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11/04 00:04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에선 메세지가 휘발된다. 뭔가 열심히 글을 적어서 올리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텍스트는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기계적인 전진 스텝의 기조 하에서 fade out의 수순을 밟아나간다. 글을 올리는 순간, 등장과 함께 퇴장의 기운이 가득한 타임라인 상에서 하염없이 유동하는 텍스트의 모습. 마치 신진대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의 반복 속에서 동적 평형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겠으며 텍스트 자체보다 텍스트의 흐름에 더 큰 매혹을 느낄 수도 있는 포맷이라 볼 수도 있겠다.

반면 블로그는 먹고 싸고 싼걸 다시 먹고 싸고 싼걸 다시 먹고. 뭐 이런 식의 순환적인 모습의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텍스트가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태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카이빙이 된다. 무심코 부여한 태그가 나중에 우연한 계기로 소환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준다. 또한 예전에 적었던 글이 태그 키워드를 계기로 기억의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휘발되지 않고 뭔가 축적되는 느낌. 트위터/페북/카톡에서 절대 해줄 수 없는 큰 뭔가를 해주고 있는 느낌.  내가 쓴 글을 나도 망각하게 하는 트위터/페북/카톡과는 달리 내가 쓴 글을 돌아보게 만드는 블로그라는 구조. 상당히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끊임없이 나를 관통해 나가면서 나를 파이프라인으로 만드는 타임라인형 서비스.

근데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

내가 싼 걸 내가 또 먹는 시스템이다.

자체 피드백 시스템.

이게 얼핏 보면 별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가만 생각해 보면 살짝 기가 막힌 것이다.

휘발형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그것과 대비되는 특성을 지닌 블로그의 가치를 새삼 인지하게 되어 너무 다행스럽다. 모두가 즐겨 사용하는 대중적 플랫폼에 결핍된 뭔가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대안적 플랫폼. 항상 미래는 과거 속에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블로그이다. 되새김질이란 행위가 가면 갈수록 희소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되새김질은 성찰과 연결된다. 되새김질이 희소한 가치가 되어가듯 성찰도 역시 그러하다. 끝없는 전진형 서사 속을 살아가는 사람과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현재란 이름의 장을 가꿔 나가는 사람.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에선 메세지가 휘발된다.

블로그에선 메세지가 순환(循環)된다.

블로깅을 하면서 '환(環)'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환(環)의 묘미를 알아갈 시간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



PS. 관련 포스트
배설 타자
가치 생태계
진화와 죽음, 일각과 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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