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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알고리즘 :: 2012/04/25 00:05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뭔가에 주목한다는 것은 다른 뭔가에는 주목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심'이란 자원은 분명 제한되어 있어서 모든 것에 관심을 골고루 배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關心이 시각적 요소에 의해서만 좌우될 경우 관심은 觀心이 된다. 마음엔 관계가 좋은 양식인데, 마음은 자꾸 시각적 요소에 미혹을 당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關心은 희소자원이고, 觀心은 잉여자원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주기란 매우 어렵다. 관심은 보이지 않는 대상 입장에선 획득 불가의 자원인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관심은 보이는 것에 크게 편향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스크린이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면 할수록 관심의 시각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도를 더해갈 것이다. TV, PC, 스마트디바이스.. 스크린의 힘이 세질수록, 스크린 바깥에 대한 관심은 희소한 자원이 되어갈 것이다. 스크린에 노출되는 것들의 흐름 속에 시각과 관심이 매몰되어 가는 현상의 바깥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내가 관심을 주는 영역이 나의 관점을 규정하고, 내가 관심을 주지 않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의 관점을 규정한다. 알게 모르게 내가 설정해버린 나의 관심영역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식 바깥으로 밀려 나 버린 나의 비관심영역. 중요한 건 비관심영역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비관심 영역과 나 사이의 거리가 핵심이다. 거리가 계속 멀어지고 있는지 가까워지고 있는지, 비관심영역에 대한 의식적 접근을 하는 시간이 1%라도 되는지 아니면 그 희미한 가능성마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지.. 바깥에 대한 관심과 바깥을 관찰하고자 하는 태도.

내가 '주목'이란 단어에 주목해서 얻은 수확은, 주목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해야 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라는 책 제목.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자극과 영감을 받는다. 책을 읽지 않기 위해 책을 읽듯이, 주목하지 않기 위해 주목하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기 위한 자양분을 책에서 얻는다. 그렇게 자양분을 책을 통해 얻다 보면 어느 날 책 없이도 다양한 사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주목도 마찬가지다. 특정 영역에 관심을 갖다 보면, 그 영역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결국 관심은 관심의 대상 자체에 몰입하기 보다는 시각의 범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시각의 범주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시각.
그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주어진 감각이 아니다.
보이는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시각의 모습인 것이다.

관심은 결코 편향이 아니다.
모든 감각을 기울여 안과 바깥을 모두 통찰하는 것. 그것이 關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주목,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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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2/04/25 21: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buckshot님표 Concept-Context 브랜드 중 요즘 가장 팬이 된 것이 이 "관심"의 개념입니다. ^^ 관심이란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즉 단순히 자기 흥미를 좇는 감정 작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큰 자아의 기초를 세우는 경이로운 작업이란 사실을 buckshot님의 최근작들을 통해 일상 속에서 계속 깨우치게 됩니다. 모든 것(Every-Thing)과 함께 하는 나, 그 꿈의 실현은 곧 관심이라는 작고도 위대한 발걸음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4/25 22:24 | PERMALINK | EDIT/DEL

      작은 관심 속에 우주가 담길 수도 있다는 생각. 그 생각 만으로도 가슴 벅찬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작은 관심들을 생성해 내고 그 관심의 흐름 속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게 얼마나 결정적인 삶의 단서이고 그것 자체로 얼마나 충분한 건지.. 저는 요즘 그걸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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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상상, 그리고 인간 :: 2012/03/26 00:06

난 고소공포증이 있는 편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왜 공포를 느끼는 걸까?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는 일어날 지도 모를 뭔가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면 공포감은 그리 강하게 출렁거리진 않을 것이다.

공포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상상은 강력한 공포 발전소이다. 어디 공포만 그럴까? 상상은 많은 감정을 가능케 하고 감정은 사람을 로봇처럼 이리저리 조종한다. 상상 엔진은 대개 부정적인 감정과 연루되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공포, 불안, 분노, 우울, 슬픔 등은 대개 상상과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증폭되기 마련이다.

상상이 감정과 연결되어 있기에 상상을 멈추는 방법은 간단(?)하다.
감정을 직시하면 된다. 감정을 직시하면 감정이 멈추고 감정이 멈추면 상상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부정적 감정의 과잉화를 막기 위해선 '나'의 범주를 넓게 설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직 협의의 '나'만 생각하고 협의의 '나'의 지나친 생존만을 의식해서는 부정적 감정과 상상의 시너지 쓰나미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나'를 넓게 규정하고 광의의 '나'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상상하기 시작해야 한다.

창의적/긍정적인 상상을 잘 한다는 것은 본능 깊숙이 새겨진 부정적 감정과 상상과의 시너지 메커니즘을 자신 내부에서 자신의 외부로 꺼내서 타자와 세상과 소통하는데 활용함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감정 에너지와 그것을 증폭시키려는 상상 에너지를 자신 안에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바깥 공기를 마시며 유동할 수 있게 방생할 수 있는 능력. 그렇게 할 수 있는 의지와 스킬이 상상력의 크기를 좌우한다.

나를 좁게 볼 것인가, 나를 넓게 볼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상상의 용도가 분기점을 타게 된다. 사사롭고 시시각각 발생하기 일쑤인 부정적 감정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테마에 대해 감정을 작동시키고 상상의 트랙을 밟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감정을 직시하기도 하고,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
상황에 따라 상상을 억제하기도 하고, 상상을 증폭하기도 하는 것.

감정과 상상은 지금까지 인간을 지배해온 강력한 로봇 조종자였다. 앞으로 인간이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변모한다면 그 혁명의 기반은 감정/상상과 인간의 관계 전복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감정하고 상상할 자격을 갖고 있다. 그렇게 변해갈 수 있는 인간만이 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상상,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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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발명, 그리고 용기 :: 2011/12/09 00:09

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문학동네


소설 '물속 골리앗'의 작가 노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맞다. 진짜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혹은 부족한 것은 공포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선에 대한 상상력이 아닐까. 그리고 문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 타인의 얼굴에 표정과 온도를 입혀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르리라.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을 상상할 것인지에 대해 상상하는 능력인 것 같다. 상상이란 단어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이다. '상상'을 잘 하는 자는 '상상'이란 단어 자체를 생활 속에 붙여 놓고 살기 마련이다.

상상과 발명. 모두 용기의 영역이다. 용기가 있어서 상상을 해내는 것이고 상상을 하니까 발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용기로 회귀된다. 상상에 용기를 더할 때 상상력이 생성되는 것이다.

상상 + 용기(힘) = 상상력

용기는 뭔가를 내 손으로 창조해 낼 수 있다는 확신이다.

상상은 항상 나와 나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그것을 포획할 수 있게 하는 것인 바로 용기인 것이다. 상상을 사냥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와 '나의 주변'을 탐색하고,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상상의 재료들을 채취하여 나의 상상을 구성해내는 힘이 바로 상상력이다.

용기란 단어를 생각하니 상상력이 자극되는 느낌이다.

용기로 상상하고 용기로 발명한다.

용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용기는 샘솟는다.

결국, 몇 개월 전에 읽은 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책꽂이로 보내지 않고 계속 책상 위에 놓아 두었던 보람을 오늘 찾은 셈이다. 난 이 책에서 '용기'란 키워드를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계속 이 책에 미련을 가졌던 것이다. 난 기다림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


PS. 관련 포스트
불가능을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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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Crete | 2011/12/09 00: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진짜 공포도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인류의 진화과정중에 유전자에 각인된 공포에 대한 회피는 공포에 대한 상상력을 아주 강력한 행동유발(억제)제로 삼게하죠. 물론 이게 아주 유용한, 그러니까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 입장에서 손쉽게 상대방의 교화를 끌어낼 수 있는 도구이기는 할테지만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희망' 역시 현재의 고달픔을 이기고 인내(기다림)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제일 겁니다. 결국 공포와 희망의 적절한 균형이 건강한 영적생활과 현실생활의 기반이 된다고나 할까요. 다만 희망이란 요소에는 적극적인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죠.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에서 '용기'란 요소를 끌어내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12/11 17:12 | PERMALINK | EDIT/DEL

      공포를 직시하고 건강한 희망을 키워가는 것. 모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공포와 희망은 모두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멘토들인 것 같아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Crete님의 댓글을 통해 항상 많이 배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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