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서류를 복사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서 복사 새치기를 하기 위해 "제가 먼저 복사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하는 것보단 "제가 먼저 복사하면 안될까요? 왜냐하면...."라고 말하는 게 훨씬 양해를 구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뒤에 어떤 말이 나와도 상관없다. 단지 "왜냐하면"이란 말 자체가 듣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격물치지님의 '왜냐하면, 최고의 설득 방법' 포스트를 보고 "왜냐하면"이란 말의 파괴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다가 문득 끌로테르 라파이유(컬처 코드 저자)의 재미있는 커멘트가 떠올랐다. "사람은 질문을 받을 때,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난 컬처 코드란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책 내용이 이러저러한 루트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보니 주워 들은 내용이 좀 있는 편이다.
그 내용 중에 정말 인상적인 내용이 하나 있었다.
미국인의 비만에 대한 얘기다.
미국인들은 날씬한 사람들은 활동적/참여적이라고 생각하고 뚱뚱한 사람들은 날씬한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비만해지면 비만한 몸이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방해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관계 도피 성향을 보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라파이유는 그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만해지기 때문에 도피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도피하고 싶기 때문에 비만해진다는 것이다. 즉, 무엇인가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 속에 코딩되어 내재하고 있는 기제를 작동시켜 비만을 유도하고 유도된 비만은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도피 추구형 인간으로 변모시켜 간다는 것이다.
즉, 비만의 경향이 엿보이면 내가 무엇인가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잠재 욕구가 발현되고 있는 것이며 그 원인을 찾아 욕구를 충족/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 비만의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재미있다..
결국 인간 속에 내재하고 있는 코딩을 역설계해서 수많은 기제를 밝혀내면 이런 재미있는 솔루션이 무더기로 쏟아진다는 것인데... 인간 자체가 알고리즘이라..
이거 뇌과학이 점점 땡긴다.. 땡겨... ^^
PS. 1~2년 사이에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위 글을 적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거 아무래도 블로깅 때문인 것 같다. 2006년 12월부터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블로깅의 묘미를 알게 되었고 점점 블로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고.. 원하는 만큼 나의 생각을 충분히 블로그에 담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구 불만이 생겨났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선 블로깅을 방해하는 활동을 못하게 막는 것이 필요했고 그 유력한 방편으로 살이 찌게 된 것이다. 난.. 블로깅 때문에 뚱보가 되었다.. 빨리 대안을 찾지 못하면 살이 계속 찌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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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협상 사실, 저에게 올해 키워드는 설득, 협상입니다. 협상을 위해 많은 출장도 다녔고, 많은 미팅도 했고 많은 책도 읽었습니다. 사실 포스팅도 많은 부분 설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