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보고 :: 2013/07/31 00:01

일이 되게 하는 것과 보고를 잘 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보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보고 스킬만 늘어나고 보고 받는 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보고는 강해지고 일은 약해지고. 악순환이다. ^^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보이는 것만 챙기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일단 챙겨야 눈에 보이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눈에 보이는 것을 우선 챙기게 된다. 하지만, 밑단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문제가 생겨도 그건 챙기나 안 챙기나 눈에 띄게 나쁜 일이 당장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일단 안 챙기게 된다. 거기서 일과 보고 간의 균열이 발생하게 되고, 일과 보고 간의 갭은 점점 커져만 간다.

보고는 말로 때울 수 있는 영역이 넓은 반면, 일이 되게 하는 것은 말로 때울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좁다. 그래서 보고 잘하는 것이 일이 되게 하는 것보다 쉽다. 그렇게 쉬운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려운 것을 해내는 스킬은 점점 약해지게 된다. 또한, 일이 잘 안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보고를 잘해서 말로 때우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그것 자체에서 허황된 희열을 느끼게 되면서 그런 짜릿함(?)에 속아 넘어가는 재미에 맛을 들이게 되면 보고와 일 간의 괴리는 더욱 깊어만 가게 된다.

그건 일종의 함정이다.

진정한 승부처는 일이 돌아가는 현장인데, 일과 이원화된 트랙으로 얼마든지 빠질 수 있는 보고의 구라에 승부를 걸고 거기서 winner가 되는 성과(?)를 도출하게 되면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 생활에 젖어 들게 된다.

보고는 일의 반영이어야 한다.

보고가 일을 부풀리고, 보고가 일을 은폐하고, 보고가 일을 지나치게 앞서가고, 보고가 일을 모호하게 만들고,.. 보고가 일을 서포트하는 게 아니라 보고가 일을 유린할 때 보고는 일로부터 멀어진 채 자신 만의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점점 무리한 자체 증폭 효과를 통해 일로 랜딩하기에는 너무나 먼 안드로메다로 떠나 버린다. 그건 보고가 아니라 사기다.

가장 좋은 보고는 일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골곰탕 같은 모습이다. 좋은 리더는 사골곰탕스러운 보고와 겉만 화려한 껍데기 보고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기스러운 보고가 발을 붙이지 못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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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7/31 09: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공감합니다. 미래의 보고는 현재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묘사해서 보고에 필요한 정보만 간추려내는 기술이 사용되지 않을까요? ^^

    • BlogIcon buckshot | 2013/07/31 09:27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조직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려면 몸에 좋은 것을 가려 먹을 줄 아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 초하수 | 2013/07/31 13: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랫사람들이 보고의 형식이나 절차에 신경쓰지 않고 좀 더 일에 집중하고
    사기스러운 보고로 먹고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고받는 사람이 일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깊은 통찰과 고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리더들은 부하들이 텍스트 세 줄로 요약 보고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죠.

    • BlogIcon buckshot | 2013/08/01 09:19 | PERMALINK | EDIT/DEL

      예,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일'이 되게 하는 쪽으로 조직을 가이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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