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NI 세그먼트에 편입되고 마는가? :: 2008/04/30 00:00

최근 몇 개월 간 회사에서 야근을 심하게 했다.

어느 날..
업무를 마치고 새벽 3시 경에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다..

집에 못 들어갔다.  할 수 없이 사무실로 돌아와서 잤다.. 

사무실에서 자면서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년이면 40이 되는데... 
가정에서의 입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 들수록 집에서의 나의 효용가치는 아마 떨어져 가고 있을 것이다..

집에서의 나의 이미지가 누워 있는 아빠 라는 것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의 가족들은 그런 나의 모습에 계속 적응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내가 정상적인 가장의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도 내게 주어질 역할이 별로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존재가치, 나의 효용가치는 3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을 것 같다.

무언가 찾아야겠다.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여기서 뭔가 개혁하지 않으면 DKNI가 될 지도 모른다.

DKNI = 독거노인

유명브랜드 DKNY와 발음은 비슷한데 느낌은 우째 이리 다르노..  공포감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ㅠ.ㅠ

가정에 소홀해질 때마다 DKNI를 떠올리자.. DKNI는 나를 정신차리게 해주고 내 본분을 잊지 않게 해주는 강력한 단어이다.



PS. 문득 볼프 에를브루흐의 '커다란 질문'이 생각난다.  그 책에 나오는 글자는 아래가 전부다.

"넌 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거야." 형이 대답해 주었어요.

고양이가 말했어요.
"넌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려고 세상에 온거야. 조금은 쥐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넌 구름과 입맞춤하려고 세상에 태어난거야."

할머니는, "나한테 귀여움을 받기 위해서지!"

새는, "너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야!"

뚱뚱한 아저씨는, "잘 먹기 위해서지! 내 배를 좀 보렴."

앞으로 더 많은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커다란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말이에요.

난 DKNI가 되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내 존재이유와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겠다.  ^^



커다란 질문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하연 옮김/베틀북(프뢰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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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egoing | 2008/04/30 00: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웃으면 안되는데. 죄송해요... _ _

    영국에서 총리로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던 보건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더군요.
    사의의 변이, 아이와 너무 오랫동안 함께 있지 못했다.
    이제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6개월 뒤 인터뷰를 했는데
    자녀와 좀 친해지셨나요?
    다 컷다고, 놀아주지 않더군요.

    • BlogIcon buckshot | 2008/04/30 00:25 | PERMALINK | EDIT/DEL

      egoing님, 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댓글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큰 위안을 얻었습니당~ ^^

  • BlogIcon 쉐아르 | 2008/04/30 01: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람과의 관계는 둘이서 같이 보낸 시간만큼 좋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려고 하지요. 될 수 있는데로 아이들 깨어있을 때는 컴퓨터를 안잡을려고 합니다만... 그게 쉽지는 않네요. 집에는 들어가지만, 일은 해야하는 상황이 계속 되니까요.

    buckshot님은 DKNI가 되기 위해 태어나신 것은 아니죠.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해 태어나신 것 아니였나요? ^^

    • BlogIcon buckshot | 2008/04/30 09:17 | PERMALINK | EDIT/DEL

      쉐아르님, 격려의 말씀 넘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블로거가 되고 싶습니다. ^^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늘려가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 가다간 딱 DKNI입니다...

  • BlogIcon comodo | 2008/04/30 03: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DKNI라 진짜 재미있네요 푸하하~ 완전 웃었어요 :)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셔요! 저도 돌아보면 어릴때 아빠랑 밖에서 공차고 놀고 게임기로 오락하고 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한데용~

    • BlogIcon buckshot | 2008/04/30 09:18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딸아이가 나중에 어린 시절을 회고할 때 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할텐데.. 지금 모드로 가면 완전 엑스트라일 듯 합니다...

  • BlogIcon mepay | 2008/04/30 07: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모든 남자들은 집안일 한거에 대해 칭찬 받고 싶어한다." 어디선가 읽은 글귀 입니다.
    인터넷에서 봤나..암튼..

    이거.. 수렵 생활에서 농경사회로 넘어가는 남자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잘 설명해주는 말 입니다. 농경 사회로 넘어 오면서 안락하고 안정된 삶의 희구,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수렵생활에의 환멸, 어딘가에 정착하려는 쇠잔하고 가정적인 수컷의 욕구는 어쩔수 없다..뭐 그런 말씀이었습니다.^^

    괜히 뻘소리 하다 갑니다. ㅋ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덧, 시골에 내려온 이후로 자의 제로 타의 백 아침형 인간이 되버렸습니다. ㅜㅜ;;

    • BlogIcon buckshot | 2008/04/30 09:19 | PERMALINK | EDIT/DEL

      아.. 그렇군요.. 농경사회로 전환되면서 이미 남성의 여성화는 시작된 거였군요.. 역시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넘 감사합니당~ ^^

  • BlogIcon 데굴대굴 | 2008/04/30 10: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DKNI가 두렵지 않습니다. 나이 먹어서도 블로그를... ;;;;

    • BlogIcon buckshot | 2008/04/30 17:56 | PERMALINK | EDIT/DEL

      헉, 데굴대굴님.. 어디서 그런 카리스마가... 어떤 비결이 있으신건지... ㅠ.ㅠ ^^

  • BlogIcon 전설의에로팬더 | 2008/04/30 10: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효용가치라 왠지 무섭게 느껴지네요. 아직 싱글이라 가장으로서 위치와 책임 등 감이 오진 않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8/04/30 17:56 | PERMALINK | EDIT/DEL

      우스움과 비애가 동시에 스며들어 있는 포스트였습니다. 적으면서도 무거운 마음과 가벼운 미소가 계속 번갈아 작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 BlogIcon 좀비 | 2008/05/02 08: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buskshot님 트랙백이 안걸리네요.. ^^
    DKNI 안되기 위한 노력 필요합니다.. ㅋㅋ

    수동 트랙백입니다.. http://www.zombi.co.kr/584

    • BlogIcon buckshot | 2008/05/02 12:56 | PERMALINK | EDIT/DEL

      좀비님, 제 삶에 가장 필요한 글을 올려 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에 노력을 좀 했더니 저도 이제 딸아이 그림에 등장하게 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빈도 뿐만 아니라 제 얼굴 묘사의 정확도도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

  • BlogIcon 이승환 | 2008/05/04 14: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가족들에게도 누워 있는 인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르쳐 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8/05/04 19:24 | PERMALINK | EDIT/DEL

      참 어려울 것 같긴 한데...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BlogIcon 격물치지 | 2008/05/06 17: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위기입니다. ^^ 아이의 질문은 날로달로 날카로워지고...

    • BlogIcon buckshot | 2008/05/06 19:26 | PERMALINK | EDIT/DEL

      아.. 아이의 질문도 굉장히 커다란 질문이겠네요. 그 질문에 계속 잘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할텐데요.. 그래야 아빠 노릇 한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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