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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 알고리즘 :: 2011/09/14 00:04

리쌍의 앨범 'AsuRa BalBalTa'가 인상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곡 단위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에 리쌍은 신규 발매 앨범에 수록된 곡 모두가 인기를 얻고 있다. 리쌍은 앨범 단위의 음원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앨범을 만들어 봐야 앨범 수록곡 중에 1~2곡 정도가 인기를 끌면 다행이고 그나마 금방 잊혀져 버리고 마는 가요계의 빠른 상품 회전속도는 미니앨범이나 싱글 위주로 가요가 생산되는 풍토를 만들어 냈다.  앨범 단위로 뮤직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단발성 싱글로만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앨범의 스토리텔링 기반으로 가수/그룹의 브랜드파워가 형성되기 보다는 자극적 퍼포먼스, 중독지향의 반복후렴구에 의해 음원 차트 상에서 짧은 기간 동안 머물다가 사라져 버리는 휘발적인 주목을 받는데 그쳐버리는 상황 속에서 밀도 높은 브랜드 빌딩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리쌍의 앨범 'AsuRa BalBalTa'는 다른 가수/그룹들의 무기력한(?) 미니앨범/싱글 위주의 플레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길과 개리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인지도를 높인 것이 자연스럽게 음원 판매량의 제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전자음이 난무하는 후크송의 위세가 뜸해지고 '나는 가수다'가 큰 관심을 이끌어낸 현상도 리쌍의 앨범이 폭넓게 소비되는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리쌍의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너무도 진한 울림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공감이 가는 가사와 매력적인 멜로디와 리듬라인, 화려한 피쳐링은 이 앨범을 크게 돋보이게 해준다. 또한, 리쌍의 길과 개리가 예능 프로그램(무한도전, 런닝맨)에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토리텔링 시대는 스토리텔러가 캐릭터를 갖고 있는지의 여부가 스토리텔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토리/캐릭터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 소비자의 반응을 읽고 자신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을 진화시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인지도를 기계적으로 상승시키는 게 아니란 얘기다. 가요, 드라마, 예능은 소비자의 실시간 반응을 먹고 사는 산업이다. 5초만 방심해도 채널이 돌아가는 주말 예능의 격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길과 리쌍은 어떤 자극을 주면 소비자가 반응하고 어떤 자극에는 소비자가 둔감한지에 대해 지속적인 경험과 학습을 축적했다. 심지어 길은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예능과 가요의 콜라보레이션까지 경험한 상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자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이것이 뮤직 상품의 제작에 영향을 주고 그렇게 발매된 음반이 브랜드/캐릭터 인지도에 힘입어 좋은 반응을 기록하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소비자 니즈를 감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캐릭터 기반의 스토리라인'을 끊임없이 생성해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은 어느덧 가요 인기차트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레버가 되었다. 세상 참 많이 변한거다. ^^

리쌍이 앨범 단위로 뮤직 상품을 유통시키는 모습은 분명 전반적인 뮤직 소비경향에 반하는 흐름이다. 휘발향 가득한 뮤직 산업에서 어떻게 끈적한 상품을 만들고 어떻게 견고하게 유통시킬 것인가란 화두를 멋지게 제시하고 있는 리쌍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앨범 'AsuRa BalBalTa'에 수록된 노래들을 쭉 듣는다. ^^


PS. 관련 포스트
후킹,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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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알고리즘 :: 2009/09/21 00:01

감지-반응 기업
스티븐 H. 해켈 저/정명호,원인성 공역
급변하는 21세기에 빠르게 적응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업조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업 경영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규칙들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뀌어 왔는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조직의 각 단위를 살아있는 세포처럼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는 감지-반응의 조직 구조로 변화시키라고 주장한다.

7년 전인가 '감지-반응 기업'이란 책을 사서 읽은 적이 있다. 책 내용은 지금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한가지 얻은 개념이 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점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 제조-판매(make-and-sell)식 사고를 감지-반응(sense-and-respond)식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틀에 박힌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시장/고객의 요구를 민감하게 읽어내고 거기에 최적화된 반응력을 보일 수 있는 것. 요즘 한국의 대중가요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언젠가 어떤 잡지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의 히트 코드에 대한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대중적 히트 여부의 사전 예측이 가장 용이한 것이 음악이고 그 다음이 드라마이고 영화는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음악(대중가요)
input(노래출시)와 out(소비자반응)간의 리드타임이 짧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식/무의식 코드를 강타할 수 있는 후킹 알고리즘 개발이 매우 용이해진 상태이다.


드라마
전체 분량을 몽조리 제작하지 않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면서 대응을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후킹 알고리즘을 발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원판이 넘 안좋으면 아무리 성형수술해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반면 영화는 참 어렵다.

다 만들어 놓고 시장에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기우제 드리는 심정으로 시장 반응을 겸허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음악은 거의 트위터와 같다.
고객과 실시간 소통을 하면서 알고리즘은 점점 날카로워져만 간다.  드라마블로그 포스팅과 같이 덩치가 좀 있어서 경쾌한 소통 및 대응의 한계가 있는 상황 속에서 그럭저럭 고객의 입맛에 꾸역꾸역 맞춰 간다.  영화논문이다. 암울하다..

9월초 SBS 스페셜에서 히트곡의 비밀코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재미있는 사이트를 소개했다.  http://uplaya.com/  이 사이트에 음악 파일을 올려 놓으면 해당 음악의 히트 가능성을 정량화해서 보여준다. 히트 음악을 사전에 예측하는 능력이 꽤 높다고 한다. 음악 비즈니스의 경우, 이제 정교한 히트 알고리즘이 가시화/공식화되어 간다는 얘긴데.. 

MP3로 대변되는 음악의 디지털화에 의해 음악이 음반 단위가 아닌 분절화된 곡 단위로 생산/유통/소비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음악 비즈니스는 그 어떤 인더스트리보다 가장 [감지-반응] 메커니즘적인 양태로 흘러가고 있다. 음악의 히트 알고리즘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의 생산/유통/소비의 특수성에 기인한 현상이고 다른 산업에선 함부로 따라 하기 어려운 태생적 격차가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적합도 경제 - Fitness Economy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감지-반응' 관점의 경영혁신을 모색하는 기업은 음악 비즈니스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한다.  ^^  (전면적 or 부분적으로 생산/유통/소비의 리드타임의 획기적 단축을 통해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이끌어 내든, 아니면 음악 비즈니스가 가시화하고 있는 소비자 뇌의 지배 방정식을 유추 해석하여 자신의 산업에 적용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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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알고리즘
정욱,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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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9/22 11: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매체가 발달 할 수 록 언터렉티브한 대응을 잘 하는 자가 살아남겠죠.
    요즘 블로그가 그런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것도 같은데 알미죠.

    • BlogIcon buckshot | 2009/09/22 21:47 | PERMALINK | EDIT/DEL

      예, 인터랙티브 반응 잘하기가 참 중요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이퍼 연결의 시대 속에서 블로그의 의미는 더욱 깊어져만 가는 것 같구요. 트위터도 재미있고요~ ^^

  • BlogIcon ego2sm | 2009/09/24 14: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히트 알고리즘이 가시화/공식화되어 가서
    그리도, 천편일률적으로
    반복을 강요하는 가요^^;
    영화는 제작기간도 길어서 예측해도
    시기를 놓치기 쉽죠..ㅠ
    전 요새 일렉트로닉에 빠져서
    약안먹어도 먹은 듯(?) 일하고 있어요.
    감지-반응기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음악들으며.

    • BlogIcon buckshot | 2009/09/26 09:09 | PERMALINK | EDIT/DEL

      저도 일렉트로닉 좋아합니다. ^^ 원래부터 반복 코드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요즘 대세인 후크송은 정말 후킹이 강한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계산/기획된 음악이란 생각이 들어요. 감지-반응 메커니즘은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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