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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 알고리즘 :: 2009/04/13 00:03

유동하는 공포 (Liquid Fear)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함규진 옮김/산책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를 읽었다.  자세히 못 읽고 대~충~ 읽었다.  고질적인 유독(遊讀/流讀) 본능이 발휘된 탓에.. ^^  → 유독, 알고리즘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서론. 공포는 어디에서 와 어떻게 움직이는가 →  1. 죽음의 공포 →  2. 악과 공포 →  3. 통제 불가능한 것과 공포 →  4. 글로벌 공포 →  5. 유동적 공포

음..
분명 책에 씌어진 글자를 또박또박 읽어 나가고 있으면서도 생각은 다른 쪽으로 향한다.
'유동'이란 단어에 생각이 멈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동한다'고 말했다. (Everything Flows)


인간의 뇌는 유동한다
뇌는 컴퓨터처럼 생명 없이 뻣뻣하고 건조한 기관이 아니라 축축하고 엄청 출렁거리는 살아 있는 기관이다. 피와 물은 차치하고라도 60종에 달하는 호르몬들이 뇌 안에서 회전하고 있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가 행동하고 느끼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뇌는 항상 새로운 것과 더 나은 것을 집요하게 탐색하면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


인간은 유동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쾌락에 대한 기대이다. 고통을 두려워하면 두려움으로 고통 받게 되고, 쾌락을 기대하면 기대감으로 쾌락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뇌는 감에 의해 움직인다.  기대감과 공포감이 인간의 뇌를, 인간을 움직인다.  40살이 된 지금 돌이켜 보면 전설(^^) 같은 이야기이겠으나, 난  학창시절에 연 100회의 소개팅을 소화해 냈고 결혼 전까지 연 50회의 선을 지속적으로 보아 왔다. 그런데 매번 소개팅을 나갈 때마다 일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소개팅을 나가기 하루 전부터 소개팅 직전까지 기대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였다가 막상 상대방이 도착한 후부터는 그 기대치가 다소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 가기 전날 밤에 기대치가 천장을 치는 현상과 유사하다 할 수 있겠다. 인간의 뇌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다가올 미래를 설정하면서 현재와 미래와의 격차를 발생시킨다.  인간은 항상 격차를 만들어 내고 격차를 소비하면서 '유동'한다. 

공포는 유동한다
무서운 사실은 공포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공포는 어디서나 새어 든다. 우리의 가정에, 전 세계에, 구석구석마다, 틈마다 흠마다 스며든다. 공포는 어두운 거리에도 있고, 반대로 밝게 빛나는 텔레비전 화면 안에도 있다. 침실에도 있고, 부엌에도 있다. 우리의 일터에는 공포가 도사리고, 그곳을 오가기 위한 지하철에도 공포가 도사린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혹은 누군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도, 우리가 소화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접촉하는 것들에도, 공포가 숨어 있다. ('유동하는 공포'에서 인용)

행복은 유동한다
다행인 사실은 행복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어디서나 새어 든다. 우리의 가정에, 전 세계에, 구석구석마다, 틈마다 흠마다 스며든다. 행복은 어두운 거리에도 있고, 반대로 밝게 빛나는 텔레비전 화면 안에도 있다. 침실에도 있고, 부엌에도 있다. 우리의 일터에는 행복이 도사리고, 그곳을 오가기 위한 지하철에도 행복이 도사린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혹은 누군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도, 우리가 소화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접촉하는 것들에도, 행복이 숨어 있다.

쾌락과 고통은 서로를 정의한다.
인간은 비교에 능하다. 아니, 비교 없이는 살아가기 넘 불편하다.  모름지기 상반되는 개념이 서로를 정의하고 구체화하기 마련이다. 쾌락은 고통을 정의하고 고통은 쾌락을 정의한다.  쾌락과 고통은 상대방 없이 존재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행복의 감정과 불행의 감정은 항상 함께 한다. 삶을 풍요롭게 꾸려나가는 기술은 불행 속에서 행복을, 행복 속에서 불행을 인식할 줄 아는데 있다.

뇌는 지독한 연결 본능을 갖고 있다.
인간의 뇌는 항상 인간과 다가올 고통에 대한 공포를 연결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인간의 뇌는 인간과 다가올 쾌락에 대한 기대감을 연결시키는 재미로 살아간다.  Ubiquitous 공포. Ubiquitous 행복.  어디에나 공포와 행복이 존재하고 있고 인간의 뇌가 연결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유동하면서 자신과 공포를, 자신과 행복을 너무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자기 마음대로.  단, 뇌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  







PS 1. 생존, 알고리즘

21세기를 살면서도 여전히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사는 듯한 '생존, 알고리즘'을 장착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뇌는 어떻게든 원시시대에 버금가는 극적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의무감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인위적으로 행복과 공포를 다이내믹하게 유동시키고.. 아니, 유전자에 의해 원격 조종을 당하면서 행복과 공포를 유동시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PS 2.
창의, 알고리즘

기억, 알고리즘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스토리텔링 형태로 기억한다. 감각기관으로 경험을 유입하고 감정회로를 통과시켜 자신의 아이덴티티의 구성요소로 차곡차곡 저장한 뒤 회상할 때마다 새로운 구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하는 기억 알고리즘..  뇌에 입력되는 다양한 신호들을 명민한 감각/감정으로 폭넓게 흡수하고 기억/가공한 뒤 어떤 계기를 만날 때 맥락에 부합하는 다차원 편집을 놀이를 즐기듯 반복하여 결국 내 아이덴티티에 극도로 충실한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새로움을 창출하는 것. 그게 창의력 발휘 프로세스인 것 같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비슷한 양의 정보를 접한다. 차이는 정보의 입수/저장/회상/편집/출력 프로세스를 누가 더 날카롭게 알고리즘화 시킬 수 있는가에 의해 발생한다. 무슨 정보를 어떻게 입수할 것인가, 무슨 정보를 저장하고 무슨 정보를 버릴 것인가, 무슨 정보를 어떻게 회상하고 편집/재구성하는가, 무슨 정보를 어떻게 출력하는가.. 보통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정보 처리 알고리즘을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내서 관리하고 발전시킨다면 창의력 발휘 프로세스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 흐름의 95%는 무의식적으로 행해진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뇌 흐름의 알고리즘을 역설계하고 뇌 설계도에 단 1%의 변화만 줄 수 있어도 복잡계인 뇌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복잡계는 초기조건의 미세한 차이에서 극적인 결과의 변이를 만들어내는 다이내믹 시스템이니까.. 고도의 복잡계인 뇌를 이해하고 제대로 지렛대를 걸어줄 수 있을 때, 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버블 알고리즘을 능가하는 초강력 레버리지의 미학이 창출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땜에 뇌에 대한 공부를 앞으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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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inuit | 2009/04/14 22: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100회의 소개팅..
    RSS 읽다가 달려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4/14 23:58 | PERMALINK | EDIT/DEL

      나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퍼포먼스 중의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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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속에 최고의 쾌락이 놓여 있다. :: 2008/03/14 00:14

이순신, 징기스칸, 그리고 나.. (탈모,집안,건강,기회) 포스트에서 밝혔듯이 난  학창시절에 연 100회 소개팅을, 졸업하고 나선 연 50회 선을 지속적으로 보아왔다. 그런데 매번 소개팅을 나갈 때마다 일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소개팅을 나가기 하루 전부터 소개팅 직전까지 기대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였다가 막상 상대방이 자리에 앉으면서부터는 그 기대치가 다소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밖에도
초등학교 소풍,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밤에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던 경험, 영화를 보는 중간 보다 보기 전에 느끼는 감정의 고조현상, 관심 가는 책을 구매해서 집으로 가져갈 때의 좋은 느낌들, 가족 나들이를 나가기 위해 갈만한 곳을 물색하고 나들이 스케쥴을 잡고 어떻게 놀 것인가를 계획할 때의 들뜨는 느낌들..

얼마 전에 읽은 슈테판 클라인의 '행복의 공식'을 읽다가 공감이 가는 구절을 발견했다.

새로 시작된 사랑, 낯선 곳으로의 여행, 영화의 첫 장면, 우리는 동요하기 시작한다. 손가락의 근질근질한 느낌, 다리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긴장감, 두근거리는 심장, 어떤 약속이 대기 중에 떠도는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기대 속에 최고의 쾌락이 놓여 있다고들 말해왔는데 이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대 속에 약속된 보상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흥분을 보이지 않는다.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회사원은 기뻐한다. 그러나 막상 오른 월급이 자신의 계좌에 착실히 입금될 때 그의 기쁨은 그다지 크지 않다.


어떤 노력에 대한 보상의 결과보다는 보상에 대한 기대가 사람을 더 흥분시키고 기쁘게 하는 것 같다. '행복의 공식'을 읽으니 왜 소개팅이 시작된 후보다 소개팅이 시작되기 전의 느낌이 좋았는지에 대해 이해가 좀 가는 것 같다. 그건 바로 사람의 뇌가 기대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뇌는 새로움과 더 나아짐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듯 하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손에 잡힌 때보단 손에 잡히기 전의 불확실한 상태에서 더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새로움과 발전을 본능적으로 추구하고 그것이 서서히 다가온다는 것을 감지할 때 최고조에 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얻르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유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새로움과 발전과 연결된 '기대감'을 잘 생성해 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현재 얼마나 많은 '기대'꺼리를 갖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풍성한 '기대감'의 대상을 생성해 내려면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움과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잘 조합하여 수많은 '기대'꺼리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에게 점차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블로깅을 하는 것도 일종의 '기대감'을 생성하는 좋은 방법이다. Read & Lead의 포스트 하나하나는 내가 적은 글이라기 보단 어디로부터인가 나에게 기대감을 제공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행복의 전령사와 같다. 즉, 새로움과 발전을 추구하는 나의 뇌가 구축한 '기대감' 생성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진 기대감의 표현물인 것이다.

행복의 공식(The Science of Happiness)으로써의 블로깅... ^^


행복의 공식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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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SuJae | 2008/03/14 01: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리드부분이 너무 강렬해서 본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연 50회의 소개팅이라니요...

    • BlogIcon buckshot | 2008/03/14 09:11 | PERMALINK | EDIT/DEL

      다 옛날 얘긴데요 뭘.. ^^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역동적인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너지 충만한 인생을 계속 살아가고 싶슴다~

  • BlogIcon nob | 2008/03/14 18: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지금 밤에 나가서 놀생각하니 .. 기대속에 쾌락을 느끼고 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3/17 08:31 | PERMALINK | EDIT/DEL

      기대 속에 쾌락이 있다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례를 들어주셨네요. ^^

  • BlogIcon 그리스인마틴 | 2008/03/15 03: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네요 ^^
    인생에 있어서도 행복의 공식은 적용이 되는것 같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 과정이 즐거움이 아닐런지...^^

    • BlogIcon buckshot | 2008/03/17 08:32 | PERMALINK | EDIT/DEL

      예, 절대 공감입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정이 목적이고 목표가 수단인지도 모르겠슴다. ^^

  • BlogIcon 이승환 | 2008/03/15 15: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런 것 때문이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면서 살아야겠군요. 그런데 정작저는 요즘 생존에도 급급합니다 -_-

    • BlogIcon buckshot | 2008/03/17 08:33 | PERMALINK | EDIT/DE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존에 급급합니다.. 생존급급 상황이 오히려 더욱 도전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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