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과 의미 :: 2013/10/25 00:05

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태생이 운동 친화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평상시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가 40대 중반에 이르다 보니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가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찜찜하다.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운동을 하기가 싫다. 어떻게 하지?

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라기 보단 협상에 가깝다.
나: 야, 운동 좀 해야 하지 않겠나?
몸: 싫거든.
나: 그래도 좀 하자.
몸: 귀찮다.
나: 하루에 1시간은 해야 하지 않냐?
몸: 미친 거 아냐?
나: 그럼 10분만이라도.
몸: 어쩌다 한 번은 몰라도 계속은 못한다.
나: 그럼 1분이라도 안되겠냐?
몸: 그것도 부담된다.
나: 좋다. 그럼 40초만 하자. 윗몸일으키기 20초, 팔굽혀펴기 20초.
몸: 음.. 그 정도라면 매일 할 수도 있겠다.
나: 오케이, 그럼 앞으로 하루에 40초만 운동하는 거다. 오케이?
몸: 오케이, 함 해보자 뭐.

그렇게 하루에 딱 40초만 운동을 하기로 다짐하고 4월부터 실행하기 시작했다. 윗몸일으키기 20번 하는데 20초가 소요되었고, 팔굽혀펴기 20번 하는데 역시 20초가 필요했다. 매일 했다.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살짝 귀찮기는 했으나 하루에 1분도 아니고 40초도 못하냐?란 질문을 던지면 몸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잘 따라와 주었다. 지금도 1일 40초 운동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1일 40초 운동을 지속하다 보니, 부수적 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난 원래 운동은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매일 출퇴근을 위해 걸어 다니는 것도 운동이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걷기에 운동이란 의미를 부여해도 몸은 살짝 비꼬는 듯한 시선을 나에게 던지곤 했다. 그런데, 1일 40초 운동을 수행하다 보니, 몸에게 '걷기는 운동이다'란 의미를 주입할 때 몸이 예전처럼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름 걷기를 운동이라고 받아들이는 눈치다. 아무래도 1일 40초 운동을 꾸준히 수행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에 대한 신뢰를 갖기 시작한 것 같다. 허구한 날 몸에게 맨날 까이고 무시만 당해오다가 1일 40초 운동을 통해 몸에게 말빨도 서고 하니 기분도 살짝 좋아지는 느낌이다.

1일 40초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막상 실행을 지속하다 보니 몸이 좋아지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매우 작은 것이라도 그걸 매일 반복하면 적지 않은 직간접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 변화는 결국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는 듯.

의도 -> 반복 -> 의식(ritual)화 -> 의미

의도를 생성하고 그것이 지향하는 바를 반복적으로 실행하고 그것이 의식(ritual)이 되고 그러한 바탕이 깔리면서 뭔가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겨나는 것.

지속은 의미를 낳고 의미는 지속을 강화한다. ^^



PS. 관련 포스트
복근
상품화
운동이란 무엇인가?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572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