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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구원등판 :: 2013/03/27 00:07

책과 블로그.
유료와 무료.

읽고 나면 돈 날렸단 생각이 드는 책과 읽고 나면 공짜로 읽은 게 미안해지는 블로그 포스트가 엄연히 공존하는 상황이다. 책은 블로그 포스트를 참조하고, 블로그 포스트는 책을 언급한다. 어떤 책 리뷰 포스트를 보면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기보단, 책 리뷰 내용 자체가 넘 맘에 들어 책 구입을 주저하게 되기도 한다. 독자의 실시간 반응을 먹고 살면서 반응 생산이 가능한 블로깅과 생산,유통,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흐름 속에서 나오자 마자 박제가 되어가는 책. 블로깅은 책을 언급하면서 책을 위협하고 책은 블로그를 바라보면서 시들어간다? ^^ 

요즘 책을 읽으면서 답답한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책의 저자를 투수로 비유할 때 완투형 투수가 현저히 줄어든 느낌이다. 1회부터 9회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독자를 리드하는 저자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완투는 커녕 1회 등판부터 안타를 맞거나 홈런을 허용하며 대량실점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5회까지라도 잘 던져주면 좋으련만. 이닝이터형 저자가 그리운 요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기대치 자체를 튜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독서를 할 때는, 수동적으로 책을 읽는 단순 독자로만 포지셔닝하면 안된다. 여차하면 위기에 빠진 저자를 구출해 내고 자신이 직접 스토리라인을 전개해 나가는 끝판왕 구원투수의 면모도 견지해야 한다. 아니 1회부터 저자가 무너질 경우엔 저자를 대신해 선발투수의 임무까지 떠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제 독자는 수동형 모드에서 저자의 글을 감상하는 관객이 아니라, 저자가 충분히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저자의 몫까지 대신해줘야 하는 능동형 모드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가 어디서 무너지고 있는지, 왜 무너졌는지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너진 저자를 대신해 투구하면서 좋은 성과를 낼 때 독자의 역량은 급상승하게 된다. 실제 야구에서 구원투수는 항상 몸을 풀어야 하고 연투를 하게 되므로 체력관리가 쉽지 않지만 독자 입장에서의 구원등판은 다분히 관념적인 상황이므로 에너지를 급소모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상황을 즐길 수 있겠다.

뭐. 돈을 주고 책을 사긴 했지만, 책 구매의 ROI를 저자의 퍼포먼스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나의 구원등판으로 인해 ROI를 보전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보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점점 ROI를 챙기기 어려운 책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선 독자의 구원등판은 필수 덕목이 되어갈 것이다.

저자의 조기 강판과 독자의 구원 등판.
이런 상황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공짜로 읽기 미안한 블로그의 소중함은 더욱 커질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독저, 알고리즘
창맥, 알고리즘
범용, 알고리즘
유독, 알고리즘
맥독,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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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ndy | 2013/04/01 00: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Read-Lead 공짜로 읽기 미안한 블로그에요 ^ ^ 늘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4/01 09:41 | PERMALINK | EDIT/DEL

      부끄럽습니다.. 읽어주시니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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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 2012/12/12 00:02

배명훈 매뉴얼(3)

재미 있는 글이다. 소설이 만들어지기 위한 생산공정을 매우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비현실 경제연구소에서 의미와 필터를 생산하고, 용접라인에서 이야기 덩어리들을 연결하고, 영감 대기실에서 영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브레인스토밍 작업대에서 이야기/소재를 모아서 맞춰보고, 품질관리실에서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자재창고에서는 이야기의 원재로/부품/중간생산물들이 공급되고 있고, 도서관에는 각종 전문분야의 정보들이 축적되고 있고, 집필실에서 이야기 덩어리를 완제품으로 조립하고, 연기자 대기실에서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대사나 행동을 연습하고 있고
....

위의 공정은 전문 작가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에게도 해당된다. 블로거가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선 개념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개념을 형상화시키기 위한 재료들을 각종 온/오프라인 창고에서 발굴해 내야 하고 재료들을 이어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거치게 되며 블로거가 축조한 스토리라인 상에서 블로거가 만들어낸 다양한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고와 행동을 하며 스토리라인에 생동감을 더하게 된다.

블로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블로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블로깅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버리고 마는 블로거의 포스트 생산 공정. 모든 블로거는 자신 만의 생산 공정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의도치 않은 과정 속에서 탄생한 생산 공정에 의해 씌어진 글들은 블로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어떤 나름의 건축물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던 생산공정이 만들어지고 그 생산 공정이 끊임없이 어떤 형태의 구조물들이 시공간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고 형태를 구체화 시켜 나간다는 것. 글을 쓰는 것이 예기치 않은 부대효과들을 무수히 낳게 되고 그 부대효과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의도를 갖고 자생해 나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와도 같은 뭔가를 끊임없이 발현해 나가는 것.

내가 기획하지도 않았는데 떡 하니 탄생한 생산 공정에 한 번 눈길을 줘보자. 생산 공정은 수줍어 하면서도 자신 만의 포스트 생산 프로세스를 또박또박 나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주든 말든 생산 공정과 그것이 낳은 건축물은 자신 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내가 기획을 했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 자발적인 생명력을 갖는 생산 공정과 구조물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한 번 들어봐야겠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고 벼르고 있는 것인지. ^^





PS. 관련 포스트
존재 확인의 압박
존재와 불안

태깅,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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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만화다. :: 2012/06/18 00:08

신의탑을 읽다가 느낀 점.

만화는 '칸'과 '사이'로 이뤄진다.

만화를 읽는 독자는 만화를 구성하는 수많은 '칸'들을 본다. 칸은 정지된 '상'이다. 정지된 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면서 flow를 표출하게 된다. 독자는 칸과 칸으로 이어지는 토막그림들을 보면서 칸과 칸 사이의 빈 공간을 스스로 메우면서 만화를 소비한다. 정지된 그림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상그림을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창출하면서 연속된 영상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나름 심대하다. 어디 만화만 그럴까.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만화의 '칸'과 '사이'처럼 작동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텍스트도 만화와 같다. 독자는 글자와 글자로 이어지는 토막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가상의 텍스트를 생성한다. 저자의 토막 글들과 독자가 생성하는 가상의 토막 글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연속된 스트림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독서다.

세상은 텍스트다. 세상을 구성하는 만물은 모두 텍스트이다. 사람은 칸과 칸 사이를 호흡하고 칸과 칸 사이를 걸어가면서 칸과 칸 사이에 숨겨진 코드들을 의식/무의식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사이는 일종의 진공이다. 진공은 텅 빈 공간으로 일축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진공은 우리 인지체계로 파악이 되지 않을 뿐 분명 뭔가를 함유하고 있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만물의 기본은 원자도 아니고 소립자도 아니다. 만물의 기본은 진공이다. 거대한 진공 속을 유동하는 칸들. 칸과 칸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진공은 만화 속에도, 텍스트 속에도 세상 속에도 존재한다. 진공의 색깔, 진공의 냄새, 진공의 소리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은 끊임없이 진공과 대화하고 교감할 수 밖에 없다.

만화를 읽으면서 '사이'에 집중하는 경험. 사이를 보면서 칸을 지워나가는 경험. 사이를 들으면서 칸에 둔감해지는 경험. 사이를 관찰하면서 사이의 존재감을 느낄 때 칸은 파동이 되고 사이는 입자가 된다. 입자를 파동으로 보고 파동을 입자로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만화는 칸의 구성체가 아니라 칸,사이가 모두 가시화된 구성체가 되고 칸,사이가 모두 흐릿한 구성체가 된다.

만화를 보다가 별 생각을 다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만화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매체임이 분명하다. 제약은 한계를 낳고 한계는 내공을 낳고 내공은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나 보다. 만화에 내재한 한계가 만화에 본질이 착상되는 것을 용이하게 했을 것이다. '사이'를 인지하게 해준 만화에게 감사를 느낀다. ^^




PS. 관련 포스트
신의 탑을 정주행하다
공간 지각력 = 공간 창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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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 Reading :: 2011/11/30 00:00

인터넷은 우리에게 하이퍼링크라는 새로운 유형의 경로를 터주었다. 글을 읽다가 링크가 걸려 있고 관심이 가면 그걸 클릭하고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하나의 글을 온전히 읽기 어렵고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함이란 네거티브한 습관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퍼링크는 산만함으로만 이해할 성질의 개념은 아니다.

하이퍼링크는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훼방꾼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이퍼링크는 재밍과 깊은 연관이 있는 개념이다. (재밍: 가변적이고 자율적인 변주)
책을 저자가 깔아 놓은 생각 도로를 따라 쭉 읽기만 하면 결국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수동적 행위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책을 읽으면서 재밍을 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책에 나와 있는 수많은 저자의 개념들 중에서 내 시선을 끄는, 내 마음을 울리는 키워드 하나가 눈에 띌 경우, 더 이상 책에 깔려 있는 저자의 생각 도로를 따라서 마음을 이동시킬 필요는 없다. 내 주목을 잡아채는 키워드를 갖고 일종의 하이퍼링크질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해당 키워드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전개하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되면서 결국 커다란 나의 생각 덩어리를 생성할 수 있다면 그건 jam reading을 통해 나만의 변주곡을 연주한 것이고 그 연주는 책의 저자가 산출한 결과물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나의 저작이 된 것이다.

세상 전체가 책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책은 저자가 쓰고 독자가 읽는 구조가 아니다. 책의 재료는 세상에 널려 있는 것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세상에 널린 재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합하여 자신만의 책을 계속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종이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하이퍼링크질을 통해 나의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이고, 음악을 들으면서 나만의 하이퍼링크질을 통해 나의 노래를 만들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길을 걷다가 건물을 보면서, 지하철에서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어떤 키워드에 착안해서 나만의 생각 경로를 열어나갈 수 있다. 세상을 읽으면서 세상 속에서 키워드를 추출해서 나만의 하이퍼링크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란 책을 읽으면서 세상이란 책에 씌어 있는 글귀들을 수동적으로 따라 읽지 않고, 나만의 생각 글감에 하이퍼링크를 걸고 그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나만의 생각 직조물이 멋지게 펼쳐지는 것. 세상을 읽고, 세상을 jamming하는 것. 우리는 모두 세상을 읽고 세상을 연주하는 재밍 뮤지션들인 것이다. 우주에서 유일한 나만의 뮤직을 연주하는 재밍 아티스트. 인터넷은 우리에게 하이퍼링크라는 멋진 재밍 툴을 선물한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세상과 책
유독, 알고리즘
튓잼, 알고리즘
재밍,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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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ndy | 2011/12/16 16: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키워드를 가지고 노는 '하이퍼링크질' _ 산만함의 네거티브적 측면으로만 스스로 생각하여 '찔림'을 감출 방도가 없었는데, 아! 위안을 백만배 얻고 갑니다!! 하이퍼링크질 멈추지 않겠습니다. ㅋㅅㅋ 재즈 아티스트들이 재밍을 할 때도 참으로 멋지고 전율도 배가되는데 말이에요. 캬, 정말 너무나도 탁월하고 멋진 비유이십니다! 저에게 조금만 그 능력을 버려주실 순 없으실까요? ^^ 즐겁습니다. 언제나처럼요.

    • BlogIcon buckshot | 2011/12/17 15:08 | PERMALINK | EDIT/DEL

      이미 Wendy님은 멋지게 재밍하고 계신걸요~ ^^ 제가 오히려 배워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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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독서 :: 2011/10/21 00:01

소설을 읽다가 마음에 안 드는 스토리라인을 접하고 나서 드는 생각. ^^

1. 인기 드라마는 WikiDrama가 될 수 밖에 없다.
드라마 매니아는 드라마에 대한 열화와 같은 피드백을 쏟아낸다.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수많은 예상 시나리오들이 난무한다.
드라마 작가는 시청자들의 수많은 예상을 정면 돌파하거나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자신만의 컨셉을 담은 결말을 짜내느라 머리를 쥐어 뜯는다.  ^^

2. 독자와 저자의 이분구조 붕괴
독자와 저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독자는 읽는데 그치지 않고 컨텍스트를 창출하는 또 하나의 저자가 되어간다. 이제 독자는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저자가 쓴 책을 읽고 그 컨셉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자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온 이상, 그 책은 독자의 준거 틀에 맞춘 새로운 컨텍스트로 변환된다.  앞으로는 독자가 아닌 독저자가 되어야 한다.  저자의 책을 읽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생성하면서 저자를 리드하는 '독저'를 해야 한다. 

3. 위키 독서의 필요성
소설을 읽다가 인정할 수 없는(?) 스토리라인이 전개될 경우, 그 스토리라인을 음미하는 동시에 또 다른 평행 우주를 설정하는 놀이를 즐겨도 무방할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 다른 스토리라인이 전개될 경우, 그것을 억누르지 말고 그대로 글로 옮길 필요가 있다. 내 마음 속에 다른 흐름이 전개될 때 저자의 흐름과 다르다고 그것을 오답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답이 아니라 다른 답이고 다른 창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독자가 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소설은 독자가 저자가 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바닥 스토리가 존재하고 바닥 스토리를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머리 속에 떠오른 다른 생각, 다른 흐름을 글로 옮기면 그게 새로운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도 결국 독자가 쓴 저작인데 그 내용을 그대로 수동적으로만 따라가는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다. 적극적으로 저자의 스토리라인에 또 다른 저자로 참여하는 위키 독서를 전개해도 충분히 무방하다.

4. 독서 안에 저작 있다
독서와 저작은 결코 구분된 행위가 아니다. 독서를 하다 보면 저작을 안 할 수가 없다. 저작을 하다 보면 독서를 안할 수가 없는 것이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읽은 책만큼 이미 책을 쓴 것이나 다름 없다.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저작 관련 생각들이 떠올랐을 것이 분명한데 그걸 명시적인 포맷에 옮기면 저작이 되는 것이고 그걸 암묵적 생각의 흐름으로만 내버려 두면 잠재적 저작이 되는 것이다.

5. 리뷰를 넘어 창작으로
독서 후에 남기는 리뷰는 너무도 겸손한 행위다. 이미 저작과 다름 없는 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소극적인 포지셔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보다 훨씬 더 과감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과감히 글로 옮기고 그것을 통해 읽고 있는 책과 대등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물을 자신 있게 내 머리 밖으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기억이 예전 경험을 100% 모사하는 것이 아니듯이, 리뷰도 책 내용을 되짚어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냄을 의미하듯이 리뷰(re-view)한다는 것, 되돌아 본다는 것은 새로운 view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자가 되는 순간, 독자는 이미 저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Storyvertizing, WikiD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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