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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 2012/02/29 00:09


이야기는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1. 세상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도피처가 되어주는 기능

2.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을 제공해주는 기능.


이야기를 수용만 하면 1번 기능만 사용하게 된다.

자신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2번 기능을 사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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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블랙홀 :: 2012/01/11 00:01

블랙홀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승산


블랙홀 주변을 도는 동안 이카로스의 시간은 너무도 천천히 흘러갔다.
수천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이카로스는 늙지 않았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만물에 영향을 미치는 중력의 편차는 시간에 어떤 장난을 치고 있는 걸까?
시공간 상을 빛의 속도로 달린다는 것. 시공간 상에 멈춰있는 것. 그리고 중력.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파편적 입자들을 묶어 주는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파편적 경험들을 묶어 주는 기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억이 없다면 사람은 자신을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를 잃어 버린다. 사람은 기억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자아 의식을 강화시킨다. 기억은 과거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무의식과 의식 체계 속에 저장하고 현재에 대응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은 '자아'가 헷갈리지 않는 확연한 실재감을 갖고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기 조작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존재하기 위해 기억이 필요하고 기억이 데이터베이스 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블랙홀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힘으로 과거-현재-미래를 꽁꽁 묶어서 "나"라는 한 덩어리의 가상체를 만들어내고 그 가상체에 살아간다는 환상을 불어넣고 그 가상체로 하여금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도 안 되는 허상을 실체로 느끼며 살아가게 하는 기억. 그 기억의 집합체가 바로 블랙홀인지도 모른다.

이카로스처럼 우주 멀리 날아갈 것도 없다. 블랙홀은 바로 내 안에 존재한다.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을 느끼고 싶으면 나의 "기억"을 환기하면 된다. 기억과 자아. 평생의 숨바꼭질 동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과 자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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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Read & Lead :: 2011/01/17 00:07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은행나무


xmio님께서 선물해 주신 책이다.

누구나 일상 속을 살아간다. 일상 속 반복을 때로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때론 지루하게 느끼기도 한다. 꿈의 도시에 나오는 등장인물 5인의 밋밋한 일상에 가해지는 변화. 저자의 맛깔스런 스토리텔링에 의해 스피디하게 형상화된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 어느 날 납치된 여고생.
소매치기로 오해하고 사람을 잘못 잡는 바람에 직장을 잃게 된 보안 요원.
생활보호 대상에서 제외시켰던 할머니가 얼어 죽게 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공무원.  
시민단체 리더를 설득하기 위해 고용한 야쿠자가 사고를 치면서 곤경에 처하게 된 시의원.
이혼한 전처가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누락되면서 갓난쟁이 아들을 떠맡아 기르게 된 사기 세일즈맨.

반복되는 일상은 대개 이야기로 구성되기 어렵다.
일상에 큰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날 때 가독성 있는 스토리가 발현된다.

꿈의 도시를 읽으면서 자꾸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일상 속 반복. 그 속에서 스토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일상을 살아 가면서 일상 속 미세한 스토리를 감지하고 그것을 가독성 있는 이야기로 형상화시킬 수 있다면 일상은 소설 플랫폼이 될 수 있을 텐데.

난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그 이유는 누가 구조화 시킨 가상의 이야기를 읽기 보다는
내 스스로가 이야기이고 내 일상이 이야기라는 압박이 나름 강해서인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이야기는
밋밋한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문득 블로깅을 시작했다가 아닐까 싶다.
나는 Read & Lead라는 꿈의 도시에서 나만의 일상을 이야기로 가독화시켜 나가는 중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명문을 읽는 내내 나의 일상 속 이야기 가독화에만 신경이 쓰이니 쩝.
난 언제나 제대로 소설에 빠져볼 수 있을까.  ^^



PS. 관련 포스트
자아 실현은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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