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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불안, 그리고 BM :: 2011/12/23 00:03

우리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말에 쉽게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가 쓰나미, 블랙스완을 연상케 하는 극단적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는 식의 겁주기 메시지에 나름 순응적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 세상은 불확실성 급증의 도가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불확실성이 커지는 이유를 외부 환경의 격변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고,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알기 쉬울 수는 있겠으나, 실상은 불확실성이 급증한다기 보다는 불확실성을 급속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겠다. 즉, 극적인 변화는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의 수위 보다는 그것을 인식하는 인간의 마음 속 불안감의 수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확실성은 예측용이성/통제용이성의 반대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항상 뭔가를 더 예측하고 싶어하고 통제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지는 쪽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문명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외부 환경에 대한 예측력과 통제력은 비약적인 고도화를 거듭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거대한 착각일 수 있다. 자고로 문명이 발전되는 동안 인간이 정말 질적 성장을 기록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쉽게 대답이 잘 되지 않는다. 원시시대 대비 생명 위협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닥 위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양산하며 두려움의 총량을 유지하고 있다. 원시시대나 현대나 인간은 두려울 것이 있어야 안심한다. 인간 뇌는 두려움을 먹고 사는 기관이다. 인간 뇌는 마치 두려움이 유통되지 않으면 심심해서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듯 끊임없이 두려움을 생성하고 소비한다. 문명 발전이 산출한 최대의 성과는 '원시시대의 원초적 두려움을 현대의 세련된 두려움으로 치환시킨 것'이 아닐까. 인간 뇌 속에 똑같은 두려움이 유통되면 인간 뇌가 지루해할까 봐 끊임없이 새로운 두려움을 인간 뇌 속에 주입시킨 것이 문명의 주요 과업이 아니었을까. ^^

예측용이성, 통제용이성을 높여간다는 착각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불안을 생산했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했다. 그리고 그런 생산-소비의 순환 고리 속에서 불안 BM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어느 시대나 인간 마음 속에 잠재한 불안을 자극하고 증폭된 불안에게서 돈을 뜯는 불안 BM이 존재했다.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 두려움과 끝없는 숨바꼭질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 뇌를 자극하는 불안 BM의 존재. 불확실성, 불안감, 불안 BM은 매우 견고한 삼각편대 체제를 구성한다. 그 강력한 삼각 압박에 너무 많이 농락당하면 세상은 정말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보일 것이다. 불안 BM을 직시하면 불안 BM에게 주입을 강요 받았던 내 마음 속 불안감은 실체성 여부를 검증 받게 것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이란 단어에서 불필요한 강박은 필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당연한 느낌으로 어리버리 수용해선 안 된다. 확실한 것 하나만 견지해도 불확실성이란 단어는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실체 없는 불확실성과 뜬금 없는 불안감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극단, 알고리즘
예측, 알고리즘
[변화관리] 두려움 vs.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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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에너지 관리 :: 2011/09/16 00:06

조직은 에너지가 순환하는 시스템이다.

조직 내에 불안 에너지가 유통될 수도 있고 생산 에너지가 흘러 다닐 수도  있다.

조직은 생존을 지향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안을 생성하게 된다.

리더십은 불안에 대한 대응력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불안을 그대로 포워드하거나 심지어 증폭시키는 것은 리더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리더는 '불안' 에너지를 '생산'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리더십은 일종의 에너지 관리다.  ^^



PS. 관련 포스트
존재와 불안
의도
가치 생태계
[허준-동의보감-신형장부도] 기는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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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1/09/16 18: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리더다우신 안목이신 것 같아요... ㅎ buckshot님 추석 평안히 보내셨지요? 저는 오늘 '신검'을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나라는 조직의 점점 커져가는 불안을 어떻게 생산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예요. 행복하고 풍성한 가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1/09/17 19:33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추석 잘 보내셨죠? ^^ 저도 잘 보냈습니다~ 신검을 받으실 수 있는 젊음이 부럽습니다. 불안과 생산 사이를 절묘한 균형감으로 곡예하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BlogIcon 똥꼬아빠 | 2011/09/18 16: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간에 대한 평등과 성과에 대한 차등! 받는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무척이나 껄쩍찌근합니다.
    짧은글 한참 보았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09/18 19:48 | PERMALINK | EDIT/DEL

      헉. 내일 포스트가 평가에 대한 얘긴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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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불안 :: 2011/09/02 00:02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문학동네

배명훈의 단편소설 '안녕, 인공존재!'에는 아래와 같은 기이한 제품 설명서가 등장한다.

본 제품은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 공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데카르트는 Cogito ergo sum이라는 특정 형태의 존재를 최초로 추출해낸 프랑스 학자입니다. 물론 존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데카르트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중요한 이유는 존재를 추출해내는 데 사용한 방법을 근대적인 형태의 기록으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추출해낸 존재를 응용하는 방식까지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방법론적 회의 공법은 감각기관의 정확성을 하나씩 의심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빛, 소리, 촉감 등 세상으로부터 개체를 향해 유입되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기관은 그 자체가 오류를 범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감각정보 하나하나로부터, 결코 실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통합적인 공간을 재구성하여 인간의 머리 속에 재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짜 존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고안된 모든 디바이스를 차단해야 합니다. (전원을 연결했을 때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기기 고장이 아닙니다) 본 제품은 Dubito 회로라는 회의 회로를 통해 데카르트의 존재 추출법을 반복 시행하여 순도 높은 결정 형태의 존재, Cogito를 추출해냅니다. 회의회로 동작 결과, 모든 외부 자극과 그로 인해 제품 내부에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완전히 부정되며, 이 같은 무한 의심이 반복되면서 오로지 의심만 하는 가상자아 하나만이 남게 됩니다. 곧이어 의심하는 자아가 의심하는 자아 스스로를 의심하는 논리 순환에 이르는 순간 Cogito가 발생합니다. (전원 연결 후 오 분에서 육 분 사이에 이루어지며 이후 지속됩니다)


소설을 읽고 난 후, 떠오르는 생각 토막.

존재는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한다.

존재는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할 경우, 존재는 계산식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을 경우, 존재는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계산을 통해 자신을 의심 & 확신하게 된다는 것.

계산하지 않음으로 인해 자신을 뿌연 안개 덩어리로 계속 놔둔다는 것.

계산한다는 것은 계산하는 주체를 안심시킨다.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 주체를 안심시킨다.

불안하니까 계산하는 것이다.

불안하니까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존재의 근원은 불안일 것이다.



PS.  관련 포스트
존재 확인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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