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를 통한 여유의 발견 :: 2010/11/12 00:02

학생은 살다 보면 숙제가 밀리기 일쑤이다.
직장인은 살다 보면 업무가 밀리기 일쑤이다.
주부는 살다 보면 가사가 밀리기 일쑤이다.

밀린다는 것. 바쁜 현대를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밀린다는 표현을 다양한 상황에 가져다 쓰게 되기도 한다. RSS가 많이 밀렸다. 트위터 타임라인 정보가 많이 밀렸다. 음.. 밀린 숙제, 밀린 일까지는 말이 되는데 '밀린다'란 표현을 정보 소비에까지 적용하는 건 좀 그렇다.

밀린 RSS, 밀린 트윗, 밀린 뉴스, 밀린 정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RSS로 구독하고 있는 정보를 다 읽고 소화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트위터 타임라인 상의 정보를 다 따라가야 한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는가?  뉴스에 관심 많다고 모든 뉴스를 다 내 눈으로 훑어 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건가?  정보엔 '밀린다'는 개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보는 점점 폭증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폭증하는 정보는 폭락하는 정보 가치를 의미한다. 희귀하디 희귀한 나의 주목(attention)이란 귀중한 자산을 어찌 폭락하는 정보 가치에 비길 수 있겠는가. ^^

잉여 RSS, 잉여 트윗, 잉여 뉴스, 잉여 정보가 적합한 표현이다. 잉여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는 '여유'이다. 잉여 정보엔 여유로운 주목의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아쉬운 건 넘쳐나는 잉여 정보이지, 희소자원인 나의 주목이 아쉬워해선 안 된다. 주목에겐 여유가 어울리는 미덕이다.


새로운 계기는 잉여와 필요가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신규 디바이스는 필요 활동보다는 잉여 활동에 영향을 주기 쉽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XX하는 시간이 줄었다면, 그 XX는 내게 있어 일종의 잉여활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스마트폰 따위에 영향 받을 리 없으니 말이다.

잉여 활동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면 안 된다. 꼭 내게 필요한 활동은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 변화는 잉여와 필요 사이에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일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내게 꼭 필요한 것과 잉여스러운 것들이 어떻게 가려지는 지를 확인하게 된다. 잉여를 인식하면서 여유를 찾게 된다. 잉여를 통한 여유의 발견. ^^



PS. 관련 포스트
정보 폭증과 정보가치 폭락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083
  • BlogIcon LiFiDeA | 2010/11/12 01: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SNS에 넘쳐나는 정보를 모두 잉여로 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점은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그 '잉여'중에 '필요'도 분명 있을 것이고, 이러한 필요까지 무시한다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겠죠. '잉여'와 '필요'를 구분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 텐데요 ^^

    • BlogIcon buckshot | 2010/11/13 00:01 | PERMALINK | EDIT/DEL

      잉여와 필요를 구분해 주는 감각은 의식하면 의식할 수록 날카로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

  • BlogIcon New Ager | 2010/11/12 06: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렇군요. 쏟아져나오는 정보 속에 나만의 어텐션이 갖는 가치... 어쩌면 경쟁 없는 사회 모델이 이런 지점에서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오늘도 놀라운 통찰을 얻고 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0/11/13 00:01 | PERMALINK | EDIT/DEL

      보잘 것 없는 글에 항상 격려를 주시니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저에게 귀한 선물을 주고 계신 겁니다. ^^

  • readlife97 | 2010/11/12 17: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밀린다는 개념 대신 잉여라는 개념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여러가지가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뱐화가 잉여와 필요 사이헤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라는 말씀도 공감이 됩니다.
    뒤늦게 스마트폰의 세계에 입문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좋은 글을 감사하다는 인사 한 마디 없이 열심히 읽다, 오늘은 너무 공감이 되어서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1/13 00:03 | PERMALINK | EDIT/DEL

      적절한 개념을 끌어오는 것만으로도 평정심을 찾을 수 있나 봅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 rodge | 2015/11/16 08: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래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쓴 글처럼 통찰력 있는 글 인것 같습니다.
    가끔 이렇게 태그나 링크 타고 넘어오는 재미가 있네요. 잘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5/11/17 17:27 | PERMALINK | EDIT/DEL

      아.. 귀한 댓글을 주셔서 이 주제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웹은 이런 것인가봐요. 연결에 연결을 더해서 새로운 연결로 이어지는. 그래서 웹은 참 흥미로운 듯 해요. ^^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