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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언어를 구사하기 :: 2011/10/05 00:05

평생 갈 내 사람을 남겨라
이주형 지음/비즈니스북스


비즈니스북스의 이혜경님께서 보내주신 책이다.  

책을 읽다가 매우 인상적인 내용을 만나게 되었다.

내 보스는 아랫사람은 거의 신뢰하지 않는데다 칭찬보다 주로 지적이나 꾸중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어찌나 화를 잘 내는지 주위에 얼씬거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와 보스는 주로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했는데, 가만 보니 그의 이메일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문장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특했고 유독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그 패턴을 수집 및 분석한 후 그에게 보고할 때 그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으로 문장을 구성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그는 눈에 띄게 나에게 호의를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한다.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다른 언어와 언어가 만나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이다. 한국어라고 다 같은 한국어가 아니다. 나는 나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은 사용하는 언어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언어 상자 속에 갇혀 있기가 쉽기 때문에,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을 갈라 놓기도 한다. 의미는 통하는데도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되지 않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언어로 인한 소통의 시작과 언어로 인한 소통의 단절.
언어 자체가 바벨탑인지도 모른다. 언어가 달라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언어가 생겨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닐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마음이 흩어진 것은 아닐지. 언어는 인간이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어는 나와 타인 사이에서 공진화한다.
나만의 언어를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의 언어를 내가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언어는 계속 진화한다. 세상엔 사람의 수만큼의 언어가 존재한다. 살아간다는 건 나의 언어가 다른 언어와 교감하는 과정이다. 나와 다른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내 언어를 다른 언어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인생력이다.

타인의 언어를 구사하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타인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려면 타인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살아간다는 건 수많은 타인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동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언어의 바벨탑을 어디까지 허물 수 있는가?
인생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큰 질문이다. ^^



PS. 관련 포스트
물리학은 바벨탑을 쌓고 있는가?
생각의 파동, 언어의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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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바벨탑을 쌓고 있는가? :: 2010/11/10 00:00



서점에서 우연히 폴 핼펀의 그레이트 비욘드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대충 훑어 보았는데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도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으리란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

물리학은 만물에 내재한 근본 원리를 탐구한다. 계속되는 물리학의 발전 속에서 인류는 만물의 작동 원리에 대해 하나 둘 새로운 것들을 깨우쳐 갔고 잘못된 믿음을 바로 잡기도 했다. 뉴튼, 아인쉬타인과 같은 획을 긋는 물리학의 대발견은 일반인에게도 제목 만큼은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현대 물리학은 거시 영역, 미시 영역을 아우르는 대통합 이론을 만들고 싶어 한다. 상대성 이론으로 과학의 커다란 딜레마를 풀었던 아인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도전했던 최종 이론의 수립은 미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이며, 지금도 자연의 최종 이론을 찾기 위한 거대한 지적 모험은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의 '물' 자도 잘 모르는 내 눈에는
만물의 원리를 밝히고픈 물리학의 욕망은 거시,미시 영역 모두에서 미궁 속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물리학은 어쩌면 최첨단 바벨탑을 쌓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반인은 해독이 매우 어려운 그들만의 언어.
물리학의 바벨탑. 그 끝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언어 자체가 바벨탑인지도 모른다.
언어가 달라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언어가 생겨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닐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마음이 흩어진 것은 아닐지.
언어는 인간이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고 있는지도.

만물의 원리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그건 첨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왠지 만물은 언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



PS. 관련 포스트
무식, 알고리즘
가설,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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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찬 | 2010/11/10 01: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양성이 없는 분야 같아요. 문화에 다양성이 있듯이, 물리학에도 다양성이 숨어있지 않을까요?

  • 웃는남자 | 2010/11/10 18: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하면 더이상 '도'가 아니듯이 ..
    물리학이 언어로 표현되는 이상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라는 요지로 이해하면 맞을려나요?
    제가 보기에는 '물리학은 언어로 표현된다'라는 전제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리학은 수학으로 표현되는데
    수학이 기호로 표현된다고 해서 수학을 단순히 '언어'라는 집합개념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요.

    수학에서 사용되는 고도의 추상적개념은 의사전달 목적을 가진 '언어'와는 다른 것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1/12 23:58 | PERMALINK | EDIT/DEL

      언어를 넓게 해석하면 수학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 만물은 다 언어인지도 모릅니다. ^^

  • BlogIcon 사시미 | 2010/11/12 16: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확실히 인간은 언어에 갇히는 것 같습니다. 히브리어에는 길게 풀어서 설명해도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도 많으니 말입니다. 또 다른 바벨탑은 많이 세워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세베루스 | 2011/08/29 0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쎄요 저는 물리학의 연구 자체가 신과 인간과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신은 이 복잡한 우주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는 생명체에게
    우주의 비밀을 풀어보라는 숙제를 내주는 것같습니다.
    신을 보통 예술가에 빗대곤 하는데,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정신상태를 표현합니다.
    따라서 신의 창조물인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신이 원하는 게 아닐까요?
    생물학처럼 생명의 존엄성을 해칠수도 있는 위험성을 가진 학문이
    오히려 바벨탑에 빗대기 좋을 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08/29 23:12 | PERMALINK | EDIT/DEL

      모든 학문이 대화라 할 수 있겠지요. 다만 그 대화가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서로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는지의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학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것들이 대화의 양상을 띠고 있을텐데 그 대화에서 진정한 소토이 이뤄지고 있는지 아니면 바벨탑을 쌓고 있는지에 대해선 각자 스스로 자문을 던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요즘 삑사리와도 같은 바벨탑을 많이 쌓고 있는 듯 해요.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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