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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블랙홀 :: 2012/01/11 00:01
블랙홀 주변을 도는 동안 이카로스의 시간은 너무도 천천히 흘러갔다. 수천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이카로스는 늙지 않았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만물에 영향을 미치는 중력의 편차는 시간에 어떤 장난을 치고 있는 걸까? 시공간 상을 빛의 속도로 달린다는 것. 시공간 상에 멈춰있는 것. 그리고 중력.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파편적 입자들을 묶어 주는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파편적 경험들을 묶어 주는 기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억이 없다면 사람은 자신을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를 잃어 버린다. 사람은 기억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자아 의식을 강화시킨다. 기억은 과거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무의식과 의식 체계 속에 저장하고 현재에 대응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은 '자아'가 헷갈리지 않는 확연한 실재감을 갖고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기 조작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존재하기 위해 기억이 필요하고 기억이 데이터베이스 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블랙홀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힘으로 과거-현재-미래를 꽁꽁 묶어서 "나"라는 한 덩어리의 가상체를 만들어내고 그 가상체에 살아간다는 환상을 불어넣고 그 가상체로 하여금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도 안 되는 허상을 실체로 느끼며 살아가게 하는 기억. 그 기억의 집합체가 바로 블랙홀인지도 모른다. 이카로스처럼 우주 멀리 날아갈 것도 없다. 블랙홀은 바로 내 안에 존재한다.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을 느끼고 싶으면 나의 "기억"을 환기하면 된다. 기억과 자아. 평생의 숨바꼭질 동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과 자아 사이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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