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 2014/05/23 00:03

발간된 지 2년 지난 잡지를 읽는다. 
2년 전의 잡지이긴 하지만, 2년 전의 생각이 잘 표현되어 있고 현 시점에서 읽어봐도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내용들. 아마 시류를 심하게 타지 않는 잡지의 경우, 시간이 흐른 후에 읽어도 새롭게 읽히는 경우가 허다할 것 같다. 잡지의 발간 주기는 독자에겐 심한 압박이 될 수도 있겠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오차 없이 지속 발간되지 않고 때론 휴간도 서슴없이 단행하고 수년간 쉬다가 예고 없이 불쑥 발간되기도 하는 잡지는 없을까. ^^

오래된 잡지를 읽다 보면, 문득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2년 전의 잡지를 읽는 지금은 2년 전 그 잡지가 발간된 시점에선 2년 후 미래일 텐데. 이 잡지는 2년이 지나도 발간 시점의 모습 그대로이고 그걸 지금 내가 읽고 있다는 건 잡지 속 텍스트가 미래의 나와 대화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 그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현재란 게 참으로 모호한 개념이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재인 건지 정의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반면 과거와 미래는 현재보단 개념적으로 쉽게 머리 속에서 영역화되기 쉽고 현재를 중심으로 구분되기 쉬운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잡지엔 발간시점이 명시적으로 태깅된다. 
발간주간, 발간월, 발간분기 등으로 딱지가 붙는 잡지. 사람도 마찬가지다. 공식적 발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라는 사람도 수시로 시점 태깅이 붙는 셈이다. 2014년 1월의 나, 2014년 5월의 나, 2014년 12월의 나 등으로 무수히 많은 태그값이 나를 규정한다. 나는 시시각각 무한 형태로 발간되는 잡지인 셈이다. 내 블로그도 일종의 잡지다. 주간단위 잡지로 편집할 수도 있고, 월간단위, 분기단위로도 편집이 가능하다. 나의 생각도 잡지이고, 나의 몸도 잡지이고, 나의 행동도 잡지이다. 나의 모든 것이 잡지이다.

나는 편집장이다.
나는 어떤 취지로 잡지를 발간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내용의 잡지를 구성하고 있는가? 10년 전의 나는 어떤 잡지를 발간했는가? 1년 전의 나는?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는?  2년 전에 발간된 '나' 잡지는 현재의 나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2년 전에 발간된 내용이 현 시점에서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가?  내 마음 속에 투영된 과거의 잡지들, 미래의 잡지들은 지금 이 순간 서로를 향해 어떤 질문과 대답을 피드하고 있는가?  현재 '나' 잡지의 주요 컨텐츠는 무엇인가? 그 컨텐츠들은 과거 잡지의 어떤 내용에 링크를 걸고 있는가? 미래 잡지의 어떤 내용을 표절하고 있는가? 표절과 표절을 통해 발생되는 신규 컨텐츠는 무엇인가? 자기 표절을 통해 나는 성장하는가? 자기 표절을 통해 나는 침잠하는가? 성장도 침잠도 모두 나에게 쾌감을 제공하고 있는가?

무수한 질문, 정답 없는 대답.
그게 '나' 잡지를 구성하는 내용들이다.

발간된 지 2년 지난 잡지를 읽는다.  잡지 속에 내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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