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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과 자유 :: 2012/04/09 00:09

제약을 관찰하면 할수록 제약은 자유의 뒷면임이 분명해진다.


살면서 억압을 느낄 때가 많다. 학생은 공부가 억압이고, 회사원은 일이 억압이고, 주부는 가사가 억압이다. 경영자는 성과가 억압이고 예술가는 창작이 억압이고 엔터테이너는 관심이 억압이다. 모두가 자신을 억압하는 뭔가로부터의 압박을 온 몸으로 느끼며 그것에 대응하면서 살아간다.

트위터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게 있어 억압은 그저 억압이었고, 제약은 그저 제약일 뿐이었다. 그런데 트위터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트위터는 나에게 억압, 제약,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140자의 제약조건으로 인해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는 마음 편하게 글을 적기가 어렵다. 항상 140자를 넘으면 안된다란 부담감을 느끼며 글을 올리게 된다. 그런 부담감이 글을 무작정 적기 보다는 어떻게 글을 구성할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이에 깊이를 더하게 되며 글은 점점 함축성을 띠어가게 된다.

한 대상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면 그 대상은 예전에 알고 있던 그 대상이 더 이상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오게 된다. 깊이 있는 생각이 대상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넘어 대상의 또 다른 면에 대한 이해를 자극하고 대상이 갖고 있는 본질적 요소에 다가가게 되는 통찰 증대의 순간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향해 깊이 있게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큰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저 피상적인 뷰로 세상을 바라보고 수박 겉핥기 식의 인식으로 세상을 대하기 쉬운 일상 속에서 심도 있는 사고를 한다는 것은 매우 주체적인 방식으로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다. 그런 주체적 자유 향유의 기회는 그리 자주 오지 않고 어떤 계기를 맞이할 때 경험하게 된다.

트위터는 매우 큰 제약 조건 속에 유저를 몰아 넣는다. 하지만 트위터 유저는 그런 제약 조건 속에서 표현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고민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표현하고 싶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전개하게 된다.  깊게 파고 들어가면서 얼핏 느끼게 되는 대상 속에 숨어 있는 본질. 대상은 자신이 품고 있는 본질을 그렇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열정적인 채굴을 통해서 발굴되기 마련인 것이 본질이다.  얕게 생각하고 얕게 표현하는 말을 난무시키면 시킬수록 본질은 점점 미궁 속으로 숨게 된다.

나를 둘러 싼 억압이 과연 온전히 억압의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는지, 내가 느끼고 있는 자유가 온전히 자유의 요소로만 축조되어 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억압 속에 깃들어 있는 자유의 숨결을, 자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억압의 그림자를 간파해야 한다.

뭔가를 함에 있어서 제약을 느낀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분기점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제약은 반드시 선택을 낳기 마련이다.  제약조건 속에서 나는 선택의 자유를 부여받게 되는 셈이다.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나의 세계관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다. 내가 하는 선택의 합은 바로 나 자신이다.  결국 나의 인생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자체인 것이다. 제약은 선택의 발전소다.  세상을 향한 나의 스탠스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제약.  제약은 결국 자유를 생성하는 자유의 어머니인 것이다. 제약을 느낄 때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인지해야 한다.


제약을 관찰하면 할수록 제약은 자유의 뒷면임이 분명해진다.  ^^




PS. 관련 포스트
한확,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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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2/04/10 19: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예술과 같은 글이에요. "제약은 선택의 발전소이다." 곧 나를 둘러싼 사회 체제, 혹은 물리적 환경 등이 내 자아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생각지도 못했던 자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어렴풋이 인지해온 사실이지만 buckshot님께서 여러 각도로 선명하게 만들어주시니 수 없이 곱씹어보고 싶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2/04/11 00:16 | PERMALINK | EDIT/DEL

      예술가의 눈에는 모든 텍스트가 예술로 보입니다. The Black Ager님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제 눈에 비친 세상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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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딜레마 :: 2012/02/22 00:02

선택권이 많다는 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수많은 선택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한다는 건,
수많은 선택을 저버렸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버림을 통해 하나를 찍는다는 것. 버림에 대한 아쉬움이 강한 여운이 되는 것.
선택의 딜레마다.


PS.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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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실행 간의 Gap :: 2011/03/02 00:02

너의 열정에 커리어를 더하라
김주연 지음/비즈니스북스

비즈니스북스의 이혜경님께서 보내주신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문구는 아래와 같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한국P&G의 마케팅 상무 김주연의 커리어 시크릿을 전격 공개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여성 임원이 되기까지 17년 동안에 보고 배우고 느낀 직장생활 노하우가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실려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혹독하게 단련된 업무 스킬, 연차마다 반드시 필요한 단계별 커리어 관리법, 승진 후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방법, 인간관계 관리 노하우, 승진과 성공을 위한 필살기, 임신과 출산 등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 등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고민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와 노하우가 가득하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P&G의 리더십 프레임이다.
P&G는 리더십을 아래와 같이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서 평가한다고 한다.

1. Envision (상상)
2. Engage (관여와 몰입)
3. Energize (에너지 부여)
4. Enable (추진과 지원)
5. Execute (실행)

너무나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난 P&G의 5E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상상에서 시작해서 실행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이 좋고
상상이 실행으로 구현되기 위한 중간 단계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상상력과 실행력 사이에 존재하는
Engage, Energize, Enable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난 그 동안 막연한 상상과 빈약한 실행 사이를 헤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Engage-Energize-Enable과 같은 상상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메꿀 수 있는 방법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 부분이 많이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좋은 프레임은 문제점을 잘 찾아주는구나. ^^

P&G의 프레임은 P&G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나는 나만의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이혜경님의 선물을 통해 나는 나만의 상상-실행 gap을 메울 수 있는
나만의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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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토댁 | 2011/03/03 18: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목이 확 맘에 드네요..ㅎㅎ

    그나저나 입학식은 잘 하셨을까요?^^
    몇 반일까요?ㅎㅎ
    쫄랑쫄랑 담임샘 따라 교실로 가는아이들!
    얼마나 귀여울까요?^^
    울 쩡으니는 벌써 2학녕이구요, 1학년 동생들 들어왔다고 은근 언니인 척 합니다,,호호..

    축하드려요~~~
    늘 건강조심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11/03/05 11:54 | PERMALINK | EDIT/DEL

      1학년 2반이에요~ ^^ 벌써부터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장난이 아닙니다요~ 딸내미가 1학년이다보니 2학년들이 꽤 커보입니다요~ ^^

      아직 날씨가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용~ ^^

    • 토댁 | 2011/03/07 20:30 | PERMALINK | EDIT/DEL

      울 쩡으니는 2학년 1반입니다..ㅎㅎ
      떼 쓰기도 잠깐입니당.

      손 잡고 등교길을 즐겨보시길 강추 합니다,
      걸어가며 즐기는 수다는 아마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듯 ^^

    • BlogIcon buckshot | 2011/03/08 22:34 | PERMALINK | EDIT/DEL

      아~ 함 해봐야겠어요~
      역시 학부모 대선배님은 다르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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