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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알고리즘 :: 2012/03/23 00:03

스마트 디바이스의 대중화로 Always-ON이 보편화되면서 일과 놀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란 느낌이 살짝 들긴 하나, 그건 비즈니스적 니즈에 의해 소비자들의 놀이 속에 일이 침투하는 현상이겠고 소비자 본위의 일-놀이 경계 허물기 현상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들의 놀이 속에 일이 침투하고 소비자들의 현실 속에 게임 비즈니스가 침투하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비즈니스가 소비자를 완전 봉으로 가지고 노는 작금의 현실. ^^

비즈니스적인 압박에 의해 놀이와 일 사이의 구분이 없어지고, 게임과 현실 간의 격차가 사라지고 있다 해도 놀이/게임엔 일/현실이 갖지 못한 엄연한 엣지가 있다. 그건 바로 자유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많은 것들이 편리해졌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를 과연 키워가고 있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유는 결핍되어가는 모습. 과연 무엇이 좋아진 걸까? ^^

자유는 점점 희소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자유가 희소해지고 있다는 것 보다는 자유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자유는 무엇인지,  그 자유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부터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일 속에서, 현실 속에서 미세하게나마 자유를 느끼고 그 자유를 나만의 방식으로 증폭시켜 나갈 수 있다면 그 때서야 비로소 일과 놀이 간의 경계, 게임과 현실 간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일-놀이 간의 경계, 게임-현실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레버는 자유 증폭력에 있다. 인간에게 중요한 화두는 자유의지가 아니라 자유의식이다. 내게 허용된 미세한 자유를 분명히 인지하고 그걸 가꿔나가는 능력. 자유의식의 힘만이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

놀이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
그건 내가 갖고 있는 희소한 '자유'라는 소중한 자원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생각해보라. 내가 갖고 있는 자유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마이크로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보일 것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마이크로인 동시에 거대한 매크로의 세계가 보일 것이다. 미세한 양자 속에 우주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



PS. 관련 포스트
무엇이 희소한가?
놀이, 알고리즘
게임, 알고리즘
보상,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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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 :: 2012/02/15 00:05

길을 잃는다는 다분히 수동태적 의미를 지닌다.
길을 잘 찾아가고 싶은데 길을 잃는 것. 그게 길 잃기의 지배적인 모습이다.

반면,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나는 항상 다니는 길이 있다. 그 길을 갈 때는 거의 눈을 감고도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그 길은 나에게 매우 익숙하고 친근하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 길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주 지극히 제한된 용도로만 그 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길이 익숙한 것일 뿐,
사실상 나는 그 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극히 제한된 목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대상을 이해하는 것.  그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효율지향적 삶의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효율의 문제일 뿐이고..
대상을 통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렌즈를 끼고 살아간다는 관점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나에게 익숙한 그 길을 좀더 넓은 견지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 길은 전혀 새로운 의미로 내게 다가올 수 있다. 그 길이 나에게 전해주는 정보의 양과 질이 증폭되어갈 때 나는 그 길에서 길을 잃게 된다.  나는 그 길을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길을 바라보는 렌즈가 단 1개였다가 그 렌즈의 개수가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로 늘어나고 그 렌즈들이 다양한 각도로 중첩되어 갈 때 나는 그 길에서 온전히 길을 잃고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길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된다.

뻔히 알고 있고 자주 다니는 거리에서 길을 잃을 수 있는 것.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길을 잃는 능력. 그건 고도의 인지 능력이다. "얼마나 길을 잘 잃을 수 있는가?"는 네비게이션 고도화 시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질문이자 인간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 있는 질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도의 네비게이션이나 디바이스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잃을 수 있는 네비게이션/디바이스 무력화 능력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길을 안다는 것 (知道)
실도, 알고리즘
혁신의 기회와 캐쉬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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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구월산 | 2012/02/15 23: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길 이야기가 나와서 못참고..ㅎ
    이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하고 안가 본 골목길이나 지름길을 갈 때 한번씩 길을 잃고 헤매는데 저는 그 헤매는 과정이 참 즐겁더라고요. 못 보던 건물들이나 가게도 보고, 이런 데도 있구나 하고 와하게 되고. 근데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좀 다른 일인것 같네요. 그건 정말 멋진 일이죠.

    • BlogIcon buckshot | 2012/02/16 23:51 | PERMALINK | EDIT/DEL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을 수 있으면, 낯선 길에서 날라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월산님 댓글 덕분에 길 잃기 내공을 더욱 강하게 키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BlogIcon LEO레오 | 2012/02/18 12: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철학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비슷한 생각이라도 이렇게 단단한 언어로
    표현하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말의 힘일
    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목 밑에서 막혀서 우물쭈물 하는 제 자신
    에 한심스러워 질 때도 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위안을 삼는
    게 고작이지요.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몇 마디의 말에 작지만 큰 충격을 받았
    습니다. 우리는 평상시 하던 일, 먹던 음식, 가던 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몰라도 될지도 모르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
    에 보이는 효율만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평범한 일이라도 입체적인 시각으로 꿰뚫어 보는 통찰력. 오래 지켜보고
    많이 행해봐야 조금씩 사고가 트이겠지요..? 저 역시 가지고 싶은 능력입
    니다. 지금은 가고 없는 古 스티브 잡스도 익숙함 속에서 참 많이 길을 잃
    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던 철학자 소크라테
    스도 마찬가지 일테고요.

    알 수록 모르고, 모를수록 알게 된다... 저는 아직 몰라가는 단계인 것 같
    습니다. 알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우물쭈물 한다고 할까요...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뛰지 마라. 대신 부
    지런히 걸어라" 혈기 왕성하던 시절,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요즈음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buckshot님 말씀대로 익숙할 수록 길을 잃어봐야 겠습니다. 이 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더욱 더욱 많이 헤매이고 싶습니다. 그럴수록 길
    에 조금씩이나마 다가갈 수 있겠지요...? 이러한 철학적인 담론을 할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모든 학문의 끝 혹은 모든 학문의
    바탕에 "철학"이 있다는데요. 그 철학을 찾아 가고자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18 16:37 | PERMALINK | EDIT/DEL

      보통 생존본능과 결부되어 있기 마련인 상상 메커니즘을 의도적인 길잃기 놀이에서 작동시킬 수 있으면 참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상상한만큼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니까요. 나는 길잃기 본능을 타고난 생물이다란 주문을 매일 제 자신에게 걸어줘야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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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 정보의 동적평형 :: 2011/06/10 00:00

경계는 생성되고 허물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경계를 만들기만 하고 허물지 않으면 경계는 썩어간다. 끊임없는 동적평형의 중심에 경계는 위치해야만 한다.

Bookmark는 덧없는 저장이다. 매번 "다음에 봐야지"하면서 북막해 두지만 나중에 그걸 다시 꺼내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북막의 진정한 의미는 "저장해서 나중에 보기"가 아니라 "접속한 정보의 인덱싱" 정도인 것 같다.
Bookmark는 stock과 flow 간 절묘한 중간 지점에 포지셔닝하고 있다. 부질 없는 저장에 대한 욕망과 다이내믹한 접속에 대한 욕망의 중간 지점에 북막은 위치한다.

Bookmark 기능을 흐르는(flow) 정보를 저장(stock)하는데 사용할 것인가? 저장(stock)된 정보를 흐르게(flow) 하는데 사용할 것인가? 흐르는 정보를 저장하는 행위보다, 저장된 정보를 흐르게 하는 행위가 훨씬 순리적이다. 정보의 속성은 'stock'보단 'flow'에 훨씬 더 가깝다.

경쟁적 성격의 재화는 '저장'의 의미가 분명 있다. 하지만 정보는 태생이 비경쟁적이다. '저장'한다는 개념 자체가 정보의 속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정보는 flow의 속성을 갖고 있다. 정보를 억지로 저장(stock)하려고 하면 정보는 가치를 잃어간다. 가만히 있느니 차라리 단순 복제라도 하는 게 훨씬 낫다. 정보는 흐른다. 사람도 일종의 정보다. 사람이란 이름의 정보는 끊임없이 시공간 좌표 상을 흘러간다. 정보도 흐르고 사람도 흐른다. 모든 시공간은 맥락을 갖고 있다. 정보는 시공간을 흐르면서 맥락과 접속하는 것이다. 정보가 흐른다는 것은 다른 정보와 접속/연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접속은 경계와 경계가 만나서 새로운 코어가 생성됨을 의미한다.

내가 어떤 정보에 접속한다는 건, 내가 그 정보를 관찰/해석하고 그 정보는 나에 의해 관찰/해석당하는 것이다. 관찰/해석하든, 관찰/해석당하든, 접속은 양 쪽 모두를 변이시킨다. 접속/연결은 단절된 것들의 만남이 아니다. 애초부터 나눠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분리' 환상을 깨는 작업이다. '분리'는 인간 인식/역량의 한계가 낳은 엄연한 착시효과다. ^^




PS. 관련 포스트
나, 시공간, 해체
정보 배설
만물은 고갈한다. ^^
무엇이 희소한가?
휘발의 흐름, 흐름의 연결
유동, 알고리즘
[지식] Stock vs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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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1/06/11 15: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보와 존재(Information And Being)는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둘 다 동일성(identity)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고, 그 심연에는 언제나 '해석하는 주체'가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6일자 포스팅과 오묘하게 통하는 이번 내용도 어김없이 신기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1/06/11 17:59 | PERMALINK | EDIT/DEL

      예, 정보와 존재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생각을 해보고 싶습니다. 역시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군요. 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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