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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 알고리즘 :: 2009/07/15 00:05

영욕: 영어로 하는 욕.  영어로 당하는 굴욕 ^^ ㅠ.ㅠ


경쟁, 알고리즘
포스트를 지난 1월말에 올린 바 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딸 아이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3월부터인가 집사람은 결국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고 아이는 유치원에서 당하는 심한 열등/굴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매일 유치원 끝나고 집에 와서는 엉엉 울기 일쑤였다.  

"엄마, 나 영어에 소질이 없나 봐..  나 도저히 영어 유치원 못 다니겠어. 엉엉엉~"
"엄마, 나 오늘도 선생님한테 영어 못한다고 혼났어.  애들한테도 놀림 받고 엉엉엉~"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애 엄마와 함께 얘를 계속 버티게 할 것인가 그만두게 할 것인가를 놓고 심한 고민을 하며 보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울고 불고 하더니.
결국 아이는 그럭저럭 대충 적응을 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더니.
이젠 아래와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음..



난 배에 가스가 많이 차는 편이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땐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발산한다. 어제 저녁에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방귀를 뀌었다. 딸아이가 갑자기 영어로 말한다.
"You're skunk!"
"U terrible father!"
"Go away!"
"Fuck you!"

헉.. 6살난 딸아이한테서 F로 시작되는 영어를 듣게 되다니..



망연자실하며 멍한 표정으로 TV 화면을 응시하는 나를 향해 딸아이가 다가오더니 내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Daddy, you're black!"    "You're black!"    "You're black!"    
음.. 집에서의 내 Identity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말했듯이, 난 얼굴이 매우 까맣다. Fact이다.



이윽고, 딸아이는 내 머리를 손으로 만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You're bald!"   "ha ha ha~"   "You're bald!"

음. 나 대머리 맞다.  Fact이다.  그런데,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구먼..



영어로 캐굴욕을 당하던 딸이
이제 영어로 나에게 개굴욕을 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영욕, 알고리즘'인 것이다. 

이제부터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조만간 딸아이가 하는 영어 중에 내가 못 알아들을 단어도 종종 나올 것 같은데 딸아이한테 굴욕을 당하더라도 알고 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ㅠ.ㅠ ^^





PS. 그렇게 고민했건만 결국 딸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나의 교육 관련 창의력 빈곤이 정말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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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쉐아르 | 2009/07/15 02: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어에 대한 애정은 갈수록 커져만 가나 보네요 ㅡ.ㅡ 근데 아이입에서 F-word가 나오는 건 큰 문제인듯. 그 말이 안좋기에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굉장히 강조합니다. 그래서 왠만한 아이는 입에도 잘 안올리지요 ㅡ.ㅡ

    • BlogIcon buckshot | 2009/07/15 09:08 | PERMALINK | EDIT/DEL

      영어로부터의 도피.. 이런 책을 쓰고 싶은 심정입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오랜만에 함 읽어봐야 하나여~ ^^

  • BlogIcon Sunnyboy | 2009/07/15 07: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어 유치원에서 F*로 시작하는 말도 가르치나 보죠? 영어유치원에 처음 아이가 가면 거부감을 많이 가지게 되는데 적응(?)을 잘했나 봅니다. 언어도 중요하지만 생각의 틀의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민 많이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15 09:09 | PERMALINK | EDIT/DEL

      유치원에서 배운 것 같진 않구요.. 제가 집사람과 애 앞에서 장난치다 실수로 내뱉은 말을 애가 주워 들은 것 같습니다. 아.. 전 애한테 도움도 못주고.. 쓰레기 같은 아빠인가 봅니다..

  • BlogIcon 까칠맨 | 2009/07/15 09: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음...f로 시작되는 단어는....ㅡㅡ; 공부라는 통제된 정보의 강제 유입(?)을 통해 어릴적부터 영어를 공부해야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전 영어 잘 하고는 싶지만... 굳이 돈들여 시간 투자해가며 내가 먹고 살거에 지장이 없기에 배우길 포기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15 09:11 | PERMALINK | EDIT/DEL

      전 영어를 많이 써야 하는 회사를 다닐 때도 영어 공부에 그닥 관심도 없었고 영어로 의사소통 안되어도 별 신경 안 쓰고 살았었는데..

      이제 아이가 영어를 배운다고 하니까 갑자기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막 들려고 합니다...

  • BlogIcon GOODgle | 2009/07/15 09: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큰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었는데 ... 보낼 때는 만족스럽지 못하가도, 지나보니 ROI는 약하지만, 그래도 다니게 한 것이 나았다는 생각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15 09:40 | PERMALINK | EDIT/DEL

      다양한 교육환경의 부재가 영어 유치원에 대한 압박감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안에 대한 고민을 꽤 많이 했는데도 이렇다 할 솔루션을 도출하고 있지 못해서 서럽습니다..

  • BlogIcon mooo | 2009/07/15 11: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이가 배운(?)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는군요. :-)
    윗 분들 말씀처럼 한번쯤은 지적을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는 아직 그 말이 나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테니까요.
    그래도 무척 귀엽겠네요. 영어로 재잘재잘!

    • BlogIcon buckshot | 2009/07/16 06:34 | PERMALINK | EDIT/DEL

      예, 영욕을 구사할 땐 따끔하게 주의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요번엔 딸아이가 영어로 지저귀는게 하도 귀여워서 넋 놓고 있다 당했습니다.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7/15 13: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밌게 보긴했는데..씁쓸하네요.
    저희 딸도 자라면...쩝...
    어느 정도라도 하려면 공부라도 해야 할 까요.
    영어라면..울렁증이 심해서...

    • BlogIcon buckshot | 2009/07/16 06:36 | PERMALINK | EDIT/DEL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놀 나이에 좌절을 맛보고 부담을 느끼는 딸아이가 참 안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딸아이로 인해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황당하기도 합니다..

  • BlogIcon 고구마77 | 2009/07/15 19: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하하하 따님에게 F-word를 들으시다니 ^~^
    일때문에 요즘에 블로그체크도 잘 못해서 오랜만에 보네요.
    여전히 즐겁고 유익한 글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제 조카도 둘다 미국에서만 자라서 벌써 커뮤니케이션 단절이 시작됐어요.
    큰조카가 8살인데 '쌤춘'을 캐무시하지요. -ㅅ-

    어린눔들도 치고 올라오니 참 이래저래 사는게 피곤한거 같습니다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7/16 06:32 | PERMALINK | EDIT/DEL

      슬슬 딸아이한테 영어단어 몰라서 무안 당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납니다. 어젠 popsicle이 뭔지 몰라서 딸아이한테 핀잔 먹었습니다. 막대사탕이네여... 딸아이가 배우는 영어단어를 사전에 입수해서 깔끔하게 암기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

  • BlogIcon 토댁 | 2009/07/15 23: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젠가 고민하시던 그 영어유치원...음~~~
    울 명석이도 더 일찍 학원을 보낼껄...하는 생각을 한번 했습니다.
    재밌어하고 그 녀석입에서 "일찍 보내달라고 할껄.."합니다.ㅎㅎ

    부모되기 참 힘듭니다.에공..
    토마토수확땜시 하루가 길고도 짧은 토댁 쌩~~하니
    다녀가욤..ㅋ

    • BlogIcon buckshot | 2009/07/16 06:33 | PERMALINK | EDIT/DEL

      부모되기 정말 힘듭니다. 토댁님은 그래도 참 멋진 엄마이신 것 같아요. 전 쓰레기 아빱니다. ^^

  • BlogIcon 맑은독백 | 2009/07/17 11: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욕' 제목만 보고 무슨 이야기일까 고민했습니다.
    글을 읽고 빵 터졌습니다. ㅋㅋ

    이쁜 딸에게 영어로 욕을 당하면 왠지 귀여울 것같은데.. :)

    벅샷님 글은 제목보는 재미도 있어요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7/18 09:44 | PERMALINK | EDIT/DEL

      당황스러운 에피소드지만, 한편으로 딸내미가 넘 귀여워서 속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참 당황스런 순간이지여~ 화를 내야 하는데 웃음부터 먼저 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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