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동료 5명과 함께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콜드스톤에 갔다. 배스킨 라빈스나 레드 망고엔 종종 가봤는데 콜드스톤은 처음이었다. 매장 가서 먹어보니 나름 맛있었다. 고급스런 느낌도 있고 색다른 느낌도 있고. 뭐 맛이 괜찮았다. 같이 간 동료들이 그렇게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의 맛을 음미하고 있는 와중에 단 한 명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된장찌개' 이외의 다른 어떤 음식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복고/컨츄리스런 식성으로 회사동료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편달 김선생'이었다. (편달은 '편식의 달인'을 의미한다) 편달 김선생은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에서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콜드스톤이 왜 이리 비싼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아이스크림은 죠스바가 젤 맛있는 것 같아요."
편달 김선생의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들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콜드스톤과 죠스바를 나란히 놓고 비교란 걸 할 수 있단 말인가...
40세인 나는 37세인 편달 김선생에게 물었다.
"헉.. 어떻게 콜드스톤보다 죠스바가 더 맛있지? 콜드스톤의 이 유려하고 고급스런 맛을 느낄 수가 없단 말인가? 죠스바와 격이 다른 이 맛을 정녕 느낄 수가 없단 말인가?"
편달 김선생의 충격적인 답변은 계속 이어진다.
"전 이렇게 비싼 거 의미 없이 입에 넣느니.. 차라리 죠스바를 10개 사먹겠어요. "
콜드스톤과 죠스바 사이엔 그닥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편달 김선생의 죠스바 예찬론은 첨 들었을 땐 충격이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름 일리가 있는 발언인 것 같다. 고급 아이스크림과 일반 빙과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 그거 어떻게 보면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콜드스톤이나 죠스바나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는 모두 "차고 맛있는 것 먹고 기분 좋아지자"일 것이다. 핵심가치를 넘어선 미세한 edge를 비즈니스/마케팅은 계속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
거대한 가치의 탄생과 존재 vs 미세한 추가 가치에 대한 몰입..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희귀사건이며 놀랍도록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다. 초 거대 행성에 묻어 있는 한 점 먼지를 생각해 보라. 그 먼지 한 점이 인간이 태어난 확률과 같다. 거대 행성은 그 반대의 확률을 상징한다. 저택을 선물로 받아놓고 감사하기는커녕 욕실에 때가 낄지 모른다고 짱 내는 찌질이가 되지 말라. 잊지 말아야 사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검은 백조라는 사실이다.
'생명체'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 그걸 잘 인식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바동바동 살아갈 때가 많다. 거대 행성에 묻어 있는 한 점 먼지에 집착하고, 저택 욕실에 낀 때에 분노한다는 것. 콜드스톤과 죠스바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도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그런 미세한 먼지 같은 것은 아닐까.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비즈니스에 의해 생성되는 먼지. 콜드스톤과 죠스바 사이엔 먼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닐까. ^^
비즈니스는 끊임없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 차이는 싫증을 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요구에 기반하고 있다. 소비자와 비즈니스는 상호 합의 하에 서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뇌는 즐거움을 탐하고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지갑을 탐한다.
비즈니스와 소비자의 협업을 통해 생성되는 미세한 차이들이 난무하는 소비 시장에서 편달 김선생의 콜드스톤에 대한 생까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소비자들이 많으면 비즈니스는 매우 장사하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
화폐경제가 제공하는 차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차이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 일견 답답해 보일 수 있을 지도 모르나, 나름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가만 생각해 보니 죠스바와 콜드스톤. 그리 맛의 차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흐우.. 더운데 나가서 죠스바나 사 갖고 와야겠다.
비즈니스/마케팅의 달콤한 유혹에 편식으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소비자의 까탈스러움.
이것이 바로 '편달, 알고리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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