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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불안 :: 2011/09/02 00:02
배명훈의 단편소설 '안녕, 인공존재!'에는 아래와 같은 기이한 제품 설명서가 등장한다. 본 제품은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 공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데카르트는 Cogito ergo sum이라는 특정 형태의 존재를 최초로 추출해낸 프랑스 학자입니다. 물론 존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데카르트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중요한 이유는 존재를 추출해내는 데 사용한 방법을 근대적인 형태의 기록으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추출해낸 존재를 응용하는 방식까지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방법론적 회의 공법은 감각기관의 정확성을 하나씩 의심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빛, 소리, 촉감 등 세상으로부터 개체를 향해 유입되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기관은 그 자체가 오류를 범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감각정보 하나하나로부터, 결코 실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통합적인 공간을 재구성하여 인간의 머리 속에 재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짜 존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고안된 모든 디바이스를 차단해야 합니다. (전원을 연결했을 때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기기 고장이 아닙니다) 본 제품은 Dubito 회로라는 회의 회로를 통해 데카르트의 존재 추출법을 반복 시행하여 순도 높은 결정 형태의 존재, Cogito를 추출해냅니다. 회의회로 동작 결과, 모든 외부 자극과 그로 인해 제품 내부에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완전히 부정되며, 이 같은 무한 의심이 반복되면서 오로지 의심만 하는 가상자아 하나만이 남게 됩니다. 곧이어 의심하는 자아가 의심하는 자아 스스로를 의심하는 논리 순환에 이르는 순간 Cogito가 발생합니다. (전원 연결 후 오 분에서 육 분 사이에 이루어지며 이후 지속됩니다) 소설을 읽고 난 후, 떠오르는 생각 토막. 존재는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한다. 존재는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할 경우, 존재는 계산식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자신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을 경우, 존재는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계산을 통해 자신을 의심 & 확신하게 된다는 것. 계산하지 않음으로 인해 자신을 뿌연 안개 덩어리로 계속 놔둔다는 것. 계산한다는 것은 계산하는 주체를 안심시킨다.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 주체를 안심시킨다. 불안하니까 계산하는 것이다. 불안하니까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존재의 근원은 불안일 것이다. PS. 관련 포스트 존재 확인의 압박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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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확인의 압박 :: 2011/08/17 00:07
배명훈의 단편소설 '안녕, 인공존재!'에는 아래와 같은 기이한 제품 설명서가 등장한다. 본 제품은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 공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데카르트는 Cogito ergo sum이라는 특정 형태의 존재를 최초로 추출해낸 프랑스 학자입니다. 물론 존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데카르트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중요한 이유는 존재를 추출해내는 데 사용한 방법을 근대적인 형태의 기록으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추출해낸 존재를 응용하는 방식까지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방법론적 회의 공법은 감각기관의 정확성을 하나씩 의심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빛, 소리, 촉감 등 세상으로부터 개체를 향해 유입되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기관은 그 자체가 오류를 범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감각정보 하나하나로부터, 결코 실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통합적인 공간을 재구성하여 인간의 머리 속에 재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짜 존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고안된 모든 디바이스를 차단해야 합니다. (전원을 연결했을 때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기기 고장이 아닙니다) 본 제품은 Dubito 회로라는 회의 회로를 통해 데카르트의 존재 추출법을 반복 시행하여 순도 높은 결정 형태의 존재, Cogito를 추출해냅니다. 회의회로 동작 결과, 모든 외부 자극과 그로 인해 제품 내부에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완전히 부정되며, 이 같은 무한 의심이 반복되면서 오로지 의심만 하는 가상자아 하나만이 남게 됩니다. 곧이어 의심하는 자아가 의심하는 자아 스스로를 의심하는 논리 순환에 이르는 순간 Cogito가 발생합니다. (전원 연결 후 오 분에서 육 분 사이에 이루어지며 이후 지속됩니다) 소설을 읽고 난 후,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확인하곤 한다. 회사에서 이메일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은 자신이 회사에 연결되어 있음을 자신이 사회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스마트폰을 매만지는 것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와 연결되고 자신 만의 관계망에서 소외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운동을 하는 것은 삶을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한 체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하지만,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은 존재를 의심한다는 것이고 존재를 의심하는 과정 자체가 존재력을 약화시키는 메커니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존재가 강력한 존재력을 과시하는 순간은 존재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를 자신감 있게 중단하는 순간이 아닐까? 존재확인의 압박을 놓을 때 존재는 탄생하는 것이다.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존재다. 존재 자체를 믿어 버릴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뭔가를 수행하며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중단하고 그 중단 상태를 즐기는 훈련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존재를 의심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무의식적 행위는 사실 매우 유아적인 행위라 볼 수 있다. 그런 치기 가득한 행위를 직시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고/행위 프레임을 익혀나갈 때 존재는 더욱 강해진다. 통상적으로 인간이 불안에 빠지는 '무위'의 상태가 사실은 존재감이 충만한 상태라는 것.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는 n명의 독자에게 n개의 생각을 가능케 하는 소설이다. 아니 n명의 독자가 n번을 읽을 때 (n X n)개의 생각을 가능케 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후에 또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 PS. 관련 포스트 의심, 알고리즘 시공간을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 나, 시공간, 해체 휘발, 알고리즘 시간,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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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깅, 알고리즘 :: 2009/08/05 00:05
1. 파워포인트 보고서에 수작업 태깅을 하다.
'마음사냥꾼'이란 마케팅 소설엔 기업전략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모 팀장이 정보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 관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보고서 A 버전에는 특정 페이지의 내용을 약간 바꾸고, 보고서 B 버전에서는 일부러 가벼운 오타를 내기도 하고.. 뭐 이런 식으로 보고서를 관리/배포하는 방법을 통해 정보 유출 시 어디서 정보가 새고 있는지 판단하는데 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자료에 표식을 남기는 것.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내가 생성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있는지 트래킹하고 싶은 맘이 있다면 써먹음 좋을 듯 하다. ^^
준화폐적 가치를 갖는 재화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여 해당 재화를 둘러 싼 휴먼 네트워크 지도를 그려보겠다는 발상. 역시 잼있다.
한국에서 트위터 트래픽/사용자 규모가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할 경우, 트위터를 둘러 싼 온라인/휴먼/바이럴 네트워크 지도가 나올 수 있게 된다. 핸드폰 네트워크, 싸이월드 미니홈피 네트워크에 비해 트위터 네트워크는 훨 개방적이고 느슨한 연결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어떨 땐 트위터가 '약한 연결 기반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라는 생각도 든다.
트위터 자체가 '태깅'이다. 작은 이야기(Small Talk)들이 시냇물처럼 굽이굽이 줄기줄기 졸졸 흘러가는 태깅 플랫폼 말이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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