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확률계산기.. 바둑.. 인간.. 기계.. :: 2016/03/14 00:04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면서 느낀 점.

알파고는 확률계산기이다.
그저, 바둑판의 비어있는 점들에 돌을 놓았을 때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각각 계산할 뿐이다.

바둑은 확률계산 게임이다.
19X19=361로 구성된 각각의 점에 경우의 수를 감안한 확률을 부여하면서 상대방보다 확률계산을 더 잘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

인간은 확률계산기이다.
바둑을 둘 때만 확률을 계산하지 않는다. 매사에 확률을 계산한다. 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나의 뇌 속에선 항상 확률 계산이 수행된다. 지금 무엇을 하면 나에게 이로울 확률이 몇 %인가. 그에 대한 계산을 끊임없이 수행할 뿐이다. 

알파고는 차가운 확률계산기이다. 그리고 방대한 정보처리 역량을 갖고 있다.
감정이 없이, 서사도 없이 그저 최적의 위치를 찾기 위한 계산을 한다. 인간이 계산기보다 숫자 계산을 더 잘할 수 없듯이, 알파고는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형세 판단을 한다. 바둑에서 흐름을 읽고 형세를 판단하고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생각했지만, 알파고는 그것도 결국 계산의 영역에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인간은 상상한다.
기계는 주어진 데이터를,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면서 계산을 한다. 기계는 아직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인간은 확률계산과 함께 상상도 할 줄 안다. 상상을 하면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감정의 곡선을 따라 자아와 개성을 표출하고 색깔을 뿜어내면서 자신 만의 서사를 끌고 갈 줄 안다.

인간은 작가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생성하고 이야기와 이야기를 연결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모든 인간은 작가이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자신 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간다. 공식적으로 특정 인물에게만 부여되는 '작가'란 타이틀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작가라는 엄연한 현실을..

단, 스토리텔링조차 계산의 영역으로 포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야기라는 건 결국 주어진 정보 기반으로 상상을 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행위 조차도 결국 존재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기계가 이야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계산 프레임에 넣게 되는 순간, 기계가 작가의 일을 수행하는 날이 결국은 올 것이다.

인간은 계산기가 되어가고 있다.
확률계산을 하든, 창작을 하든 그건 계산 행위이다. 결국 인간은 계산기에 불과한 존재인 것이다. 알파고가 우리에게 알려준 현실은 매우 간단하게 요약된다. 모든 인간은 계산기에 불과한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사실.

인간은 기계를 만들었고, 기계는 인간이 기계에 불과한 존재란 사실을 알려준다. 그건 인간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인간은 원래부터 기계는 아니었다. 기계의 속성을 갖고 있었을 뿐, 기계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로 진화할 가능성을 분명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그것에 의지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기계 이상의 존재가 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기계 이하의 존재로 스스로를 규정하기 시작했다. 알파고는 그런 인간 노력의 산물이다. 스스로를 기계 이하로 규정하게 될 수 밖에 없는 프레임 속에 빠진 것이다. 문명은 그런 것이다. 인간 삶의 질을 높이려는 지향점을 갖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 인간 존재를 격하시키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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