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에 해당되는 글 10건

표현과 은폐 :: 2012/04/11 00:01

글을 쓴다는 건 뭔가를 드러내면서 다른 뭔가를 감추는 것이다.
뭔가를 감추지 않고서 뭔가를 드러내기란 매우 어렵다.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표현을 통해 감추고 싶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또한, 표현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있고
표현을 통해 의도와는 상관없이 감춰지는 것도 있다.

표현은 결국 4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
1. 의도된 드러냄
2. 의도된 은폐
3. 의도하지 않은 드러냄
4. 의도하지 않은 은폐

표현을 하면서 은폐를 가시화할 수 있다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창의와 혁신은 표현된 것들에 수반되는 은폐된 것들을 표현해낼 때 발현된다.

뭔가가 표현될 때 그것은 앞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의 뒷면에 무엇이 은폐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면 온전한 시야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타인의 표현을 보면서 타인의 앞면 뿐만 아니라 타인의 뒷면을 바라보고
나의 표현을 돌아보면서 나의 앞면 뿐만 아니라 나의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 지각해야 한다.

우린 표현된 세상을 인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세상의 피상적 앞면에 불과하다.
표현의 이면에 자리잡은 은폐의 양상은 무엇인지를 퍼즐 맞추듯 찾는 놀이를 즐겨야 한다.

만물은 앞면과 뒷면으로 구성된다.
앞면과 뒷면을 모두 인지할 때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된다.

표현과 은폐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세상.
평생을 지속해도 충분한 거대한 놀이터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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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 :: 2012/02/15 00:05

길을 잃는다는 다분히 수동태적 의미를 지닌다.
길을 잘 찾아가고 싶은데 길을 잃는 것. 그게 길 잃기의 지배적인 모습이다.

반면,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나는 항상 다니는 길이 있다. 그 길을 갈 때는 거의 눈을 감고도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그 길은 나에게 매우 익숙하고 친근하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 길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주 지극히 제한된 용도로만 그 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길이 익숙한 것일 뿐,
사실상 나는 그 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극히 제한된 목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대상을 이해하는 것.  그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효율지향적 삶의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효율의 문제일 뿐이고..
대상을 통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렌즈를 끼고 살아간다는 관점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나에게 익숙한 그 길을 좀더 넓은 견지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 길은 전혀 새로운 의미로 내게 다가올 수 있다. 그 길이 나에게 전해주는 정보의 양과 질이 증폭되어갈 때 나는 그 길에서 길을 잃게 된다.  나는 그 길을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길을 바라보는 렌즈가 단 1개였다가 그 렌즈의 개수가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로 늘어나고 그 렌즈들이 다양한 각도로 중첩되어 갈 때 나는 그 길에서 온전히 길을 잃고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길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된다.

뻔히 알고 있고 자주 다니는 거리에서 길을 잃을 수 있는 것.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길을 잃는 능력. 그건 고도의 인지 능력이다. "얼마나 길을 잘 잃을 수 있는가?"는 네비게이션 고도화 시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질문이자 인간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 있는 질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도의 네비게이션이나 디바이스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잃을 수 있는 네비게이션/디바이스 무력화 능력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길을 안다는 것 (知道)
실도, 알고리즘
혁신의 기회와 캐쉬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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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구월산 | 2012/02/15 23: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길 이야기가 나와서 못참고..ㅎ
    이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하고 안가 본 골목길이나 지름길을 갈 때 한번씩 길을 잃고 헤매는데 저는 그 헤매는 과정이 참 즐겁더라고요. 못 보던 건물들이나 가게도 보고, 이런 데도 있구나 하고 와하게 되고. 근데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좀 다른 일인것 같네요. 그건 정말 멋진 일이죠.

    • BlogIcon buckshot | 2012/02/16 23:51 | PERMALINK | EDIT/DEL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을 수 있으면, 낯선 길에서 날라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월산님 댓글 덕분에 길 잃기 내공을 더욱 강하게 키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BlogIcon LEO레오 | 2012/02/18 12: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철학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비슷한 생각이라도 이렇게 단단한 언어로
    표현하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말의 힘일
    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목 밑에서 막혀서 우물쭈물 하는 제 자신
    에 한심스러워 질 때도 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위안을 삼는
    게 고작이지요.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몇 마디의 말에 작지만 큰 충격을 받았
    습니다. 우리는 평상시 하던 일, 먹던 음식, 가던 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몰라도 될지도 모르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
    에 보이는 효율만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평범한 일이라도 입체적인 시각으로 꿰뚫어 보는 통찰력. 오래 지켜보고
    많이 행해봐야 조금씩 사고가 트이겠지요..? 저 역시 가지고 싶은 능력입
    니다. 지금은 가고 없는 古 스티브 잡스도 익숙함 속에서 참 많이 길을 잃
    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던 철학자 소크라테
    스도 마찬가지 일테고요.

    알 수록 모르고, 모를수록 알게 된다... 저는 아직 몰라가는 단계인 것 같
    습니다. 알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우물쭈물 한다고 할까요...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뛰지 마라. 대신 부
    지런히 걸어라" 혈기 왕성하던 시절,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요즈음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buckshot님 말씀대로 익숙할 수록 길을 잃어봐야 겠습니다. 이 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더욱 더욱 많이 헤매이고 싶습니다. 그럴수록 길
    에 조금씩이나마 다가갈 수 있겠지요...? 이러한 철학적인 담론을 할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모든 학문의 끝 혹은 모든 학문의
    바탕에 "철학"이 있다는데요. 그 철학을 찾아 가고자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18 16:37 | PERMALINK | EDIT/DEL

      보통 생존본능과 결부되어 있기 마련인 상상 메커니즘을 의도적인 길잃기 놀이에서 작동시킬 수 있으면 참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상상한만큼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니까요. 나는 길잃기 본능을 타고난 생물이다란 주문을 매일 제 자신에게 걸어줘야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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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의 주체 :: 2011/06/17 00:07

2011년, 지하철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설의에로팬더님'의 포스트를 보면서 드는 생각.

시장조사는 남이 한 것을 수동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다.
직접 내 자신이 발로 뛰면서 체득한 시장 현황을 나만의 통찰로 정리하는 것이다.

정형화된 틀로 작성된 시장조사 보고서는 작성되는 과정에서 통찰과 진실이 거세되기 마련이다.
겉만 번드르르한 시장조사 보고서를 백날 읽어봐야 소용없다.
차라리 하루라도 직접 발로 뛰면서 느낀 현장과 그에 대한 나만의 생각 정리가 훨씬 더 가치 있다.


세상 전체가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즉, 우리의 일상이 시장으로 둘러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시장조사는 생활 속에서 걍 하면 된다.
윤기만 좔좔 흐르고 통찰은 박제된 시장조사 보고서 같은 것에 더 이상 의존하면 안 된다.


통찰이 박제되기 마련인 정형화된 시장조사엔 숨결이 없다.
그런 보고서는 그냥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먹듯이 흘려 읽다가,
혹시라도 거기서 나만의 시장조사를 위한 키워드가 발견되면 바로 보고서를 팽개치고
나만의 시장조사를 시작하면 된다.


더 이상 시장조사를 전문기관(?)에 맡기면 안 된다.
직접 내 자신이 수행한 시장조사 결과가 차곡차곡 축적되어야 한다.
결국 나의 통찰은 내가 직접 수행한 나만의 시장조사에서 창발하기 마련이다.


시장조사의 주체는 '나'이지 시장조사기관이 아닌 것이다.
시장조사의 객체가 되는 순간 통찰은 축적되기 어렵다. ^^


PS. 관련 포스트
2011년, 지하철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장 조사와 내 안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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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전설의에로팬더 | 2011/06/23 22: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의 포스팅을 블로그와 오픈캐스트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픈캐스트 덕분에 트래픽 선물까지 잘받았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11/06/23 23:08 | PERMALINK | EDIT/DEL

      전설의에로팬더님 포스트를 인용할 수 있다는 건 제 블로그의 영광입니다. 넘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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