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과 자기기만 :: 2014/01/20 00:00

혈액형 별 성격. 참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설이다.
  - A형: 조심스럽고 소심하고 잘 삐친다.
  - B형: 낙천적이나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이다.
  - O형: 열정적이고 대범하지만 덜렁댄다.
  - AB형: 내면은 A형, 외면은 B형이다. 속을 알 수 없다.

정말 그럴까?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걸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기만하는 프레임 속에 살짝 들어가서 그 프레임 속에서 자신을 살살 기만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이 프레임이란 함정 속에 빠진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프레임이 강요하는 스토리에 길들여 지고 점점 그것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뭔가를 보는 것은 단지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게 된다. 뭔가를 보다 보면 그것에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더하게 되고 그것이 축적되다 보면 대상은 나와 일종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대상은 내가 그것을 보기 전의 대상과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다. 대상 속에 나를 투영하고 내 속에 대상이 투영된다. 그 순간 대상은 온전한 대상이 아니고 나는 온전한 내가 아니다. 대상과 내가 섞이는 것이다.

설과 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럴듯한 설을 계속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이론의 프레임 속에 나를 집어 넣고 그 설이 맞다는 믿음을 무의식적으로 강화시켜 가다 보면 어느덧 설은 설의 단계를 넘어 확증된 이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나 자신이 설을 확증 이론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설의 프레임 속에 빠져서 설을 확증 이론으로 격상시키는 행동은 일종의 함정 놀이이다. 스스로 함정에 빠져서 함정의 결을 따라 나 자신을 재단해 나가는 놀이.

혈액형 별 성격에서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그럴듯한 설은 그저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식으로 픽 웃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 함정에 빠져서 스스로의 사고 체계를 교란시킬 필요는 없다. 그 대신 이런 식의 함정 놀이를 나 자신의 계발에 응용해 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나 자신을 진정 위하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방향성을 서포트하는 여러 가지 프레임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프레임의 함정에 기꺼이 빠져드는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현혹적 프레임은 비웃어 주고 나 자신을 위한 프레임은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나를 위한 자기기만을 반복할 때 '나'를 성장시키는 자기기만 행위는 '나 성장 프레임'을 강화할 것이고 강화된 프레임은 나를 더욱 강하게 이끌어 줄 것이 분명하다.

일종의 참여형 프레임. 사용자가 참여해서 그 프레임을 강화시키면서 그 프레임 속에 참여자가 동화되는 맥락. 혈액형놀이가 한낱 자기기만적, 자기충족적 선언/예언의 기능을 할 뿐이란 사실을 직시하면서 정작 나를 위한 프레임은 참으로 희소하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헛된 것들이 나 좀 믿어달라고, 제발 함정 속으로 빠져달라고 애원하고 유혹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나를 위한 자기충족적 선언/예언을 멋지게 지르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을 시작하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



PS. 관련 포스트
설정 자체가 함정이다.
힐링, 설정의 함정
배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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