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알고리즘 :: 2009/05/08 00:08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
라프 코스터 지음, 안소현 옮김/디지털미디어리서치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을 읽고 '패턴'이란 단어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게임 개발자인 라프 코스터는 인간의 뇌가 패턴 지향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인간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뭉뚱그려진 어떤 것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세상에 널린 복잡도 높은 정보를 그대로 뇌가 흡수하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이니 필요한 핵심 정보만 받아들여 생활하는 것이 분명 효율적이다.

인간에게 있어 '혼돈'이란 패턴 인식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들었을 때 소음으로 들리거나 어떤 그림을 보았을 때 무엇을 그린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패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재즈를 매우 좋아하지만 17~18년 전에 재즈 연주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불편한 느낌에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재즈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소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재즈를 편안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데, 재즈가 소음에서 편안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재즈 음악을 구성하는 멜로디/리듬의 배치에서 나에게 익숙한 어떤 의미덩어리를 패턴으로 묶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을 할 때 너무 쉽게 게임의 패턴을 익히게 되면 싱겁고, 패턴 익히기가 너무 어려우면 의욕이 떨어지는 것처럼,  뇌는 적당한 난이도의 패턴을 선호한다. 적당한 난이도를 갖는 패턴이 적정한 주기로 계속 공급되면 뇌는 계속 재미를 느끼며 패턴학습을 지속하게 된다.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 재미를 못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상을 항상 효율적으로 가공해서 인지하고 항상 새로운 패턴을 적정한 속도/자극으로 흡수하길 바란다.  뇌는 항상 패턴과 재미(마취) 결핍증을 즐기고 있다.

저자의 아래 커멘트가 인상적이다.  건강하게 나이 먹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신경세포를 잃고, 신경세포 간의 고리를 잃고, 우리가 그 동안 만들어온 패턴을 잃어서 우리의 주변 세계가 소음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해결하도록 자극을 주어 우리의 정신을 유연하게 유지한다면 아마 훨씬 나은 결과를 맞을 것이다.

인생을 패턴 관리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놀이 패턴, 사고 패턴, 일하기 패턴, 생활 패턴.. 살아가면서 무의식적/의식적으로 형성하는 패턴을 충분히 풍성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 이해/풀이 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다양한 전략/실행 패턴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분야에서 패턴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 분야를 소음으로 인지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패턴 생성/유지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패턴이 점점 줄면서  세상은 소음으로 변해가고 그런 무질서 가득한 소음 속에서 나 자신의 무질서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다. 무질서의 끝은 죽음이다.

패턴은 인간의 생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다.  인간은 패턴을 먹고 산다. 인간은 패턴이 흘러 다니는 강이다. 패턴의 흐름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래 그림은
허준의 신형장부도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RSS의 효용
패턴 관리를 잘 하려면 패턴이 흘러 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패턴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 속으로 자주 들어가야 한다.  패턴은 시간/공간적으로 형성되고 파악되기 마련이다.  패턴 파악을 위한 정보 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특정 키워드 검색을 한다거나 특정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정기적으로 구독하거나 하는 일들은 도움이 된다.  특정 키워드 검색결과, 특정 블로그의 포스트를 RSS로 구독하는 일은 매우 의미가 있다. 해당 주제어를 중심으로 어떤 생각/사건이 발생하고 있는지, 특정 블로그에서 어떤 생각들이 어떤 패턴으로 디벨럽되고 있는지에 대한 패턴 파악을 하는데 RSS는 좋은 툴이 되어준다. ^^



PS. 관련 포스트
[허준-동의보감-신형장부도] 기는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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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부함에 대하여

    Tracked from ego+ing | 2009/06/07 10:35 | DEL

    나 같이 음감이 둔한 사람에게 음악이란 단박에 좋고, 싫음이 갈리는 장르가 아니다. 듣고 또 듣고의 풍화작용을 숱하게 반복해야 좋은 것과 싫은 것이 구별된다. 그래서 워크맨의 시대가 오..

  • BlogIcon 내맘엠씨 | 2009/05/11 10: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패턴을 익히는 것이 세상의 정보를 인식하고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전에 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5/11 19:10 | PERMALINK | EDIT/DEL

      내맘엠씨님께서 댓글 주시니 생각이 더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Kwanbgae Lee | 2009/11/10 22: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정보를 archiving하며 효과적으로 열람 가능케하는 새 미디어는 확실히 인류의 능력을 늘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는 인새이란 엔진을 돌아가게 하는 연료죠. 패턴을 인지 못한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소음 뿐일테고, 그것은 죽음과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10 22:25 | PERMALINK | EDIT/DEL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재미가 패턴 인지를 자극하고 패턴 인지가 재미를 낳는 선순환 고리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로 인생을 돌리고, 패턴으로 인생을 알아가고.. 이런 선순환 고리를 살아가는 내내 팽팽 돌려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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