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독(虛讀): 헛된 독서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좀처럼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자기계발서가 '본인' 계발서가 아닌 '타인' 계발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계발 알고리즘은 본인이 직접 계발해야 한다. 자신의 성향, 욕구, 생각/행동의 흐름을 읽고 자신을 온전히 리드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맥락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시중의 타인 계발서를 읽게 되면, 그 순간 만큼은 마치 '본인 계발'을 이미 하고 있다는 착각과 찰나적인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뇌 속의 가상현실 에이전트인 거울 뉴런이 작동하여, 타인의 맥락을 마치 자신의 맥락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타인 계발서를 아무리 읽어도 자신이 처한 맥락과의 갭을 좁히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피아노 치는 법에 대한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피아노 잘 치기 어렵듯이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자기계발 잘하기 어렵다. 일상 속의 작은 성찰과 실행이 쌓이면서 조금씩 내가 변해가는 모습 자체가 자기계발서인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작동원리는, 멀쩡하게 잘사는 사람에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이 크다는 부정적 결핍감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중요한 건 '나'에 대한 이해와 긍정인데, 유니크한 '나'를 범용화된 자기계발서의 범용적 프레임에 끼워 맞추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조급하게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얕은 욕망에 불을 지르고 있는 건지도. 자기계발은 조급하게 불을 확 지르는 개념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물줄기를 변화시키는 노력인데 말이다.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고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는 건, 자기계발서가 제시하는 현실과 이상 간의 갭이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범용화된 자기계발서의 말보단 유니크한 내 자신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포스팅은 2000년~2005년까지 숱한 자기계발서를 읽었는데 이렇다 할 내 자신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던 '허독(虛讀)'의 지난 날을 반성하며 올리는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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