1/13 00:00 | PERMALINK | EDIT/DEL

      호기심에 자유를 부여하는 의식을 자주 실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Jogos Quentes | 2011/04/07 16: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네오비스입니다.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의 참여와 성원에 힘입어 제 7회 Demo Day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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