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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ft-Wired Gene :: 2010/10/22 00:02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아주 오래 전, 스스로 복제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고 그 복제자는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 복제자는 직접 움직이기 보단 거대한 군체 로봇 안에서 편안하게 거주하면서 원격 조정을 통해 군체 로봇을 교묘하게 다룬다. 복제자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인간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들은 영속하는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인간은 그들의 생존 기계일 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서 받은 느낌은, 그의 가설이 사실 여부를 떠나 굉장히 쿨하고 우아하다는 것이다.  그의 가설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나의 생각을 자극하고 나로 하여금 다양한 사고실험을 하도록 한다.  일종의 가설 증식 플랫폼이라고나 할까.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으면 유전자에 꽤 많은 결정력이 내포되어 있단 생각이 든다. 유전자의 생존 본능이 인간을 꼭두각시처럼 부리기만 할 뿐, 인간에겐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일까? 물론 저자는 인간에게도 대응력은 존재한다고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원체 설정 자체가 강력하다 보니 강력한 유전자 본능에 아무래도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코딩으로 이뤄져 있다. 코딩은 표현이다. 인간도 코딩된 구조물이다. 표현된 코드는 전달/복제/증식된다.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은 증폭을 추구한다. 표현되지 않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 밑에 거대하게 숨어 있다. 표현된 것을 보고 표현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표현되지 않는 것은 증폭되지 않는 대신 압축된다. 증폭과 압축은 동전의 양면이다. 빅뱅을 통해 무한 확산되는 우주가 결국은 한 점보다도 작은 무한 압축 상태를 지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표현된 것의 증폭과 표현되지 않는 것의 압축이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는 다이내믹스 속을 우린 살아가고 있다. 앎의 지평
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동시에 오직 한 점을 향해 수렴하는 그 미묘함. 이보다 더 역동적인 춤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로 코딩된 구조물이다. 유전자 코딩은 매우 명시적이고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마치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유전자 코드의 지령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된 코드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 밑에 표현되지 않고 숨어 있는 거대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 유전자는 인체에 hard coding 되어 있기 보단 soft-wired에 가까운 상태라고 가설해 본다. 하드코딩이냐 소프트와이어드냐를 가르는 분기점은 질주하는 유전자의 단순무식 생존본능 플로우를 임의로 멈출 수 있는가에 존재한다. 즉, 인간은 자신을 지배(?)하는 유전자를 관찰하고 교란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본능에 대해 직시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그것은 증폭 알고리즘에서 의해 인간을 마구 좌지우지하기 마련이다. 유전자는 방관자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뿐, 관찰자에겐 철저히 교란 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유전자에 대해 방관자의 입장을 취할 것인가, 관찰자의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 이건 일종의 게임이다.

유전자 방관자로 살아가는 자에게, 유전자는 강력한 hard-wired 상태가 되어 인간을 지배한다.
유전자 관찰자로 살아가는 자에게, 유전자는 느슨한 soft-wired 상태가 되어 인간에 의해 컨트롤 당한다.

유전자와 내가 상호작용을 하는 게이머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린 유전자 방관자로 살아가면 안된다. 유전자 본능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유전자가 제멋대로 나를 조종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게임을 전개해야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유전자는 The Soft-Wired Gene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가설,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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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데굴대굴 | 2010/10/22 13: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하나 고민에 빠졌죠. '선이란 무엇인가?', '선이 과연 정의인가?'라는거요. ㆅㆅ

    • BlogIcon buckshot | 2010/10/22 20:51 | PERMALINK | EDIT/DEL

      neutral하게 흘러가는 것들이 참 무겁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

  • BlogIcon New Ager | 2010/10/22 22: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포스트 트윗으로 퍼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얘기하신 바를 블로그론에도 적용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터넷에 숱하게 널린 정보를 자기 나름의 언어로 편집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암묵적으로 지배할지도 모를 네트워크의 관념에 저항하는 게임이라고 말입니다. 전부터 블로그에 글을 남기려고 키보드에 손을 댈 때마다 왠지 게임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수식(數式)으로 번역됨이 적합할 법한 알고리듬이야말로, 블로그를 포함한 세상 모든 일의 의의인 것 같습니다. 정보를 쫓아다니느라 바쁜 나머지 주체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알고리듬을 구축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기술문명의 궁극적 과제가 아닐까 싶고요. 그런 점에서 미래IT의 화두를 데이터베이스(database/자료기반)를 넘어 아이디어베이스(ideabase/관념기반)로 제시해보면 어떨까요?

    몸이 유전자를 제어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유기체라면, 결국 몸 역시 TV나 컴퓨터와 같은 '미디어(매체)'의 일부에 속한다는 얘기인데, 이 과정에서 과연 생생한 생명체로서 자신의 주체적 언어를 드러내는 '신체'로서의 몸이 어디에서 찾아질 수 있을지 후일 재미있는 문젯거리가 될 듯 합니다. 다시 한번 방문과 트윗 감사드리고, 흥미로운 포스트에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D

    • BlogIcon buckshot | 2010/10/23 09:12 | PERMALINK | EDIT/DEL

      아.. 제 포스트와는 격이 다른 댓글이십니다. 말씀하신 주제에 대해 귀한 포스트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요? 가르침을 주시는 댓글에 주말 오전이 풍요로워지네요. ^^

    • BlogIcon New Ager | 2010/10/23 19:27 | PERMALINK | EDIT/DEL

      긍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가르침 같은 게 아니라 그저 공감을 이루려고 남긴 댓글인데, 아무튼 많은 방문자가 글을 읽어주는 것보다 buckshot님 한분이 공감해주시는 게 더 기분이 좋네요. :D

      저는 대북 저널리즘에 근무중인 92년생의 청소년입니다. 야생적 폭력체제인 학교는 일찍이 나와버렸고요, 기독교인으로서 신학과 철학을 접하다가 IT 쪽에 유난히 철학적 어휘(선언/문법/언어/구현/지식/논리 등등)가 많이 활용되는 데 흥미를 느껴 이쪽으로도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싸이월드에서 신앙칼럼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여름철부터 티스토리에 새 컨셉으로 시작했습니다.

      제 꿈은 관념기반의 국제사회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구글, 위키피디어, 유튜브, 모두 범세계성을 띠고는 있지만 거기에 국제성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심지어 UN도 마찬가지고요. 또 하나의 조직이나 네트워크보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중재자적 국제사회로써 온 인류에 하나의 언어를 제시하고자 하는 기획입니다. 굉장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지만 buckshot님께서는 충분히 간파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어느 사이트에 들릴 때마다 제 소개를 줄줄이 하곤 했는데, 먼저 소통을 원했던지라 이제서야 저를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거리감을 느끼실까봐 덧붙이자면, 현재 신학은 계속 하고 있지만 저 자신을 기독교인이나 신앙인으로는 규정하지 않습니다. (교계에서 New Ager라는 닉네임 쓰면 벼락 맞는답니다. :D) 아무튼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buckshot님은 IT업계에 종사하고 계신가요?

    • BlogIcon buckshot | 2010/10/24 08:53 | PERMALINK | EDIT/DEL

      멋진 소개 감사합니다. New Ager님께서 지향하시는 바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저는 IT업계에 가까운 쪽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많은 가르침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bean | 2010/10/24 16: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참 많은 생각을 하시는 분 같아 대단합니다. 특히 아웃라이어에 관한 포스팅 많이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유전자의 본질과 '이기적 유전자' 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아 조금 안타깝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0/24 20:06 | PERMALINK | EDIT/DEL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저만의 유전자 개념, 저만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을 가져가고 싶어 하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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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알고리즘 :: 2009/08/28 00:08

다윈의 식탁
장대익 지음/김영 사


'다윈의 식탁'을 유독하지 못하고 재미있게 싹 다 읽었다.  이 책은 위대한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생물학계의 최고 지성들이 진화론에 대해 한바탕 대 설전을 펼치게 된다는 '가상 논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학계의 거성들은 진화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를 중심으로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1주일 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강간도 적응인가?",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진화는 1백미터 경주인가, 넓이뛰기인가?",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등의 주제를 놓고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들의 이론과 자존심을 걸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선보인다.

진화론을 둘러 싼 생물학계 최고 지성들이 펼쳐내는 가상 논쟁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이 현실 세계에서 제대로 한 판 붙고 있구나란 느낌이 수시로 들었다. 그만큼 저자는 현역 생물학 거성들의 이론을 절묘한 대화적 맥락 속으로 탁월하게 녹여 내면서 한 편의 멋진 가상 대담을 엮어 내었다. 한마디로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의 내공 덕분에 재미있는 책을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

저자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 펼쳐가는 가상 토론의 향연.  이것은 비단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의식/무의식적으로 흡수하고 응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윈의 식탁'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동안 내가 읽은 텍스트의 저자들은 이미 내 안에서 '다윈의 식탁'을 세팅하고 대토론의 장을 펼쳐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아마 모든 사람들의 뇌 속에 그들만의 '다윈의 식탁'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  와.. 도대체 세상엔 얼마나 많은 다윈의 식탁이 존재하는 건가! ^^


'다윈의 식탁'은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에겐 그렇게 느껴진다)

리더십은 타인에 대한 영향력이다.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 영향력은 단순히 일방향/단선적 흐름으로만 전개되진 않는다. 리더로부터 나온 영향력이 follower라는 플랫폼 속에서 변주를 거치고 그 변주가 리더에게 다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상엔 온전한 리더도, 온전한 follower도 없다. 모두 리더와 follower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1인 2역 연기자들이다. 작년 7월에 아래와 같이 이진경의 노마디즘을 인용한 적이 있다.  ( http://www.read-lead.com/blog/654#comment23900 )

니체는 철학사를 뒤적이며 마음이 끌리는 철학자를 만나면 그를 뒤에서 덮쳐 계간을 했다고 합니다. 즉 어떤 철학자를 뒤에서 덮쳐서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기가 철학사를 가지고 사유하는 방식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들뢰즈는 니체에 대해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니체의 뒤를 덮쳐 사생아를 만들려고 보니까, 어느새 니체가 자신을 덮치고 있더라" 그만큼 자신의 사유에서 니체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겠지요.

모든 생물학자가 다윈의 말을 믿는다 해도 모두 다윈의 말을 정확히 그대로 머리 속에 새겨 넣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윈의 이론에 대해 독자적인 해석을 내리고 독자적인 재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윈이 남긴 이론의 집합은 때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기도 하고 때론 파기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사람들의 이론과 리믹스되면서 영속적인 진화의 행진을 하게 된다.  즉, 진화를 논했던 다윈의 진화론 자체가 진화를 한다고 봐야 한다.  리더십은 리더와 follower가 서로 주고 받는 영향력의 자기장이다. follower의 뇌 속에서 리더들 간의 대화/논쟁이 전개되고 그 결과물은 부메랑이 되어 리더를 변화시킨다.

내 마음 속 '다윈의 식탁'은 오늘도 나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세팅되고 슬그머니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가끔은 그 식탁에 '서기' 역할이라도 맡아서 의식적 관전이나 좀 해봐야겠다. ^^



PS. 관련 포스트
buckshot과 로버트 그린
태그, 알고리즘
원격, 알고리즘
상충,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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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llowership

    Tracked from ego+ing | 2009/08/28 09:24 | DEL

    파로워십이란 외부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리드하는 것이다. 잘못된 파로워십은 잘못된 리더십을 탓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리더의 자질을 비난하면서, 이 모든 문제가 ..

  • BlogIcon 토댁 | 2009/08/28 13: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토댁의 리더 buckshot님^^
    follower들 잘 정리하였씁니다.
    진짜로 감사합니데이~~
    왠지 정리된 느낌!! ㅋㅋ
    뭐 아직 오른쪽 사이드는 정리가 더 필요한 것 같지만요..ㅎㅎ

    오늘도 즐거운 날 되셈..
    이 책은 제가 찜합니당.

    +++ 에공 책 구입할라고 눌렀더니 알라딘이 뜨네욤.
    알라딘은 가입을 아니 해서리...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8/28 18:56 | PERMALINK | EDIT/DEL

      벅샷의 리더 토댁님~
      이 책 꽤 재미가 쏠쏠한 편입니다.
      저자가 원체 전문적 내용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는 스킬이 뛰어나서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여~

  • BlogIcon 파아랑 | 2009/09/10 01: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들렀다가 너무 재밌어 보여서 바로 주문했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9/10 09:25 | PERMALINK | EDIT/DEL

      파아랑님께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적어주시면 참 멋지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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