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재밍 :: 2014/02/05 00:05

오해(誤解):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또는 그런 해석이나 이해.



우리는 오해 속을 살아간다. 자신 만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정확히 사실을 직시하기가 힘든 것이고 모든 사람이 렌즈의 굴절 현상으로 인해 사물을, 사람을, 관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 만의 묘한 결로 해석을 하게 되는데 그 해석이 실재와 괴리가 제법 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오해하고 수시로 오해 받는다. 오해는 인간의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삶의 양식 그 자체이다.

그런데..
'오해'를 '오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해란 단어에서 부정적인 기운을 걷어낸다면 오해는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오해가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단조로울까?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것에 대한 한 치의 착각도 허용되지 않는 명징함이 공기를 가득 메우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오히려 오해가 있기 때문에 삶의 색깔이 다채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오해를 의도된 행위라고 본다면, 오해는 재밍과 접목될 수 있겠다. 재밍은 즉흥적인 변주 행위를 의미하는데 가끔 재즈를 듣다 보면 재밍의 진수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고 그런 기운을 내가 하는 행위에 연결시키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오해'란 단어를 새롭게 조명해 본다면 어떨까. 오해를 인지 체계의 오류로 인한 에러로 간주하지 말고 오해를 매우 적극적인 재밍 행위로 규정한다면?

오해는 '인지적 재밍'이다. 오해는 사물이란 악보를 보면서 악보 그대로 사물을 이해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재밍(오해)하는 것이다. 오해는 사람이란 악보를 보면서 악보에서 규정하는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고 그것의 외연에 존재하는 악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행위이다. 오해는 관계란 악보를 보면서 악보의 권위에 내재한 암묵적 강압을 살짝 비웃어주면서 악보 속에 숨어 있는 신선한 일탈의 기회를 적극 발굴하는 행위이다. 오해가 갖고 있는 긍정적 DNA를 증폭시키면서 오해를 즐길 수 있다면 오해는 재즈 뮤지션들의 멋진 재밍보다 더 깊이 있는 혁신적 연주로 이어질 것이다.  

세상은 오해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그건 재밍의 기운이다. 멍청하고 둔해서 오해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고 명민하니까 오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오해를 혁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 오해의 재밍을 연주하면서 세상을 자신 만의 선율로 수놓을 수 있는 자.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오해를 계속 축적하고 그렇게 쌓인 오해들이 나만의 재밍 연주 리스트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을 행복감 가득한 미소로 바라봐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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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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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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