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탈모 :: 2014/03/31 00:01

나는 부계/모계 순도 100% 탈모 집안에서 태어났다. 20대 후반부터 슬슬 탈모 조짐이 보이더니 30을 넘기면서 탈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30대 후반에 탈모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40을 넘긴 지금은 이마라인 붕괴, 위에서 내려다보면 머리가 거의 다 빠진 완전 대머리의 반열에 들어서고 말았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듣고 있는 말이 있다.
"요즘 왜 이렇게 머리가 많이 빠지는 건가요?"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까 이젠 흥미가 새록새록 돋아난다.
10년 간 계속 머리가 많이 빠졌다면, 도대체 나는 머리 숱이 얼마나 많았단 얘긴가? ^^

항상 내 머리 숱은 빈약한 상태로 근근히 버텨왔다.  10년 전에 이미 엄청 빈약했는데 그 동안 빠져봐야 얼마나 빠졌겠는가?  빠져봐야 살짝이었겠지.  그런데도 많이 빠졌다는 얘길 10년 동안 들어왔다면 도대체 내 머리카락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

탈모는 나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핵심 키워드이다.
나는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대량 탈모를 일삼아 왔다.  지금 이 순간도 머리가 많이 빠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빠질 것이다. 항상 빈약한 머리 숱의 상태를 유지해 왔음에도 엄청나게 많이 빠진 거 아닌가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것. 

지속적인 탈모를 경험하면서 남아 있는 머리카락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몇 가닥 남지 않았지만 그 머리카락은 대단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자라고 소멸되는 흐름 속에서 평형점은 지속적으로 탈모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패턴 속에서도 남아 있는 머리카락은 나의 정체성을 잘 설명해 준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으니까 탈모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여튼,
머리가 지속적으로 많이 빠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역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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