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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 입체, 그리고.. :: 2011/12/07 00:07

A는 점에 머무는 자였다.

A는 점이 항상 답답했다. 항상 한 자리에 멍하니 머물러 있는 자신이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유를 꿈꿨다. 어디로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이고 싶었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고 싶었다. A는 점을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했고 점이 자신을 구속하는 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A를 둘러 싼 공간은 점에서 선이 되었다.
A는 너무나 기뻤다. A는 선 상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예전 점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유감을 맛 볼 수 있었다. A는 선이 새롭게 열어준 진보된 세상 속에서 사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어느 날 A를 둘러 싼 공간은 선에서 면이 되었다.
A는 이전의 '선' 시절을 까맣게 잊고 면이 선사하는 꿈같은 신천지를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면에서 생활하다 보니 과거의 선 생활을 돌이켜 보면 너무 끔찍하단 생각이 들기조차 했다. 도대체 선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젠 예전 선 생활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느 날 A를 둘러 싼 공간은 면에서 입체가 되었다.
A는 이제 모든 것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나의 세상은 완성이 되었구나. 이제 나는 이 놀라운 세상 속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구나. 예전의 면, 선, 점에서의 생활은 이제 나에겐 흐릿하게 잊혀져만 가는 원시적 과거에 불과하겠구나. A는 입체 속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꿈만 같았다.

A는 입체에 머무는 자가 되었다.

그런데.. A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A가 머물고 있는 입체는 아주 오래 전에 A가 머물던 점 속에 잠재하던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결국 점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빅뱅 이전의 공(空)과도 같은 상태였다는 것을.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고 면이 입체가 되는 과정은 발전이 아닌 단지 점이 추는 가벼운 춤에 불과했다는 것을. 결국 A가 머물고 있고 A가 너무도 자랑스러워 하는 '입체'는 점을 너무도 그리워하고 있고 언젠간 꼭 점이 되고 말리란 꿈을 단 한시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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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리더십 :: 2011/10/24 00:04

슈퍼스타K 심사위원들은 한결 같이 버스커 버스커 리드 싱어의 보컬이 밴드를 강력하게 이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버스커 버스커는 보컬이 밴드 사운드의 한 요소에 불과한 세션 리더십 뮤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동경소녀는 내가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음악 중의 하나이다. 보컬 카리스마가 약해도 이 노래는 묘한 매력을 나에게 선사한다.  음악의 주인공이 꼭 보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컬이 사운드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전체적인 사운드 속의 조화로운 모듈을 담당하고 기타, 베이스, 드럼이 각자 자신의 소리를 멋들어지게 내는 음악은 보컬 중심의 음악과는 다른 맛을 충분히 낼 수가 있다는 것을 동경소녀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공간을 강하게 채우려고만 하는 보컬은 때론 듣는 사람에게 피로감과 부담을 주기도 한다. 공간을 꽉 채우는 음악도 좋지만, 비어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사운드는 듣는 자의 영감을 자극할 수 있다. 음악을 만드는 자가 음악을 듣는 자에게 일방적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듣는 자가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나갈 빈 공간을 제공해 줄 때, 음악은 새로운 프로슈밍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자가 기타 사운드를 부각시키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드럼을 연주하는 자가 드럼 사운드를 부각시키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기타를 연주하는 자가 보컬과 드럼을 배려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드럼을 연주하는 자가 보컬과 기타를 배려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보컬이 기타와 드럼을 배려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이런 음악들이 어우러져서 멋진 앨범을 구성하게 되는 그런 음악.

음악의 모든 요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음악.
음악과 빈 공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음악.
비어 있음이 결코 비어 있지 않고 무엇인가를 수행하는 그런 음악.

슈스케3를 보며 '주인공'에 대해, '비어 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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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감과 세(勢) :: 2011/10/10 00:00

접속은 무엇인가에 연결되는 것이다. 접속을 통해 연결감을 느낄 수 있으려면, 무엇인가로부터 단절되어 있어야 한다. 접속은 단절을 전제할 수 밖에 없다. 접속을 통한 기쁨과 단절을 통한 기쁨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접속하고 싶어서 접속을 했는데 그 접속을 통해 기쁨이 충만하지 않다면 그건 단절의 결핍으로 인한 접속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절이 없는 접속은 불면의 밤을 끝없이 헤매는 것과 같다. 확실한 단절이 있어야 접속감은 극대화된다. 깊은 잠과도 같은 단절이 충만할 때 접속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접속을 즐길 수 있으려면 단절의 감미로움을 맛볼 줄 알아야 한다.

손자병법 兵勢(병세)편의 말미에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故善戰人之勢, 轉圓石於千之山者, 也.   고선전인지세, 여전원석어천인지산자, 세야.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사람의 싸움의 세는 마치 둥근 돌을 천 길이 되는 급경사의 산에서 굴러 내려가게 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곧 세다.

접속감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일종의 勢(세) 형성이다. 세상엔 수많은 세가 존재한다. 접속과 단절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흘러 다니기 마련이다. 접속을 즐기면서 단절을 살짝 그리워하고 단절을 즐기면서 접속을 살짝 그리워하는 자는 접속-단절의 勢(세)를 향유하는 자이다. 접속과 단절은 결국 하나라는 것. ^^




PS. 관련 포스트
좀비, 알고리즘
real-time web의 늪
휴식감과 세(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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