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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알고리즘 :: 2009/02/09 00:09

손자병법 군형편에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故善戰之勝也, 無智名, 無勇功 (
고선전자지승야, 무지명, 무용공)
전쟁을 잘하는 자의 승리는 지혜에 대한 칭찬도, 용맹에 대한 인정도 없다.

손자병법 영문판엔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Great wisdom is not obvious, great merit is not advertised. When trouble is solved before it forms, who calls that clever?  When there is victory without battle, who talks about bravery?

진정한 고수는 일반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문제를 해결한다. 아예 문제의 발생 자체를 사전에 봉쇄하기 때문에 티가 안 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함도 없다.


고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생성, 알고리즘 포스트에 대한 idea님의 아래 댓글이 떠오른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도화되었다고 인간은 생각하고, 주장하지만, 사실 지구에서 인간은 박테리아(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플랫폼으로서만 존재할 뿐인 건 아닐지 상상해 봅니다. 실제 지구의 주인은 박테리아님들이고 인간은 그 삶의 터전에 불과한데.. 인간이라는 박테리아 생존 플랫폼이 너무 요상하게 진화해서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과 산업이 발달하고 결국엔 지구의 환경자체를 변화시키게 된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인간과 달리 박테리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문명 패러독스의 '박테리아가 허락한 인간 세계'를 읽으면서 박테리아가 만만치 않은 고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몇 구절 옮겨본다.

  • 우리 몸의 100조 개 세포 중 인간의 세포는 단 10조 개뿐, 나머지 90조 개의 세포는 우리 몸 안팎에서 살고 있는 박테리아, 진균류, 바이러스, 기생충의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소화 과정을 돕는 등 유익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에게 이로울 것도 해로울 것도 없이 그저 우리와 공존하는 상태다.
  • 박테리아는 매일 떨어져 나오는 100억 개 정도의 피부조각과 땀구멍과 갈라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맛있는 기름과 힘을 북돋워 주는 미네랄 성분을 먹고 산다. 그들에게 사람은 가장 이상적인 음식창고인 셈이다.
  • 내장과 콧구멍에 숨어 있는 것과 머리카락과 눈썹에 붙어 있는 것, 눈의 표면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빨의 에나멜에 구멍을 뚫고 있는 박테리아들도 엄청나게 많다.
  • 박테리아는 좀처럼 죽지 않는다. 박테리아에겐 수명이 없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DNA가 원형이라 수 차례 분열해도 DNA가 짧아지지 않기에 수명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 박테리아가 살 수 없는 환경은 거의 없다. 탐침이 녹을 정도로 뜨거운 해저 분출구에서 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발견되었다. 달 표면에 2년 동안 놓아 두었던 카메라의 밀폐된 렌즈 속에서 회복되었던 연쇄상구군이란 박테리아는 충격적인 박테리아의 부활이었다.

가공할만한 박테리아의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 생명체의 능력을 판단하는 유력한 척도가 생존과 번식인데..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놀라운 환경 적응력은 박테리아가 지구 상에서 강력한 적합도 생성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박테리아가 고수란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반면, 박테리아는 끊임없는 고속 진화를 통해 인간과 최적의 궁합 메커니즘을 창출해 가면서 인간과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전쟁의 고수는 적을 바위 삼아 물처럼 바위 위를 유유히 흘러가면서 전쟁의 맥락 속에 녹아 들어가 적과 하나가 되어 적을 흡수/분쇄하는 자이다.  생명의 고수는 생존/번식을 위한 환경을 선정하고 그 환경 위를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면서 환경과 하나가 되어 환경을 흡수하고 환경에 흡수되면서 환경과 하나가 되는 자이다. 즉, 고수는 맥락을 읽고 맥락을 리드하며 맥락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자이다. 그래서 전쟁의 고수와 생명의 고수가 펼치는 궁극의 포스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박테리아는 생명의 고수이다.  인간은 어느 정도의 고수 레벨을 갖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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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모

    Tracked from ego + ing | 2009/02/12 23:53 | DEL

    인간이 성인병을 달고 살기 시작한 즈음 두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빈곤이 과잉으로 역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충약이 개발된 것이다. 의학에서는 성인병의 원인으로 전자를 지목하고 ..

  • BlogIcon 소중한시간 | 2009/02/09 11: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햐.. 솔깃한데요 ^^;; 착각속에 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ㅎㅎ;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은 우리 스스로가 붙인것이지 박테리아들은 어찌
    생각(하는진 모르겠습니다만)할런지 궁금합니다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2/09 23:46 | PERMALINK | EDIT/DEL

      우린 박테리아를 많이 의식하지 못하는 반면, 박테리아는 인간에 탁월하게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 비대칭이 계속되는 한 박테리아는 계속 고수의 위치를 지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BlogIcon 데굴대굴 | 2009/02/09 13: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직장에서의 고수는... 나갔을때 빛이나더군요. 그 동안 안보였던 빵꾸가 여기저기 발생하고... --a

    • BlogIcon buckshot | 2009/02/09 23:46 | PERMALINK | EDIT/DEL

      동감입니다. 보이지 않는 빵꾸.. 그게 고수의 힘입니당~ ^^

  • BlogIcon 토댁 | 2009/02/09 22: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찬 한 주 시작하셨죠?
    아침 저녁으로 들어와 읽고는 이제사 이해가 되는 토댝이 정말 문제 있어 보입니다.
    아마 뇌속에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요즘은 이해력도 어휘력도 영 엉망인지라 ....
    아마 학년이 달라져 그런가?? ㅋㅋ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09 23:47 | PERMALINK | EDIT/DEL

      토댁님..

      사실..

      저..

      제가 쓰는 글..

      제가 이해하고 쓰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토댁님께서 이해 빨리 못하시면
      저도 이해 못하고 있는겁니다..


    • BlogIcon 토댁 | 2009/02/10 00:03 | PERMALINK | EDIT/DEL

      아잉~~
      토댁이 위로하시는 님 멋쨍이..ㅋㅋ

      저 숙제 있는데 하기 싫어 방황하고 있어요.
      아니,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서리..

      제가 다니는 농업경영정보대학에서 농장소개로 몇 장 써야 하는데 글이 진도가 안 나가요.
      하긴 뭐 소개할 것이 있어야 말이죰..^^;;

      좋은 밤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10 00:05 | PERMALINK | EDIT/DEL

      위로 아닙니당~ 사실입니당~ ^^

      저도 숙제하기 싫어서 방황할 때가 많습니다.

      '꽃보다 남자' 보시면 좀 기분이 좋아지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당~ ^^

  • BlogIcon egoing | 2009/02/12 23: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정말 의미심장한 포스트내요. 기생충에 대한 저의 생각이 너무 모자라군요. 기생충에 대해서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06:23 | PERMALINK | EDIT/DEL

      egoing님 글의 촌철살인을 배워야 할텐데. 그렇게 읽고 읽어도 항상 제자리 걸음입니다. ^^

  • BlogIcon mindfree | 2009/02/21 18: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스티븐 제이 굴드는 '풀 하우스'에서 '박테리아의 생존 방식이 전 우주적 생물채의 원형이고 동식물의 생존 방식이 독특하게 변형된 사례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 방대한 양과 수를 생각하면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

    • BlogIcon buckshot | 2009/02/21 21:18 | PERMALINK | EDIT/DEL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박테리아에겐 원형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그 포스를 배워야 할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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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알고리즘 :: 2009/01/23 00:03

문명 패러독스 
송상호 지음/인물과사상사


문명 패러독스를 읽다가
한 키워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의심(疑心)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
요즘 정말 크게 와 닿는 말이다.

인간의 인지사고 체계가 갖는 한계로 인해
흘러가는 만물의 이치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

결국, 인간은
의심하지 않으면
인간 알고리즘의 한계로 인해
잘못된 고정화 틀 속에서
인지하고 사고하게 된다.

최근에 쓰고 있는
알고리즘 포스트는
대부분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을
뇌의 만족/쾌락을 위해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고착되어 가는 모습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돌파하는 행위 속에서
인간 알고리즘의 개선이 이뤄지는 것 같다.


의식적 의심을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으려고
알고리즘 포스트를 계속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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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덱스터 | 2009/01/23 00: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가끔은 확실한 것을 의심함으로서 새로운 발견을 이루기도 하지요 ^^

    음.. 그게 확실하지 않으면서 확실하다고 믿는건가...;;;

    • BlogIcon buckshot | 2009/01/23 09:20 | PERMALINK | EDIT/DEL

      예,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할 때 새로운 차원으로의 이동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확실하다는 생각은 뇌의 편의를 위한 장치인 것 같고, 편하게만 가려는 뇌를 적당히 괴롭히면서 갈궈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BlogIcon Donnie | 2009/01/24 03: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누구였죠 무슨 학문의 아버지 어쩌고 하는 사람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정확히 생각 나진 않지만 '모든것에 항상 비판하라' 이런 투 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학문의 범주에서 말 한걸지도 모르겠지만 글에서 얘기하신 것처럼 모든 사고를 의심과 비판의 자세를 바닥에 깔고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계속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 쓰면서(정확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지식을 무작정 믿지 말고 의심하자가 주 이지만) 산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게 아닌 거 같습니다. 머리로만 이해하고 실천은 정말 힘든 거 같네요.
    뇌의 만족과 쾌락을 위한 장치(건방지게 한 발 더 나아가 제 느낌을 추가한다면 게으른 요행)라는 부분이 크게 다가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D

    • BlogIcon buckshot | 2009/01/24 09:27 | PERMALINK | EDIT/DEL

      Donnie님 말씀처럼 머리로 이해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몸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할 때 성장할 수 있으니 어려워도 계속 시도해 나가야 할 것 같구요. 말씀하신 '게으른 요행'이란 표현이 날카롭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게으른 요행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 BlogIcon mepay | 2009/01/24 14: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진실은 진실한 사람에게 투자되어야 하지만 먼저 진실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하며 남도 역시 내가 진실한 사람인지 알아 본다는 것. 몇몇 사람과만 진실한 인연을 맻고 다른 것들에 대해선 철저히 이기적일 것?

    아..이번 포스트는 스스로 어렵네요..벅샷님..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겠어요. ^^;;
    설 잘보내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1/24 18:14 | PERMALINK | EDIT/DEL

      mepay님 댓글은 또 하나의 주제네요. 사람, 진실 vs 의심.. 저도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생각을 낳게 하는 댓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구여~ ^^

  • BlogIcon 격물치지 | 2009/01/29 23: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러셀은 확실하게 알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
    참 인간이란 불안전한 존재지요

    • BlogIcon buckshot | 2009/01/30 07:24 | PERMALINK | EDIT/DEL

      역시 불완전 자체보다는 불완전에 대한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

  • BlogIcon monocho | 2009/07/24 01: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대부분 의심이라하면 '사람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것'으로 인식하는데, 의심이 인간 알고리즘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Donnie님께서 언급하신 것 처럼 '모든것에 항상 비판하라' 자세를 통해 인식과 사고의 오류를 정정하고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24 09:35 | PERMALINK | EDIT/DEL

      monocho님,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monocho님께서 너무 잘 정리해 주셔서 포스트의 부족함이 다 메꿔진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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