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도킨스'에 해당되는 글 14건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 2011/08/24 00:04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를 읽지는 않는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단지 책 제목만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2011.8.24)

비밀 코드를 해독할 때,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밝혀낸 만큼 비밀 코드 속으로 숨는 뭔가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진공은 무엇일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진공은 우리 인지체계로 파악이 되지 않을 뿐 분명 뭔가를 함유하고 있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만물의 기본은 원자도 아니고 소립자도 아니다. 만물의 기본은 진공이다.

원자 이하 레벨로 아무리 내려가봐야 얄미운(?) 소립자와의 기약 없는 숨바꼭질만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물의 본질은 입자를 통해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물의 본질을 파헤치려면 진공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건 과학의 영역이 아닐 수도.

글로 뭔가를 표현할 때는 표현되지 못한 뭔가가 표현된 글의 이면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건 마치 입자와 진공과의 관계와도 같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체만 실재로 판단할 뿐, 그 물체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나누는 진공의 존재를 항상 잊고 살아간다. ^^


PS. 이윤하님의 트윗 멘션

가능성이 아직 원자도 현상도 되지 않은, 슈뢰딩거의 1/2 고양이의 공간, 빛이 탄생하지 않은, 아원자의 세계. 무한하고 영원한, 없지만 있는 세계. 경계이전의 공간.

빛이 있으면 꼭 그림자가 있죠. 빛 이전의 무엇이 바로 그 '진공'의 세계겠죠? 아이슈타인이 빛보다 빨리 뛰어 빛 앞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궁금해했다는데, 리드리드님도 비슷한 생각중이시군요 ^^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2010.11.5)

무지개를 풀며
리처드 도킨스 지음, 최재천.김산하 옮김/바다출판사


서점에서 우연히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를 접하게 되었다.

Unweaving이란 단어에 눈길이 간다. 예전에 읽은 '다윈의 식탁'이란 책이 떠오른다. 위대한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생물학계의 최고 지성들이 진화론에 대해 한바탕 대 설전을 펼치게 된다는 '가상 논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학계의 거성들은 진화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를 중심으로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1주일 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강간도 적응인가?",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진화는 1백미터 경주인가, 넓이뛰기인가?",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등의 주제를 놓고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들의 이론과 자존심을 걸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선보인다.

'다윈'이란 코드를 각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unweaving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다른 결과물들에 자신만의 신념과 열정, 그리고 자존심을 듬뿍 실어 결정적인 이견이 발생할 때 격렬한 사상(?) 논쟁을 하고 있는 모습. 생물학자들은 다윈이란 성전(聖典)을 해독하고 다윈에 대한 각자의 신념을 저작하고 있으며 서로 사상이 맞지 않을 땐 격한 자존심 전쟁을 불사한다. 다윈은 가장 핫한 현대 종교다.


비밀스런 코드를 해독한다는 것.
비밀을 하나 둘 파헤쳐 가는 과정 속에서 가설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전하게 되고 그것을 코드 해독에 결부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신념은 형성되게 마련이다. 신념은 자가증식의 경향이 있어서 계속 그것을 강화시키고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수반하게 된다.

비밀코드와 신념은 공생 관계다. 바로 이 기반 위에서 종교계의 교리 싸움이 작동하고, 과학이란 또 다른 종교계의 교리 싸움이 동작한다.

해독은 신념과 만나 교리를 낳는 메커니즘이 과학에서 매우 왕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관전 포인트들이 앞으로 마구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고나 할까. ^^


PS. 관련 포스트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다윈,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241
NAME PASSWORD HOMEPAGE

The Soft-Wired Gene :: 2010/10/22 00:02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아주 오래 전, 스스로 복제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고 그 복제자는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 복제자는 직접 움직이기 보단 거대한 군체 로봇 안에서 편안하게 거주하면서 원격 조정을 통해 군체 로봇을 교묘하게 다룬다. 복제자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인간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들은 영속하는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인간은 그들의 생존 기계일 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서 받은 느낌은, 그의 가설이 사실 여부를 떠나 굉장히 쿨하고 우아하다는 것이다.  그의 가설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나의 생각을 자극하고 나로 하여금 다양한 사고실험을 하도록 한다.  일종의 가설 증식 플랫폼이라고나 할까.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으면 유전자에 꽤 많은 결정력이 내포되어 있단 생각이 든다. 유전자의 생존 본능이 인간을 꼭두각시처럼 부리기만 할 뿐, 인간에겐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일까? 물론 저자는 인간에게도 대응력은 존재한다고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원체 설정 자체가 강력하다 보니 강력한 유전자 본능에 아무래도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코딩으로 이뤄져 있다. 코딩은 표현이다. 인간도 코딩된 구조물이다. 표현된 코드는 전달/복제/증식된다.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은 증폭을 추구한다. 표현되지 않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 밑에 거대하게 숨어 있다. 표현된 것을 보고 표현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표현되지 않는 것은 증폭되지 않는 대신 압축된다. 증폭과 압축은 동전의 양면이다. 빅뱅을 통해 무한 확산되는 우주가 결국은 한 점보다도 작은 무한 압축 상태를 지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표현된 것의 증폭과 표현되지 않는 것의 압축이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는 다이내믹스 속을 우린 살아가고 있다. 앎의 지평
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동시에 오직 한 점을 향해 수렴하는 그 미묘함. 이보다 더 역동적인 춤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로 코딩된 구조물이다. 유전자 코딩은 매우 명시적이고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마치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유전자 코드의 지령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된 코드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 밑에 표현되지 않고 숨어 있는 거대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 유전자는 인체에 hard coding 되어 있기 보단 soft-wired에 가까운 상태라고 가설해 본다. 하드코딩이냐 소프트와이어드냐를 가르는 분기점은 질주하는 유전자의 단순무식 생존본능 플로우를 임의로 멈출 수 있는가에 존재한다. 즉, 인간은 자신을 지배(?)하는 유전자를 관찰하고 교란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본능에 대해 직시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그것은 증폭 알고리즘에서 의해 인간을 마구 좌지우지하기 마련이다. 유전자는 방관자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뿐, 관찰자에겐 철저히 교란 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유전자에 대해 방관자의 입장을 취할 것인가, 관찰자의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 이건 일종의 게임이다.

유전자 방관자로 살아가는 자에게, 유전자는 강력한 hard-wired 상태가 되어 인간을 지배한다.
유전자 관찰자로 살아가는 자에게, 유전자는 느슨한 soft-wired 상태가 되어 인간에 의해 컨트롤 당한다.

유전자와 내가 상호작용을 하는 게이머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린 유전자 방관자로 살아가면 안된다. 유전자 본능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유전자가 제멋대로 나를 조종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게임을 전개해야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유전자는 The Soft-Wired Gene인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가설,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101
  • BlogIcon 데굴대굴 | 2010/10/22 13: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하나 고민에 빠졌죠. '선이란 무엇인가?', '선이 과연 정의인가?'라는거요. ㆅㆅ

    • BlogIcon buckshot | 2010/10/22 20:51 | PERMALINK | EDIT/DEL

      neutral하게 흘러가는 것들이 참 무겁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

  • BlogIcon New Ager | 2010/10/22 22: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포스트 트윗으로 퍼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얘기하신 바를 블로그론에도 적용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터넷에 숱하게 널린 정보를 자기 나름의 언어로 편집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암묵적으로 지배할지도 모를 네트워크의 관념에 저항하는 게임이라고 말입니다. 전부터 블로그에 글을 남기려고 키보드에 손을 댈 때마다 왠지 게임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수식(數式)으로 번역됨이 적합할 법한 알고리듬이야말로, 블로그를 포함한 세상 모든 일의 의의인 것 같습니다. 정보를 쫓아다니느라 바쁜 나머지 주체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알고리듬을 구축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기술문명의 궁극적 과제가 아닐까 싶고요. 그런 점에서 미래IT의 화두를 데이터베이스(database/자료기반)를 넘어 아이디어베이스(ideabase/관념기반)로 제시해보면 어떨까요?

    몸이 유전자를 제어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유기체라면, 결국 몸 역시 TV나 컴퓨터와 같은 '미디어(매체)'의 일부에 속한다는 얘기인데, 이 과정에서 과연 생생한 생명체로서 자신의 주체적 언어를 드러내는 '신체'로서의 몸이 어디에서 찾아질 수 있을지 후일 재미있는 문젯거리가 될 듯 합니다. 다시 한번 방문과 트윗 감사드리고, 흥미로운 포스트에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D

    • BlogIcon buckshot | 2010/10/23 09:12 | PERMALINK | EDIT/DEL

      아.. 제 포스트와는 격이 다른 댓글이십니다. 말씀하신 주제에 대해 귀한 포스트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요? 가르침을 주시는 댓글에 주말 오전이 풍요로워지네요. ^^

    • BlogIcon New Ager | 2010/10/23 19:27 | PERMALINK | EDIT/DEL

      긍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가르침 같은 게 아니라 그저 공감을 이루려고 남긴 댓글인데, 아무튼 많은 방문자가 글을 읽어주는 것보다 buckshot님 한분이 공감해주시는 게 더 기분이 좋네요. :D

      저는 대북 저널리즘에 근무중인 92년생의 청소년입니다. 야생적 폭력체제인 학교는 일찍이 나와버렸고요, 기독교인으로서 신학과 철학을 접하다가 IT 쪽에 유난히 철학적 어휘(선언/문법/언어/구현/지식/논리 등등)가 많이 활용되는 데 흥미를 느껴 이쪽으로도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싸이월드에서 신앙칼럼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여름철부터 티스토리에 새 컨셉으로 시작했습니다.

      제 꿈은 관념기반의 국제사회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구글, 위키피디어, 유튜브, 모두 범세계성을 띠고는 있지만 거기에 국제성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심지어 UN도 마찬가지고요. 또 하나의 조직이나 네트워크보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중재자적 국제사회로써 온 인류에 하나의 언어를 제시하고자 하는 기획입니다. 굉장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지만 buckshot님께서는 충분히 간파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어느 사이트에 들릴 때마다 제 소개를 줄줄이 하곤 했는데, 먼저 소통을 원했던지라 이제서야 저를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거리감을 느끼실까봐 덧붙이자면, 현재 신학은 계속 하고 있지만 저 자신을 기독교인이나 신앙인으로는 규정하지 않습니다. (교계에서 New Ager라는 닉네임 쓰면 벼락 맞는답니다. :D) 아무튼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buckshot님은 IT업계에 종사하고 계신가요?

    • BlogIcon buckshot | 2010/10/24 08:53 | PERMALINK | EDIT/DEL

      멋진 소개 감사합니다. New Ager님께서 지향하시는 바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저는 IT업계에 가까운 쪽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많은 가르침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bean | 2010/10/24 16: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참 많은 생각을 하시는 분 같아 대단합니다. 특히 아웃라이어에 관한 포스팅 많이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유전자의 본질과 '이기적 유전자' 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아 조금 안타깝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0/24 20:06 | PERMALINK | EDIT/DEL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저만의 유전자 개념, 저만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을 가져가고 싶어 하나 봅니다. ^^

NAME PASSWORD HOMEPAGE

실험, 알고리즘 :: 2010/02/05 00:05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김영사

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 '지상 최대의 쇼'를 읽다가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실험이란 내가 직접 뛰어들어서 뭔가를 하는 것이다. 내가 조작하는 것이다. 내가 뭔가를 체계적인 방식으로 바꾸고, 그 결과를 변화가 없는 '대조군'과 비교하거나 다른 변화의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다.

실험은 단순한 현상 관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험은 현상 속으로 깊숙히 침투하여 현상에 어떤 교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실험은 개입이요, 조작이다. 이는 질량을 측정하려고 하면 위치를 측정할 수 없고, 위치를 측정하고자 하면 질량을 측정할 수 없다는 양자역학을 연상케 한다. 개입은 대상에 어떤 식으로든 임팩트를 가하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다가 문득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노트'] 삶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올 한 해 야구열풍이 의미하는 것 아티클을 트윗에 올렸던 일이 기억난다. 그 트윗에 eustino님께서 주신 댓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트렌드는 단순한 현상 관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트렌드는 현상 속으로 깊숙히 침투하여 현상 속에 분포되어 있는 롱테일적인 파편들을 수집하고 그 파편들을 실험적으로 연결하여 일종의 가상 트렌드를 창출한다. 이는 트렌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고 그 영향이 심대할 경우, 실제 트렌드로 가시화된다. 트렌드 전문가는 트렌드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트렌드의 프레임을 재단하고 트렌드의 흐름을 리드한다.  가장 강력한 트렌드 예측은 트렌드를 직접 만들어서 트렌드 소비자들이 그걸 믿게 만들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세뇌하는 것이다.  트렌드 구루는 정확하게 트렌드를 예측하는 자라기 보다는 트렌드 소비자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유린할 수 있는 자인 것이다. ^^

트렌드를 의식하고 따라가는 행위 자체가 트렌드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징후이다. 트렌드에 동화된 사람들은 그것을 공기와 같이 여긴다. 동화되지 못한 채 수용/추종을 위해 에너지를 지속 소비하는 것. 그게 소외의 본질이다. 트렌드란 단어가 범람한다는 것은, 트렌드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트렌드 소외자(=트렌드 소비자)들을 마음껏 유린하는 트렌드 구루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렌드 소비자들의 마음을 유린하는 트렌드 구루들을 덥석 믿기보단, 트렌드로부터 소외된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내 주위에 범람하는 허상적 트렌드를 철저히 파괴하는 소외 탈출 시도를 슬슬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  트렌드 구루가 운영하는 트렌드 랩의 실험용 쥐로 기능한다는 것, 좀 불쾌한 일 아닌감?  헤헤헤.. 농담 반 진담 반이당~ ^^  

롱테일은 애당초 개별 소비자들의 것이다. 파편적 롱테일을 이리 엮고 저리 엮어서 컨텍스트를 추출하고 그로부터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트렌드 전문가들의 작업에 무심코 동조하지 말고 그 안에 내재하는 오버스런 비약의 로직을 냉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 롱테일들의 잼있는 놀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트렌드 세팅을 위한 비약의 거품을 톡 터뜨려야 비약을 가능케 한 '트렌드 세팅 알고리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트렌드의 외형적 포장은 어차피 허상이다. 그것에 현혹되지 말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기반 로직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는 파편(테일)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트렌드 창조자이다. 누구나 트렌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트렌드에 관한 한 누구의 말도 믿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소한 소비자가 되어 거대한 비즈니스/마케팅 실험실의 쥐처럼 살아갈 지라도 실험가의 실험 로직을 얼마든지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마케팅 실험가의 뇌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똑똑한 실험실 쥐가 되어 가련다. ^^





PS. 관련 포스트
타존, 알고리즘
상충, 알고리즘
Detail = Remix Wetail (디테일의 힘: 롱테일 to 트렌드)
예측, 알고리즘
소외,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968
  • BlogIcon 전설의에로팬더 | 2010/02/05 00: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소비자를 관찰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소비자의 입에서 나오는 정돈된 단어보다, 무의식중에 발생하는 행위 하나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연결하면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될까요? 재미난 생각이 들어 댓글 남겨 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02/05 09:23 | PERMALINK | EDIT/DEL

      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정돈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다듬어서 내보내는 표현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소비자 반응 속에 열쇠가 숨어 있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파편과도 같은 수많은 트렌드 후보군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마구 흘러다니고 있을텐데 그걸 잘 놓치지 않고 잡아내고 발전시키는 노력은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트렌드 전문가의 영역만은 아닌 것 같구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夢の島 | 2010/02/05 01: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양자역학의 측정의 가설에서는 기존의 여러 위상이 중첩되어 있던 것이 측정을 통하여 붕괴되고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남는다고 하지요. 트렌드를 예측하고자 하는 행위는 양자역학에서의 측정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트렌드 구루에 의해 만들어진 트렌드는 수많은 가능성을 트렌드 구루의 손에 의해 배제당한 트렌드이기도 하죠. 타인이 규정한 가능성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추구하는 것, 곧 자기 자신의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사회의 부품이 아닌 자율적인 인간이기 위하여 가야 할 길이기도 하군요.

    • BlogIcon buckshot | 2010/02/05 09:24 | PERMALINK | EDIT/DEL

      하나의 컨셉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수많은 가능성들.. 그걸 잊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측정한다는 것은 분명 뭔가를 확실히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리마인드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

  • BlogIcon 토댁 | 2010/02/05 21: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에 생물학실험실습준비 하느라 하얗고 자그마한 실험용 쥐를 길렀었습니다.
    애미가 실험실에서 낳는 바람에 제가 그 녀석의 보모가 되었었죠.ㅎ
    정말 똑똑 한 녀석이었습니다.
    미로 속에 넣고 먹이를 찾는 반복학습 실험 때문에 나랑 몇일 잘 놀았었고
    실험도 잘 했는데 수업 전날 그만 죽어버렸어요.
    아직도 그날의 가슴 먹먹함이 남아있습니다.
    실험실 뒤산에 묻어주었었는데.....

    갑자기 트렌드에 대한 님의 글을 읽다 그 녀석이 생각하는 생뚱 맞은 토댁입니다..^^;;
    아직 수업 중이랍니다.^^

    즐거운 주말보내셈~~

    • BlogIcon buckshot | 2010/02/06 10:43 | PERMALINK | EDIT/DEL

      교감인 것 같습니다. 실험가와 실험대상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수평적인 관계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은 실험가만의 몫은 아닌 것 같구요. 실험대상이 실험가를 실험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빅뱅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생뚱 댓글 드려 죄송해여~^^

  • bell | 2010/02/05 21: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그치는 듯한 트렌드 구르들... 좀 무섭더라구요. 본의아니게 오히려 트렌드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는...^^; 글 중에 트렌드를 가능케 하는 기반 로직을 냉정하게 평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음.. 그 밑바탕에 트렌드를 따르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그 자체를 인정하는 여유도 살포시 깔아두면 더 좋지 않을까요? 아! 정말이지 즐기고 싶은 그 재미있는 놀이를 위해서 말이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글들, 항상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02/06 10:44 | PERMALINK | EDIT/DEL

      말씀하신 것처럼, 트렌드의 기반로직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그 트렌드를 여유있게 관조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놀이이고 삶의 재미이겠네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ego2sm | 2010/02/05 23: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실험이란 내가 직접 뛰어들어서 뭔가를 하는 것이다. 내가 조작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모두 '개인 브랜딩'해야하는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항상 벅샷님 포스트를 읽으며 저도 리포스팅하게 되는 것 같아요. 덧글로^^
    무엇보다 김난도 교수님 칼럼 중에 놓친 걸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비밀이지만, 여기선 대놓고 제가 야구관련 책을 기획하고 있어서 더욱 반가웠어요.^^)

    • BlogIcon buckshot | 2010/02/06 10:46 | PERMALINK | EDIT/DEL

      1인미디어는 블로그/트위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당하지 않고 조작하고, 범용화되지 않고 범용화하는 개인 주체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야구관련 책이요? 와.. 궁금하네요. ^^)

  • BlogIcon 애드민 | 2010/02/07 00: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실험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 대해 배우게 되었네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열어보기 전까지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실험도 사실은 능동적인 수행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된 듯하네요.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02/07 10:07 | PERMALINK | EDIT/DEL

      인생 전체가 거대한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인생은 '양자역학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다. 관찰과 측정을 지속하면서 끊임없이 대상에 영향을 주고 대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대상과의 연을 지속하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 네트워크 속을 인간은 수시로 실험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Étienne | 2010/05/12 23: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IDEA 결핍증의 고3 수험생의 두뇌에 항상 좋은 자극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갑자기 교과서 내용과 포스팅이 겹쳐져서 댓글 남겨봐요~ '트렌드'를 연구하는 것 그 자체가 트렌드에서 소외되었다는 반증이라는 말에 "번쩍"했습니다. 그러나 "트렌드" 속에 연구자 자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자도 거기에 녹아있는 가치관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즉 트렌드를 연구하는 연구자도 결국엔 '실험실의 생쥐'라는 생각이.....

    • BlogIcon buckshot | 2010/05/13 09:37 | PERMALINK | EDIT/DEL

      멋진 지적 감사합니다. 주체는 대상을 컨트롤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주체도 대상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인가 봅니다. 귀한 댓글로 인해 오전이 풍요롭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