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카메라 :: 2014/05/14 00:04

에버노트를 즐겨 사용한다. 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텍스트를 읽다가, 이미지를 보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에버노트에 잽싸게 적는다.

단편소설을 가끔 읽는다. 20~30페이지로 삶의 한 단면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묘미가 괜찮다. 장편소설의 경우, 읽다가 중단하면 나중에 다시 흐름을 타기가 애매해지는데 반해 단편소설은 단 한 페이지만 읽어도 하나의 단위적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토막 시간을 내서 읽는 경우에도 별다른 부담이 없는 편이다.

에버노트로 각종 생각을 모아 적고 다양한 정보를 스크랩하다 보면, 문득 에버노트가 카메라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는 하나의 컷으로 일상의 단면을 삶의 한 장면을 묘사한다. 하나의 샷 속에 다양한 태그들이 다차원적으로 교차하고 있고 단면 자체로 표출되는 인상과 단면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기운의 플로우. 카메라의 능력치인 듯 하다.

에버노트질은 일종의 카메라질이다. 카메라로 단면을 포획하듯, 에버노트는 단면을 잘 다룬다. 단면을 잘 다루다 보면 생각을 단면으로 스크랩하고 단면에서 생각을 추출하는 놀이에 익숙해진다스크랩은 아카이빙이고 태깅이다. 에버노트 포스팅이 단선적으로 전개되는 동시에 태그 키워드가 입체적으로 축적되는 모습. 카메라 샷이 표현하는 전경 못지 않은 파노라마가 에버노트에서 디스플레이된다.

단면은 발견되고, 스크랩되고, 간파되고, 관통된다.

생각이 단면이 되고 단면이 생각이 된다떠오른 생각이 에버노트에 단면으로 생성되고, 에버노트를 책 삼아 훑어보다 보면 단면과 단면이 만나서 이뤄내는 상호작용이 평면을 넘어 입체로 입체를 넘어 점으로 점을 넘어 장으로 장을 넘어 세로 흘러가는 정보 생명 메커니즘의 맛을 시식하게 된다.

에버노트 카메라로 샷을 찍어내다 보면 결국 샷들이 서로 교미하면서 내가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맛보게 된다. 결국 내가 뭔가를 창작하게 된다는.

에버노트는 고도의 카메라이다. 세상을 나만의 필름에 담고 창조하는 완전 개인전용 카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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