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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정보 :: 2010/12/17 00:07

기억은 저장된 정보의 인출이다.

왜 기억이 왜곡되는가? 그건, 정보를 통으로 저장하지 않고 분해시켜 뇌의 여기저기에 분산 저장을 해놓기 때문이다. 그걸 나중에 인출하려고 하니 어떤 정보 조각은 다른 정보 조각과 바뀌기도 하고 빼먹기도 하는 등의 '헤쳐 모여' 과정 속에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정보인출(기억)의 왜곡이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다. 산산조각. 정보의 본질이다. 어차피 정보는 조각나기 마련이고 조각난 정보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조각과 조각 사이를 잇는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원인-결과의 인과고리를 본능적으로 추구한다.

그래서 사람을 꼬시는 스토리텔링이 세상엔 범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멍청한 사람 뇌를 스토리로 농락하는 것과는 완전 별개로 세상은 우연에 의해 작동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우연은 사람의 인지능력으로 파악이 어려운 인과관계도 포함한다. 어설픈 인과고리의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생각과 판단의 퀄리티를 좌우한다. 논리적이란 착각 속에 빠져 1차원 선형 트랙에 갇히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조각난 정보와 정보를 잇는 스토리가 필요해서 세상을 선형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멍청한 뇌.

선형적 스토리라인에 함몰되다 보니 '논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생겨나기도 한다. 논리적이란 말은 선형적이란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을 선형적으로 한다는 건 4차원(3차원공간+1차원시간) 세계를 1차원 '선'으로 캐무식하게 환원시키는 무책임한 사고를 의미한다. 논리적 사고가 멋있어 보이는 건 복잡다단한 현실을 너무도 무식하고 클리어한 1차원으로 환원시켜서 알기 쉽기 때문이다. 알기 쉽다는 것과 통찰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논리적(=선형적)이란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닌 심각한 욕인 것이다. 그저 순간을 현혹하기 위한 구라의 향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그게 바로 논리인 것이다.

정보의 저장에서부터 정보의 파편화가 시작되고 파편화된 정보는 뇌의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뇌를 교란시킨다. 정보의 파편화를 어떻게든 이어 보려고 선형적 논리 구조, 선형적 스토리 텔링 구조에 많이 기대어 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세상을 이해하고 통찰하는데는 치명적 약점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파편을 다루는 방법에 보다 능숙해질 필요가 있다. 파편은 3차원공간, 4차원 시공간에 분포되어 있다. 그걸 1차원 선으로 주워 담으려고 하면 정보가 엄청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억지로 잇는 것은 좋지만 그걸 사실이라고 믿어선 안된다. 가설을 사실로 착각하는데서 에러는 시작된다. 가설을 가설로 인정하고 오버하지 않을 때 통찰은 시작된다. 1차원 뷰로 4차원 세상을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고 4차원 세상을 저차원 프레임에 이리저리 투영해 보고 그 투영된 모습(가설)에 상상력을 더해 새롭고 겸손한 프레임을 지속 생성해 내는 배움을 지속한다는 험블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파편화된 정보 조각의 유동 속을 살아가는 미약한 뇌에 구속되어 있는 인간들이다. ^^


PS. 관련 포스트
속뇌,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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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ywalker의 생각

    Tracked from mktarcadia's me2day | 2010/12/17 13:59 | DEL

    조각난 정보 논리가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점. 논라화의 과정에서 수 많은 소중한 정보들이 소실될 수 있다는 점. 요즘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 초하수 | 2010/12/17 09: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정말 마음에 와닿는 내용입니다.
    논리는 과거를 분석하고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되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는 별로 효용이 없는 듯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2/18 10:18 | PERMALINK | EDIT/DEL

      겸손하고 유연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블로깅을 꾸준히 하고 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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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바벨탑을 쌓고 있는가? :: 2010/11/10 00:00



서점에서 우연히 폴 핼펀의 그레이트 비욘드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대충 훑어 보았는데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도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으리란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

물리학은 만물에 내재한 근본 원리를 탐구한다. 계속되는 물리학의 발전 속에서 인류는 만물의 작동 원리에 대해 하나 둘 새로운 것들을 깨우쳐 갔고 잘못된 믿음을 바로 잡기도 했다. 뉴튼, 아인쉬타인과 같은 획을 긋는 물리학의 대발견은 일반인에게도 제목 만큼은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현대 물리학은 거시 영역, 미시 영역을 아우르는 대통합 이론을 만들고 싶어 한다. 상대성 이론으로 과학의 커다란 딜레마를 풀었던 아인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도전했던 최종 이론의 수립은 미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이며, 지금도 자연의 최종 이론을 찾기 위한 거대한 지적 모험은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의 '물' 자도 잘 모르는 내 눈에는
만물의 원리를 밝히고픈 물리학의 욕망은 거시,미시 영역 모두에서 미궁 속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물리학은 어쩌면 최첨단 바벨탑을 쌓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반인은 해독이 매우 어려운 그들만의 언어.
물리학의 바벨탑. 그 끝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언어 자체가 바벨탑인지도 모른다.
언어가 달라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언어가 생겨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닐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마음이 흩어진 것은 아닐지.
언어는 인간이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고 있는지도.

만물의 원리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그건 첨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왠지 만물은 언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



PS. 관련 포스트
무식,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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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찬 | 2010/11/10 01: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양성이 없는 분야 같아요. 문화에 다양성이 있듯이, 물리학에도 다양성이 숨어있지 않을까요?

  • 웃는남자 | 2010/11/10 18: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하면 더이상 '도'가 아니듯이 ..
    물리학이 언어로 표현되는 이상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라는 요지로 이해하면 맞을려나요?
    제가 보기에는 '물리학은 언어로 표현된다'라는 전제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리학은 수학으로 표현되는데
    수학이 기호로 표현된다고 해서 수학을 단순히 '언어'라는 집합개념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요.

    수학에서 사용되는 고도의 추상적개념은 의사전달 목적을 가진 '언어'와는 다른 것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1/12 23:58 | PERMALINK | EDIT/DEL

      언어를 넓게 해석하면 수학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 만물은 다 언어인지도 모릅니다. ^^

  • BlogIcon 사시미 | 2010/11/12 16: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확실히 인간은 언어에 갇히는 것 같습니다. 히브리어에는 길게 풀어서 설명해도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도 많으니 말입니다. 또 다른 바벨탑은 많이 세워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세베루스 | 2011/08/29 0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쎄요 저는 물리학의 연구 자체가 신과 인간과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신은 이 복잡한 우주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는 생명체에게
    우주의 비밀을 풀어보라는 숙제를 내주는 것같습니다.
    신을 보통 예술가에 빗대곤 하는데,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정신상태를 표현합니다.
    따라서 신의 창조물인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신이 원하는 게 아닐까요?
    생물학처럼 생명의 존엄성을 해칠수도 있는 위험성을 가진 학문이
    오히려 바벨탑에 빗대기 좋을 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08/29 23:12 | PERMALINK | EDIT/DEL

      모든 학문이 대화라 할 수 있겠지요. 다만 그 대화가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서로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는지의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학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것들이 대화의 양상을 띠고 있을텐데 그 대화에서 진정한 소토이 이뤄지고 있는지 아니면 바벨탑을 쌓고 있는지에 대해선 각자 스스로 자문을 던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요즘 삑사리와도 같은 바벨탑을 많이 쌓고 있는 듯 해요.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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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궁 :: 2010/11/03 00:03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까치글방


<위대한 설계>에서 호킹은 믈로디노프와 함께 우주는 하나의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역사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양자이론을 중요한 설명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주 전체에 양자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인과관계의 개념을 흔들었다. 그러나 호킹은 자신의 독특한 접근법에 의해서, 과거가 확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우리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관찰함으로써 역사를 창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 출판사 제공 책 내용 소개 -


서점에서 '위대한 설계'란 책을 훑어 보고 드는 생각.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과학의 발전에 의해 한계가 가시화되고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고찰은 철학의 정체로 의해 한계가 너무도 명확해 진다.
과학과 철학의 화려한 컴비 플레이를 통해 우주/생명 기원은 파헤칠 수록 미궁에 미궁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 우주/생명 기원에 대해 풀어 놓은 과학자들의 썰들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그 어떤 구라쟁이도 상상하지 못할 충격적 스토리라인이 난무하니 말이다. 헐리우드는 이제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만큼 현대 과학 이론엔 헐리우드가 군침을 흘릴만한 충격적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과학은 점점 상상에 많은 의존을 해야 할 것 같다. 엄청난 상상력과 가공할 공식을 동원해야 할만큼 만물은 파악하기 쉽지 않은 복잡함이 누적되어 있는 듯. 결국 과학이란 프레임으로 만물을 파악하면 할 수록 만물은 신에 가까운 위대한 형상을 띠어 가는 것일까?

과학적 상상력이 거대해지면서 과학은 위대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과학이란 언어는 만물을 해독하려고 하고 만물은 과학이란 언어를 삼키려 한다. 위대한 미궁 속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언어가 만물을 풀어 헤치려는 시도를 중단하는 것일지도.

'설계'란 개념은
우주만물의 실재와는 거리가 먼
너무나 일방적인 인간의 헛된 욕망의 프레임이란 생각이 살짝 든다.
설계.. 과연 그런 개념으로 우주를 해석할 수 있을까? ^^




PS. 관련 포스트
무식,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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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Playing | 2010/11/03 16: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사실 짧은 지식으로 공학과 철학 모두 배워봤지만,(안 배운 사람있나요~ 하하)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것보다 인지할 수 없는 게 실제로 훨씬 많이 존재하니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걸 인간 기준의 언어로 풀어놓으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잡으려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수학도 한계가 명확한 인간이 인간 스스로 쉽게 쓰기 위해서 만든 기호이고, 철학 또한 스스로를 더 잘 알기 위해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모순된 학문이죠 흐흐 '인간의 헛된 욕망의 프레임'이란 말이 너무 정답에 가까운 거 같아요

    • BlogIcon buckshot | 2010/11/03 22:26 | PERMALINK | EDIT/DEL

      제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웅얼거리고 있는 것을 다 말씀해 주시니 넘 시원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New Ager | 2010/11/04 16: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사가 우리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관찰함으로써 역사를 창조했다"라는 대목에 많은 울림이 갑니다. 그렇다면 호킹이 얘기하는 '설계'의 개념은 인간이 우주를 주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최근 기독교 신론에 타격을 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호킹이 우주론에서 기독교와 동일하게 '설계'란 용어를 쓴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그 주체는 구별되지만요.) buckshot님께서는 만물이 언어에 선행한다는 입장이시라면, 만물은 어디에 근거한다고 판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1/04 22:22 | PERMALINK | EDIT/DEL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 인과관계로 만물을 해석하고 싶어하는 강박과 집착에선 좀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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