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문, 알고리즘 :: 2009/11/18 00:08

응문(應問): 답에 응하여 질문함   vs.  응답(應答): 물음에 응하여 답함


아마, 알고리즘에서 아래와 같이 적은 바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나,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동안 당연히 인과관계인 것으로 알고 살아왔던 다양한 케이스들을 상관관계로 역산하는 놀이를 즐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Reverse Engineering(역설계)를 하다 보면 편협한 사고의 굴레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구조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돼지고기, 소고기만 뒤집지 말고 생각을 가끔씩 뒤집어 줘야 생각이 잘 익을 수 있다.

연역법/귀납법에 익숙한 '원인→결과' 순서의 사고 흐름을 '결과→원인'으로 역류시키는 가추법 사고는 창의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선형적/순차적 사고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 가추법 사고를 통한 생각의 역류를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는
'질문→응답'의 흐름 속에 놓여 있을 때 편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순서를 바꿔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선형적으로 얌전하게만 흘러가지 않고 자꾸 비선형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보와 자본이 빛의 속도로 이동하고 어디서 어떤 이벤트가 돌발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불확실성 가득한 혼돈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숙한 클래식 모형에 의한 미래 예측이 엄청난 오차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전반과 주가, 유가, 부동산 등에서의 예측 정확도가 낮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예측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누구나 예측만 할 뿐, 예측의 정확성에 대해 사후 책임을 지지 않는 시대.. 이제 예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예측하고 누구나 예측을 평가/비판할 수 있다. 예측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의 영역이 되었다. 특정 전문가보다 차라리 일반인들의 관점이 집약된 집단지성적인 관측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      (예측, 알고리즘 중에서)



일반적인 논리와 생각의 흐름인 '질문→응답' 프레임에 주입되거나 얽매이지 않고, '응답→질문'의 거꾸로 프레임에 기반해서 스스로의 생각과 논리를 전개하는 놀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신문에서 기사를 보거나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보거나 책을 통해 저자의 글을 읽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대부분 선형적인 프로세스로 이뤄지게 되는데, 여기에 '응답→질문' 프레임을 적용시켜 보자는 것이다.

기사, 아티클, 블로그 포스트, 책에 나오는 글들은 대부분 어떤 질문에 대한 응답을 적어놓은 것들이다. 그건 그 글을 적은 저자의 질문이다. 나의 질문, 나의 응답이 아니다.  즉, 기사/아티클/포스트/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맥락 속에 함몰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나와 다른 생각 체계를 갖고 있는 저자의 질문-응답 과정에 푹 빠져 들어가 보았자 이질감 흡수로 인한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저자의 텍스트 자체에 함몰되지 말고 해당 텍스트의 심층기반에 기저하는 '질문을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질문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저자의 질문 이외의 어떤 다른 질문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는 얘기다.  저자가 갖고 있던 질문 이외의 다른 질문을 뽑아내는 것만으로도 글을 읽은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 표면을 읽지 말고 저자의 질문을 읽고 그 질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읽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응답)에 질문을 던져 저자가 갖고 있지 못한 새로운 질문을 발굴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힘을 계발할 수 있다. 저자의 응답만 수동적으로 읽어서는 생산적인 읽기 활동이라 보기 어렵다. 수동적인 읽기의 축적은 맥락이 약한 정보들의 단순 집합이 될 것이고 이는 추후에 활용가능한 지식 저장소의 기능을 수행하기엔 턱없는 역부족 교착 상태가 된다. 저자의 질문 자체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글을 읽어야 읽기 활동을 주체적이고 생산적인 것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100권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응답만 선형적으로 얌전히 읽어나가는 것보다, 1권의 책을 읽고서 저자의 질문을 넘어서는 역동적이고 비선형적인 새로운 질문 하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선형적인 트랙 속에 함몰될 경우, 수많은 '연관성 약한 타인들의 생각' 집적으로 인해 뇌만 복잡해질 뿐이다.  과감하게 비선형 트랙을 개설하고 그 위에서 자유롭게 저자의 생각 읽기 활동을 전개하고 거기서 자신만의 질문을 계속 창출해야 한다. 그렇게 창출된 질문들은 나의 생각 플랫폼 위에서 다채로운 상호 연관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나의 생각 능력을 증대시켜 줄 것이다. 

남의 질문-응답 프로세스에 함몰되지 말고 남의 질문-응답 프로세스 속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창출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응답을 만들어내는 활동.  그것이 바로 응문 활동이다.  응답하지 말고 응문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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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뉴런 | 2009/11/18 19: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 생각나네요.
    수많은 과학자들이 발견을 하는
    '알고리즘'
    이기도 하죠.

    • BlogIcon buckshot | 2009/11/19 09:54 | PERMALINK | EDIT/DEL

      소크라테스의 대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

  • BlogIcon 토댁 | 2009/11/19 21: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자의 글 표면을 읽지 말고 저자의 질문을 읽고
    그 질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

    라 하신 문구가 너무 좋습니다.
    응문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 책을 빨리 읽지 못하고,
    다 읽고도 마음에 와닿거나 완전히 내것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손에 자꾸 맴돌게 되요.
    리뷰도 못하게 되구요...^^

    • BlogIcon buckshot | 2009/11/20 09:46 | PERMALINK | EDIT/DEL

      저도 응문하도록 노력하려구요. 노력하려는 차원에서 포스팅을 한 건데, 역시 응문이란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계속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뇌 회로를 개척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까만백구 | 2009/11/30 10: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정말 좋은 내용입니다.
    책을 계속 읽기는 합니다. 하지만 뭔가 알맹이가 빠진 독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는데 이 글이 명쾌하게 답을 주네요.
    하지만 응문을 실천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응문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을까요^^

    • BlogIcon buckshot | 2009/12/01 09:15 | PERMALINK | EDIT/DEL

      까만백구님, 댓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응문을 실천하는 방법.
      저도 아직은 잘 모릅니다만.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책을 펼쳐서 책에 씌어진 글을 읽어 나가는 시간과 함께
      책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책을 열기 전에 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책을 읽는 도중에 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책을 덮은 후에 책에 대해 생각해 노고

      이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응문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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