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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2012/02/10 00:00

한국의 CSI
표창원.유제설 지음/북라이프



비즈니스북스의 이혜경님께서 보내주신 책이다.  


흔적이란 무엇인가?
뭔가가 지나간 자취.

뭔가가 지나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궤적의 형성.

만물은 흘러간다.
만물은 각자 자신만의 궤적을 형성하며 흘러간다. 궤적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동경로에 태그를 심어 놓고 지나가는 것이다. 사람도 사물도 태깅하면서 궤적을 형성한다. 남긴 태그의 합이 정체성이고, 형성한 궤적이 곧 정체성이다.  

흔적을 추적하는 것.
그건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고, 누구나의 취미가 될 수 있다. 흔적을 읽고 전체 궤적을 상상하는 것. 흔적을 읽고 전체 태그를 재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무수한 궤적 경우의 수가 만들어진다. 지금 이 순간도 나의 마음은 끊임없이 진동하면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일일이 쫓아가긴 어렵다. 하지만 마음 경로의 특정 지점 몇 개를 인지하고 그 점들을 잇는 선을 구성하고, 그 선이 속할 수 있는 있는 면을 구성하고, 그 면이 속할 수 있는 입체를 구성하는 놀이를 즐기다 보면, 마음은 어느덧 거대한 우주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흔적의 축적.
우주라는 텅 빈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궤적이 그려지고 그 궤적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흔적은 계속 축적된다. 세상을 흔적의 축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눈에 보이는 흔적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흔적들이 인지되기 시작한다. 세상을 보는 눈의 힘은 얼마나 많은 흔적을 읽어낼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명시적 흔적들과는 달리 암묵적 흔적들은 쉽사리 자신의 존재를 관찰자에게 들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암묵적 흔적은 세상 전체를 흔적으로 인식하는 자의 눈에만 보인다.

흔적을 추적하다 보면 흔적의 축적을 느끼게 되고 세상을 흔적의 축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흔적은 더 이상 추적의 대상이 아닌 호흡의 대상이 된다. 흔적을 호흡하며 흔적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흔적이 되어 가는 일상.

흔적은 CSI의 전유물이 아니다. 흔적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속을 유동하고 지탱하는 에너지와도 같은 것이다. 흔적을 push가 아닌 pull의 관점에서 대하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남긴 흔적의 합이다. 아는 만큼 남기고 남긴 만큼 아는 것. ''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태깅, 알고리즘
만물은 태깅한다.
태깅과 자취
행복, 그리고 졸업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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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구월산 | 2012/02/11 01: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는 buckshot님의 글에 댓글을 다는 댓글러입니다. 이것이 지금 나의 흔적이랍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11 15:20 | PERMALINK | EDIT/DEL

      전 구월산님의 궤적에서 많은 것을 배워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물론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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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연결과 스토리 :: 2012/02/08 00:08

아래 트윗 대화는 암기의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좋은 솔루션에 대한 팁을 예시하고 있다.

단순무식 암기를 해도 그것이 수많은 정보들과 연결될 수 있다면,
단순무식 암기를 해도 그것을 이야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암기는 더 이상 암기 특유의 저급한 상태에 머물지 않고
한 차원 높은 정보 편집의 세계로 점프할 수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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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안다는 것 (知道) :: 2012/02/06 00:06

리스타트 핑!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웅진윙스


길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리스타트 핑에서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길을 잃는 것이다. 나의 길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길을 잃는 것이다. 길을 잃어야 등대를 발견할 수 있다.

길을 잃는다는 것과 길을 찾는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길을 찾기 위한 강력한 준비 과정인 것이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길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서 길을 잃어버리는 과정 속에서 결국 '나'를 찾게 되는 과정이 삶의 여행이고 그 과정 속에 행복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길을 알고 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냥 알려진 길, 정해진 길을 기계적으로 묵묵히 따라간다는 의미 아닐까?

길을 안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인간에겐 안도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도감에 취한 나머지 기계적으로 짜여진 경로나 계획표를 무미건조하게 답습하는 것이 길을 안다는 생각 아니 착각의 본질이 아닐까?  그렇다면 길을 안다는 것은 창의력과 혁신의 반대편의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길을 잃은 상태에서 나만의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한 길을 가면서도 끊임없이 나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길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부식되기 시작한다. 발견된 그 순간에만 찬란한 의미가 있을 뿐 반복적 이동 경로로 굳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길은 안내자/나침반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길가는 자의 창의력을 고갈시키고 혁신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방해자로서 기능하게 된다.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진부의 늪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은 앎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굴의 대상인 것이다. 知道(길을 안다)란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될 말이다. 知道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빠져 나와서 길 잃은 자의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길 잃은 자의 마인드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知道의 함정에 깊이 빠지지 않는 자세다. ^^


PS. 관련 포스트
실도,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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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2/02/06 10: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떤 죽은 철학자는 존재의 본질에 이르는 여정을 "숲길(Holzweg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는데, "길 잃은 존재"는 또 새로운 통찰력이네요. 중고등학교 이후 대학교, 또 그 이후 공무원 시험 등, 일련의 만들어진 울타리 속에 전 청년기 혹은 평생을 머물며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우리 시민들이 한 번쯤 숙고해볼만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07 21:02 | PERMALINK | EDIT/DEL

      항상 저를 일깨우는 댓글을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지금 제 마음 속엔 숲길이 펼쳐지고 있답니다. ^^

  • BlogIcon 통통이21 | 2012/02/07 15: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길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길을 잃어야 한다는 말..요즘 이래저래 복잡한 일이 많은데 마음에 콱 와닿는 구절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2/07 21:03 | PERMALINK | EDIT/DEL

      실도 속에서 구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길'이란 단어의 소중함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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